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478화 (478/507)

근데 사람도 사람인척 하는 물로 보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상식......아! 너무너무 무섭다!478회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여행하는 초월자들을 위한 안내서]진교는 일단 살려두기로 했다. 아니, 당분간은 보류다. 이후에 쓸모가 없어지면 그때 죽여도 나쁘지 않을것 같아서 말이다.

살아 있음으로 소모하는 물은 있지만 그래도 나름 회수할 수는 있다. 알고보니 드럼 호의 화장실에서 소변은 따로 정화 기능으로 수분만 빼내더라.

땀 흘리는 것만 빼면 수분 소모는 최소한이 되는건 뻔한 일이다. 어차피 선내 바깥으로 나가면 별 의미 없고.

다만 진교의 자리는 창고로 정해져 있었다. 약간 비좁긴 해도 나름 공간은 있는터라 자는데는 불편함이 없다.

생활하는데는 불편할지 몰라도 말이지.......

"저......저분은 혹시 유랑귀족이십니까?"

진교를 데리고 다닌지 이틀이 지나 처음으로 그녀가 물은 질문이였다.

그녀의 시선은 당연하게도 시온에게 향해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 일행 중에서 유일한 흰 피부였으니까.

나? 이번 회차 지구에서 태어난 나라면 나름 황인종 평균은 됐을텐데 하필이면 1회차 몸뚱이가 되서 약간 탄 느낌의 피부다. 루리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기 사람이라 생각될 만큼 개인차에 들어갈 수준의 색이였다.

"뭐, 대충 그런걸로 합시다"

시온이 그렇게 말하니 진교의 태도가 극진해졌다.

우리가 뭐 좀 하라고 명령하면 마지못해 하는것 같더니 시온이 하라 그러면 정성을 다해서 한다.

단순히 귀족의 사냥개가 아니라 좀 더 다른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였다.

"무엇이든 명령만 해주십시오, 시온님"

"뭐, 개인적으로 이런 시종인이 있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만"

기계가 다 해주긴 했지만 자신을 따라주는 지성체 하나가 있는건 나름 기분좋은 법이다. 뭘 해도 긍정해준단 뜻이니까.

진교를 수렵견이라 하지만 결국 개는 개다. 개의 종류를 따지면 유기견이였던 개와 처음부터 들개였던 개의 차이는 큰 법이다.

아마 진교의 경우는 전자다. 귀족을 따르도록 되어 있는 그런 사람이란 소리다.

"이래저래 신경쓸게 많아서 뭐 하나에 집중하긴 어렵긴 하지만......뭐, 그래도 나름 재미있네"

"아마 며칠 지나면 그런소리 싹 들어갈껄?"

"딴건 몰라도 인간의 것이 아니라 동물 같은거는 나름 괜찮아. 저어기 희미하게 보이는 반투명한 도마뱀 같은거라던가, 나름 생태가 살아 있는 느낌이 좋다고"

"............그 도마뱀 무슨 색이야?"

"푸른색? 좀 반투명한게 꽤 신기하긴 한데. 왜?"

"씨이발!!!!!! 드럼 호!!!!! 전속 전진!!!!"

"물도마뱀입니까?! 물도마뱀이죠?! 그렇죠?!!!"

머임? 대체 머임?

내가 가리킨 방향으로 루리가 폭주하며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것 뿐만이 아니라 루리와 진교의 눈에는 집착과도 같은 공통적인 집념이 느껴지고 있었다.

"씨이발! 내 평생 물도마뱀을 볼 줄이야!!!! 레이더에도 안걸려서 보이는 것만 잡는다 할 정도였는데!!!!!!"

"하나 잡으면 반년치 물값은 굳는 녀석입니다!!!! 반드시 잡죠!!!!"

"너!!!! 말 좀 통하는구나!!!!!!"

이내 내 시야에도 희미하던 반투명한 도마뱀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온다. 거기에는 파란색의 해파리 같은 느낌의 도마뱀이 꽤 빠른 속도로 사막을 질주하고 있었다.

그놈을 보자 루리가 지랄발광을 하면서 경악했다.

"물도마뱀이다아아아아아아!!!!!"

"가즈아아아아아아아아!!!!"

"이 새끼들 진짜 뭐지?"

단숨에 루리가 선장실에서 나가 석궁을 들고 도마뱀을 향해 쏘았다.

퍼억, 하고 단숨에 머리가 터져나가는 모습이 꽤나 명사수란게 느껴진다. 하기사, 그런 재주라도 없었다면 살아남긴 쉽지 않았을테니까.

"으아아아아아!!! 물도마뱀이다! 으아아앙! 내 생에 이런 행운이 올줄은 꿈에도 몰랐어! 항금 고블린 같은 새끼!!!!!"

"저, 저도 보는건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꽤나 오래 일했는데......."

"크으윽, 오늘은 가진거 다 털어서 놀아야징!!!!"

여기서 설명이 필요한 순간이였다.

그들이 알고 있는 정보는 우리는 모른다. 그에 내가 루리에게 설명을 요구하자 루리는 박살난 물도마뱀의 살점 조각 중 일부를 우리에게 나눠주었다.

"설명보단 경험이 제일 낫지. 일단 이거나 먹어봐"

"맛있어?"

"맛은 좀 그런데 아무튼"

나는 일단 물도마뱀의 살점을 입에 넣고 씹었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건 비릿한 맛이다. 피와 같은 느낌의 무언가가 느껴진다. 좀 꺼림찍하긴 하지만 익숙해지면 나름 먹을만하다.

하지만 그 뒤에 든 느낌은 껌과 같았다. 씹으면 씹을수록 계속해서 그 비릿한 느낌이 이어진다. 심지어 내가 먹은 살점 조각이 기껏해야 손가락 두어마디 정도에 불과했는데도 말이다.

물 도마뱀의 살점을 한참이나 씹고 나서야 겨우 놈의 살점을 삼킬 수 있었다. 질량보존의 법칙을 위배하는 수분이 꽤나 묘한 느낌이다.

"이거......뭐하는 동물이야?"

"물도마뱀은 지하 깊숙히 사는 놈이야. 이놈은 물을 가득 머금고 있는데다 본인의 질량 이상의 물을 품고 있거든!!!! 먹어보니 알겠지?"

"음......"

"질량 보존의 법칙 쌈싸먹는 양이긴 합니다"

물도마뱀의 살점을 씹던 시온이 한 말이다.

일반적인 인간이 말하는 물리법칙은 결국 그 어떤 이능도 간섭하지 못하는 상태의 현실 법칙에 대한 규정에 지나지 않는다.

영자를 발견하고 추출하여, 그걸 화폐로 써먹는 기술을 가진 세상에서 물리법칙은 저 멀리 날아간지 오래다.

물도마뱀은 해파리와 구조가 비슷하다. 신체의 대부분이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뼈조차 없다. 도마뱀이란 형상은 엑토플라즘이 뼈를 이루어 만들어진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참고로 영자에 한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수천년 환생의 기억을 영혼에 전부 기록하고 있는 내 영혼처럼, 영자로 이루어진 생명체라면 물질의 일부 또한 한계를 넘어 저장할 수 있기 마련이다.

"물도마뱀 한마리가 드럼 호의 물탱크의 양보다 많은 양의 물을 저장하고 있을껄!!!! 씨발, 이거 팔면 솔직히 팔자 핀다!!!!!"

"물 도마뱀 잡아서 팔자 핀 사람의 이야기는 아주 널려있죠!!! 근데 저도 보는건 겨우 두번째입니다!!!!"

"존나 보기 드문 녀석인데 이걸 보다니.......킹직히 이건 아저씨한테 감사해야 하는 부분이다. 인정인 각?"

"뭔진 모르지만 인정하겠습니다!!!"

루리와 진교는 서로 호흡이 맞아서 날뛰기 시작했다. 흠.....한편으로 이해 못할건 아니다.

고작해야 작은 살점 하나에 하루치 수분을 보충하고도 남을 양이 있다면 꽤나 유용할테니까. 단순한 양의 문제가 아니라 부피의 문제다.

커다란 통 하나 들고다니는 것보다 작은 살점 한조각 들고 다니는게 낫지 않은가?

"이거 씹는게 좀 기분 나쁘긴 한데 수분 보충에는 괜찮습니다"

"너 설마 그거 가지고 나중에......."

"남자일 때 써먹어야지!"

"그런데 써먹으면 못써!!!!"

나와 시온의 유일한 차이점이 있다면 질량보존의 법칙이다.

시온은 자신이 섭취한 수분 밖에 쓸 수 없다. 그렇다면 잠자리에서도 마찬가지인 법이다.

여자일 때는 나름 조절해서 배출해도 결국 남성일 때보단 적었다. 그런데 여기서 이런걸 발견하면......음, 괜찮을것 같은데?

"아, 개꿀 개꿀. 도시에서 팔면 진짜 장난 아니겠네"

"아마 이거 전체가 1만 영에는 육박할겁니다"

"그것도 최소단위지?"

"제 월급도 수백 영에 불과한데......"

월급쟁이 타령하는 놈들의 이야기는 다 한결같다. 음......일단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는 편이 낫긴 하겠다.

물도마뱀을 정리하고 이내 상황은 해결되었다. 루리의 기색이 한결 밝아진걸 빼만 나름 상황은 같지만.....

"아저씨가 온 뒤로 돈 존나 벌어서 행복하네~"

"너 자꾸 그러면 그 빚 청산하는 수가 있다?"

"뭘, 어차피 청산해봤자 내가 할 수 있는데는 한계가 있는데! 배째!!!!"

루리의 태도는 한결 같았다.

사실 내가 이용당하고 있다 뿐이지 초월자를 부려먹는데 그리 싼값일리 없었다. 그 빚을 청산하고자 하면 청산 못할리 없다.

다만 루리에게 채무 능력이 있는건 둘째치더라도 말이다.

"근데 이래도 되냐? 목적지는 정해져 있다지만 보급없이 갈 수는 없을텐데?"

"누가 뭐래? 이미 진로는 바꿔놨어. 가는 곳은 진랑 요주의 도시가 아니라 다른 곳이야"

"호오, 꽤 좋은 생각이긴 합니다만"

"그치 그치 그치!!!!"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북부의 귀족과 남부의 귀족이 어울리기에는 그 사이에 대사막이 있어서 2주(그것도 나름의 이동수단이 확립된)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애초에 넓지도 않은 교류에 현실의 상황을 알린 놈이 잘못이다. 친하지도 않는데 알린 지 잘못이지 우리 잘못인가?

"진랑 요주와 사이가 나쁜 기영 회자의 도시로 갈거야. 적의 적은 친구라고 했으니 당분간 버틸 수는 있겠지"

"마냥 그게 옳은 법칙은 아닐텐데?"

"표면상 그러니까 단순한 시간 벌이야"

루리의 목적은 여의주를 가지고 요람에 닿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분명 루리가 찾는 낙원은 찾을 수 있게 된다.

거기에 뭐가 있는지 확실할 수 없지만 요람이란 단어만큼 있는 것은 대충 예상되기 마련이다. 종자라던가, 기술이라던가, 대충 그런거.

"만약 방해 없이 쭉 요람으로 간다면 대충 한두달 정도의 여정이 되긴 해. 끼어드는걸 신경써야 하긴 하지만 그래도 대충 그쯤이야"

"꽤 짧네?"

"하지만 트러블이 일어나지 않는걸 바라는건 그저 희망사항이지......"

이 세계에서 서로간의 교류는 빠르지 않다. 하다못해 기술력 자체는 지구보다 빨라도 몇분만에 서로의 정황을 파악하는 지구와 달리 이곳은 며칠동안 상황을 파악하지도 못한다.

그것은 기술력의 차이도 있지만 한편으로 현 상황의 차이이기도 하다.

"도시에 도착했습니다. 시온님"

"딱히 알려주지 않아도 되긴 합니다만"

"아닙니다. 정황을 파악하고 알려드리는 것이 수렵견의 본분입니다"

저 멀리 도시가 보인다.

수원지 하나를 장악해 마을을 이룬 전의 그것보다는 훨씬 발전하고 세력이 있는 곳이였다.

외벽에 쌓은 돌담도 그저 하찮은 것이 아니라 사람의 두세배는 될법한 큰 담이였다. 저만한 돌을 모을 수 있던 인력이 있는 것 자체가 세력이 있다는 증거다.

또한 저만한 담은 단순한 관리의 의미보다 외부로 부터의 보호를 위해 만들었단걸 알 수 있다. 어느 정도 내실이 다져져 있지 않으면 안된다.

"도착하면 물건 좀 팔아서 돈 좀 확보한 뒤에 바로 움직이자. 요람까지는 아직 멀었어"

"드럼 호는?"

"도시 내부로는 배 끌고 들어갈 수 없어. 하지만 도시장의 보장 아래에 공용 주차장이 있지. 물론 돈은 필요하지만"

"호오?"

하기사 완전한 자급자족이 아닌 이상 외부의 방문객은 필수다. 상인이던, 아니면 루리와 같은 들개던 공급이 있어서 시장 경제가 활성화 되는 법이였다.

그런데 외부인의 물건을 강탈하고 그러면 어떻게 될까?

당장은 돈을 벌 수 있을지 몰라도 곧바로 소문이 나서 아무도 찾지 않게 될거다. 황금알을 낳는 오리의 배를 가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들개인가? 꽤 좋은 유물을 가지고 다니는군"

"뭐, 운이 좋아서 한탕 했죠. 주차 비용은 얼마인가요?"

"하루에 5영이다"

"일단 하루 정도 머무를께요"

"돈을 내지 않고 하루 이상 주차한다면 그대로 압류되니 조심하도록"

루리가 주차비를 선불로 지불했다. 이런식으로 도시가 돈도 벌고 그러는 모양이다.

하지만 주차장으로 쓰이는 공터 옆에도 따로 주차해둔 호버 바이크......풍륜차라고 했나? 아무튼 그런게 있는데 저건 뭐지?

"돈 없거나 아끼려고 한 놈들이 세워놓은거야. 근데 저러면 훔쳐가도 경비가 뭐라 안하지"

"돈 낼만 하네"

돈 좀 내고 도시의 비호를 받을 수 있다면 나름 괜찮은 일이다.

물건 두고 가도 훔쳐가지 않는 수준의 치안을 가진 나라도 아니고 어디서 칼빵 맞을지도 모르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에서는 훔친 놈보다 도둑맞은 놈의 잘못이 더 크다.

아니, 솔직히 이런 곳에서 안정을 보장받는데도 돈을 내야하는게 포스트 아포칼립스 느낌이 무진장 나긴 하지만 말이야.

돌담을 통과해 들어가자 꽤나 이문화가 느껴지는 도시가 눈에 들어온다. 적어도 전에 보았던 촌락보다는 훨씬 안락하며 넉넉한 느낌이 든다.

조선시대 한가운데 같은 곳에서 유일하게 눈에 띄는 근미래형 건물이 도시 한가운데에 있었다. 아무래도 저게......

일단 잠깐 집어넣자. 분명 저건 귀족의 시설일테니까 말이다. 대충 국민게임 식으로 치면 대충 사령부쯤 될테니까. 사실 나는 패드립 듣는게 싫어서 실시간 전략 게임 따위는 하지 않지만 말이다.

"일단 밥부터 먹자. 마! 포스트 아포칼립스 국밥 무 봤나! 쥑인다!"

"아, 국밥은 킹정이지"

우리들은 일단 밥부터 먹으러 도시 깊숙히 들어섰다.

솔직히 국밥은 짱이지! 어느 시대건 국밥은 짜세라고!!!!![작품후기]*작중 내용에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시는 분은 이미 깨달으셨을것 같지만 이곳 문명은 동양권이 주도권을 잡았다가 패망ㅋ한 문명입니다.

세종대왕님이 불로불사를 이루어 만년제국을 이룬 세계관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충 퇴직을 윤허하지 않으셨더다더라.

포스트 아포칼립스 국밥.....뭐지? 이 혼종은? 존나 맛있을것 같으니 일단 둡시다.

고기는 항상 옳다(집게사장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