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477화 (477/507)

아, 그러고 보니까 내가 소제목 안바꾼것 같은데 바꿔야지!!!!477회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여행하는 초월자들을 위한 안내서]놈들이 탄 이동수단은 호버 바이크다. 드럼 호의 것처럼 사막의 모래 위를 부유하며 떠다니기 때문에 지형에 영향을 덜 받고 속도도 빠르다.

그러지 않았다면 이런 모래 속을 바퀴달린 이동수단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는 없었으니 당연한 이야기다.

"풍륜차는 마개조된 모습이지만 개인 장비가 범상치 않네. 어디서 노획한 장비를 가져다가 그대로 쓰는건가?"

"훈련도 꽤 되어 보이는데. 그것도 군대 수준의 규칙적인걸로"

"단순한 광견이 아니라 귀족 발바닥 핥는 수렵견 놈들이구나!!!! 이 새끼들 그럴줄 알았지!"

이 세상에서 무력을 담당하는 자들의 명칭은 대부분 개로 통일하는것 같다.

루리 같이 유물 탐색을 전문으로 하는게 들개, 무법자 같이 날뛰는 놈들은 광견, 누군가에게 길러져 수족이 된 자들을 수렵견이라 하는 모양이다.

"엄호해줄께, 가서 조져버려"

"나 없었으면 어쩔뻔 했냐"

"그랬으면 애초에 만나지도 않을 정도로 숨어다녔겠지?"

놈들이 가진 무기는 일관되었다. 루리가 가진것 같은 총기와 석궁을 반반씩 섞은 꽤나 멋들어진 무기다.

호버 바이크 같은건 있는 주제에 왜 총기 없이 석궁 같은게 있나 싶었지만 루리가 한발 쏘자 그 의문이 단숨에 해결된다.

투웅!!!!

내가 놈들에게 달려들기 전에 쏜 루리의 석궁에서 날아간 손가락 두개 정도 길이의 볼트가 그대로 수백미터 앞에 있던 한놈을 그대로 즉사시켰다.

그냥 죽인 것도 아니고 수박 터진것 마냥 얼굴이 퍼억! 하고 날아가는게 보인다.

"이야, 위력이 좋네"

"총 대신 활을 고집해서 발전한 총기 비스무리한 기술인것 같더라구!"

뭔가 위력을 증가시켜주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아무튼 나는 몰려오는 놈들을 상대하기 위해 모래 바닥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수백미터의 거리를 단숨에 좁혀 놈들에게 다가선다. 루리가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택티컬한 석궁 수십개가 이쪽을 노려오고 있었다.

짧은 시간차를 두고 쏴지는 석궁, 나는 손을 휘저어 전부 쳐내고 가장 가까이에 있던 한놈을 호버 바이크째로 붙잡아 내던졌다.

콰앙! 하고 폭발하는 소리가 들린다. 애초에 저런 물건을 탄 시점에서 목숨 내놓는거랑 똑같은 이야기다.

"강화병이다! 급소를 노려!!!"

"후퇴하지 마라! 달라붙어서 죽여!!!"

계속해서 석궁이 연사된다. 일반적인 총기와 다르게 장전 속도가 느릴것 같았지만 석궁 뒷편의 무언가를 비틀어내리듯 잡아당기자 곧바로 장전된다. 적어도 어지간한 샷건 정도의 위력과 연사력이 있다.

빗맞거나 튕겨나간 석궁 볼트들이 폭발하거나 모래 먼지를 일으킨다. 나는 전부 무시하면서 나아가 한놈 한놈 손수 조져버리고 이내 수를 수십에서 몇놈으로 줄였다.

지옥 같은 상황에 누군가 빼액거리며 소리친다.

"크흑! 이런 괴물이 있다는 이야기는 못들었어!!!!!"

"응, 중간에 합류했거든. 너는 좀 아는게 있어보인다?"

빠아아악!!!

한놈을 후려쳐 기절시키고, 나머지 놈들은 박살난 호버 바이크 파편들을 걷어차 날려서 배를 찢었다. 그들의 배에서 흘러내온 내장과 피가 사막의 모래를 적신다.

사막의 열기에 피가 증발하면서 붉은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는것 같았다. 굉장해! 너희들은 내장이 예쁜 친구들이구나!!!

단숨에 수십의 병력들이 몰살당하고 남은건 단 한놈 뿐이다. 그나마도 이놈의 장래는 불확실하다. 쓸모 없으면 죽을테니까.

"뭐야, 걔는 왜 살려 왔어?"

"사정청취"

"알았어!"

그냥 무법자가 습격한거라면 햣하! 오물은 소독이다! 같은 소리를 지껄이는 모히칸 같은 것들을 생각하면서 잡으면 그만이지만 놈들은 무법자로 위장한 군대다.

훈련도 나름 되어 있고 무기도 제식무기처럼 일관적이다.

루리가 쫒기고 있다고 했으니 어떻게 찾았고 뭘 알고 있고......뭐, 대충 그런것 쯤은 알아야 앞으로 나아갈 길을 생각해보지 않을까?

이내 루리는 내가 잡아온 녀석을 구속했다. 철사로 손목을 둘둘 묶어서 손을 쓸 수 없게 하고 무기를 압수한다.

"크으으으, 엄청 아깝네. 이런거 갈무리 해서 도시 가서 팔면 꽤 쏠쏠한데"

"그러고 보니까 여기 돈은 본적 없는데 화폐는 뭘로 써? 콜라 병뚜껑 같은거 쓰는건 아니지?"

"이거야 이거"

루리가 잘그락거리며 주머니 하나를 꺼내 나한테 보여주었다.

손가락 한마디 크기의 작은 석영 조각 같은 물건이다. 형태는 제각각이며 색도 여러가지지만 대부분 흰색이였다. 지구에서 본다면 단순한 관상, 수집, 혹은 공기놀이 할 때 써먹을 용도로 밖에 안쓸것 같은 물건이다.

하지만 미미한 무언가가 깃들어 있다는건 알 수 있어서 평범한 수정 조각은 아니다.

"석영 조각에 특수처리를 한거야. 이거 자체로도 동력원으로 쓸 수 있어"

"효율은?"

"편차는 좀 있지만 하얀거 한조각에 드럼호 15분 굴릴 수 있음"

"꽤 되네? 단위나 부르는 호칭은?"

"영, 갯수에 따라 1영, 2영, 대충 이런식이야. 그리고 색이 진할수록 단위가 커져"

"호오"

루리가 가진 주머니에는 수십개의 석영 조각들이 들어 있었다. 개중에 가장 진한 것은 붉은 색을 띄는 석영이였다.

다른 색도 많이 있었지만 대부분 연하다. 아마 보통의 하얀색이 천원 단위라면 진한건 만원에서 오만원권 정도로 생각하면 되는걸까?

"연료로 사용할 수 있으면 공급은 어디서 하는데?"

"귀족들이. 아니, 애초에 이걸 화폐로 유통시킨것도 귀족들이야. 광산에서 채굴한 석영에 특수처리를 해서 동력원과 화폐로 쓰고 있지"

"인플레이션은? 마구 찍어내면 어떻게 하려고?"

"그런거 걱정했으면 여기가 세기말이게? 그리고 석영이 많아도 특수처리를 하는게 한정되어 있어서 찍어낼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어"

"흐음"

꽤 재미있는 방식의 화폐다. 하기사, 세상이 멸망하면 돈 같은건 종이 쪼가리가 되니까 실용성이 없으면 차라리 금붙이를 들고나니겠지. 나름 머리를 굴렸다.

귀족 놈들은 화폐를 유통시켜서 영을 기축통화로 만들었다. 자기들 밖에 찍어낼 수 없기에 위협은 서로 밖에 없고, 적어도 아래의 존재에게는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꽤 썩은 맛이 나는군.

포스트 아포칼립스에서도 나는 인간의 욕망의 맛은 꽤나 씁쓸하다. 다만 내 개인적인 취향에는 커피의 맛과 같은 씁쓸함이였다.

"어때?"

"석영에도 미약한 엑토플라즘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엑토플라즘이 코팅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엑토플라즘의 성질을 생각하면 왜 멸망했는지 대충 알것 같긴 한데......."

영혼의 최소단위인 영자. 그리고 고밀도 영자물질인 엑토플라즘.

둘이 무슨 차이가 있냐고 하냐면 영자는 단백질이고 엑토플라즘은 두부 같은 느낌이다. 이런저런 첨가물을 더해서 굳힌게 바로 엑토플라즘이다.

영자는 본디 물질 같은게 아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접촉할 수도 없고 바닷물 속의 금처럼 아주 미량이 세상에 녹아 있을 뿐이다.

그런 영자를 어떻게든 추출해내서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하기 위한 것이 엑토플라즘. 한편으로는 영력과 비슷하지만 물질에 더 가까운 이능력의 한 갈래라고 봐도 된다. 원래 마나나 내공 같은 이능력에도 영자가 함유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영자를 추출하는건 몰라도 그걸 엑토플라즘으로 제조하는 과정에서 많은 오염이 발생한다.

희토류를 추출하기 위해서 화약약품을 펑펑 쓰는거랑 비슷한 느낌이다. 그래서 어지간한 차원 문명은 엑토플라즘 제조 공정에 여러가지 제약을 걸어두고 있는 상황이다.

"델타 캐슬에서도 엑토플라즘 제조 산업은 오염물질 문제가 많아서 아직 효율적인 수단을 연구하는 와중인데 이런 문명이야 오죽하겠습니까?"

"멸망 원인은 대충 그건가? 흠......뭔가 빠진것 같은데"

아무튼 이 별의 멸망 전 문명은 영자를 추출하고 엑토플라즘을 제조할 정도의 기술력이 있었다. 장르가 좀 다르기는 하지만 아마 멸망한 티브 문명보다 몇세대 전 정도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단 소리다.

참고로 지구랑 티브 문명은 수십세대의 차이가 난다. 애초에 지구는 이능력 확인한지 20년 밖에 안됐잖아.

아무튼 우리들은 챙길것만 챙기고 다시금 길을 떠났다. 짐덩이 하나가 늘어난건 덤이다.

뭐, 가지고 갈지 아니면 버릴지는 우리 맘이지만.

"냉수 한바가지 뿌려서 정신 차리게 하면 될텐데"

"어림도 없다! 아아아아암!!!!"

데리고 온 수렵견 생존자는 일단 정신이 들 때까지 냅두기로 했다. 어차피 내가 한방 먹여서 기절한터라 깨려면 시간이 필요할거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밤이 되었다. 사막 한가운데서 야영을 하려면 텐트라던가 그런게 있어야 하지만 드럼 호가 있다는게 한편으로 안심이다.

비록 짐덩이 하나 때문에 좀 비좁아지긴 했지만 얘는 창고에 처박으면 된다.

"근데 아저씨가 아니라 아줌마네"

"죽으면 결국 시체잖아"

"죽이겠다는 암시를 너무 노골적으로 까는거 아니야? 아, 오히려 그렇게 하면 반대로 안죽나?"

"몰라. 케바케더라"

머리를 보호하고 모래먼지를 막기 위한 헬멧을 벗겨내자 짧게 단발로 자르긴 했지만 확실하게 여성인 외모가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피부는 루리처럼 까무잡잡하고......근데 가슴은 있는건지 없는건지 모르겠네.

험한 일을 해서 그런지 관리가 안되어 있어서 여자로서의 매력이 꽝인 모습이다. 심지어 루리보다도 못해.

특정 계층에게는 수요가 있을지 모르겠다. 보이쉬한거 좋아하는 사람들 말이야.

"끄으으으"

"아, 깼다"

"고문 도구 준비할까? 공구라면 몇개 있는데"

"일단 칼만"

"여기 단검 있습니다"

그녀는 혼미한 정신을 다잡으며 눈을 떴다. 그리고 가장 먼저 내뱉는 말이......

"물......"

"최후의 만찬으로 딱 좋군"

루리가 한컵 분량의 물을 떠와서 그녀의 입에 대주었다. 마른 입술로 본능에 따라 물을 탐한다.

이내 온전히 정신을 차린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상황을 파악한다. 얼굴을 가리지 않아서 흰 피부와 은발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는 시온을 보고 흠칫하며 안색을 굳이더니 기세가 죽었다.

"일단 이름"

"예?"

"루리야, 사람 하나 갈아넣으면 물 얼마나 정화할 수 있냐?"

"찝찝해서 못마셔도 샤워는 할 수 있겠네"

"히익?!"

나야 협박으로 말한거지만 루리는 아니다.

아까 전의 시체들은 바빠서 넘어갔지만 시간이 널널한 상황이라면 인간을 인간인척 하는 물로 바꿀 수 있었다. 그럴만한 의욕이 눈에서 엿보인다.

아무튼 그 협박은 효과가 있었다. 상황을 파악한 그녀는 순순히 대답하기 시작했으니까.

"지, 진교라 합니다"

"어디에서 왔어?"

"나, 남부 귀족, 진랑 요주님의 영지에서......."

"목적은?"

"들개 루리를 죽이고 가진 물건을 회수하는 것"

"역시나네"

루리가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략적인 상황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지만 한가지 의문이 남아 있었다.

"귀족 휘하의 수렵견이 왜 광견들의 물건을 노획해서 쓴거지?"

"그건......그렇게 명령 받았습니다"

"이유는?"

"광견들이 벌인 일로 보일 필요가 있어서......"

그들의 유일한 오산은 바로 나였다.

루리는 신의 단말일 뿐이지 갓-루리루리가 아니다. 죽을 때는 결국 죽는다. 이러한 병력을 상대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으니 결국은 쫒기다가 죽을 뿐이다.

그래서 일부러 나를 이용하면서까지 살아남으려고 했던 것이고.......흠, 운이 좋은건지 아니면 운명의 절대자의 인도인건지.

"아무래도 그거지? 당신의 여의주, 광견들이 훔쳐갔다? 불만 있어요? 남부로 와라. 대충 그런거"

"그렇게 말하니 요약이 되게 쉽네"

"하지만 이걸로 북부와 남부가 연계가 잘 안된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연락까지 해가며 정보를 뿌린 북부의 재호 유귀란 귀족의 머리가 나쁘다는 것도 말입니다"

"응, 딱 봐도 나오네"

내가 봐도 등신이라고 생각할만한 일이다.

시온에 비하면 빡대가리다 못해 시궁창 수준인 내가 그렇게 말하는데 어느 정도 수준일것 같냐? 애초에 여의주가 귀한거라면 소문을 축소시키고 은밀하게 추적해야지 남한테 알리는거 자체가 우문이다.

"알건 대충 알았는데 이 녀석은 어떻게 한다....."

"사, 살려만 주시면 성심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제, 제발 부디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개는 역시 개구만"

수렵견이던 뭐던 결국은 사람 앞에서 설설 기기 마련이다. 개는 인간의 친구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지.

"죽어라 물 아깝다!!!!!"

루리만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작품후기]* 작중 내용에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늘도 연참.

개인적으로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화폐도 중요하죠. 병뚜껑을 쓴다거나, 탄약을 화폐 대신 쓴다거나. 대충 그런 느낌으로요.

다만 이곳에서는 귀족들이 기득권을 얻기 위해 동력원으로도 사용 가능한 석영 조각을 화폐로 사용한다고 설정했습니다.

물론 시대가 시대인 만큼 단위가 커지면 신용거래 비중이 크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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