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474화 (474/507)

포스트 아포칼립스 특유의 맛을 표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일단 최선을 다해보죠!!!474회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여행하는 초월자들을 위한 안내서]유토피아 레이하논의 본래 이름은 유토 하논이다. 그리고 하논들의 특성에 따르면 그들의 이름은 죄다 낙원이나 이상향을 뜻하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한편으로 낙원을 유토라 부르는 곳이 있을거라 생각하긴 했는데.......여기가 거기였나 설마?

"유토라, 여기서는 낙원을 그렇게 부르는 모양이지?"

"되게 오래전 단어라고 들었어. 멸망 이전? 대충 그쯤"

"언제 멸망했는데?"

"자료가 없어서 아직 몰라. 유적 같은 곳도 남아는 있지만 시간이 흘러서 자료가 못쓰게 된 곳도 있고. 나도 아직 여기에 대해서는 전부는 알지 못하거든"

"꽤 흥미진진합니다. 그렇다면 멸망 원인도 모른다는거 아닙니까?"

"대충 그렇지. 나도 이리저리 알아봤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어서 말이야"

"흠"

꽤나 재미있을것 같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에서 자세한 멸망 원인과 그 해결 방안, 혹은 안주할만한 장소를 찾는건 클리셰지만 그만큼 잘 먹히는 소재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여행에서 목적이 없으면 그냥 방랑이나 다름없다. 이번 여행에서는 이 세계가 멸망한 원인을 확인하고 루리가 말한 낙원을 찾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할듯 싶다.

"목표가 생긴다는건 좋은겁니다. 그런데 혹시 여기 유토피아가 멸망시킨거 아닙니까?"

"그랬을까 과연?"

나는 아니라고 본다.

아무리 유토피아의 본명의 근원지가 여기일지 몰라도 아닌건 아니다. 자기 이름의 발상지라고 거기랑 연관 있을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장모님의 하논시절 이름은 엘리시온,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낙원의 이름이다. 그런데 과연 그 시절의 장모님이 지구를 방문한적이 있었을까?

마냥 적은 가능성인데다 한가지 맹점 또한 있다.

"유토피아가 심판한 별에 문명이 지속될리 없지"

"아, 하긴. 태양 같은거 만들어서 지상을 증발시킬테니 사막화 되는건 맞겠지만 사람이 남지는 않을겁니다"

이 별은 지구보다 좀 더 큰 행성에 3억 정도 되는 인구가 흩어져서 살고 있다. 문명은 멸망했지만 작은 사회는 무너지지 않고 지속되고 있었다.

유토피아의 심판 방식은 생존자가 거의 없다. 운이 좋아도 한두명 수준이고 그 정도로 남으면 아무리 아담과 이브가 되어도 결국에 파국은 찾아온다.

시온이 화성 이주민 받을 때 괜히 수천명씩 받았다고 생각하는거 아니지? 정말로 멸망한 세상에서 아담과 이브처럼 단 둘이 남아서 번식해도 유전자적 다양성이 부족해서 결국 폭망한다. 유럽 왕가의 근친혼으로 인한 문제도 거기서 생기는거다.

"아무튼 두사람만 있으면 그 목표에도 진척이 생길것 같으니까 부려먹으려고 하는거야"

"하다못해 부탁이라고 하면 안되냐"

"이 배의 선장은 나야! 불만 있으면 내려!"

"오케이, 배 세워"

"앗, 잠깐! 잠깐만!!!! 미안! 농담이였어 농담!"

"거 굽히는 속도 엄청 빠르네. 자존심은 안녕하신지?"

"자존심은 10살 때 감자 두개랑 바꿔먹었어"

"어, 음......."

뭔가 어두운 이야기가 있을것 같아서 물어보지 않기로 했다. 아무튼 나와 시온은 이곳의 언어를 배우면서 항해를 계속한다.

며칠 내내 보이는 곳은 바다 같이 넓은 사막 뿐. 갈색의 모래 밖에 비치지 않는 광경은 아름답기 보다는 황폐한 느낌이 든다.

"원래 여기는 바다였어"

"바다라고? 물이 다 증발해버렸나?"

"그건 어디서 얻은 정보입니까?"

"유적에서 멸망 이전 세계 지도를 발굴한 적이 있거든. 그래서 그 시절의 환경은 파악할 수 있었는데.......솔직히 현대 지도보다는 그리 도움은 안되지. 엄청 변한게 많으니까"

"남극이나 북극은?"

"거기도 씹창 났어. 그나마 살인적인 더위는 없어서 대부분의 인구가 거기에 몰려 있기에 나름의 사회는 유지되고 있는 몇 안되는 곳이야"

"호오, 가볼 수 있어?"

"시간이 좀 걸릴 뿐이지 갈 수는 있어. 지금 이 별은 바다가 없어서 어디던 육로로 갈 수는 있으니까. 기타등등의 위협은 둘째 치더라도"

"그 위협이란 부분이 신경쓰이는건 저만 그런겁니다"

"아냐, 나도 그래"

우리들은 언어를 익히면서 루리와 이곳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부분 우리가 물어보는거지만 그래도 나름 기본적인 상식은 나름 알 수 있었다.

우선 몇가지 뽑아보자면 멸망 이전의 문명의 잔재인 유적이 있다는 것.

거기에서는 현 기술력으로는 만들 수 없는 여러가지 물건들이 나온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타고 있는 루리의 배(드럼호라고 하더라)도 유적에서 발굴해낸 물건을 개조한거라고 했고.

"나 같이 유적 파해치면서 사는 사람들을 들개라고 부르지. 사실 운만 좋으면 나름 일확천금인 직종이라서 꽤 좋아"

"운 나쁘면?"

"죽기야 더 하겠어?"

"너 용케도 살았구나"

갓-루리루리의 단말이라고 안죽는건 아니다. 오히려 그녀의 단말이였던 누리는 너무나 처참한 생활과 죽음을 맞이해 능력을 각성하고 대마왕의 기반을 닦았다.

능력이 뛰어난거지 운이 좋은건 아니니까 죽을 때는 확실히 죽는다. 게다가 이런 세상에서 여자의 몸이라면......죽는 것보다 더 못한 경우도 있다.

삐삐삐삐!

"앗! 경보 울린다! 전원 경계 태세!"

"뭐가 한마리 오긴 오던데 그거인 모양이네"

"알고 있었으면 진작에 말했어야지!"

선내의 레이더에서 뭔가를 감지해 울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보다 한발 앞서서 내 기감이 놈을 캐치한지 오래다.

레이더를 확인한 루리가 인상을 찌푸리며 무기를 챙긴다. 급소 부위를 가리고 강화하는 최소한의 골격만 남은 파워드 수트 같은 것에 석궁과 총기를 반반식 섞은 것을 들고 바깥으로 나선다.

크르르릉!!!!

무언가가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모래바람을 타고 전해진다. 울음소리를 듣자하니 고양이과에 가까운 동물 같은데 그 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호랑이가 울어도 저런 소리는 안나온다 싶을 정도의 육중하고 거대한 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막에서 위장색으로 쓰일 수 있을 정도의 갈색의 모피. 뻣뻣하고 억샌 감촉일거란게 만지지 않아도 느껴진다.

덩치는......일반적인 대형 고양잇과 동물 같은 호랑이나 사자보다 서너배쯤 크다. 거기에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은 상당히 위협적이다.

무엇보다 놈에게서 사람의 피 냄새가 난다. 육식 동물 중에서도 사람에게 맛들린 위험한 놈이다.

거의 무슨 적성종을 보는것 같은 느낌이지만 놈은 이 별의 생태계에 들어가 있다는게 다를까. 아무튼 루리가 석궁 같은 것으로 놈을 겨눈다.

"쯧, 모래 호랑이네. 가죽이 두꺼워서 이걸로는 치명상을 주기 힘든데......"

그러더니 그녀가 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가라! 마왕몬!"

"대마왕이거든?! 파워디지몬에서 중간보스 같은 최종보스로 갑툭튀 했다가 결국 맥거핀으로 남은 디지몬처럼 부르지 마라!"

"존나 세세하네. 디지몬 팬임?"

"하지만 디지몬은 이미.....!!!!"

빌어먹을 반다이 놈들 시대가 어느 때인데 그 시절 다마고찌를 내고 앉았냐. 증강현실 게임도 많이 나오는데 게임 좀 제대로 내주면 어디가 덧나!

내 추억을 붙잡고 있는 놈들이라서 뭐라 할 수도 없고......아, 갑자기 빡치네. 호랑이인지 모래 호랑이인지 넌 뒤졌다.

크허어엉!!!

거대한 덩치의 호랑이가 덤벼든다. 놈이 갑판 위로 올라서기 전에 달려들어서 그대로 제지해 바닥에 떨군다.

사람의 두개골 정도는 으깨진 토마토로 만들만한 냥냥펀치, 아니 호냥펀치가 날아온다. 나는 그걸 가볍게 쳐내고 놈의 등 뒤에 올라타 그대로 목을 졸랐다.

크헝! 크허어헝!!! 크르르륵!!!

잔뜩 발광을 하던 놈은 나를 떼어내기 위해 땅을 구르고 지랄을 했지만 결국 떼어낼 수는 없었다. 원래 이런 사족보행 동물은 자기 등에 손이 닿을 정도로 골격이 발달해 있지 않다.

목을 부러트리는건 간단하지만 되도록이면 온전한 사체를 얻고 싶었기 때문에 질식사로 목표를 잡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놈의 반항이 잦아들다 멈추었다.

쿠웅!

거대한 놈의 몸뚱이가 루리의 드럼호에 처박으며 쓰러졌다. 심장도 뛰지 않고 맥박도 없음. 놈은 그대로 죽었다.

"씨이발, 모래 호랑이를 그렇게 간단하게 잡는건 또 처음보네. 이래서 초월자는 사기야!!!"

"그러면 너도 초월자 해야지"

"그게 쉬운줄 알아? 아무리 루리루리 네트워크가 있어도 초월자가 되는건 쉬운거 아니거든?"

"입문은 할 수 있잖아?"

"그 정도로 안죽는것도 아닌데 뭘. 그리고 우리 루리루리들은 대대로 공돌이다!"

"거 참 잘났다"

하기사 드럼호를 개조한 것만 보아도 공돌이로서의 자질은 충분하다. 사실 루리 정도면 돌아다니지 않아도 어디 정착해서 개조 실력으로 밥벌어 먹어도 되는거 아닐까.

"이야, 이놈을 이렇게 상처 없이 잡다니! 얼른 해체해야징!"

"돈이 되냐?"

"엄청 많이! 자자, 해체해야 하니까 손 좀 거들어줘"

요리를 잘하는 만큼 고기도 잘 다루고, 심화되면 정형 및 발골 작업도 잘한다.

.......사실 사람을 해체하다 보니까 그쪽 실력도 늘어난 것이지만 아무튼 동물 해체하는건 나름 잘한다.

윙윙윙!!!

"크레인?"

"일단 피 빼기는 해야지. 그런데 여기서는 단순한 피 빼기가 아니라서 말이야"

"피......아, 피도 수분 아닙니까?"

"응, 그래서 피는 따로 모은 뒤에 정화 작업을 거쳐서 물로 만들지. 드럼 호에는 전지만 충분하면 따로 약품 없이도 수분만 추출할 수 있거든. 효율은 좀 나쁘지만"

"역시 여긴 물이 귀하구나"

"딴건 모르겠는데 생존이랑 직결된거잖아. 물 때문에 싸움나서 죽고 죽이는 경우도 지나가다 심심치 않게 보여"

"크으으,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씁쓸한 맛이 와닿는군"

"아저씨 취향 참 특이하네"

모래 호랑이의 거대한 몸뚱이를 크레인으로 매달아 올린 후에 상처를 내어 피를 흘린다. 떨어지는 피는 아래의 탱크에 떨어지고 점차 고이기 시작한다.

인간의 몸에서 피가 차지하는 양은 약 10퍼센트. 대충 5리터 정도가 나온다. 그렇다면 인간보다 몇배는 거대한 호랑이라면 그 혈액의 양이 수십리터는 나올거란 계산이 된다.

이런저런거 빼면 줄어들긴 하겠지만 물 또한 몇리터는 나올게 당연한 일이다.

피를 뺀 후에는 해체. 루리가 준 단검으로 가죽을 벗기고 뼈와 살을 발라냈다.

"고기는 어떻게 할거야? 원래 육식 동물들의 고기는 누린내가 장난 아닌데다가 맛도 없고.......무엇보다 이놈, 사람을 먹었어"

어차피 약육강식이 세상의 중요한 이치 중 하나다. 마냥 긍정하진 않아도 상대가 동물이라면 죽였으면 먹는게 본래의 도리다.

하지만 이놈은 단순한 육식동물이 아니라 인육에 맛들린 녀석이다. 이걸 먹기에는 간접적으로 인육을 먹는것 같아서 영 찝찝하다. 시온이 아무리 고기를 좋아해도 이것까지 좋아할것 같진 않고.

"둬서 뭐하게? 뱃속으로 들어가면 어차피 다 똑같아"

"비위도 좋네"

"일단 보관할 수 있는대로 보관은 하고, 남는건 육포로 만들어야지"

"양념은?"

"소금 말고 뭘 바래? 향신료 같은건 결국 대부분이 식물에서 나오는거잖아? 그런건 비싸"

"이런 배까지 가지고 있는 주제에 그런거도 못사?"

"아껴야 잘 살지. 그리고 내가 이 배를 얻은건 기껏해야 재작년이라구"

"의외로 최근이구나"

나는 모래 호랑이의 부산물들을 분류했다. 내장은 내장, 살코기는 살코기, 지방은 지방, 뼈는 뼈로.

다 해체하고 보니까 이거 다 합쳐서 톤 단위 아닌가 싶다. 일반적인 호랑이도 무거우면 300킬로는 나가는데 족히 그 세배는 넘으니까.

"내장은 갈아다가 수분만 뽑아 나머진 버리고, 살코기와 지방은 소금에 절일거고, 뼈는 모아 두었다가 도시에서 팔고, 가죽은.....흠, 가죽은 어디에 팔지? 이거 가격만 잘 받으면 한몫 잡을 수 있는데"

"존나게 알뜰하네. 나보다 알뜰한데?"

내장을 먹을거 아니면 나도 내장은 버린다. 그런데 내장까지 갈아다가 수분을 뽑아낸다는 소리를 들으니 상당히 가치관이 다른 느낌이 든다.

"그런데 지방도 절입니까?"

"아, 그 뭐시냐......러시아 요리 중에 쌀로라고 하는거 있지? 대충 그거 비슷한거야"

"지방을 소금에 절여서 보관하는 그런 요리 말입니까?"

"만들어둔거 있는데 한번 먹어 볼래?"

루리가 주섬주섬, 창고에서 뭔가를 꺼내왔다. 약간 노란색으로 변색되고 소금 알갱이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커다란 지방 덩어리다.

무슨 고기에서 나온 지방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한조각 먹어보니 느끼한 맛이 와닿는다. 그리고 제거되지 않은 누린내도 함께.

"너......이런거 먹니?"

"으아악! 아냐.....아, 사실 맞아. 워낙 척박한 땅이라 먹을 수 있는건 다 먹거든"

"식생활이 씹창날 예감이 무진장 든다......"

"그래도 도시나 마을쯤 가면 먹을만한거 있어"

모래 호랑이를 후딱 해체한 우리들은 다시금 여행길에 올랐다.

그러던 중 논리적으로 한가지 결론에 닿는다. 저런 최상위 포식자가 있다는 것은 그 주변에 먹을 것이 있다는 소리이기에, 그리고 놈이 먹은 인간 또한 주변에 있을 것이다.

모래 밖에 없던 사막에서 어느새 풀이라도 좀 돋아나 있는 스텝 기후 같은 곳으로 들어섰다. 나무 같은 것은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없던 사막보단 낫다.

"주변에 오아시스라도 있나보네. 마을도 있을테니까 거기서 물 좀 보충하고 가자"

"오!"

처음으로 가보는 멸망한 세계의 마을은 어떨지 궁금하다.[작품후기]* 작중 내용에 대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떡밥을 위해 현 세계의 멸망 이유 및 기타등등은 비밀로 할 예정입니다. 예측해보시는 것도 나름 괜찮을듯.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썩은맛을 표현하고 싶다......아,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작가는 사디스트가 아닙니다.

아마 오늘 아니면 내일 성실 연재가 뜰것 같은데 뜨면 그날은 연참이니까 기억해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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