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473화 (473/507)

내일 뵙도록 하죠! 아마 내일쯤은 성실연재 떠서 연참할 수도 있겠지만요!473회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여행하는 초월자들을 위한 안내서]옷가지만 몇개 챙겨서 짐을 싸고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한다.

"다른건 필요 없습니까?"

"원래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여행하는데 있어서 대부분의 물자는 현지조달이 중요한거야. 우리가 물건 들고가면 충분히 편할테지만 그건 여행이 아니라 휴가겠지"

모험이나 여행이란 단어 앞에서 두근거리는거 보면 내 안에는 아직 소년이 남아 있는것 같다.

아무튼 옷이랑 약간의 금붙이 외에는 들고가지 않는다. 식량조차도 현지 조달이다.

현지민에게 보면 여유고 기만이나 다름없어 보이겠지만......어차피 여행은 그런 재미로 하는 법이다.

"우리 없는 동안 애들 잘 부탁한다"

"너무 걱정마. 알아서 잘 하고 있을께"

"일단 권한 대리를 맡겼으니까 어지간한 명령은 다 내릴 수 있을겁니다"

"땡큐, 제수씨"

우리가 자리를 비웠을 때 가장 믿을만한 사람인 최길현한테 화성을 맡겼다. 내 라이벌이고 숙적이지만 그만큼 신뢰할 수 있는 녀석이다.

설령 최악의 경우라도 녀석이 화성을 장악하는 일은 없다. 화성을 통제하는 호라이즌의 인공지능은 로봇 3원칙 어쩌구 고사하고 우리 말만 절대적으로 들으며 그걸 해킹해서 어떻게 하고 싶으면 아예 갈아 엎어야 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놈이 그럴 성격도 아니고.

"올 때 기념품 사와"

"있으면 사오마"

문명이 박살난 세계에서 과연 기념품으로 사올만한게 있을지 의문이지만 말이야.

시온이 얻어온 좌표로 디멘션 게이트를 열고 넘어간다. 균열을 지나 틈새를 넘어, 우리가 있던 차원에서 먼 곳을 향한다.

아니, 원래 있던 차원도 꽤나 외진 곳인데 여기는 더 시골이네.

"어떤 곳일지 두근두근거리네. 이런 동심은 옛날 옛적에 다 죽고 죽여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의외구만"

"남자는 나이를 먹어도 애라더니 맞는 말입니다"

"도로 남자로 돌아온지 얼마나 됐다고 그 소리야?"

"바뀐 얼굴을 제가 아니라 그 여자한테 먼저 보여줘서 삐졌습니다"

"네가 대놓고 삐졌다고 말하면 안삐진거던데"

"흥!"

아, 삐진척 하는 우리 마누라 넘 귀엽다.

아무튼 슬슬 목적지에 도착했다. 좌표를 정확히 설정했기에 차원 내부의 한 행성으로 통하는 균열이 열린다.

이내 우리들은 멸망해버린 세계로 발을 내딛었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건 온도, 기온이였다. 바닥에서 올라오고 하늘에서 내려쬐는 열기는 후끈한 수준이 아니라 살이 익어버릴 살인적인 더위였다.

그리고 눈이 부실 정도의 모래 밖에 없는 사막. 신발을 신었어도 느껴지는 고운 모래 입자의 감촉이 와닿는다.

"오!"

"가벼운 옷으로 입고오길 잘했습니다"

멸망해버린 세계에서 시야를 가득 매운 드넓은 사막이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아니, 내 눈으로 봐도 사막이 무지 넓다. 장난 아니게 넓다. 지평선 너머가 전부 사막이다.

........이거 사막치고 존나 넓은거 아니야?

*

*

*

*

나는 우선 상황 파악을 하기 시작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계는 멸망한 방법도 여러가지기에 그에 따라 준비하거나 대처해야할 것이 많다.

좀비 아포칼립스라면 일단 샷건 갈무리부터 해야겠지만 사막화 아포칼립스라면 수분부터 보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보아하니 물 부족 포스트 아포칼립스구만. 가장 중요한게 물이겠는걸?"

"일단 챙겨온 옷 중에서 두꺼운건 버리겠습니다"

"아냐, 밤에 혹시 모르니까 일단 가지고 있어"

사막의 밤은 춥다. 여기는 어떨지 모르지만 일단 가지고 있어서 해가 될건 없다. 어차피 짐이 몇개던 드는데는 문제 없으니.

"음......"

"왜 그래?"

"뭔가 공기가 텁텁한것 같습니다"

".......아, 그러긴 하네. 공기에 희미하게 뭔가 섞여 있는걸"

방사능도 간식이나 비타민으로 여겨서 나 몰래 디저트로 라듐 초콜릿 같은거 먹는 시온이 불쾌하게 여긴다면 그것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란 소리다.

아무래도 뭔가 이능력 쪽의 연구를 통해 발전하다가 폭망해서 사막이 되어버린거 아닐까? 물론 확신은 못한다. 같은 종말이라도 거기까지 이르는데는 수많은 방법이 있을테니.

"일단 움직이자. 어께 위에 올라타"

"저도 걸을 수 있습니다"

"모래에 푹푹 빠질껄. 얌전히 올라와"

나는 시온을 무등 태우고 사막을 거닐었다. 얇은 옷을 입고와서 망정이지 아니였으면 그대로 쪄죽을뻔 했다.

살인적인 열기, 아니 그냥 햇빛에 악의가 있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의 온도는 숨이 턱턱 막힌다. 우리가 초월자라서 다행이지 아니였으면 진작에 열사병으로 쓰러졌을거다.

"그런데 괜찮아? 나는 이런데 돌아다니는 것도 좋아하지만 너는 불편한거 싫어하잖아"

"열 에너지는 반사하고 있어서 괜찮습니다"

"혼자 치사하게 에어컨 쓰는거냐"

"당신도 해드립니까?"

"아니, 됐어. 그러면 느낌이 별로니까"

꽤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데도 보이는건 사막 뿐이다. 행성 자체는 지구보다 살짝 큰 정도인데 대부분이 사막으로 보인다. 인구는......대충 3억 정도?

행성 크기에 비해 그리 많은건 아니지만 포스트 아포칼립스 치고는 많다. 아무래도 멸망한지 꽤 시간이 지났다는건 맞는 말인것 같다.

"처음 만나는 사람은 어떠려나"

"아, 창조의 절대자의 이스터에그 말입니까?"

"응, 처음 만나는 인연은 소중하게 여기라고 했잖아"

그 말을 듣고난 후에는 무림에서 선이를 만나고 티브 문명에서 모모를 만났다. 마치 초회 한정 확정 가챠 비슷한 느낌일까.

몰랐을 때는 신경쓰지 않았지만 알고난 뒤에는 흥미가 돋는다. 과연 여기서 처음으로 누굴 만나게 될 것인가!

"음? 저기서 누가 옵니다"

"사람이 아니고 배.....비슷한거 같은데?"

사막의 모래를 마치 물로 삼아서, 아니 자세히 보면 약하게 떠 있다. 호버 크래프트 같은 느낌? 물론 미슷한거지 좀 더 위의 기술이다.

소형 요트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 사실 배라고 하긴 했지만 뭔가 덕지덕지 붙어 있고 개조한 흔적이 역력하다.

"저거 매드맥스에서 봤습니다! 8기통! 8기통!"

"그런데 저건 차가 아닌데. 엔진도 그 엔진을 썼을지 의문이거든?"

차원도 행성도 다른데 기술이 같을까. 게다가 갑판에 태양열 패널 같은 것이 보인다. 저만한 크기의 배에 기술력이 있는 것을 고작 저걸로 에너지를 충당할 수 있다면 꽤 발전한 문명 아닐까?

기감으로 살펴보니 선내에 있는 사람은 단 한명이다. 그것도 여성.

..........여성?

어쩐지 막 불길한 예감이 팍팍 드는데?! 아니, 치정적인 의미면 차라리 낫겠지만 여기에 알면서도 모르는 사람이 딱 한명 있다고!!!!!!

쿠우우우!!

이내 배가 우리 앞에 멈췄다. 갑판이 열리고 그 안에 있던 여자가 튀어나온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건 까무잡잡한 피부였다. 흑인은 아닌것 같지만 태닝한것 같은 그을린 피부는 건강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외모는 딱히 설명할 필요가 없다. 피부색 외에는 우리가 아는 사람이랑 똑같이 생겼으니까.

"안능하제옇!"

"그 인사는 루리 공통어냐!"

"아무튼 가진거 다 내놔"

"처음 만남이 사막의 강도라니!"

"기왕이면 해적이라고 불러줘! 바다가 없어서 여긴 사막이 바다나 다름없거든! 행성의 대부분이 사막이야! 사막의 해적 캡틴 루리루리님이시라고!!!"

저쪽의 지구 출신 루리랑 비교하면 나이는 한두살쯤 어려 보이고 태닝을 심하게 한것 같은 까무잡잡한 피부 등의 차이가 있지만 외모는 대략 비슷하다. 머리카락도 흑발이고 한편으로 동양 계통으로 보인다.

성격은 거의 매한가지로 보이지만......뭐, 어차피 루리들 특성이니까. 갓-루리루리를 중계로 한 루리루리 네트워크를 각성한 루리들은 죄다 제정신이 아니다.

커뮤니티 하나 모르던 순수한 어린애가 타락해가는 과정이라고 할까, 온갖 야한거나 기타등등 정보, 지식 등을 습득할 수 있어서 한편으로 그게 나은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일단 들어와. 햇빛 쨍쨍해서 이 땡볕에 걸어가려면 무지 힘들껄. 가까운 마을도 이거 타고 며칠은 가야 나오고"

"사막이 바다 수준이라는게 과장이 아닌 모양이네"

"덕분에 물 같은건 엄청 귀하지"

나와 시온은 루리의 환영을 받으며 배에 탑승했다.

기능 자체는 둘째치고 한명이라면 모를까 세명 정도가 타려면 꽤나 비좁은 실내다. 그렇다고 배 외부에 있기에는 바깥이 너무 덥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배 내부는 나름 쾌적하다고 할까. 대충 실내 온도가 30도쯤 된다. 바깥의 살인적인 더위에 비하면 에어컨 빵빵하게 튼 정도로 시원한 곳이다.

"일부러 픽업 해갈려고 이런 사막 한가운데 좌표를 알려줬거든. 딱 좋은 타이밍에 왔네"

"거 다 계획한거냐"

"나는 다 계획이 있구나!"

"혼자 자화자찬하고 있습니다"

배 내부의 선실은 기껏해야 3개. 그것도 화장실을 제외하고 그 정도였다.

3개 중 하나는 선장실이고 나머지 두개에 주방이나 창고 같은 것도 있어서 사실상 남는 방은 하나나 다름없다.

하지만 문명이 박살난 와중에 이런 기술이 있는 배라면 오히려 호사라고 생각된다. 적어도 어지간한 설비는 있으니까.

"아무튼 거기에 여기 언어 같은걸 정리해둔게 있으니까 그거 보고 좀 익혀. 여기 언어는 한글 같은 음소문자니까 요령만 익히면 배우는건 쉬울거야"

"음.......다 익혔습니다"

"빨라?!?!"

"아, 그거 부럽네. 나는 기껏해야 읽는것 밖에 안되는데"

"결국 문자의 조합 패턴의 문제 아닙니까. 오히려 한글이랑 유사한점이 많아서 익히는건 금방이였습니다"

단순 암기, 연산, 패턴 문제라면 시온에게 장애가 되지 않는다. 인간 슈퍼 컴퓨터나 다름없는게 바로 하논인데 고작 언어 하나 배우는건 다운로드 하면 끝나는거랑 같은 소리다.

물론 나는 직접 배워야 했다. 위즈덤 로드의 축복 덕분에 글을 읽는건 문제가 없어서 습득 속도가 빠르지만 못해도 며칠은 걸린다.

씁, 머리 굴리는데 이렇게 차이가 나니까 나중에 자식 낳으면 애가 시온 머리를 닮았으면 좋겠다고 하는거다. 물론 몸 쓰는건 시온이 아니라 날 닮아야 하고.

.......내 머리와 시온의 몸을 닮은 경우는 생각하지 말자, 음.

"따로 목적지는 없지? 그러면 내가 가던 방향으로 그대로 가도 될까?"

"마음대로 해. 가이드 역할이나 다름없는데 현지인 말을 들어야지"

"대신 가이드 비용은 톡톡히 받을거지만"

"어라? 무료 아니였음?"

"나를 저쪽 루리랑 같은 사람으로 생각하지 말라구. 나는 어디까지나 이 세상을 사는 루리지 지구 출신 루리가 아니거든! 그래도 지인 할일은 해줄께!"

하기사 누리 같은 별종도 태어나는데 루리라고 다 같은 루리일 수는 없는 법이다. 갓-루리루리가 자신의 편린을 떼어내어 만들어서 영혼 자체는 똑같이 생겼을지 몰라도 담긴 내용물이 다르다.

지구에서 평범하게 사랑 받고 자란 루리랑, 이 멸망한 세계에서 독하게 살아온 루리랑 같을리가 없다.

요컨데 외모만 똑같은 다른사람이라고 해야하나. 어릴 때 헤어져서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난 쌍둥이? 대충 그런 느낌으로 보면 된다.

가끔 종족까지 다를 때도 있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은 모양이였다. 적어도 겉보기에는 인간이였으니까.

"금으로 되냐?"

"그거 팔려면 도시까지 가야하는데 가기도 빡세거든? 전지값도 안나와"

"그러면?"

"몸으로 값아라!!!"

"아니 이년이?! 아까도 그랬지만 날강도 본성을 드러내는군!!!!"

"여기 돈도 없으면 노동력으로 값아야지. 그치?"

"그러면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던가!"

"흐흐흐, 이제 이 별에서 최강자를 시급으로 부릴 수 있게 된 루리루리님 대승리!"

나름 이용당해 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우리들은 아직 이곳의 생태나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며, 며칠을 걸려 습득해야 하는 언어조차 나름 쉽게 익힐 수 있었다.

게다가 지금 루리가 우리랑 여기 언어로 대화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건 아니지?

이쪽의 루리는 한국어로 대화 하고 있다. 마을 가서 바디랭귀지로 시작하는 것보다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는게 훨씬 낫다.

"그런데 어디다 부려먹으려고? 이상한데 쓰면 그대로 갈라질거야"

"별거 아니야"

배는 거침없이 사막이란 바다를 질주한다. 모래폭풍에도 굴하지 않고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앞을 향해 나아간다.

그것은 루리 또한 마찬가지다.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미지를 향해,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개인적으로 그냥 그것만으로도 즐길거리다. 꽤 재미있는 여행이 될거란 예감이 든다.

"나는 이 별에서 사막화 되지 않은 유일한 낙원인 유토(流土)를 찾고 있어"

응? 방금 뭐라고?

어떤 대마왕의 본명이랑 똑같은 이름인데?[작품후기]*작중 내용에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막화 되어 물이 부족한 아포칼립스 세상은 꽤 흔한 소재입니다. 당장만 하더라도 매드맥스 같은게 있으니까요.

사실 이건 꽤 옛날에 생각하던 소재이긴 합니다. 주인공 이름이 국밥이고 주인공 누나 이름이 육회인 옛날 애니메이션이 모티브예요.

구라냐고요? 악당 조직 이름이 불고기인 시점에서 대충 그런 작품이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옛날에 재능TV인가 그쪽에서 방영해줬던것 같은데.....꽤 재미있게 봐서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네요. 아, 혹시 궁금하시면 사막의 해적 캡틴 쿠파로 검색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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