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화는 떡씬이였으니 오늘 하나 더 연참할께요. 한숨 자고 올테니까 기다리지 말고 주무세요!471회
[초월자한테도 치정 문제는 중대사다]화성의 안정화는 빠르게 진행 되었다. 이제 사실상 나나 시온이 없어도 될것 같다 싶을 정도로 말이다.
앞으로 며칠만 있으면 시온이랑 꽁냥꽁냥 여행이나 가러 갈 수 있겠다.
"........."
"아, 미안. 아나 너도 데려가고 싶은데 이번 여행은 부부 동반이라"
"아니, 신경쓰지 마라. 부부끼리 여행 가는데 끼어드는건 눈치 없는 짓인걸 아니까. 하지만 만약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그때는 둘이 같이 가고 싶군"
"그러지 뭐!"
아나와는 현재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의 상태다. 계기만 있다면 그 선을 넘을 것 같기에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그 대부분의 시간은 그녀가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지만 그게 끝나면 아나는 곧바로 대쉬해올 것이다.
이탈리아 사람은 남자던 여자던 연애에 적극적이거든.......한편으로는 무서울 정도로 말이야.
"백리 녀석도 슬슬 지구로 내려갈 생각이고. 생각해보니까 화성 이주 시작한지 1년이 되어가네"
시간은 절대적이지만 상대적이다. 시간 자체는 언제나 똑같이 흘러가도 그것을 느끼는 인간의 느낌은 상대적인 법이다.
내 군 생활도 2년은 다녀 왔는데, 그 뒤로 1년 동안 온갖 잡다한 일과 대마왕 심판 한번이 있었고, 그 뒤로 다시금 1년으로 화성 이주가 마무리 되어가고.......존나 들쭉날쭉했네.
그래도 어지간해서 남은건 평화 뿐이다. 일어나는 일도 결국에는 여느 문명에서의 일과 같고, 내 심기 거스르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거다. 결국 이 문명은 내가 관리하는 곳이니까 내 마음대로 다룰 수 있기에 수틀리면 박살내면 그만이다.
"안정화 되어가니까 여기저기에서 좋은 소식 뿐이야. 솔로들은 결혼하거나 결혼한 사람들은 자식이 생기거나"
"그야 당연하지. 인간의 생존본능은 원래 위기 앞에서 생기는 법이라고"
"게다가 의식주 보장 다 되니까 양육 문제도 걱정 없잖아? 원래 지구 인구 정도가 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것 같은데?"
나는 최길현이랑 만나서 따로 술자리라도 만들기로 했다.
초청인은 남자들만. 나, 최길현, 히비키, 그리고 백리까지. 이렇게 넷이다.
........응? 나 방금 본능적으로 나를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으음, 역시 이런걸 보면 내 비중은 남자가 훨씬 많을것 같기도 하고. 대충 남자가 6에 여자가 4쯤 되려나. 거의 반반이지만 확실하게 남자에 가깝다.
"이야, 이렇게 여유부릴 때도 오고, 그동안 고생 많았구만"
"그러게, 바빠서 술 한잔 마실 시간도 없더니"
"너만 바빴어, 너만"
"어......히비키씨랑 최길현씨는 서로 아는 사이세요?"
"전생에 내가 쟤 죽였거든"
"전생에 쟤가 나 죽였거든"
"니들 동시에 말하는거 개쩐다. 어떻게 한거야?"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이 동시에 말하는건 꽤나 진귀한 광경이다. 더군다나 마음을 예측 못하는 초월자라면 더더욱.
"어......제가 물어보기 민감한 소재를 잘못 물어본건가요?"
"아냐, 오히려 잘 됐어. 어차피 끝맺고 했어야 할 문제거든. 내가 슈텐......아, 그 시절 슈텐, 지금은 히비키지?"
"맞아, 그건 확실히 구별해 달라고"
"아무튼 그 시절의 슈텐을 함정에 빠트려서 죽였어"
".......최길현씨가요?"
백리가 믿기 힘들다는 눈으로 최길현을 보았다. 그가 평소에 보여주는 성격상 함정을 판다는건 둘째치고 그걸로 사람을 죽이는건 현실성이 없다.
내가 덤빌 때도 안죽이고 제압하는 판인데 솔직히 오죽하겠냐. 어지간하면 제압하고 끝냈지.
"저놈 말은 반의 반만 맞아. 날 죽인건 맞는데 깔린 사정이 그럴만 하긴 했거든"
"그래도 함정 파서 죽인건 맞지 않아?"
"염병, 나는 비겁하고 비열한 녀석을 싫어하는데 만약 그랬다면 여기서 이렇게 술 마시고 있겠냐? 먼저 한판 붙고 술 마셨겠지"
히비키가 맥주잔에 따른 갈색의 술을 그대로 호쾌하게 들이킨다. 술의 색이 갈색이라 맥주 같지만 탄산이 없다. 놈이 맥주잔으로 마시고 있는건 위스키다.
재료가 보리란거 빼고 맥주랑 공통점이 없는걸 원샷하고 스테이크 한점을 크게 썰어다 안주로 먹은 뒤에 히비키가 말을 이었다.
"함정을 팠어도 너는 사전에 나한테 무슨무슨 일 준비했고 이렇게 해서 널 죽일거라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했잖냐. 함정은 알려진 시점에서 함정이 아니게 되니까 엄밀하게 말하면 네가 판건 함정이 아니지"
"그래도 속였잖아"
"속인게 아니지. 다른 방향으로 정정당당했을 뿐. 그리고 마지막에는 순수하게 1대1로 붙었잖냐. 그럼 됐어"
전생이라도 자기가 죽은걸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환생자인 나 정도 밖에 없다. 어지간해서 사람은 목숨이 하나니까 말이다.
"그런데 최길현씨가 히비키씨를 죽이다니, 왜 그런거예요?"
"아아, 그시절에는 난장판 피운게 좀 있어서. 나는 내 기준에서 아니꼬운거 보면 정도에 따라서 다르긴 한데 일단 박살내고 보거든"
"그게 멀쩡한 나라에도 깽판을 부리니까 문제지. 게다가 세력도 혼자가 아니라서 돌아다니면서 박살난 나라가 한두개가 아니야"
"어.......죽을만 했네요"
"무법자한테 뭘 바라냐? 헤이안 시대에서도 마냥 그랬는데"
"이야, 그때 최길현 저놈 한창 늅뉴비였던 모양이다. 제압이 아니라 죽여서 끝났고"
"지금 싸워도 그 시절 슈텐은 혼자 싸워 이기기 힘들어"
"님 혹시 이긴다는 기준이 제압이 아니신지? 죽이는거면?"
"그건 여러가지 의미로 쉬운거잖아"
"존나 쌔내 이 새끼"
새삼 로드라는 경지에 경외가 생긴다. 절대자도 만나기는 했지만 아득히 높아서 오르지도 못할 것보다 눈에는 보여서 오를 수는 있을것 같은건 다르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개념화한 슈텐은 아직 흠결이 남아 있는 히비키와 다르게 완전무결의 초월자였다. 강함으로는 더 강한 자도 많지만 방어력으로는 어지간한 로드에 필적하는 그런 초월자.
지금의 내가 그 시절의 슈텐이랑 싸운다면 이길수야 있지만 장기전으로 가서 신도 원킬내는 흉제붕권을 몇방이나 정통으로 처먹어야 할거다.
.......근데 그놈을 단순히 죽이는거면 쉽다고 말하는 최길현이 마찬가지로 규격외다.
하기사, 내가 로드 미만 최상위권이면 최길현은 로드 중에서 최상위권이니까.
"나도 마냥 강한건 아니야. 내 위도 있으니까"
"........뭔가 코즈믹 호러 같은걸 느낄것 같은데요. 거기서 더 강하다고요?"
"그래도 로드쯤 되면 위가 절대자 밖에 없지. 비유하자면 사법고시 패스해서 변호사 했다가 경력 쌓고 대통령 노리는 느낌이니까"
"그럼 다음 투표때 찍어드릴께요"
"말이 그렇단거지"
"혹시 모르잖아요"
나도 내 위가 있는 만큼 방심하지 않는다. 설령 로드 중 하나인 워 로드를 죽였지만 그거야 상성이 너무 잘 맞아서 겨우 이긴거고, 그나마도 그 회차는 죽었다.
"로드 미만인 사람 중에서도 네 적수는 좀 있을껄"
"흠......그건 좀 의외인데. 혹시 블러디어 말하는거냐?"
"응, 보기 드물다 뿐이지 4대 차원종이나 은거고수 같은 것도 있으니까"
은거 고수는 그렇다 치더라도 4대 차원종, 블러디어, 아레기쉬, 하논, 드림 자이언트 등의 녀석들은 강하기도 하지만 보기도 드물다.
그나마 보기 쉬운게 블러디어, 저번처럼 인간 먹으러 종종 나오는 편이고 그 다음이 아레기쉬, 이쪽은 영혼을 윤회시킬 때 기억을 지우는게 일이라 지들끼리 모여산다.
내가 듣기로 아레기쉬들이 모여사는 곳은 절대자도 침범하기 힘들다고 들었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눈에 띄지 않는걸 보면 어지간히 안나오는 모양이다.
아무튼 다음이 드림 자이언트와 하논. 가장 보기 어려운걸 꼽으라면 역시 우리 마누라와 같은 하논이다.
드림 자이언트들은 현실에 직접 나온적이 손으로 꼽을만큼 적으며 보통은 꿈을 수호하며 드림 랜드에서 지낸다. 다만 하논은 전 차원 전 우주를 떠돌아다니니까.......나도 순수 하논은 유토피아나 시온 밖에 못봤어.
"하긴 차원종이 각잡고 공격하면 노답이긴 하지. 나도 우리 마누라가 부부싸움할 때 광속의 수십배로 도망치면서 빔만 쏴대면 못잡거든"
"그건 마누라라서 그런거 아니냐?"
"그런 것도 있고. 정말 각잡고 하논이랑 싸우면 자폭해서 빅뱅 터지고 훅 갈수도 있지. 난 아직 로드 아니라서 빅뱅 맞음 죽어"
"진짜 코즈믹 호러네"
백리가 술 마시다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 이쪽에 발을 들이지 않은 녀석이라면 그럴만도 하다. 이쪽은 스케일의 자릿수가 달라서리.
"아, 그리고 이쪽에서 최근에 들어온 소식이 하나 있는데"
"최근? 어느 최근? 우리한테 최근이면 옆동네 우주창생 시절도 최근 아니냐? 너네 관할이 얼마나 넓은데!"
"정말로 최근이야. 대충 두어달 전쯤"
"진짜 최근이네"
이곳에서 일을 하면서도 수시로 저쪽과 연락을 취하는 최길현은 비교적 소식이 빠르다. 물론 우리도 차원간 통신은 가능하지만 여기 일도 바쁜 마당에 저쪽 일을 어떻게 신경쓰냐. 어디 전쟁 터진거 아니면 신경 안쓰고 있다.
게다가 저놈이 말하는 소식은 보통의 소식과는 달라서......근데 저놈 하는일 특성상 나쁜 소식 비중이 더 많을텐데 이번엔 과연?
"한 차원의 행성에서 초월자의 유해를 발견했어. 현재 조사 중이기는 한데......."
"블리디어 파편 아니면 전대 다크니스 로드 파편 같은거 아니야? 아니면 워 로드 그 새끼 영혼 조각 모음이라도 돼?"
초월자는 죽어도 죽는게 아니다. 가장 먼저 방심했다고 하지만 절대자에게 영혼소멸 공격 받고도 살아돌아온 내가 있고, 그 다음에는 전생각성한 히비키가 있다.
영혼의 격이 높아질수록 영혼은 더 견고해지는데 로드쯤 되어도 절대자가 완전히 박살내기 어려워진다. 유리구슬을 박살내는건 쉽지만 그걸 가루로 만들려면 분쇄기가 필요한 것처럼.
그렇게 조각난 파편들은 차원 어딘가에 흩어져 있다. 운 좋아서 줍는 놈들은 잘하면 존나 쌔질 수 있고 아니면 그냥 뒤지는거고 복불복이긴 하지만 아무튼 결론은 초월자는 뒤져도 쉽게 안뒤진다.
"일단 파악한 바로 유해는 아레기쉬의 것이였어"
"응? 차원종?"
"아레기쉬의 육체는 고밀도의 영자와 엑토플라즘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파악이 쉽거든. 그래서 저쪽에 문의 해봤는데 최근에 죽은 아레기쉬는 없고 개중에서 메갈로돈급은 전쟁시절로 올라가야 있다고 했어"
"유해에 남은 사념은 없어?"
"있었으면 직접 물어봤지"
아레기쉬는 영혼의 바다를 헤엄친다고 급도 바다생물식으로 나뉜다. 보통은 크면 클수록 강하다.
메갈로돈급이라 한다면 고래급은 아니지만 그 바로 아래에 속할 정도로 크다. 그런 아레기쉬가 물질세계에서 유해가 발견됐다는건 어지간한 소식이 아닌데......
"그리고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나는 그 유해를 전대 대마왕 중 한명이라 보고 있어"
"............."
이건, 술자리에서 대놓고 할만한 이야기가 아니였다.
내 이전에도 대마왕은 존재했으나 죄다 제 1차 차원 전쟁에서 뒤져서 남은건 유토피아 밖에 없다고 들었다.
유토피아가 최악인 이유는 성격에서 비롯되었지만 그 성격을 가지고도 멀쩡히 돌아다닐 수 있는 머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쟁 와중에도 멀쩡하게 살아 있었다.
전대 대마왕의 수는 총 일곱. 심판하기 딱 좋은 홀수다.
일곱에서 둘은 그 행방이 확실하다. 한명은 아까 말한 유토피아고 다른 한명인 일루전 로드는 팬텀한테 찌꺼기 하나 남기지 못하고 죽었다.
"아무튼 행방이 묘연한 다섯 중에서 한명의 행적이 확인 되었단거지?"
"아마도......그리고 나는 그걸 보고 뭔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해. 근질근질한 느낌이 들어"
"네가 그 소리하면 항상 불길하던데"
"운명의 절대자가 뭔가 꾸미거나 건수 만들 때 느낌이 꼭 이래"
"야!!!! 니가 그 소리 하니까 더 무서워졌잖아!!!!"
무엇이던 시작이 어렵다고 했다. 한번만 넘어서기 시작하면 그 다음이 몰려오는건 금방이다.
운명 또한 같다. 나비효과 처럼 아주 작은 계기만 있어도 큰 일을 만들 수 있지만 결국 나비라는 계기가 필요하다.
최길현이 말하는 것은 바로 그게 나비효과의 나비와 같다고 하는 것이다.
그는 잠깐 이야기를 멈추고 술을 한모금 들이켜 목을 축인 후에 안주를 주워먹으며 말했다.
"아, 안주 맛있네. 뭘로 만든거야?"
"갑자기 왜 이야기가 거기서 급선회냐"
"어차피 이쪽 이야기는 꽤나 민감하잖아? 우리쪽 정보 알려주는건 내 마음이여도 너네쪽 정보 알려주는건 힘들테니까. 그래서 그래"
"씨이발, 그렇게 하면 나도 뭐 좀 말 안하면 개새끼가 되는것 같잖냐"
"그런 의도는 없었는데"
"순수한 의도로 그랬다는것 자체가 싫어"
그래서 내가 놈을 미워하기 힘들다.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선의는 나 같은 녀석조차 포용하려 한다.
그레이도, 팬텀도 나에게 운명의 절대자의 이야기를 캐물었는데 놈은 그러지 않는다.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배포가 큰지 알아볼 수 있다.
"나도 그녀에 대해서 말하려면 길게 이야기 못하니까 당사자한테 물어봐라"
"당사자를 만나봐야 말이지"
"그러면 나 빼고 대신 대답해줄 수 있는 녀석한테 물어봐"
"루시안 쪽은 약간 교류가 있는데 언쟁하면 꽤나 골치 아......."
[그렇다면 나한테 물어보는건 어떤가?]
그 순간 술자리가 굳었다.
나도, 히비키도, 백리도, 심지어 로드인 최길현조차 마시던 술잔을 붙잡고 그대로 얼음이 된듯 굳어서 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았다.
쩌적, 하고 차원이 갈라지면서 한 남자가 걸어나온다.
회색의 머리칼, 조각한것 같은 인세를 초월한 미남. 그 외에는 큰 특징 없는 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
"댁은 여기 왜 왔어?"
"페이트의 전언을 전하러 왔지. 그녀는 자기 영역을 벗어나기 힘드니까. 혹시 내가 술자리를 망쳤나?"
"보고도 모르나봐? 아주 그냥 판이 박살내버렸는데?"
우스갯소리로 나는 내가 사천왕 중 최약체라 한다. 그래, 그것은 사실이니까 당연하다.
그렇다면 사천왕 중에 최강 또한 있는 법. 운명의 절대자 파벌 아래에서 수많은 초월자들이 우리를 주시하는 것은 그가 있기 때문이다.
시작과 기원의 절대자.
제네시스 더 제네시스.
한바탕 좋았던 술자리를 망치는 최악이자 최강의 불청객이 찾아왔다.
[작품후기]* 작중 내용에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천왕 중 주인공이 최약체라면 사천왕 최강인 사람도 있어야죠.
별건 아니고 떡밥 뿌리려고 나옴.
일단 약속했던 연참을 드리고......어, 생각해보니 이번달 20일인가 21일인가 또 성실 연재가 뜨겠네요.
언제 뜰진 모르니까 성실연재 뜨면 연참한다고 미리 약속 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