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469화 (469/507)

.....근데 뭔놈의 투표 종이가 그렇게 길지? 나라에 도둑놈이 많다는걸 암시하는 것인가?469회

[초월자한테도 치정 문제는 중대사다]일 끝내고 돌아온 나를 마중나온 시온이 가까히 달라붙으며 인사를 건냈다.

"다녀오셨습니까"

"일 끝내고 다녀오긴 했는데 너무 시작부터 달라붙는거 아니야?"

아나를 비서로 들이고 친하게 지내니 시온이 질투를 하는지 요즘 자주 이런다.

여자의 질투를 모르는건 아니지만 시온이 이러는걸 보니까 왜 이렇게 귀엽니. 생각보다 먼저 몸이 움직여 시온을 품에 끌어안았다.

"수, 숨막힙니다......."

"아, 미안. 커진건 생각 못했네"

적당히 끌어안았다고 생각했는데 사이즈가 좀 더 커진것 때문인지 시온이 가슴에 파묻혔다가 항복의사를 표시했다.

음, 그런데 방금 생각난게 있는데. 가슴으로 질식사하면 복상사에 들어가는걸까? 애매하네......

".......우유 냄새가 많이 납니다"

"그 정도로 많이 나?"

시온이 모유 플레이를 원해서 일부러 식단까지 조절해가며 체질을 개선했다.

성교육 시간에 이런 것까지 알려주지 않을텐데, 사실 모유는 피에서 가슴의 유선에 의해 걸러져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피를 맑게 하는 미역국을 산후에 먹는거지.

그래서 한동안 과일이나 미역, 혹은 가물치 등등의 피를 맑게 해준다는 것들을 많이 먹었다. 아마 지금 내 몸이 제일 건강하지 않을까.

.......한동안 고기를 못먹긴 했지만 뭐, 시온이 좋다는 얼굴 보면 참을 수 있는 부분이다.

"오늘도 땀냄새가 좀 나는거 보면 남자인 모양인가봐?"

"당신이 여자니까 기왕이면 이쪽으로 하는 편이 낫지 않습니까?"

"불편하진 않고?"

"당신 생각하면 시도때도 없이 서는 것만 빼면 괜찮습니다"

"되게 불편하다는 소리네"

개인적으로 남자와 여자의 몸을 모두 겪으면서 두 차이점을 안다는 것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나는 남자도, 여자도 이해 해줄 수 없는 선상에 있게 되었거든. 둘 다 이해할 수 있지만 둘 다 이해 못받는다고 할까. 완전히 남자 쪽에 끼기에는 여자의 마음을 잘 알고, 그렇다고 여자쪽에 끼기에는 남자의 마음에 가깝고. 뭐 그렇지.

슬슬 무드나 잡으면서 오늘은 찐득찐득하게 시온이 좋아하는 모유 플레이나 하려던 찰나, 타이밍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희소식이 들려왔다.

"아, 방금 들어온 소식인데. 당신이 데려온 티브 문명인이 의식을 차렸다고 합니다"

"모모가?"

생각해보면 모모는 아나보다 빠르게 의식을 잃었고 정신을 차린건 아나보다도 훨씬 뒤다. 화성을 정리 하느라 미처 신경쓰지 못했지만 몇달 동안은 의식불명 상태였던 것이다.

사실 그건 당연하긴 했다. 아나는 내부의 문제고 모모는 외부의 문제였으니까.

게다가 모모가 당한건 단순한 것이 아닌 절대자가 뿜어낸 여파였다. 내가 보호해줘서 목숨을 건진거지 아니였으면 다른 티브 문명인처럼 그대로 미치거나 죽었다.

하지만 그 데미지가 없는건 아닌지라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회복된건데......그래도 죽을 가능성이 있던 것에 비하면 깨어난게 어디냐.

"의식이 없는 동안 따로 유전자 치료를 통해서 어느 정도 수명을 늘려놨습니다. 의식을 차렸으니 본격적인 치료는 더 진행하면 됩니다"

"그런거 유전자 지도 없으면 힘들지 않아? 아무리 이쪽 기술이라도 너는 생명공학은 영 아니잖아"

"유토피아가 필요할거라면서 보내준 자료에 쓸만한게 있었습니다"

"아"

원래라면 시온한테 주려고 내가 따로 생명공학 기술 좀 가져다 주려고 했지만 상대가 절대자인걸 알고 여유가 없어진데다 EMP터진것 마냥 문명이 날아가서 얻을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유토피아가 뒷정리를 하면서 어떻게든 자료를 수집한 모양이다. 흠, 가끔 보면 이런데서는 쓸만하단 말이야.

"그 사람, 모모라고 했습니까? 아무튼 일단 수명은 30년 정도 늘었는데 이후에는 태생의 한계 때문에 유전자 치료가 아니라 이능력적 치료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생식 문제는......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가능합니다"

"나름 확답을 받을 수 있어서 좋네"

모모 같은 사바타의 수명은 약 50년. 알리언 박사랑 비슷한 나이라 친다면 모모 또한 40년 초반에서 중반 정도의 수명을 살아왔다. 사실상 노년이나 다름없다는 뜻이다.

거기서 30년을 늘려서 80년을 만들면 나름 인간의 한평생 정도는 되지만 200년은 사는 티브 문명인의 수명에 비하면 한참 적다.

게다가 성 기능은 있어도 생식 기능은 없기에 임신도 못해서.......그런걸 치료할 수 있다면 당연하게 해줘야지.

"일단 잠깐 모모 좀 만나고 올께. 상황 설명은 해줘야 할것 같아서"

모모가 이곳에서 아는 얼굴이라고는 나 밖에 없을거다. 게다가 생각해보면 그녀는 유일하게 생존한 티브 문명인이다(엄밀히는 사바타지만). 원래 사람들의 원망은 대상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원망하기도 쉬워지는 법이다.

전쟁이 나서 누군가 자신이 살던 마을을 불태우면 그 군대가 속한 나라를 원망하는건 쉽지 않지만 불태운 한놈을 기억해 원망하는건 쉽다. 그녀 또한 멸망한 세계의 인간으로서 반쪽짜리나마 책임이 있다.

호라이즌 선내의 병실로 찾아가 모모를 병문안 갔다.

참고로 이번에 병문안 선물은 전형적인 과일이다 원래 당분은 힘이 나는데 좋고 그렇다고 설탕 팍팍 들어간 과자를 환자에게 먹일 수는 없으니 섭취가 편한 과일을 선물하는 것이다.

약간 초췌해졌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의식을 차려 창 바깥의 화성 도시의 정경을 보고 있는 모모가 있었다.

"아.....워스트 사도님"

"거 아직도 그런 호칭으로 부르냐. 이미 다 들통 났는데. 근데 용케도 날 기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이 티브님의 검을 막는 사도님의 모습이였으니까요"

"사도님은 빼. 그냥.....뭐, 워스트라 부르던가"

"예, 알겠습니다"

모모는 한결같은 모습이였다. 자신의 문명이 멸망하고, 티브에게 배신 당한 현실에서도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모를 정도로 덤덤했다.

아니, 그건 그녀가 내심 자포자기 했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티브 문명 같은 곳에서 노예보다 못한 것으로 태어나 연인마저 잃었던 여자가 할 수 있는건 그것 밖에 없으니까.

포기하고 포기하고 포기해서,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어 한결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워스트님, 혹시 여기가 기기가 있던......."

"정확하게 말하면 지구 문명은 사도 중 한명인 가르-레칼에 의해서 멸망했어"

"아......"

"여기는 거기서 살아남을 사람들이 이주한 다른 별이지. 아직 한창 안정화 작업 중이야"

"그렇군요"

모모는 빠르게 순응했다.

생각해보면 알리언 박사의 시신을 남겨놓기라도 했을껄 그랬다. 설마 누가 그놈 연인을 만날거라고 생각했겠냐, 설마 있어도 그 많은 사람 중에서 처음 만나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지.

그의 시신은 한창 화성이 테라포밍할 시기에 내버려 두어서 지금쯤 풍화 되거나 썩어 문드러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시신을 버린 곳은 있어도 그곳은 개발이 끝난지 오래다.

"현재 유일하게 살아남은 티브 문명의 지성체는 너 하나 뿐이야. 티브 문명이 가진 모든 것들은 대마왕의 이름 아래에 파괴 되었으며, 너희들이 티브가 칭한 부정과 역리의 절대자에 의해 대다수가 미쳤지. 그나마도 문명 소각 작업이 진행될거고"

"예"

"일단 너는 내가 데려오긴 했지만 처우가 애매해. 어차피 살리려고 데려온거긴 한데 그렇다고 내버려 두기에는 혼자 살아남은 책임이 크니까"

유일한 티브 문명인이란 이름에 달려있는 수식어는 꽤나 무겁다. 작게는 현 화성 인류에 지고 있는 책임에서 시작해서 작게는 알리언 박사의 일, 혹은 그녀가 티브 문명에서 차원 침략을 위해 연구를 했던 것까지.

참고로 알리언 박사는 과거의 칭송받던 과학자로서의 일과 다르게 정보가 말소 되어 있다. 남은 것은 그가 인체실험을 저질렀다는 사실 뿐.

증거? 씨발, 예진이 부터가 그 증거인데 무슨 증거? 잊은 모양인데 예진이는 알리언 박사가 조직한 아틀라스 비밀 연구소에 갇혀 있던 애다.

"막 일어난 상황에 묻는건 좀 아니다 싶지만, 뭔가 하고 싶은거라도 있어?"

"........"

내가 살리려고 데려온 이상 책임은 지겠지만 그렇다고 놀고 먹게 둘 수는 없다. 하다못해 약간의 책임이라도 저야지.

그녀는 조용히 생각하다 이내 작게 말했다.

"이곳 사회에 공헌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좋은 선택이네"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고 해야만 하는 일이니까요"

그녀는 나름 지식인이다. 발전한 문명에서 온 만큼 알고 있는 기반 지식이 다르며 공장에서 태어나 그 지식을 입력 했기 때문에 오히려 평범한 인간보다 똑똑하고 우수하다.

저만한 인재는 써먹어야 좋은 법이지. 흠......약간 신경이 쓰이는게 있다면 그녀가 티브 문명 출신이라 윤리관이나 그런게 제대로 돌아갈지 의문이다.

뭐, 그거야 한번 일 시켜보고 아니면 딴데 쓰고 하면 되고.

"화성에 온걸 정식으로 환영해"

그것으로 나는 그녀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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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에는 아직 남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도 끝물이 되어간다.

하루에도 수천, 수만명씩 들어오던 이주민들은 슬슬 그 숫자가 줄어들었고, 어느새 마지막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따로 생체스캔을 통해서 지구를 검사하여 인간을 찾았지만 더 이상 살아 있는 인간은 없었다. 마지막 이주민 7만 5천여명이 마지막 이주민이다.

그리고 그 마지막 이주민을 통해 이주가 끝날 때까지 지구에 남아 있겠다 했던 장모님 또한 화성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간만이네요. 잘 지내셨나요?"

"그럭저럭이죠 뭐. 아무튼 일이 끝나서 시온이 좋아하겠네요"

현재 화성 인구는 약 20억 정도 된다. 물론 내가 본 서류가 좀 되서 더 많을 수도 있지만 큰 차이는 없을거다.

70억 가까히 되었던 인류가 그 반토막도 훨씬 못되게 줄어들었다. 그것만으로 문명을 이어갈 수는 있지만 그래도 잃은 사람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인간은 강하다. 약함을 인정하긴 하지만 그래도 인간은 슬픔을 딛고 일어나 다시금 찬란만 문명을 이어갈 것이다.

그것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다.

"당신이 남성이 아니라 여자가 되어 돌아온 것을 보면 꽤나 많은 일이 있었나 보네요. 지구에서도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니까 남다른게......"

"장모님, 왜 눈이 아니라 가슴을 보고 이야기 하십니까"

"원래 물리법칙상 질량이 큰 물체에는 인력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보통은 그것을 중력이라 부르니 필연이겠죠"

"이과적인 농담을 건낼 정도면 장모님도 나름 잘 지내신 모양이네요"

약간 피로한 기색이 엿보이기는 하지만 이주 과정을 총괄해온 것에 피하면 오히려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나름 관리자의 단말이니 살인적인 행정 문제도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일테니까. 만약 장모님이 없었다면 이주 관련 문제가 3할은 더디게 흘렀을 것이다.

"개인적인 호기심인데. 만약 그렇게 되면 아이는 당신이 낳는건가요, 아니면 그 아이가?"

"시온은 씨없는 수박인데요"

"........."

"아니! 하논은 원래 일반적인 생식 능력이 없잖아요?! 당연한거지!"

여자일 때도 그냥 콘돔 없이 안에다 사정한 이유는 그녀가 임신을 하지 못해서다. 정확히 말하면 하논은 일반적인 임신이 불가능하다.

내가 알기로 하논의 번식 방법은 두명의 하논이 서로의 진체를 이루는 에테르를 일부 떼어내어 융합, 그리고 거기서 영혼이 깃들어 새로운 하논이 탄생하게 된다.

에테르가 정자와 난자 역할을 하면 된다고 보면 되는데, 내가 인간이라고 딱히 아이를 가질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였다.

아무튼 덕분에 언제나 질내사정해서 기분은 좋다. 하는 쪽이던 당하는 쪽이던 말이지.

"아, 그런거 하니까 생각난게 있는데. 시온의 아버지는 이름이 뭐예요?"

"그이 말인가요?"

"네,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유토피아, 시온, 그리고 장모님의 하논적 이름인 엘리시온. 셋 다 낙원이나 천국, 이상향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다만 애매한게 있다면 유토피아의 원래 이름은 유토 하논이다. 거기에 자신의 최초의 친구이자 마음이란 것을 주었던 인간의 이름을 덧붙여서 유토피아 레이하논이 된것이다.

유토란 이름의 낙원이나 이상향을 뜻하는 단어는 지구에 없으니 어느 세계에서 쓰이는 단어일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래서 추가적인 예시가 필요했다.

.......별건 아니고 나도 2세 생각은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시온이 조를 때마다 거절은 해도 내심 가질 생각 자체는 있다.

"그이의 이름은 파라이소였지요. 파라이소 하논"

"파라이소?"

너! 운빨 좆망겜 생각하면 못써!!!!

슬쩍 단말을 꺼내서 단어를 검색하니까 파라이소는 포르투갈 어로 낙원을 뜻하는 단어였다.

파라이소, 엘리시온, 그리고 시온.

확실한 것으로 예시를 들으니 3개나 맞춰진다. 하나는 우연, 두개는 필연, 세개가 되면 운명인 법. 그러니 나도 아이 이름을 짓는 것에 확신이 섰다.

"하논들은 우주의 끝이 도래하면 자기 자신의 육신, 에테르를 반응시켜 다시금 우주를 창생합니다. 저 또한 그랬으며 그것은 자기희생과 같은 고귀한 행동이기에 관리자직을 제안받죠"

"그건 들어서 알고 있는 이야기네요"

"예, 그리고 개인적인 억측이지만 저희들이 이름이 이러한 것은 만들어지는 세상이 낙원이기를 기대하는 창조의 절대자의 의지일지도 모르겠네요"

창조의 절대자.

전 최강의 절대자, 제 1차 전쟁의 영웅, 류씨네 집안 어르신, 마누라만 넷인 하렘 캐릭터.......아, 마지막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지금은 전쟁 후유증 때문에 휴식 중이지만 가끔은 바깥 마실도 나온다. 지금이야 골골대는 뒷방 노인네 신세지만 절대자인 만큼 무력은 개쩐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덕분에 애들 이름은 생각할 수 있겠네요"

"근시일 내에 손자를 볼 수 있기를 바랄게요"

"근시일은 좀......."

적어도 다음생을 기대해 주세요 장모님!!![작품후기]* 작중 내용에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화성 초기에는 나름 괜찮은 사람만 받았지만 이후에 여유가 생기면서 그냥 있는사람 다 받았습니다. 차별하면 이후에 문제가 생기게 되는게 당연하니까요.

썼던 부분 같은데 언급을 자주 하지 않아서 모르시는 분들이 있는것 같아 말하고 넘어갑니다.

이번 파트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아마 떡밥 좀 뿌리고 떡신 하나만 쓰고 다음 파트로 넘어갈거예요.

예전부터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여행하는 이야기는 한번쯤 써보고 싶었거든요.

그러다가 막 박살난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 오열한다던가......아, 이건 좀 옛날 소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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