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464화 (464/507)

......어? 생각해보니 시온은 되네?464회

[초월자한테도 치정 문제는 중대사다]미루고 미뤘지만, 결국 와야 할 일은 온다.

화성 문명이 안정화에 들어가고, 거기에 더해서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 아드리아나가 의식을 회복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왔다.

그래, 결국은 만나봐야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병문안 선물을 들고 그녀를 찾아갔다.

"어......."

"아, 왔나"

"오긴 왔는데......."

개인실의 병상에 앉아서 바깥의 경치를 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내 기억에 있던 것과 똑같았다.

환생을 하면 환경이 바뀌는건 당연하다. 그녀의 외모와 이름이 같아도 살아온 환경은 내가 겪은 그 환경이 아닐 것이다.

"몸은 괜찮아? 기억은?"

"몸은 문제 없다. 기억은......뭐, 어느쪽이 나인지는 아직 모르겠군"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네가 알고 있는 나와, 내가 알고 있는 나. 두가지가 구분이 가지 않아서 말이다"

"흠......그건 또 특이 케이스인데. 원래 전생 각성 자체가 드문 일이라서 한 행성에 세명쯤 그러는 것도 번개 10번쯤 연속으로 맞고 로또 복권 10연속으로 1등 당첨되는 수준이라"

전생 각성은 원래 그 자체가 드문 일이다. 차원 레벨로 뒤져도 겨우 논문 몇개 나오는 수준이니 일반적으로 그렇게 관측할만한 것이 아니였다.

전생에 초월자 아니였으면 각성하기도 어렵고, 용하연이랑 히비키의 경우를 생각해도 전생에 초월자도 아니였던 아드리아나가 전생의 기억을 되찾은건.......어, 내 김치찌개 덕분?

근데 그때에는 이 정도의 요리 실력을 가지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한거지? 운명의 절대자의 농간인가? 우리 부부 생활이 이렇게 활력을 불어넣어 주다니 참 고마워서 코로 설렁탕을 먹이고 싶은 기분이군, 그것도 깍두기 국물에 후추까지 팍팍 넣어서!!!

"너는 조금 달라졌군"

"어......조금은 아니지 않을까? 성별 자체가 달라졌는데"

"예전같았으면 애칭으로 불러줬을텐데"

"지금이라도 아나라고 불러줄까?"

아드리아나 파첼리. 그녀의 풀 네임이다. 거기에서 아드리아나의 끝에 두글자만 따서 그녀를 아나라고 애칭으로 불렸다.

러시아 쪽에서도 부르는 이름이기도 하지만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어원은 대충 둘 다 같은걸로 알고 있지만.

"기억은 어디까지 있어? 아니, 이건 의미 없는 질문이겠구나. 어디까지 같아?"

"페를로네 패밀리의 마약공장 사건 기억나나?"

"아, 거기? 설마 여기에도 있었어? 근데 여기에서 나도 없었을텐데 어떻게 탈출한거야?"

"포스 유저로 각성했지. 아마 거기서 분기가 갈라진것 같다만"

"어이쿠"

과거의 그녀와 현재의 그녀의 분기점은 그것이다.

예전에 내가 그녀를 만나게 된 것은 호위 의뢰로서 만난 것이 첫 만남이였다.

당시 젊은 나이에 여성의 몸으로 영향력 있는 마피아 조직의 보스가 된 그녀는 적대 조직의 위협에서 호위를 구할 필요성을 느꼈고 그걸 통해서 나를 고용했다.

너무 막나가는 설정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는데, 대충 존윅에 나오는것 마냥 국제적인 범죄조직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지 않고서야 내가 사람 죽이고도 청부업에 뛰어들만큼 환경이 갖추어지지 못했을테니까.

물론 막 청부업만 받는건 아니다. 때로는 사람을 죽이는게 아니라 지키는 의뢰도 받는다. 그래서 내가 그녀와 만난거고.

"예전에 나는 네 덕분에 거기서 탈출할 수 있었지"

"그때 개고생 했던거 생각나네. 그러다가 서로 눈 맞았잖아"

"데이트 신청하는데도 자꾸 거절했던 것도 기억 나나?"

"이탈리아 사람은 남자던 여자던 연애에 적극적이란걸 깨달았지"

당시의 나는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 부정과 역리의 절대자가 말했던 나의 자기혐오는 그 시절의 내가 극에 달해 있었기 때문에 누구와 사랑하고 결혼해 내 핏줄을 남긴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의 나는 한창 중2병이 심했을 시절이다. 아, 그건 지금도 그렇기는 하지만 말이야.

아니, 유치하다고 욕할지도 모르는데 솔직히 남자라면 나이가 몇살을 먹든 파이널 벤트 한번쯤 쏘고 싶지 않냐? 대충 그거 비슷하다.

아무튼 그녀를 거절하던 나는 조금의 연애를 한 후에, 그녀와 결혼했다.

"여기서는 나 없이 잘 살았나 보구만. 아니, 기억의 대부분이 같으니까 하나로 만들어지는데 큰 반발감이 없었나?"

"그럴지도 모르겠군. 여기에 있는 나는 마피아 보스였던 나면서 포스 유저인 나이기도 하다. 둘 다 아니기도 하지만, 반대로 둘 다이기도 하고, 어느 쪽이 주도권을 잡았다고 말할 수 없는 상태다"

"이건 또 신기방기한 케이스인데. 아는 녀석한테 말해주면 책 하나 만들겠다고 설칠것 같군"

아마 이건 아나가 특이 케이스로 보인다. 어느 한쪽이 주도권을 가지지 못하고 온전히 하나의 개인이 되어버린 경우는 솔직히 내가 예상했던 그 결과 중에서는 아무것도 맞지 않는다.

아나거나, 아드리아나거나, 둘 중 하나였어야 하는데 둘 다 아니면서 둘 다 맞은......아, 뭐라 하기 힘드네 이거.

"........."

"흠,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서 그런가. 표정이 옛날이랑 달리 읽기 힘들군"

"바뀌기도 많이 바뀌었는데 읽는게 오히려 이상한거지. 그렇지 않아?"

"그래도 내가 기억하기로 그 표정은 어떻게 해야할지 확신이 서지 않을때 주로 하던 것 같은데"

"아니, 진짜 못읽는거 맞아?"

"대충 뭘 생각하는지는 짐작이 간다. 네 지금 아내......아니, 남편? 아내?"

"시온 말하는거지?"

"그래"

그녀에게도 문제는 많다.

내가 그녀를 받아들이냐에 문제가 있듯이, 그녀 또한 지금의 내가 너무 많이 변하고 시온조차 있기 때문에 섣부르게 다가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만약 둘 다 그저 환생하여 다시 만난 것이라면 새로 얻은 기회라 생각하며 그대로 국제결혼 직행이였겠지만......

"나는 변하지 않았는데, 너는 많이 변했군"

"그러게"

그녀와 나 사이에는 수천년의 시간차가 있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는데 수천년은 사람이 바뀌고도 충분히 남을 시간이다.

"그래도 예전에 보던 것보다 훨씬 나은것 같아서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래? 그게 그렇게 티나나?"

"얼굴도 밝아지고, 어께도 가벼워지고......가진 힘의 무게 만큼이나 깨달은 것도 많은 모양이지?"

"그렇지 뭐"

"좋은 여자도 만난것 같으니 솔직히 안심이다. 내가 없는 동안 너를 행복하게 해주고 능력도 있지 않나"

"너도 능력 있는데 뭘, 시온이 특출나서 그런거지"

"입에 바른말 못하는건 여전하군"

그렇게 어색한게 티났나?

아무튼 중요한 이야기는 그녀와의 치정 문제다. 받아들이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녀가 그것을 바라는가가 문제였다.

아나는 내가 아는 아나가 맞을지 모르지만 나는 아나가 아는 내가 아니다. 지금 와서 사귄다고 하더라도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없다.

.......무엇보다 좆이 없어.

아니?! 뜬금없는 말일지도 모르는데 원래 부부 생활에 성 관계는 무척 중요한거라고!!!! 막 이혼하는 부부 중에서 성 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이혼하는 부부들이 많은거 못봤어? 만약 그 문제 나오지 않으면 사랑과 전쟁 시리즈는 애초에 나오지도 않겠다!!!!

"나는 네가 아는 최악이 아니야. 성별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경험이나 기억도 다르지. 이제와서 사귄다고 하더라도 많은 차이가 나서 싫거나 불만이 생기는 경우도 있을거야"

"그럴지도 모르지"

"시원하게 인정하는건 내가 아는 아나가 맞구만"

"나 또한 지금의 네 반려가 아는 수천년의 시간을 지금 당장 받아들일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내가 아는 너와 많은 것이 다르겠지"

시온은 내 환생 초창기부터 같이 지내온 조강지처나 다름없지만 딱 한가지, 내 환생 1회차의 시절 만큼은 시온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아나는 내 수천년의 인생은 모르지만 시온조차 모르는 1화차 시절의 파릇파릇한 나를 알고 있었다.

시온이 그녀를 경계하는 만큼, 그녀 또한 시온을 경계하는 것이다.

마치 사혼의 구슬 조각 한조각 빼고 다 모은 나락이랑, 마지막 한조각을 가지고 있는 이누야샤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아, 이거 비유 괜찮은데?

차이가 있다면 서로가 가지고 있는 것은 빼앗거나 거래를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할까. 서로의 기억과 추억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니 말이다.

"그러니까 이전처럼 친구로서 다시 시작해 보겠다"

".......뭐?"

"그때처럼 말이다. 천천히 알아가면서 대쉬를 해보지. 그것까지 거절하지는 않겠지?"

"어, 음......그러진 않을건데. 지금 몸은 여자인데 괜찮아?"

"그런쪽 취미를 키워보도록 하지"

이탈리아 사람은 남자던 여자던 연애에 적극적이라 했던 소리가 과언이 아니였다. 행동력이랑 발상이 남달라.

"아, 그리고 한가지 개인적이 부탁이 있는데"

"뭔데?"

"........가슴 한번 만져봐도 되겠나?"

내 지인 중에서 남자인 녀석들은 대놓고 말하지 않고 여자인 사람들은 동성이라고 만지고 싶다 말하는 편인데 그렇다고 이 상황에 그렇게 말할줄이야.

내 가슴의 매력이 얼마나 쩌는건지 모르겠다. 내 가슴이라서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잖아. 내가 못보는건 내 가슴 아래면 충분하다고.

........아무튼 결국 만지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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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에게 이야기를 해주니까 나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다짜고짜 떼어내는 것보단 뒷맛이 좋습니다"

"괜찮겠어? 그러다가 또 결혼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거야 익숙하니까 괜찮습니다"

"어, 음......."

나는 종종 다른 사람이랑 결혼할 때가 있다. 아니, 그렇다고 시온의 순위가 밀리는건 아니고.

시온은 언제나 내 마음 속에서 0순위다. 내 목숨보다도 순위가 위라서 시온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가끔 가다가 이런 나 같은 인성파탄 살인귀도 좋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처음에는 거절하면 떨어지는 사람도 있지만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지만 그것은 인간의 일생 또한 마찬가지다. 내 환생에도 끝이 있는 것처럼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는 감정도 평생 갈 때도 있다.

나야 다음생이 있겠지만 상대방에게는 유일한 것이라......뭐, 그래서 결혼하는 것이다.

"아무튼 이번 일도 일단락 되었으니 지분 나누기 전에 시간 내서 여행이나 한번 갑시다"

"여행? 나 여기 돌아온지 얼마 안됐는데?"

"나중에 가면 분명히 그 여자도 데리고 갈거 아닙니까?"

"지금 질투하는거지, 그치?"

"몰라서 묻습니까?"

하지만 뭐, 생각해보면 시온이랑 갔던 여행도 트러블이 생겨서 제대로 즐기지 못할 때가 대부분이였다. 특히나 중국 여행 같은 경우에는 좋은 추억이 없어서.

시온이랑 둘이서 여행 떠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생각했다.

그렇지만 화성에서는 무리다. 아무리 안정화 되고 있어도 여기서 대놓고 돌아다니는건 못한다. 안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문제로.

시온은 몰라도 나는 악명이 장난 아니라서 말이지. 사람 죽인걸로 치면 히틀러보다 더하니까. 아니, 히틀러는 적어도 한 조직의 머리였지만 나는 내 손으로 죽였잖아. 어떻게 보면 더 질이 나쁘다.

"여행 갈 곳은 따로 알아봤습니다"

"어디? 여기 차원은 아니지?"

휴향지라면 널려 있다. 솔직히 멀리 갈 필요도 없이 호라이즌 선내의 대부분의 시설은 죄다 그쪽 용도라서 다른데 갈 필요 없이 그것만 이용해도 된다.

그런데 시온이 그걸 모를리 없으니 적어도 이쪽 차원은 아니다. 외진 차원이란 소리는 그만큼 개발이나 교류도 덜 되어 있다는 뜻이고 아무리 시온이라도 우주 하나의 지도를 파악하는데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아마 이 우주의 지도는 우리 은하 외에 대부분이 공백일게 분명했다. 그런데 여행 갈만한 곳을 찾기는 어렵겠지.

"루리 학생을 통해서 따로 좌표를 얻어 놨습니다"

"루리? 어.....그럼 거기 다른 루리 단말도 있는건가?"

"그럴겁니다. 그리고 거기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라 당신도 좋아할겁니다"

"우와!"

와! 포스트 아포칼립스!!!

예전에도 자주 말한거지만 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같은 한번 망한 세계를 좋아한다. 심판 후에 조금 밖에 남지 않은 문명을 보면서 거니는건 나름의 풍취 있는 일이니까.

악취미라 생각할지 몰라도 거기서 생기는 귀한 것들이 있는 법이다.

"멸망 원인은? 좀비? 핵? 기계의 반란? 외계인? 전염병? 기술 수준은? 생존자 수는?"

"누가 좋아하는거 아니랄까봐 하나하나 따지고 있습니까. 뭐......자세한건 듣지 못했지만 멸망한지 좀 지난 곳이라고 하긴 합니다"

"전 문명 기술력은 남아 있고?"

"꽤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그럼 됐어"

완전히 멸망해서 전 문명의 영향 없이 새로운 문명을 쌓아가면 그건 다른 문명이지만, 시간이 좀 지났어도 전 문명의 기술 및 기타 여파가 남아 있다면 포스트 아포칼립스로 칠 수 있다.

이쪽 분야 전문가인 내가 장담하니까 걱정말라고!!!

"필요한것 좀 생각해봐야겠다"

아, 갑자기 여행 마렵네.

[작품후기]* 작중 내용에 대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대놓고 캣 파이트를 하지는 않을겁니다. 암중모략 같은거면 몰라도. 직접 싸우면 시온이 이기죠.

금발 빈유 안대녀랑 폭유 미녀랑 레즈 보빔 섹스라.....흐음, 일단 고려는 해봐야겠습니다.

이거 다음 파트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여행기입니다. 괜히 하는건 아니고 떡밥좀 뿌리려고요.

주인공은 작중에도 나오지만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어떤 문명이라도 대마왕인 입장에서 심판 생각하고 봐야 하는데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이미 망한 세상이라 그거 생각할 필요가 없거든요.

유일하게 직업병 안생기는데가 포스트 아포칼립스임. 남들한테는 시궁창인데 대마왕한테는 좋은 곳이라니 아이러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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