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은 외계인이거든요! 문제 없음!462회
[초월자한테도 치정 문제는 중대사다]한동안 요양중이던 백리는 화성 문명이 안정화 되는 동안 외출 한번 하지도 못했다.
안정을 취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하지 못하는 것이다. 바깥으로 나가서 사람을 만날 수도 없는 위치였으니까.
비록 그들도 백리를 해하지 못하지만 반대로 백리도 그들을 해하지 못한다. 아는 사람이라고 그런것까지 봐줬다가는 여론의 반감을 살 확률이 높으니까 말이다.
"꽤 고민이 많나봐?"
"어......네"
"어쩔 수 없어. 한게 있으면 당연한 일이지. 그래도 나름 심적으로 고생한다는게 차라리 나은거야"
"왜요?"
"하지 못하거나, 안하거나. 어느 쪽이 되던 그건 영 좋지 않은거니까"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거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거나.
최길현이 백리에게 말하는 것은 그것이다. 백리가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고 괴로워 하는 것이 그가 살아 있고 인간이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너랑 비슷한 사람 여러명 만나본적이 있는데, 그들이 생각하는건 결과가 꼭 똑같더라고. 혹시 너도 그래?"
"......자살이요?"
"응, 너도 그랬나보네"
최길현이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인류는 화성으로 이주하여 그 이주 작업도 막바지에 이르렀으며 남은건 안정화만 남은 상태다.
백리가 해야할 일은 다 했다. 적어도 적성종과 싸우고 지키는 일은 끝났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죽어나간 사람들에게 치뤄야 할 잔금은 똑같이 목숨으로 치를 수 밖에. 물론 겨우 백리 하나의 목숨으로 그 나머지 잔금을 치를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도망치려고?"
"도망....이라뇨?"
"죽는건 그냥 도망치는거야. 네가 저지른 죄 앞에서 어떻게 할 수 없어서 죽음으로 회피하는거지"
직설적이지만 둘러서 비유하는 것보다 낫다. 지금의 백리에게 필요한 것은 방향성이다.
자기가 저지른 죄에 빠져서 그는 어디로 갈지 길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렇다면 거기에 그가 가야할 곳을 정해줘야 일어나 나아갈 수 있는 법이다.
"사람들을 지켜야 하는건 당연한 일이야. 그렇다면 남은 죄값은 그 이후에 갚아야 하지"
"하지만 어떻게요? 사람이 죽었는데.....저 때문에 죽어나갔는데......그 죄를 어떻게 값죠?"
"음......"
최길현도 그것은 쉽사리 확답을 내지 못했다.
생명이란 소중한 것이다. 그걸 알기에 스스로도 사람들을 구하는 대영웅이 되었지만 지금도 속죄란 것이 과연 옳바른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다.
생명의 대가는 생명으로만 갚을 수 있는가?
속죄란 것 자체가 살아남은 자가 행하는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는건 아닌가?
매번 그렇게 생각하고, 최길현은 매번 같은 대답을 내어놓았다.
"그래도 안하는 것보단 낫잖아?"
"그......."
"네가 지은 죄를 갚고 싶다면. 이후에 따로 지구 정화 작업을 할 때 지구로 가"
현재 지구는 라프 에너지에 의해서 오염된 상태다. 썩어도 준치, 마이너카피에 다운그레이드한 이능력이라도 부정과 역리의 절대자의 편린이 담겨 있기 때문에 쉽사리 정화할 수 없었다.
못해도 수십년, 평범한 인간의 한평생이 걸릴만한 시간과 자원이 들어간다.
"나는 꽤 바빠서 말이야. 아마 여기에 있을 수 있는 시간도 그리 오래는 아니거든. 기껏해야 몇년, 그나마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경우지"
"무슨 일을 하시는데요?"
"너 도와준거랑 비슷한 일"
대영웅(범차원적 참견쟁이)은 멸망하거나 멸망으로 치닿는 문명이나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수많은 차원을 돌아다닌다.
개중에 백리가 겪은 일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못한 일은 없었다. 애초에 지구에서 벗어나지 못한 수준의 문명과 수십억에 불과한 인구수는 차원 레벨로 보면 별거 아니다.
"엄청......엄청 많은 사람들을 구하고 다니셨겠네요"
"구한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아. 중요한건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지"
최길현이 약간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로드에 이른 초월자이며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여도 전부를 구하지 못한다. 물론 언제나 최선을 다하며 모두를 구하기 위해 애쓰지만 그것은 이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무한한 수명이랑 언제나 발전하는 자신만 있다면 아무리 불가능해 보이는 이상이라도 도달할 수 있는 법이야. 그래서 나는 포기하지 않는거고"
인간은 부서질지언정 패배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기에 최길현은 설령 죽는 한이 있어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가 대영웅이라 불리는 것이고.
"네가 할 일은 우선 몸부터 나은 뒤에 지구로 내려가서 그곳의 정화 작업을 진행하는거야. 네 수명은 나름 초월자에 들어서 꽤 길테니까 100년쯤 일해도 괜찮을거고"
"어.....그래도 100년이면 짧은 시간은 아닌데요"
"알아, 그러니까 자숙의 기간이란거야"
어차피 백리에게 있어서 이 화성 문명은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살고 싶다면 어디 틀어박혀서 남에게 얼굴도 비치지 않고 조용히 살아야 한다.
그렇게 사느니 차라리 화성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사는 편이 그에게는 더 나을 것이다.
"그 정도 시간이 지나고, 그동안 지구를 정화하는데 노력했다면 어느 정도 참작은 되겠지"
"하지만 그래도 저한테 원한을 가진 사람들이......"
"없진 않을거야. 아니, 분명 있겠지"
백리가 저지른 죄가 있는 이상 그것은 이 문명 사람들이 죽어 역사가 된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남는다.
수백년이 지난 뒤에도 과거의 사람을 욕하는 일이 당연한데 백리야 오죽할까. 오히려 100년은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적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단 나을거야"
"........."
"뭐, 그때 가서도 뭐라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때는 내가 네 편을 들어줄께. 그러니까 걱정마"
아직은, 아직은 좀 더 살아야 했다.
백리는 자신이 저지른 죄가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닫고 더 살아가며 그것을 원래대로 되돌리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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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이 할 일을 비롯한 여러가지 일을 하느라 좀 바쁘다. 최길현의 태클이 없는건 아니였으나......놈의 태클은 어디까지나 이 사회의 법률에 한정되기에 그걸 넘어선 것이라면 딱히 간섭하지 않는다.
살인한 놈을 그에 합당한 처벌 한다고 뭐라 하는 놈이 아닌 것이다.
덕분에 나름 괜찮게 그에 합당한 처벌을 보여준 우리 문명은 사람들의 통제를 얻었다.
아, 이게 티브 문명이랑 다를게 뭐가 있냐고?
적어도 자유가 있다. 아래에서 뭐든 할 수 있는 자유가. 우리가 뭐 하기 전에 미수일 때 잡아 처넣는 수준의 감시 체계를 활성화한 것도 아니고 저지르면 처벌하는데 그거 가지고 지랄하는 놈들은 양심없는거다.
우리 기술력으로는 마음만 먹으면 마이너리티 리포트 마냥 하기 전에도 미수로 처넣고 한것마냥 처벌할 수 있는데 그러지 않는다. 리소스 낭비가 아니라 그저 인간의 행동을 존중하는 것이다.
여기서 더 바라면 양심이 없는거지.....그러는 놈은 내가 조진다 씨발.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래저래 복잡하긴 한데......아, 별일 없었지?"
"딱히 큰일은 없었습니다"
"아드리아나가 정신을 차린다거나 그런 일은 없었고"
"만약 그랬다면 진작에 알려드렸을겁니다"
현재 내가 신경쓰는 사람은 두명이다. 내 전처......라고 하기에는 좀 뭐할지 모르지만 아드리아나 파첼리와 티브 문명의 유일한 생존자인 모모다.
둘 다 전에 있었던 일이 충격적인지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아드리아나는 기억의 회복 문제 때문에 그런거라 쳐도 모모는......자신의 믿음을 배신당하고 워낙 충격적인 일을 많이 받은데다 육체적인 타격까지 있으니 뭐.
솔직히 금방 회복되는걸 바라는게 무리인 일이다. 냅두고 깨어나길 기다려야지, 물론 너무 시간이 지나면 신경은 써야겠지만.
".........신경쓰이십니까?"
"왜 갑자기 그래? 내가 너 버리는 일은 없을거라니까"
"그래도 신경쓰이는건 맞지 않습니까?"
"그렇긴 한데......"
상대는 전처였다. 그것도 이혼이나 그런걸로 헤어진 것이 아니라 백년해로 하다가 헤어진, 그런 여자였다.
솔직히 나도 그때는 그냥 죽는줄 알았다. 환생 1회차일 때는 그저 환생자가 아니라 일개 개인에 지나지 않았었으니까. 그때는 초월자는 커녕 이능력 하나 가지고 있지 않았다.
"결국, 승리하는건 저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이제 보니까 독점욕이 많네. 여태까지 어떻게 살았어?"
"시간이 지나면 당신 옆에 있는건 분명 저일겁니다. 하지만 그건 정면승부를 피하고 시간만 끌어서 이기는 치사한 짓이지 않습니까?"
시온은 하논으로서 수명이 없다. 그러니 마음만 먹으며 필멸자와 싸울 때 시간만 끌어도 이기기 때문에 치정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설령 전처라 하더라도 시온이 마음만 먹으면 한발 물러났다가 그녀가 죽은 뒤에 다시 나서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건 내가 봐도, 그리고 시온이 봐도 치사한 방법이다.
"첫사랑은 치사합니다. 저는 모르는데 남은 추억으로 평생 기억하니까 말입니다"
"아니, 그래도......"
"당신이 첫사랑을 잊어버렸다면 모르겠습니다만, 기억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말도 안하는게 좋을겁니다"
"크흠"
솔직히 첫사랑은 오래간다. 개인차에 따라서 평생 가는 사람도 있고, 그냥 오래 가는 수준인 사람도 있지만 공통점은 쉽게 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드리아나 또한 마찬가지다. 수천년의 시간, 나는 잊을 수 있었는데도 그녀를 잊지 못했다. 설령 지금 그녀와 떨어진다 하더라도 분명히 앞으로도 잊을 수 없겠지.
"앞으로 당신이랑 얼마나 많은 시간을 지내더라도, 추억을 이기는 일은 불가능할겁니다. 그러니까 저는 무섭습니다"
"음......그렇긴 하겠네, 생각해보면 너는 첫사랑 같은거 없어?"
"당신이 첫사랑입니다"
"어이쿠"
대충 짐작은 하던 부분인데 직접 이야기를 들으니까 남다른 느낌이......아무튼.
"저는 대부분의 모든 무기로 싸울 수 있는데 상대는 저에게 없는 유일한 무기로 싸울 수 있다는게 치사합니다. 저는 치사한 방법을 쓰기 싫은데 상대는 그 치사한 방법을 쓰고.....그래서 싫습니다"
"걱정이 많았구나"
이런저런 문제가 많다.
시온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나 또한 잘못이 있었다. 여태까지 있었던 치정 관련 문제보다 이번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사실 이 문제는 시온과 아드리아나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는 하지만 내 책임이 없는건 아니다. 결국에는 내가 문제니까 당연한 것이다.
의심하고 두려워 하는 것은 당연한 본능이다. 그건 시온또한 마찬가지, 그렇지 않았다면 애초에 나랑 결혼했을리가 없다.
"잠깐 일로 와봐"
"......."
나는 시온을 내 무릎 위로 부르고 앉혔다. 땀을 흘렸는지 약간의 땀 냄새가 나는 체취가 느껴진다.
"네가 그렇게 걱정하는 것도 당연해. 내가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설령 그런다 하더라도......이미 나는 길을 벗어나서 돌아올 곳이 한정되어 있어"
"억지로 그러는거 아닙니까?"
"내가 내키지 않는 일을 할것 같아? 특히나 이런 문제에서?"
"저는 차선책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내 최선책은 언제나 너야. 예전이였다면 모를까, 지금의 차선책은......그녀겠지"
어쩔 수 없다. 1회차의 나라면 몰라도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와 다른 사람이다. 그러니 생각조차 다를 수 밖에 없다.
아드리아나가 이해해주면 좋겠지만 아직 그녀는 의식이 없어서 확인할 수 없다. 최악의 결과도 생각해야 나중에 힘들거나 고통스럽지 않다.
"음, 뭐, 나름 합격점입니다"
"나름?"
"이런저런 유우부단한 말을 했다면 화냈을겁니다"
"그렇게 보면 다행일지도 모르는데......괜찮아?"
"문제없습니다. 오히려 여기서 딱 잘라내는 것보다 깔끔하게 마무리 하는 것이 나중에 좋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나중에 또 만나도 안심이고 만나지 않더라도 뒷맛이 나쁘지 않고, 당신 생각하면 딱 좋은 선택입니다"
"......역시 너랑 결혼하길 정말 잘 했다니까"
"짱 귀여운 남편을 뒀으니 언제나 감사하십시오, 휴먼!"
"남편? 어쩐지 너 지금 골격이......"
약간 땀냄새에서 눈치 깠지만 지금 시온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인 상태다.
나야 뭐 남자던 여자던 상관 없지만 지금의 시온은 딱히 장난으로 남자로 변한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내 몸이 여자니까.....대충 무슨 일인지 알만 하지.
"음 쇼타 섹스!!!!!"
"너무 노골적으로 그렇게 대하는거 아닙니까?"
"무드도 좀 만들었겠다 다음은 본론으로 들어가.......어?"
나는 다짜고짜 시온의 바지를 내렸다. 살짝 뭉게진 분위기야 열정적으로 해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덜렁!!
........왜 쇼타 주제에 다리 사이에 팔뚝만한게 달려있지?
[작품후기]??? : 오네쇼타물에서 거근 쇼타에게 역관광 당하는게 싫다.
아, 좀 꺼져요 2대님.
아무튼 다음화는 오네쇼타, 오네쇼타 입니다. 내리실 문은 없습니다.
수유 대딸 플레이 같은건 다음에 쓰기로 하고 이번에는 노멀하게 가죠. 거근 쇼타인 시점에서 노멀하고는 좀 먼것 같지만.
연참해서 떡씬은 오늘 중으로 올릴께요!
나도 오늘은 오네쇼타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