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460화 (460/507)

카나시미노~ 무코오에토~460회

[초월자한테도 치정 문제는 중대사다]부정과 역리의 절대자. 구원의 절대자 모드인 팬텀에게 설득(물리)당해서 물러났던 그녀가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한순간 분위기가 식다 못해 얼어버려서 나는 일단 애들이랑 시온을 따로 내보내고 그녀와 독대했다.

"딱히 적대하려고 온건 아니야. 그저 너랑은 한번 만나보고 싶어서 온거라 신경쓰지 않았으면 해"

"어라? 한국어 할줄 아는거 보면 여기 바로 온건 아닌 모양이지?"

"잠깐 지구에 들렀다가 왔어. 이런저런 이야기도 듣고, 나를 신으로 떠받들던 녀석들이 무엇을 했는지도 보고 왔지"

"그래서 기분이 어때?"

"별 감흥 없는데"

애초에 죄책감 같은걸 바라진 않았다. 절대자에게 있어서 인간의 싸움과 죽음은 결국 이 세상의 일부일 뿐이고, 죽어봤자 다시 환생을 반복할 따름이다.

절대자에게 있어 죄책감 같은 것은 그리 무거운 것이 아니다. 생명 자체를 중요시 여기는 절대자도 몇 없을텐데 설령 직접 자기 손으로 문명 하나를 끝장냈더라도 작은 무게감도 느끼지 못할거다.

"간접적이나마 자기 탓인데 죄책감 같은게 조금도 없어?"

"어차피 살고 죽는건 당연한 것인데 내가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

"하다못해 지구를 원래대로 되돌려 주는건?"

"그건 내가 할 일이 아니야"

절대자의 힘은 쓰기에 따라서 전능하다. 절대자 중에 아무나 마음만 먹는다면 환경이 씹창난 지금의 지구 정도는 단숨에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잠깐 시간 지나면 회복 될 문제인데 내가 왜?"

"거 인성 참"

"칭찬은 고마워"

대놓고 욕 좀 박아주고 싶은데 노골적으로 그러면 뒤질까봐 무서워서 못하겠다.

저번에도 쪽도 못쓰고 당해서 새삼 격차를 실감하고 있는 판에 지금 뒤지면 그냥 개죽음에 불과하다. 내 영혼에 걸린 환생의 주박도 절대적인건 아니라서 상대가 절대자라면 강제로 찢어발기고 나를 죽일 수 있을거다.

아무리 초월자의 영혼은 경지가 높을수록 쉽사리 박살나지 않는다지만.....저번에 다섯 사도 놈들 영혼도 안남기고 죽은거 못봤냐.

"그래서 용무는?"

"널 보려고"

"어우, 전처도 그렇고 인기있는 사람은 힘드네"

"다른 사람들한테는 잘 모르지만 나는 마음에 드는걸"

".......아, 잠깐만. 정말로 볼일이 있다는게 그런 쪽이였어?"

"그럼?"

갑자기 뭔가 소름이 돋는다.

아니, 나도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다 양성애자니까 성별의 벽도 넘어설 수 있지만 그래도 상대가 절대자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절대자는 하나의 개념 같은 존재에 가깝고 마음만 먹으면 육체 바꾸는 것 쯤이야 간단하다. 그들이 육체를 가지고 세상을 여행하는건 그저 본인의 취미일 뿐. 일부 절대자들은 자신의 영역에 처박혀서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물론 절대자가 결혼하는 경우도 없는건 아니지만.......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는 팬텀 같은 녀석이 있다. 아버지가 창조의 절대자에 어머니는 평범한 인간이였으니까.

"너는 정말로 내 마음에 들어. 내 취향에 딱 맞는 그런 사람이야"

"임자 있으니까 건들지 마셔"

"싫어"

"야?!?! 어디가 마음에 든다는건데?! 나 같이 특이한 사람은 우리 마누라 같은 사람 아니고서야 커버 못쳐주는데!!! 내가 어디가 좋다고!!"

"자기혐오"

"..........."

의외의 부분에 내가 할말을 잃었다. 적성종에게서 익히 보던 혐오스러움을 끌어내는 녹색 눈동자는 나를 직시하며 내 내면을 꿰뚫어 본다.

절대자의 시야는 내가 초월자라도 한낱 인간의 마음쯤은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내 내면에 있는 감정 중 일부를 파악한 것이다.

"자기 혐오란 자기 부정이랑 같지. 너 정도의 자기혐오를 가지고 있는 자도 드물고, 개중에 초월자도 드물며 아직 살아 있는 자는 더더욱 드물어.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 자살을 택하거든"

"거 뭘 안다고 그렇게 지껄이시나?"

"봐봐, 민감한 부분 건드려서 반응하는거"

나도 내가 잘못됐다는 것을 잘 알고 그렇기에 나조차 나 자신이 마음에 안들 때가 있다. 아니, 표출하지 않을 뿐이지 항상 그렇다.

그러지 않았다면 내 죄를 심판 받기 위해 최길현이랑 싸울 일도 없었겠지. 오지랖 넓고 사람 좋은데다 성격도 괜찮은 녀석을 싫어할 사람은 없을테니까.

"네가 가로 막혀 있는 벽은 아마 거기에서 오는걸거야"

"........"

"자기혐오에서 오는 인간성의 고뇌.....응, 싫지 않아. 그것만 없었다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을지도 모르겠네"

"그건 아니야"

여태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그 자기혐오 때문에 고생도 했지만 거기서 오는 신념이나 자존심으로 뛰어넘을 수 있었던 위기도 있었다.

그 전부를 합쳐서 나는 나다. 자기혐오가 나 자신을 부정할 수는 있어도 내 인생 자체를 부정하지는 못한다.

".......응, 역시 마음에 들어.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성별이네"

"아니, 나는 댁 관심 없어!!!"

"남자가 됐을 때 나랑 애 하나만 같이 만들지 않을래?"

"무슨 눈사람도 아니고 그렇게 간단하게 만들자고 하는데?!"

절대자 중에 미남 미녀가 아닌 사람은 없다. 애초에 미라는 기준 자체가 그들에게서 왔을테니까 어지간해서 미적 감각은 그쪽을 기준으로 한다. 그래서 부정과 역리의 절대자 또한 미녀지만.......그런다고 쉽사리 넘어갔으면 벌써 후궁 하나 세웠겠다.

환생하는 동안 하렘 차린 적도 종종 있지만 그때도 마음이 맞고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랑 한거지 외모만 보고 뿅가서 사귀고 그러는 사람은 나는 제일 극혐한다.

"뭐, 그렇게 말한다면 됐어. 어차피 시간은 많이 있으니까"

"시간차 공격을 날릴거라는 생각을 하니까 어쩐지 등골이 오싹해지는군"

다행인 것은 그녀가 진득하게 붙어오지는 않을거란 점이다. 나는 환생자이고 그녀는 수명과 죽음이 없는 절대자니까. 앞으로 남은 시간은 참 많다.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면 되는거고. 적어도 지금 당장 그녀의 호감은 거절한걸로 마무리 지었다.

"이대로 가기에는 좀 그러니까 한가지 개인적인 충고를 해줄께"

"무슨 소리를 하려고 또 그러시나"

"너무 깊게 생각하지마. 인간성은 버리면 어떻고 가져가면 어때?"

"그게 쉬운게 아니거든?"

자주 하는 말이지만 나는 로드에서 한발자국을 앞두고 있다. 인간성을 버리고 로드가 되느냐, 아니면 인간으로서 로드가 되느냐. 양자택일의 선택 앞에서 고민하고 있을 뿐.

그레이가 했던 것처럼 이건 중요한 문제다. 자신의 평생의 기치로 삼을 의지를 정하는 일이고 잘못 정하면 그처럼 자신의 의지와 절대자로서의 위치가 상반되어 반쪽짜리가 된다.

대다수의 고등학생이 수능을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삼는 것처럼 이것도 비슷하다. 아니, 더 중요하다.

"나는 부정과 역리의 절대자지. 부정은 부정이고 부정의 부정은 긍정이지만 그렇다고 그 가운데에 있는 혼돈을 무시하지는 않아. 우리들은 서로 다른것 같지만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니까"

"혼돈?"

"때로는 중간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는거야"

"이게 중간을 선택할 수 있는 이야기냐"

남 이야기 하는건 쉽다. 당사자가 아닌 이상 자기 자신마냥 공감하는 것은 할 수 없는 일이니까. 게다가 인간의 마음은 이해 못하는 절대자라면 더더욱 그렇고.

그녀가 하는 말은 태어날 때부터 부자였던 금수저가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많이 벌면 그만이지 왜 가난하냐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

"중간을 선택한다는건 그 무엇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도 있고, 둘 다 선택한다는 법도 있지. 어때, 이걸로 선택지가 두개나 늘어났지?"

"그런 발상이라면......."

"어느 쪽이던 나는 싫지 않아. 네가 무엇을 선택하던지 나는 너를 지켜볼거야"

".......운명의 절대자 파벌에 들어오는건 비추천하는데. 워낙 사내 분위기가 뭐 같은 곳이라"

"그럴 생각은 없어. 페이트가 뭘 생각하는지는 예전에 교류가 있어서 나도 대충 눈치 챘거든"

"나도 짐작만 하는걸?"

운명의 절대자가 뭐 때문에 팬텀 같은 최강의 절대자까지 적대하면서 세력을 모으고 일을 꾸미는지는 나도 어림짐작만 하고 있다. 사실 터무니 없는 일이란걸 알면서도 거기에 협조해주고 있는거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녀의 의중을 모르지만......적어도 그녀 아래의 사천왕(내가 최약체지만)들은 마찬가지로 짐작하거나 확신하고 있다.

부정과 역리의 절대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앞으로 벌어질 일에서 네가 무엇을 선택할지, 기대하고 있을께"

그녀와의 대화는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

*

*

*

뜬금없는 출현으로 이런저런 충격을 주고 겨우 그녀가 돌아가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다른 추가적인 피해는 없어서 다행이다. 그냥 내 SAN치 체크 좀 하고 간게 끝이니까.

"이야기 끝났습니까?"

"아, 응. 갑자기 크툴루 나온 느낌이라서 나도 지금은 끝내고 쉬는 중이야"

"절대자가 난입하다니 저도 놀랐습니다"

"공포 영화 볼때나 놀라던 네가 놀랄 정도면 말 다한거지 뭐"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시온이 공포 영화를 보고 무서워 하는건 괴물이 나오는 크리쳐물이 아니라 유령이나 악령이 나오는 계열의 오컬트 부분이다.

하논은 유령에 약해.....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같은 차원종 중에 하나인 아레기쉬한테 약한거지만.

종족적인 부분인건지 귀신 나오는 영화를 보면 아주 귀여운 우리 마누라를 볼 수 있다. 다만 본인이 안보려고 해서 나도 그건 보기 드물다.

아무튼 시온이 놀라는 것은 그런 부분이 아니고서야 쉽사리 놀라지 않는다. 항상 무덤덤한 표정을 유지하는데 이번 일은 오죽했을까.

"그런데 무슨 이야기를 하셨습니까?"

"안들었어?"

"들키는게 무서워서 엿듣지는 못했습니다"

"그럼 다행이네. 그냥 개인적인 이야기 했어. 내 진로 문제나 파벌 이야기 같은거"

시온한테 절대자가 애 만들자는 이야기 했다 그러면 한동안 삐질거다.

수명이 무한대니 최후에는 자기가 이긴다고 말하는 시온한테 마찬가지로 수명이 없는 절대자라 라이벌로 나오면 그 메리트도 날아가는 법이다. 게다가 무력으로 이기지도 못하니까.....되도록이면 그 이야기는 하지 않는게 좋겠네.

"그 여자 갔음.....?"

"뭐야, 너는 왜 아직 안갔어?"

아직도 후광이 비치는 루리, 정확히 말하면 그녀의 몸에 강림한 갓-루리루리가 문 뒤편에서 조심스레 살펴보고 있었다.

"신전 이야기 아직 못끝내서 아직 안갔는데"

"그거면 뭐......"

나는 종교와 신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인간은 하지 말라면 더 하는 법이다. 종교같은걸 금지해서 막을 수 있었으면 기독교는 진작에 박멸됐을거다.

그래서 종교 같은 것도 인정할 자신 있다. 단, 그 종교의 신이 직접 방문해서 허가를 받는등 실존하는 것을 확인한 후에 말이다.

예전에 예수님 만난적 있고, 부처님은 팬텀이 만난적 있다니까 통과지만 이슬람이나 그쪽은 예외다. 진짜 신도 있는 판에 존재도 확인되지 않은 신을 누가 믿냐?

그러니 신의 성격이나 교리가 많이 거슬리지 않는 한 나름 허락할 생각이다. 갓-루리루리는 최상위 신격 치고는 인간미가 있어서 나름 괜찮기에 통과다.

솔직히 내가 알고지내는 신 중에 비교적 착하지 않은 신은 없다. 뭐 같은 새끼는 다 죽여버렸거든.

"오케이, 승낙. 너네 교리는 좀 문란한 감이 있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은 종교니까. 대신 가정사 문제는 너한테 일임한다?"

"나는 한편으로 불륜도 오케이인데 괜찮아?"

"그냥 그랬으면 내가 진작에 너 조졌지"

갓-루리루리의 신성은 성교지만, 개인적인 취향 문제로 앞에 순애가 붙는다. 요컨데 순애 섹스 좋아한다고.

그녀가 극혐하는건 NTR 및 강간 등의 강제 요소가 가득한 섹스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그녀의 종교는 난교섹스가 가득한 순수한 쾌락만을 추구하는 어엄청 문란한 종교가 되지 않았을까?

그랬으면 물론 내가 죽였겠지만.

"네가 어느쪽 편을 들어줄지는 나도 아니까 괜찮아"

여기 A와 B라는 부부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B가 C랑 바람이 났다.

여기서 A가 가정에 충실하고 진심으로 B를 사랑하고 있었다면 갓-루리루리는 B와 C에게 신벌을 내릴거다. 적어도 A에게는 순수한 사랑이 였을테니까 그것을 배신한 자에게 처벌이 내리는건 당연하다.

하지만 반대로 A가 가정에 제대로 충실하지 못하고 무관심 했다면 오히려 A에게 신벌이 내릴거다. 사랑이란건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통행이기에 사랑하지 못한, 아니 사랑하지 않은 자의 책임이다. 결혼까지 했는데 그러면 결국 파국이지.

한편으로는 감정을 이해하기 힘든 기계가 치정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갓-루리루리가 신벌을 내리는 것이 더 정확하고 공평할 것이다.

게다가 더 복잡한 치정 문제에서도 이런저런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을테고, 신이라는 입장에서 인간에게 내리는 판단이니 받아들이는 사람도 어쩔수가 없다. 어찌보면 적절한 인선, 아니 신선이다.

상대가 인간이라면 나도 거절하겠는데 상대는 신이다. 적어도 신성 자체가 변화하지 않는 이상 그녀는 한결 같을 것이고 공정할 것이다.

"가정법원 같은 느낌인가. 모든 NTR충, 강간범, 기타 성 범죄자들은 이 갓-루리루리가 전부 조져버릴테니 걱정말라구!"

"고마워요! 갓-루리루리......앗, 정겨운 대사가 나도 모르게 그만!"

예전에 쓰던 라쿤맨 마스크가 어디에 있더라.

아, 이제는 라쿤걸이네!

"빅-라쿤걸 입니다"

시온이 내 찌찌를 주무르면서 내 말을 수정했다.[작품후기]* 작중 내용에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원래 플롯.

부정과 역리의 절대자 : 나랑 강간 게임 할래?

최악 : 싫어!

부정과 역리의 절대자 : 응, 바로 그 자세야

몸뚱이가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서 시간은 벌었음.

하지만 폭탄이 기폭식에서 시한식으로 바뀐것 뿐이니 결국은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수명은 커녕 죽음 자체도 없고, 시간도 존나 많은데 무력도 개쩔고. 어찌보면 시온한테 있어서 최악의 연적이죠.

마치 별다신 분이 일주일마다 부대 시찰 나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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