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459화 (459/507)

왜 너는 나를 만나서~ 왜 나를 아프게만 해~459회

[초월자한테도 치정 문제는 중대사다]이 일은 나 혼자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우선 아드리아나를 입원시킨 후에 시온을 만나 그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겉보기에는 꽤나 간단하지만 속은 복잡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에는 등장인물이 전부 모이지 않으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다.

"어째 불길하다고는 생각했지만......."

"미안해. 나도 할말이 없어"

실망하지 않기 위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반대로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 다가온 현실에 더 크게 놀라버렸다.

그녀가 깨어났을 때 어느 쪽이 주도권을 잡고 있던지 과거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다. 너 같으면 백년해로해서 아쉬움이 살짝 남을 정도로 잘 산 사람이 다시 기회를 얻었는게 그걸 놓칠것 같냐?

비록 아드리아나와 다르게 나는 엄청나게 변했지만......

문득 내 손을 내려다 본다. 선이 가늘면서도 한편으로 근육이 붙어 있지만 어쨌든 여자의 손이다. 성격도, 성향도, 심지어 성별도 바뀌었다. 이제와서 과거의 인연이 생긴다고 한들 나를 뭐라 생각할까?

좋아할까? 싫어할까? 어느 쪽이던 문제다. 좋아하면 좋아하는대로 치정 문제가 생기고 싫어하면 나만 아프면 되니까 그나마 낫다. 어차피 아픈건 익숙해서 문제 없다.

한창 고민을 할때 시온이 옆에서 꾹 붙어 오며 말했다.

"무슨 걱정입니까. 제가 있지 않습니까?"

"......그래, 그러네. 되게 안심된다"

"빈말로 그러는거면 화 낼겁니다"

"아니야, 진심이야"

여기에는 내가 얼마나 변해도 나를 사랑해주는 여자가 있었다. 그거 하나면 솔직히 됐지.

내가 운명의 절대자의 파벌에서 아직도 버티는 이유도 시온 때문이다. 운명의 절대자가 인연을 이어주지 않았으면 애초에 시온을 만나지도 못했을테니까.

옛말에 중매를 잘 서면 술이 석잔이고 못서면 뺨이 세대라고 했다.

이 정도로 중매 서줬으면 평생 술값은 벌었을텐데 본인 행동이 다 까먹어서 애매하지만 말이다.

아니, 진짜로? 만약 평범하게 그랬으면 올 때마다 만한전석 같은 진수성찬 차려주고 비싼 술 꺼내오고 그랬어. 나는 신세진 사람은 외면하지 않고 잘 챙겨주는 편이라고.

"하나 약속만 해주십시오. 저 버리지 않기. 그것만 지켜주면 됩니다"

"아니, 내가 미쳤어? 차라리 지난번처럼 절대자한테 개기다가 뒤지고 말지 널 왜 버려? 여기서 노래 하나 불러줘야 해?"

"무슨 노래 말입니까?"

"조강지처가 좋더라~"

"썬연료가 좋더라~"

그에 나랑 시온은 한동안 낄낄거리며 웃었다. 뭐, 덕분에 한결 기분이 나아지기는 했다만.

문득 시온이 뭔가를 깨닫고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쪽도 조강지처 아닙니까?"

"어........"

"왜 거기서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는겁니까!"

"나한테 조금만 더 예산과 시간을 줬다면......"

"변명은 죄악이란걸 모르십니까?"

그래도 내 최우선 사항은 시온이란건 변하지 않는다. 이제와서 내 환생 초창기의 첫사랑이 나타난다고 한들 그게 변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세월이 지났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수천년이면 사람이 변하고도 모자라 원본이 남아 있을지 의문이 드는 시간이다.

마치 아드리아나가 본 것은 한창 내가 싹 텄을 때의 모습이라면 시온은 그 이후의 자라고 성장해 나무가 된 것을 본 느낌이라고 할까. 솔직히 처음은 뭐든 기억에 남는 법이라서 그 기억의 메리트가 너무나 크다.

"그녀가 깨어난다면 어떻게 할겁니까?"

"글쎄, 일단 보고 판단해야지"

"애매하게 넘어가려는건 아닙니까?"

"어떤식으로 눈을 뜨냐에 달려있는거니까"

현생이 주도권을 잡으면 결국 비슷한 타인이지만 전생이 주도권을 잡으면 같은 사람이다. 뭐라고 해야하나. 같은 그릇에 같은 내용물이라도 주재료가 다른 느낌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전자 쪽이면 냉정하게 잘라낼 수 있겠지만 후자면.....아니,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수라장의 예감을 듣고 등장!!!"

"뭔 등장이 그러냐"

"캣파이트를 직관할 수 있다길래 와봤음. 그리고 최악 아줌마 찌찌도 좀 만지고"

"너네는 만지는 방법이 징그러워서 싫어"

"만진다고 닳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누리랑 같은 과에 넣지마! 걔는 강간도 오케이야!"

루리랑 예진이가 간만에 찾아왔다. 그러고 보니까 예진이는 백리 이야기로 만나봐야 하긴 했었다.

별건 아니고 피임은 잘 하라고 할려고. 젊을 때 애 생기는건 그만한 양육 환경이 갖추어져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 둘 다 준비가 안됐으니까.

말리고 싶어도 이미 쌀이 익어서 밥이 됐는데 뭘 말려? 시간역행으로 밥을 쌀로 만들래?

"아저씨......아니, 이제는 아줌마가 됐네요"

"이제 예진이는 엄마만 둘이네"

".......루리 언니, 어쩐지 말이 좀 그런데요"

"엄마가 둘이라서 조으시게써요"

"댕댕아! 공격해!"

"캥!"

"악! 이건 진짜 아프다!"

예진이가 품에 안고 있던 댕댕이가 루리에게 달려들었다. 내가 없는 사이에 꽤 많이 자라서 거의 성체는 아니지만 아기 시절 모습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컸다.

어엿한 여우의 모습을 띄는 것이, 게다가 내가 기억하는 같은 나이대의 여우보다 커서 아마 원종인 어미의 영향을 크게 받은거 아닌가 싶다.

원래 포스 유저 같은건 유전되지 않지만 육체적인 형질은 어느 정도 전해지는것 같다.

"아옳?"

루리의 팔을 깨물던 댕댕이가 나를 보고 그릉그릉 거리더니 이내 폴짝 뛰어서 내 어께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는 전에 보여주지 않던 애교를 보여주며 마치 여우 목도리 한 것처럼 부비적거린다.

"여자가 됐어도 댕댕이가 알아보는 모양이네요?"

"근데 내가 얘랑 놀아준건 많이 없어서 그리 친한건 아닐텐데 왜 이렇게 달라붙냐"

"원래 동물 수컷도 여자 좋아한데요"

"이놈도 남자라고 예쁜 여자는 알아보는 모양이구나"

"자기 입으로 예쁘다고 해야 해요?!"

"일단 이런거 달려 있으면 좀 못생겨도 선녀같다고 할 남자가 널려있는데 뭘. 게다가 내 외모는 평균 이상이잖아? 개쩔거야 아마"

나름 익숙한 냄새가 나는건지 댕댕이는 내 어께 위에서 내 냄새를 맡다가 이내 내 가슴께로 올라와 그대로 몸을 웅크렸다.

주황색 털뭉치를 보는것 같은 모습인데 하필이면 가슴 위에서 그러니까 보기가 그렇다. 뭐지? 타피오카도 아니고 여우 챌린지인가?

"가슴에 여우 한마리를 얹고도 널널한 저 풍만함......!!!"

"아저, 아니 아줌마. 뭘 먹어야 그렇게 커져요?"

"그냥 골고루 잘 먹으면 알아서 크지. 그렇게만 하면 딱히 뭐 할 필요 없이 잘 커"

"기만녀가 하는 소리라서 설득력이 없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만져주는게 중요해"

".........."

"아, 예진이 너는 피임 잘못하면 다른 의미로 가슴이 커질테니까 조심하고"

"네? 뭐, 뭐가요?!"

"백리한테 다 들었으니까 발뺌하지 말고. 피임만 잘 하란 소리야"

"......아, 네"

"미성년일 때 임신하면 백리의 거시기를 뜯어버릴테니까"

"어, 음......"

이야기를 듣던 루리가 끼어들어서 소리쳤다.

"그래도 우리 집 대는 내가 데릴사위 들여서라도 이을테니까 괜찮아!"

"제가 안괜찮은데요?!!?"

딱히 애들 결혼에 태클거는 스타일은 아니다. 원래 사위 사랑은 장모가 한다고......아, 지금은 장모만 두명이네 아무튼.

나름 일정 선 이하만 아니면 나도 결혼이던 교제던 허락하는 스타일이다. 애초에 애들 사귀는데 이래라 저래라 하면 되겠냐.

그렇지만 미성년자랑 사귀는건 그거랑 별개의 일이지. 어디 환생하던 내 성인 기준은 대략 18세 정도다.

한국적인 윤리 어쩌고가 아니라 그 전에 결혼해서 성 생활 하고 애 낳고 그러면 여자 몸에 엄청 부담가. 오래전에 출산 후에 산모가 위험했던건 위생 문제도 있지만 조산 문제도 한몫 할껄?

멀쩡한 성인이 각오하고 애 가진 후에 출산해고 고통이 부랄 까인것 마냥 존나 아픈 판에 18살도 못된 애들이 애낳으면 잘도 버티겠다.

"그런데 무슨 볼일입니까?"

"아, 지금 설문 조사 같은거 하고 있는데 말이야. 종교 믿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더라고. 특히나 스사노오 아저씨랑 예수님 믿는 사람들이"

"그건 당연한 소리지. 진짜 신도 있고 악마도 있는 판에 믿지 외면할만한 사람이 어디에 있겠어?"

사실 스사노오는 따지고 보면 신토 쪽이고, 예수님은 아브라함 종교 계통이다. 둘 다 악감정은 없지만 사람들은 모른다.

원래 종교 전쟁에 제일 빡친다. 그것도 한쪽은 신이 있고 다른 한쪽은 있어도 부재중인 곳이라면 더더욱.

하면 내가 갈아버리겠지만 그래도 그건 억누르는거지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그거라서 그런건 아닌데......"

"뭔 소리를 할건지 제대로 말해봐. 뜸들이지 말고"

"종교계 천하삼분지계 어떰?"

"호랑이 하나 더 들여놓자고?"

나는 영 내키지 않았지만 시온은 나름 일리가 있는 생각이라고 판단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두개이면 서로 치고박고 싸우겠지만 세개면 눈치 보느라 그나마 완충지대가 생길겁니다. 제갈공명이 괜히 그렇게 했던거 아닐테니 일리는 있습니다"

"크흑, 공명 선생님.......근데 공명하니까 나 갑자기 가챠 돌리다가 폭사한거 생각남. 으아아아아!!!! 저주하겠다 비틀림의 절대자!!!"

"그래서 한놈 더 올리겠다는거 아니야. 뭔 좆같은 소리야"

이내 루리가 갑자기 머리 뒤에서 후광을 뿜어내면서 신성한 오라를 비추기 시작했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한발짝 물러났다. 기세나 힘의 문제가 아니라 더러운거 봤을 때 느끼는 그런 혐오감 비슷한거다.

루리가 아니라 루리의 몸을 빌린 갓-루리루리가 신위와 신성을 드러내며 이 자리에 강림했다.

"좆이란 말을 듣고 등장!!!"

"무슨 등장이 그......아니, 너 그거 복선이였지!!!! 아까 처음 나올 때도 그 소리 하더만!!!"

"아무튼 여기다가 신전 하나 세울 수 있음? 아까 말했듯이 종교 삼분지계를 하려면 나름의 종교는 필요하잖아. 그리고 다른 종교랑 다르게 내쪽 교리는 너희들도 잘 알고"

"세워서 뭐하게. 그런식으로 우리 문명 접수라도 하려고? 썰어버린다?"

"에이, 그럴거면 처음부터 다른 문명에 신전 세우고 그랬지. 그리고 겨우 100억도 못넘은 문명 하나 포교하자고 내가 직접 방문할거라고 생각해? 어차피 나는 신앙 같은거 그리 필요없는 쪽인데"

"흐음......"

갓-루리루리는 성교라는 개념에 전 차원에 포괄하는 최상위 신격이다. 스사노오씨가 동네(지구-일본) 공무원이면 갓-루리루리는 대충 세계정부 대통령 수준의 차이가 있다.

겨우 이런 작은 별 하나의 신앙을 받는다 하더라도 바닷물에 물 한방울 떨어트린 수준의 차이 밖에 나지 않을 것이다. 그건 내심 나도 잘 알고 있다.

"무슨 변덕이야?"

"그냥 너희들 보고 그런건데? 크으으으, 애정이 가득한 순애 레즈 보빔 섹스,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야!!!!!"

"다음에는 오네쇼타로 부탁해! 음 쇼타 섹스!!!"

"어디서 주문질이야?! 너 일로 안와?!"

"아, 잠깐만?! 타임! 타임!!!! 이거 루리 몸뚱이! 내 몸 아님!!!"

"흉제붕권 한방 처먹이면 본체까지 닿겠지. 원래부터 흉제붕권은 분신이나 그런걸로 깔짝거리며 약올리는 새끼들 조지려고 만든거야. 분신술이고 강림 나발이고 이거 한대 맞으면 훅!!!!"

"꺄아아아아아?!?!"

옆에 있던 예진이가 뭔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나와 시온을 번갈아 보았다.

아, 저 눈은 마치 야밤에 부모님이 성생활 하는걸 깨달은 애들의 눈빛이다. 한편으로 배신 당한 듯한 눈이......아니, 안했으면 모르겠는데 너도 백리랑 볼장 다보지 않았니?

"레즈......? 보빔?"

"아, 그 부분이구나. 원래 나는 기본적으로 양성애자야. 원래는 이성애자였는데......"

"그래서 나도 얘가 마음에 듬. 남녀 둘 다의 사랑을 충족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주는 신앙이 장난 아니거든!"

"난 너한테 신앙하기 싫어서 일부러 거절하는데"

"그래도 잔류하는 신앙이 있잖아? 그건 어쩔 수 없지. 꼬우면 섹스하지 말던가"

만약 초월자가 아니라 필멸자가 갓-루리루리를 쓰러트리고 싶다면 순결한 몸, 동정이나 처녀여야 한다. 성교라는 개념을 신성으로 둔 최상위 신격을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겨.

내가 신을 싫어해도 시온이랑 섹스하는 이상 아주 극미량의 신앙이 흘러들어가는건 어쩔 수 없다. 어지간히 그러지 않는 이상 다른 애들도 그럴껄.

아, 물론 그런다고 해서 갓-루리루리가 나보다 강하단건 아니다. 힘의 총량은 나보다 많겠지만 결국 힘은 쓰는 사람의 몫이니까.

"신전 세우면 뭐 해줄건데?"

"가슴 한컵 더 키워줄까?"

"뭐? 지금도 충분히 큰......"

"그거 받고 자금 지원 추가!"

"아니?!?! 왜 거기서 시온 네가?!"

"가슴은 크면 클수록 좋은겁니다! 불만은 받지 않습니다!!!"

"이것도 커서 귀찮은데!"

"그럴거면 차라리 절 주세요!!!"

"아, 그러면 너네들도 내 축복 해줄께. 내 신도 중에 남자는 정력이 쌔지고 여자는 예뻐지지!!!"

"믿습니다, 갓-루리루리!!!"

"예진이가 신도로 넘어갔다!!!!"

"꼭 주말에 교회 앞에서 피자 사준다는 소리에 넘어가서 교회 들어간 어린애 같은 느낌입니다"

이 자리에 내 편은 없다. 솔직히 말해서 물질적인 것에 얽매이는 인간에게 정력이랑 미모를 준다 그러면 어느 여자나 남자고 그걸 마다하겠냐?

어지간히 신앙심이 있지 않은 이상 갓-루리루리가 대세가 될것 같은데.......앗, 어쩐지 안좋은 기분이 든다.

"이러다가 티브 문명 꼴 나도 난 커버 안쳐준다. 나중에 침략하느니 그짓거리 하면 닥치고 심판이야"

내가 태어났던 문명도 심판했는데 시온이 키웠던 문명이라도 오죽할까. 애초에 시온은 인도적인 도리로 이렇게 하는거지 딱히 이득을 생각해서 문명을 세운게 아니다. 내 심기를 거스린다면 시온도 이 문명을 손에서 놓아버릴 것이다

티브 문명 같은건 적어도 하나면 족하다. 앞으로 더 안볼지는 내가 확신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되도록이면 신을 어쩌고 하며 인성 말아먹은 문명은 사양이다.

【그건 내가 바란게 아니였는데 말이야. 내 탓 하지는 말아줘】

"........!!!!"

쩌저적!!!

차원이 갈라지면서 그 균열에서 본적 있던 여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호랑이도 부르면 온다지만 언니가 왜 거기서 나와?!?![작품후기]개의 신 : (흡족)

집에서도 들리는 선거 유세 소리는 가끔 소음공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슬슬 투표할 때가 왔네요.

투표는 하지만 그래도 그 소리는 여전히 시끄럽습니다. 볼륨 좀 줄이면 안되나.

아무튼 오늘은 피곤하니까 올리고 바로 자야겠습니다. 그럼 내일 봐요!

가기전에 오늘도 노래 하나 부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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