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449화 (449/507)

이미 잠깨는 여파로 문명이 날아갔는데 심판 안때려도 되네! 449회

[잠든 티브가 성지에서 꿈을 꾸며 기다린다]부정과 역리의 절대자가 자신의 검을 휘둘렀다.

느리다. 무슨 이치가 어쩌구 하는 그런 것이 있는 것도 아니며 평범한 사람이 보더라도 휘둘러지는 것이 보일 정도로 느리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미처 피하지 못한 사도 중 크로즈-채너와 루즈-모아가 영혼이 박살나 절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보인 감정은 깊은 절망과 공포. 그들의 신 티브는 그들을 바라지 않았다는 사실에 절망하며 죽은 것이다.

남은 것은 인디-마그나와 기아스-테오. 네명 남았던 사도가 둘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결코 피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눈 앞의 현실이 너무나도 처참하기에, 티브가 그들을 부정했기에, 수천년을 이어온 신앙이 땅에 떨어져 박살나 짓밟아 으깨진 느낌에 눈 앞에 죽음이 다가옴에도 피하고자 움직이지 못했다.

[티브시여.......]

【멋대로 생각하고 멋대로 판단하고 멋대로 결정했지. 그대로 자게 내버려 두지 왜 깨운거야? 그러니까 너희는 싫어】

그녀의 검이 다시금 휘둘러지고 남은 두 사도 또한 먼저 간 자들과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이후에 구원조차 없는 영혼의 완전한 소멸. 초월자의 영혼은 다른 영혼들과 다르게 단련되고 연마되어 어중간한 힘으로는 파괴할 수 없는 강도를 자랑하지만 절대자의 앞에서 그런건 없다.

[아아, 우리들은 무엇을 위해......]

인디-마그나의 허탈하고 절망어린 유언이 바람과 함께 묻혀 사라진다.

자신의 인생, 노력, 신앙, 모든 것이 부정당한 자의 끝은 자신의 소망을 위해 다른 사람을 절망시킨 자의 최후로 걸맞는 것이였다.

이내 사도들을 이 세상에 존재한적 없던 것으로 만들어버린 부정과 역리의 절대자는 지평선 너머의 먼 곳을 바라보았다.

이미 그녀의 잠은 깨었다. 원래부터 수면이 필요 없는 절대자가 억지로 잠을 잤는데 이렇게 불쾌하게 깨어난 이상 다시 잠들기에는 글렀다.

【너는?】

그녀가 묻는다. 절대자의 의지가 지구의 몇배나 되는 거대한 행성을 뛰어넘어 그 반대편의 누군가에게 닿는다.

쩌저적!!!

아무런 동작 없이 차원을 가르고 그 너머의 누군가를 마주한다. 다섯 사도도, 티브 문명도 붕괴한 와중에 멀쩡한 사람은 이제 단 한명 밖에 남지 않았다.

최악은 옆에 있던 모모를 뒤로 물리고 그녀와 대치했다.

막 잠에서 깬 절대자가 한 문명의 언어를 알리가 만무했으니 최악은 의지로 그녀에게 말을 건낸다.

[거 자다 깼으면 다시 자는게 어때? 뒷일은 내가 마무리 해줄테니까 말이야]

【싫어】

[그렇게 단호하게 대답하면 내가 더 무안해지는데.......]

상대가 로드쯤 되더라도 최악은 굽히지 않는다. 죽더라도 치명상을 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대자는 다르다. 로드도 아닌 최악과 절대자 사이에는 무슨 짓을 해도 매울 수 없는 격차가 있었다. 괜히 심기를 거슬렸다가 다섯 사도 꼴 나는건 사양이다.

【너는......신기하네】

[뭐가?]

【꽤나 마음에 들어. 음, 싫진 않아】

어딜 보고 최악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최악은 도리어 그녀의 미소에 소름이 돋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적어도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건 좋은 뜻이였으니까.

[먼저 말해두지만, 나는 당신 깨우려고 하던 놈들이랑 관련 없어. 대마왕으로서 이 문명을 관찰하러 온거니까]

【대마왕? 너는 모르는 얼굴인데】

[당신이 언제부터 자고 있었는지 몰라도 한 문명이 이 따위 꼴 나는 동안 그러고 있었는데 모르는 얼굴 한둘 쯤 생기고도 남을 시간이지. 그런데 진짜 언제부터 잔거야? 제 1차 차원 전쟁 전? 후?]

【류현이 전쟁 이야기 꺼냈을 때 쯤 잤는데】

[창조의 절대자가? 그 전에 잤다면야.......]

【전쟁에 참전해달라고 해서 싫다고 하고 그냥 자리 잡고 잤어. 그런데 전쟁은 어떻게 됐어?】

[이겼지]

【너는 혼돈 쪽이 아니구나】

[인간이니까 당연한 소리야]

오래전 그녀는 창조의 절대자에게서 참전을 권유 받았다. 하지만 거부하고 그대로 이 행성에 자리를 잡아 잠에 들었다.

그 당시에는 이 행성에 생명이라고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으니 잠꼬대로 대륙 몇개쯤 황무지로 만들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다만 이후에 티브 문명이 세워질 것을 예상 못했을 뿐.

절대자라고 하지만 운명의 절대자도 아닌데 수만, 수억년 단위의 미래를 보는건 힘들다. 애초에 그럴 필요도 없었고.

[아무튼 곱게 물러가준다면 정말 고맙겠는데]

【흐음】

그녀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

【싫어】

[.......설마 일단 제안하는건 다 싫다고 말해보는건 아니지?]

【아니진 않아】

[왜 창조의 절대자가 참전 제의를 했는지 알겠네]

그 당시의 창조의 절대자는 그녀를 아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제의한 것이 아니라 그저 그녀를 중립을 유지시키기 위해 제의를 한 것이다.

만약 정말로 그녀를 전쟁에 끌어들이고 싶었다면 '이 전쟁에서 내 편을 들어주지 말아줘'같은 식으로 부탁했을테니까.

최악은 한편으로 창조의 절대자 다운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절대자 한명이 가지는 메리트를 절대자인 본인이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참전시키지 않은건 그녀를 위함이였으리라.

.......그렇지만 그거 때문이 이 사단이 일어났다면 좀 그렇지만.

[곱게 물러가지 않겠다면 뭘 할 생각인데?]

【일단은】

그녀의 시선이 모모에게 향한다.

정신이 불안정한 상태에 빠져 있지만 대부분 죽거나 미치거나 한 티브 문명인과 사바타들을 생각하면 모모는 유일하게 남은 티브 문명의 주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걸 알기에 그녀 또한 모모를 주시했다.

역리의 단검이 그녀의 의사를 나타냈다. 검 끝이 모모를 가리킨다.

"아아아......"

그들의 신이 그들을 적대하는 모습에 모모는 절망하고 좌절했다. 평생의 목적이 산산히 조각나 부서진다.

【그 애부터 죽이려고】

[왜 하필?]

【일단 걔만 죽이면 얼추 처리 될걸로 보이니까. 그들이 나를 긍정했으니 나는 그들을 부정해야지】

[뭔 미친 논리야]

【내가 담당하는 영역은 부정과 역리. 이 세상의 이치에 맞지 않는 것과 거부하는 것들이야. 그런 내가 부정 당한다면 그것은 당연한 것이니 나는 그들을 긍정하겠지만. 이들은 나를 긍정하니까 반대로 나는 그들을 부정해야 하는게 당연한 논리지】

[........쪼오끔 이해가 갈것 같기도 한데]

그녀는 절대자이기 때문에 존재하지만 애초에 부정과 역리는 순리가 존재하는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된다. 중력이 있기에 인간은 별 위에 살아갈 수 있고, 생사가 있기에 살고 죽으며 죽고 사는, 맞물리는 이치를 통해서 이 세상은 돌아간다.

부정과 역리의 절대자는 그것 모두를 부정하고 거스르는 영역의 주인이기에 필멸자는 그녀를 신앙해서는 안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은 모두 순리에 올라타 있는 존재니까.

설령 순리를 부정하더라도 그것은 발전을 위함이고 부정 자체를 신앙하는 것이 아니다. 핵 물질로 인한 발전을 환영해야 하지만 그로 인한 오염은 경계해야 하는 것처럼.

[내가 막겠다면?]

【못할텐데】

[나도 나름 믿는 빽은 있어서 말이야. 운명의 절대자 파벌이기도 하고, 시작과 기원의 절대자도 이쪽 편이지]

【그래서 내 잠을 억지로 깨운 녀석들을 가만히 두라고?】

[그게 본심이구만]

【아니진 않아】

여기서 가장 간단하고 쉬운 방법은 모모를 내어주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최악은 그녀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

누구도 그를 나무랄 사람은 없다. 절대자를 적대하는 상황에 한사람을 포기해서 살아 남았다면 오히려 남는 장사니까 말이다.

[근데 씨발 여기서 물러나면 싸나이 자존심이 뭐가 되겠냐? 여자 목숨 팔아서 목숨 건지고 돌아가라고? 가서 우리 마누라 얼굴 부끄러워서 어떻게 봐? 미치셨습니까 절대자?]

최악이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건 현재의 상황이다.

그가 모모를 내어주면 그녀의 목숨으로 자기 목숨을 건지는 꼴이 되기 때문에 그게 마음에 안든다.

그가 시온이 걸리면 자기 자존심 하나 챙기지 않는 사람이라지만 그거야 어디까지나 시온이 걸렸을 때의 이야기고, 평소에도 그러고 다닐만큼 밸도 없는 사람이 아니다.

물론 이렇게 개기는 것 또한 나름의 계산이 깔려 있었다. 적어도 최악은 피할 수 있으니까 하는 행동이다. 아니였으면 진작에 튀었다.

최악은 으르렁거리면서 그녀를 적대했다. 본격적으로 자세를 잡고 처음부터 자신의 전력을 부딪히기 위해서 달려들 준비를 했다.

[한번 뒤져도 절대자한테 한방 먹여보고 뒤져야지. 덤벼, 썅년아]

【너는 싫진 않았는데】

그녀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검을 휘둘렀다.

최악의 주먹과 그녀의 검이 충돌한다. 그리고 뭔가 대치할 시간도 없이.......최악의 몸뚱이가 그 자리에서 소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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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이 살점 하나 남기지 않고 소멸한 모습에 모모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 강한 최악이 저항도 못해보고 죽었다. 그들의 신 티브, 아니 부정과 역리의 절대자의 아득한 무력은 이미 상상이 따라잡지 못한다.

【이제 너만 남았네】

그녀가 모모를 직시했다.

어지간한 초월자도 두려워 하는 절대자의 시선에도 모모가 즉사하지 않은 것은 최악이 둘러준 역장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티, 티브시여......"

【나는 너희들이 부르짖는 신이 아니야. 신앙 받지도, 신앙 받아서도 안되는 존재야. 너희들이 나를 긍정하면 너희들 스스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부정은 긍정해야 하는게 아니라 부정해야 한다.

필멸자들이 긍정해야 하는 것은 순리, 마땅한 이치이지 순리를 거스르는 역리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들이 세상에 깊게 관여하지 않고 지켜보는 것은 거기에 이유가 있는거야】

그만한 존재에도 불구하고 절대자는 세상사에 깊게 관여하지 않는다. 개인의 욕심보다 이 세상을 창조하고 지켜보는데 만족감을 가지기 때문이다.

물론 거기에도 예외는 종종 있지만 적어도 그녀는 그런 부류의 절대자였다.

이내 그녀가 검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모모를 향해 내려 그었.......

[어딜!!]

쿠우우우우!!!!

강렬한 의지가 충돌하며 그녀의 검을 막는다.

절대자가 행사하는 힘은 같은 절대자가 아니면 막을 수 없지만 거기에 온갖 핸디캡이 있었다면 가능하기는 하다.

모모는 초월자가 아니기에 큰 힘을 쓴 것도 아니고 능력조차 사용한 것이 아니며, 정면에서 막는게 아니라 흘려내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다음을 생각하지 않고 의지를 때려박으면 말이다.

정말로 온갖 핸디캡을 다 달아야 막는 것도 아니고 겨우 비껴내는게 가능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대부분의 힘을 소모한 그가......아니, 그녀가 숨을 헐떡였다.

【........?】

부정과 역리의 절대자가 의문을 품었다. 분명 소멸시켰을터인 사람이 눈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겉모습은 달라지다 못해 성별이 바뀌었지만 적어도 내용물이 같다는 것 정도는 절대자의 시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씨발! 스페어 바디가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였으면 좆될뻔 했네!!! 근데 이 몸뚱이는 좆이 없잖아!!!]

갈라진 차원의 틈새에서 그녀가 모습을 드러낸다.

쭉 뻗은 팔다리, 가늘지만 근육은 확실히 있는 건강한 몸매와 그 위에 있는 크다 못해 흉악한 수준의 가슴.

성별이 달라져서 특유의 더러운 눈매는 사라지지 않았다. 물론 여성이 되어서 그런지 사납다기 보다는 여성으로서의 매력이 되었지만 말이다.

여자가 되어 돌아온 최악이 으르렁거리며 그녀에게 소리쳤다.

[내 영혼은 먼저 찜해둔 사람이 있어서 말이야. 당신이라도 쉽게 소멸시킬 수 없을껄!!!]

【너.......】

그제서야 부정과 역리의 절대자는 최악의 영혼에 남겨져 있는 힘의 주박을 눈치 채었다.

그의 영혼을 계속해서 환생시키며 기억을 유지하는 힘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운명의 절대자의 것이다. 같은 절대자라 할지라도 그것을 생각하지 않고 힘을 썼다면 최악의 영혼 하나 빼돌리는건 간단했다.

다만 보통은 그대로 윤회에 들어서 환생하여 못해도 대여섯살 어린애는 되어야 전생을 기억하겠지만 최악에게는 최상의 상태로 보관중인 육체가 있었다.

이전 심판의 절대자 그레이와 싸워 죽었지만 외상은 없는데다 시온이 수거했던 육체가 말이다.

【하지만 변하는건 없어】

하지만 비정한 현실에 그녀는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그거야 댁 생각이고. 내가 설마 그냥 왔다고 생각해? 아니, 확실하게 말하자.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해?]

【그게 무슨 소.......】

이윽고 밤이 찾아온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

하늘을 가득 채워 태양빛을 가리는 거대한 심연의 거인이 흉흉한 붉은 안광을 빛내며 지상을 내려다 보며 부정과 역리의 절대자를 직시한다.

정점에 올라서 있는 자들이 시선을 나눈다. 팬텀이 으르렁거리며 적대하는 의지가 별을 울리며 전해진다.

[니가 우리애 건드렸냐?]

【너는......】

최강의 대마왕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녀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힘을 뿜어내며 곧바로 싸움에 참전한다. 목적은 대마왕의 심판에서 변질 되었으나 팬텀에게도 결코 피하지 않을 이유 또한 있었다.

그것은 그만한 손해를 감수할만한 일이다.

[선빵필승!]

그리고 심연의 거인이 주먹을 쥐어 그대로 본성 티브를 향해 주먹을 내려찍었다.

고오오오오!!!!

별 하나를 주먹 하나로 부숴버릴 정도의 일격이 별의 대기과 지각을 찢어버리며 그녀에게 떨어져 내렸다.[작품후기]* 작중 내용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로드도 못된 주인공은 절대자한테 개기지도 못하고 한방컷 당해요. 격차가 이 정도로 큼.

그래서 대신 싸울 수 있는 상대를 데려왔지만요......뭐, 어떻게 될지는 두고 보시면 압니다.

그나저나 주인공 드디어 여자됨.

그럼 남은건 그거겠죠. 여러분들이 잘 알고 있을테니까 긴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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