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448화 (448/507)

아무튼 다음화는.......이아! 이아! 티브 파탄!!!448회

[잠든 티브가 성지에서 꿈을 꾸며 기다린다]티브에 발을 디디고 나는 모모에게 걸어주었던 역장을 풀었다.

"워스트 사도님......."

"이제 그 소리 안할 때도 되지 않았냐. 어차피 다 까발려진거, 그냥 그러려니 하자고. 그리고 내 이름은 최악이야"

나는 진짜로 자기 소개를 하고 그녀를 내려놓았다. 육체적인 상처는 없었지만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게 있는지 그녀가 혼란스러운 기색을 보인다.

황폐한 티브의 공기에서 전해지는 느낌은 불길하기 짝이 없었다. 마치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리기라도 하는 듯이 말이다.

"속여서 미안하지만, 뭐 일단은 나는 좋을거 하나 없는 사람이야. 티브 문명인도 아니고, 오히려 이쪽 애들을 심판하러 온 대마왕이지. 그리고 무엇보다......나는 네 연인을 죽였던 사람이고"

"네.....? 그게 무슨"

"기기-라모. 아니, 알리언 박사. 저쪽 차원에서 그렇게 불리면서 이쪽 놈들이랑 똑같은 짓을 하고 있더라고. 그래서 내가 죽였다"

나름 정은 든 사람한테 내가 니 연인 죽였다고 고백하는건 꽤나 잔혹하고 성격 나쁜 짓이지만 그래도 해야했다.

적어도 진실은 마주해야 하는 법이니까. 그렇지만 이렇게 말하게 될줄은 몰랐다.

"..........."

모모는 깊게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의 생사는 저도 확신하지 못하던 겁니다......적어도, 알려주셔서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비밀로 하셔도 괜찮았을텐데......."

"진실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그는 언제 죽었나요?"

"비교적 최근에"

"그렇다면.......한편으로 조급해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저희의 수명은 길지 않으니까"

그러고 보니 사바타의 수명은 50년 정도다. 그 정도로도 충분히 긴거 아닌가 싶지만 보통 마그노 레톤을 지닌 평신도의 수명만 하더라도 그 4배는 족히 된다.

생명 공학, 그리고 이능력에 의한 수명 연장으로 인해서 이곳 티브 문명인의 수명은 평범한 인간보다 훨씬 길다. 다섯 사도들은 수천년을 살아왔다니까 그거 보면 알지.

아무튼 50년......거기에 알리언 박사가 지구에 떨어진지는 20년이 조금 넘었다. 본인이 대공황 시절 좀 전에 왔다고 했었으니까 확실하다. 그리고 이곳에서 얼마나 보냈는지 모르지만 대충 쳐서 20년이라 치면 거의 40년이 넘는다.

놈이 그런 짓을 한 것에는 초조함, 자신의 수명이 다해간다는 촉박함이 있었기에 그랬던것 아닐까? 물론 그런다고 용서받을 죄는 아니지만 말이다.

"적어도, 최근까지는 살아 있었다고 하니까 괜찮아요"

".......왜 그 녀석이 너와 연인이였는지 알것 같네"

알리언 박사는 나름의 인간성이 있었다. 비록 내 입장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범주였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모른다.

살기 위해 발버둥치다 인간답게 죽는거랑.

인간성을 버려가면서도 구차하게 살아남는거랑.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개인의 몫이다. 정의의 반댓말은 또다른 정의인것 처럼 말이다.

그런 녀석이 사귀었던 연인이라면 다른 사바타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작은 인간성, 비록 이 디스토피아 같은 곳에서 뒤틀리고 변했을지 몰라도 남아 있는 작은 그것. 마치 어린 왕자의 혹성에 피어난 한송이의 장미와 같은 그것은 가치 있게 여길만한 것이다.

"만약 이후에 이 차원에 오지 않겠다고 한다면. 너 하나 정도는 내 재량으로 살려줄 수 있어"

"그......."

"고민은 좀 해봐"

멀리서 강렬한 기파가 느껴진다. 절대자의 존재감 외에도 달에서 오는 것 같은 거대한 에너지가 티브를 향해 떨어진다.

수천년, 자그마치 1만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다른 차원을 침략하면서 얻어낸 사념의 덩어리들. 거기에 담긴 수많은 사람들의 절망과 공포가 한데 어우러진 것이 성지 티브에 직격한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행성이 박살나는것 아닌가 싶은 여파가 울려퍼진다. 나는 역장을 둘러서 나와 모모를 그 여파에서 보호했다.

그 뒤에 태풍과도 같은 바람이 우리를 휩쓸고 지나간다. 저만한 힘을 잘만 응용하면 행성 몇개 정도는 관통하고 지나갈 위력이 나오지만 본성 티브가 박살나지 않은건 위력을 중시한게 아니라 그 효과에 중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잠깐의 정적이 흐른다.

"........"

"으, 아아......."

나의 침묵, 모모의 침음성. 둘 다 앞으로 일어날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기 때문에 나오는 반응이다.

나야 짐작하고 있다지만 모모가 그들의 신의 부활을 앞두고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만들어진 생명이지만 본능적으로 그 뒤의 참상을 떠올려서 그런거다.

지금은 정적은 폭풍전야와 같다, 아니 폭풍을 따위로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존재가 기지개를 킨다.

우우우우우아아아아아아오오오오오오우우우우우우!!!!!!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악!!!! 흐으으으으!!!!"

그들의 신, 그리고 절대자인 티브가 잠에서 깨어났다. 그에 호응하여 모모가 비명을 질렀다.

그것이 내뿜는 거대한 의지는 이 행성, 아니 이 행성계 뿐만 아니라 빛보다 수백배는 빠른 속도로 퍼져나간다.

콰콰콰콰!!! 쿠우우웅!!! 콰아아앙!!!!

저 멀리서 폭음과 굉음이 들린다. 성지 티브에서 들린 것이 아니라 그 반대쪽에서 들린 것이니 아마 신전 쪽이겠지.

티브가 뿜어낸 여파로 라프 에너지가 소멸했다. 남은 것은 오로지 마그노 레톤 같은 의지에 가까운 힘 뿐. 이 티브 문명에서 라프 에너지는 전기와 같은 에너지로 사용하기 때문에 그것이 없어지면 남는 것은 파멸 뿐이다.

한마디로 우주 단위의 이능력 EMP같은 것이라고 할까. 그것도 빛의 수백배의 속도로 우주 전체에 퍼지는 괴물같은 범위와 속도의 힘이다.

그렇지만 그것조차 그저 기지개에 지나지 않는다.

"어떻게 숨은 붙어 있나"

나는 모모의 상태를 점검했다. 라프 에너지가 없던 지구에서도 알리언 박사가 살아 있었듯이, 사바타들에게 라프 에너지는 중요하지만 그래도 없어도 살 수는 있다. 대충 맹장이나 콩팥 같이 하나쯤 떼어도 살 수 있는 장기 비슷한 역할이라고 할까.

그러지 않았다면 진작에 알리언 박사는 지구 오자마자 죽었겠지. 한편으로는 그게 나았을수도 있지만 말이다.

이건 내 역장을 뚫는 절대자의 여파라서 나도 커버 못친다. 할 수 있는건 인피니티 포스 코어를 통해서 라프 에너지를 주입해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릴 수 있게 도와주는 것 뿐이다.

"싹 다 망했겠군"

모모와 같은 사바타들은 물론, 이만한 여파를 보통 사람이 견딜 수 있을리 없었다. 아마 거리나 상황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대부분의 티브 문명인은 물론 모든 시설과 설비가 맛이 갔을 확률이 높다.

심판 때릴 필요 없이 정리만 하면 되니까 편해졌군.

하지만 이만한 여파는 초월자라면 견딜만한 것이였다. 내가 보호해준 모모가 살아 남았듯이, 다섯 사도들은 살아남아 성지로 모이게 될 것이다.

인디-마그나는 달에 있었겠지만 분명 본성 티브로 왔을거다. 나처럼 차원을 찢어 오던지 아니면 다른 이동수단이 있던지, 어느 쪽이던 분명 티브를 영접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을거다.

잠시만 가만히 있자.

그들 스스로 누굴 깨웠으며 남에게 절망을 주며 살아왔던 사람이 절망을 느끼며 죽어갈 시간을 주기 위해서.

*

*

*

*

성지 티브의 거대한 존재감이 거두어지기 시작했다.

티브가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다. 잠에서 깨어나면 잠자리를 정리하듯이, 자신의 힘을 갈무리 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오히려 지구보다 몇배는 큰 별에 영향을 끼치던 존재감이 한곳에 응집된 만큼 더욱 더 거대한 무언가가 성지 한가운데에 발을 디디기 시작했다.

오오오오오........

티브가 온전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단순히 시각적으로 그것의 존재를 인지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티브가 두르고 있는 부정적인 오라는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미치게 만들고 직시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맞는지, 육체를 가지고 있는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팔다리는 가지고 있는지, 무엇하나 인지할 수 없다. 심지어 어지간한 초월자라도 지금 티브가 힘을 두른 상태에서는 오래 마주하지 못할 정도로 강렬한 오라였다.

단순히 힘만 강한 것이 아니라 힘의 컨트롤 또한 상식을 넘었다. 별의 절반 이상을 존재감으로 채우던 것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디딘 땅은 모래 한알 하나 그 영향을 받지 않고 있었으니까.

크나큰 힘을 휘두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걸 섬세하게 다루는건 아무나 못하는 일이다.

오랜 시간을 뛰어넘어 한명의 절대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부정과 역리(逆理)의 절대자.

드나일 더 네거티브.

한번도 깨어나지 못했던 존재를 '티브'라 칭한 것에는 그러한 이유가 있었다.

성지 티브에서 오랜 시간 거대한 존재감을 느끼면서 부정과 역리의 절대자의 이름의 일부를 깨달았기 때문에 티브라 불렀던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 긴 역사 속에서도 겨우 이름의 일부를 알아낸 것이 고작이였다. 그것만으로도 절대자가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다.

이내 부정과 역리의 절대자 앞에 다섯 사도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네명이지만 그들은 공손하게, 신을 영접하는 인간과 같이 몸을 낮추어 부정과 역리의 절대자를 대한다.

[아아......티브시여.....!!]

네명의 사도를 대표하는 것은 첫번째 사도, 인디-마그나였다.

티브 문명의 대부분의 설비가 날아간 와중에 본인의 역량만으로 차원문을 기동시켜 본성 티브에 온 것이다. 그리고 성지까지 오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거의 모든 티브 문명인들이 죽거나 미쳐버리고, 대부분의 문명의 이기들이 못쓰게 되어 사회와 문명을 유지하기 힘든 상태가 되었지만 그것이 그들의 알바는 아니였다.

어차피 그들에게 있어 문명이란 기껏해야 티브를 깨우는데 필요한 것을 준비하고 채우기 위한 인프라에 불과했으니까.

[오래도록 이 때를 기다려 왔나이다. 티브께서 잠에서 깨시어 우리들을 이끌어줄 날을!!!!]

한 문명의 정점, 절대자의 기파에도 미치지 않고 살아 남았던 다섯 사도들이지만 그들 또한 부정과 역리의 절대자를 직시할 수 없었다.

그저 고개를 조아리고 숭배하는 수 밖에, 거대한 존재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작고 나약한 것인지 느끼고 있는 그들은 이내 부정과 역리의 절대자가 그들을 바라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윽......!!!]

다섯이 전부 모여도 최악을 이길 수 없다고 하지만 그들의 격은 결코 낮지 않았다. 애초에 초월자라는 이름을 걸어도 되는 존재가 약할리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자 앞에서는 모든게 나약하다. 절대자를 상대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절대자 뿐. 이 세상을 창조하는데 일조한 존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윽고 부정과 역리의 절대자가 움직였다.

정체를 가리던 오라가 사라진다. 부정의 베일이 걷히며 절대자의 본모습이 드러난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녹색. 적성종의 안광에서 보이던 칙칙한 느낌의 녹색의 눈동자가 그들을 직시했다.

검은색과 녹색을 섞은 머리칼이 어께까지 내려온다. 하지만 단정하지 않고 가위로 자른듯 반듯한 머리끝이 사선으로 되어 있다.

외모는 평가보다는 감상을 해야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비록 이질적인 느낌이 있을지라도 그녀의 외모는 같은 절대자 밖에 비교할 대상이 없을 정도로 모든 문명과 미적감각을 초월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별다른 특색이 없는 널널한 회색의 의복은 그렇다 치더라도 눈에 띄는 것은 손에 들고 있는 것은 검은색의 검이였다.

나선으로 엮인 자루와 자루 끝에 붙은 녹색 보석, 그리고 4개로 갈라져 치켜 올려간 가드.......검날은 그리 길지 않기에 그것은 무기로서의 용도 보다는 제식용 단검에 가까운 모습이였다.

【누구?】

그녀의 의지가 사도들의 몸을 진탕시킨다.

그들이 평소에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의지 발현이지만 수준이 달랐다. 짧지만 강렬한 의지는 그것만으로도 별을 울린다. 비유 따위가 아니라 한마디 할 때마다 별을 가볍게 진동시키고 있었다.

[저, 저희는 오래도록 당신을 기다려 왔습니다. 부디 저희들을 이끌어 주소서......]

[티브시여......!]

오래도록 간절히 바라던 신이다.

그저 존재하기만 할뿐 오랜 잠에 들어서 깨어나지 않았던 신은 그들이 갈구하다 못해 미쳐버릴 정도의 목적이였다.

티브 문명은 다섯 사도들을 제외하고는 멸망한 것이나 다름없지만 죽은 티브 문명인이나 사바타에게 물어보아도 부정과 역리의 절대자가 눈을 떴다는 것을 안다면 오히려 순교라 여길 정도로 이곳은 미쳐 있었다.

불러도 대답없던 존재가 그들 앞에 있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수천년의 노력과 고생이 보상받는 느낌이다.

【.........】

그녀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시선은 같다 못해 오히려 키가 작은 그녀가 올려다 보는 처지지만 내려다 본다는 말이 더 정확했다.

절대자가 필멸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대부분 우호적이다. 만약 그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그들은 이 세상을 창조하는데 자신의 절반을 떼지도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만약 그녀가 아닌 다른 절대자들이라면 다섯 사도들을 그대로 두었으면 두었지 적어도 해를 끼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 그녀가 아닌 다른 절대자라면.

상황을 파악하고 그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부정과 역리의 절대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싫어】

[.........!!!!]

[티, 티브시여, 어찌.....!!!]

【내가 왜 너희들이 바라는 것을 해줘야 할까, 그걸 결정하는건 내 마음이고 너희들의 마음이 아니지. 그리고 나는 신앙 받아서는 안되는 존재야. 그러니 싫어】

그녀는 손에 든 검 끝으로 그들을 겨누었다.

단순히 '적대한다'는 표현에 지나지 않았지만 물리적, 현실적,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그들에게 심각한 타격이 되었다.

평생을 따라온 그들의 신앙의 대상이 그들을 부정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곤히 자고 있던 나를 깨운 것은 너희들이야. 그러니까 나는 너희들이 싫어】

자신의 이상만 강요하는 것은 아집에 불과하다.

그들의 신은 티브이지 그녀가 아니였다. [작품후기]* 작중 내용에 대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부정과 역리의 절대자가 다스리는 영역은 '싫다'할 때의 부정 쪽입니다.

순리에서 어긋한 옳지 못한 것들은 대부분 그녀의 영역이죠. 하지만 존재는 해야 하는 것이 그녀가 없으면 순리에 거스르는 행위를 못합니다.

반중력 기술이라던가 노화를 막는다거나, 순리에 어긋난 것들은 발전을 위해 필요합니다. 그런데 순리를 거스른다는 개념 자체가 없으면 못하는게 당연하니까요.

결론 - 존나 쌘데 자다 깨서 빡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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