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광신도 > 크툴루 비슷한거 깨우려는 미친놈들(NEW!!)446회
[잠든 티브가 성지에서 꿈을 꾸며 기다린다]태초에 의지가 있었다.
그 의지에서 절대자들이 태어났으며 그 당시에는 개념이란 것은 없었고 절대자 자체가 그 온전한 개념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그들은 전능했었다.
하지만 이후 창조의 절대자의 주도로 그들은 전능을 포기해 자신의 절반을 떼어 모아 이 세상을 창조했다.
거대한 차원부터 작은 미생물 하나까지. 비록 전능함을 잃어버렸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것만으로도 그들은 절대자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것이 내가 알고 있는 태초 신화다.
이전 생까지 따지면 좀 곰곰히 생각 해야하기는 하지만 이번 생만 떠올려 보더라도 내가 만난 절대자는 운명의 절대자나 심판의 절대자 그레이 등, 꽤나 자주 만날 수 있을것 같지만 생각외로 절대자는 마주치기 어렵다.
사막에서 바늘 찾기를 대충 만번쯤 해야할까. 아는 사람이 있으면 건너건너 만날 수는 있겠지만 우연히 만난다는건 힘들다.
근데 시발 여기서 절대자가 나온다고?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진짜 내 장담하겠는데 꿀잠 중인 절대자가 깨면 그리 좋은 일 못본다. 자고 있는 절대자는 자게 냅둬야 하는 법이다. 내가 아는 절대자도 그랬다.
만약 티브 문명 놈들이 절대자를 죽이겠다고 지랄하는 거였다면 '엌ㅋㅋ계속해봨ㅋㅋ등신앜ㅋㅋ'하며 존나 쪼개주면서 오히려 등을 떠밀어줄 것이다. 절대자는 절대자로 밖에 상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괜히 이 세상의 해당하는 개념의 50퍼센트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놈들이라고 생각하냐?
죽어도 죽지 않고 반소멸 되어 시간이 지나면 회복해서 부활하니까 죽일 수도 없으니 결국 개고생이다. 애초에 수천년 동안 모든 사념을 응축해서 개지랄을 떨며 별 몇개쯤 부숴도 절대자에게는 상처 하나 낼 수 없을거다.
그렇지만 잠 자고 있는걸 그냥 깨우는거라면?
사람을 죽이는데는 보통 여러 조건과 도구가 필요하지만 잠자는 사람을 깨우는데는 큰 소리만 있어도 충분하다. 이 경우에는 그 큰소리의 범위가 좀 크고 많지만 아무튼 자고 있는 절대자를 깨우기에는 충분했다.
[...........]
[어이, 뭔가 생각나는거라도 있어?]
[생각 중이다.]
[아직 없는 모양이군. 충격이 큰 것 같은데]
[내버려 둬라. 알아서 회복하겠지]
놈들이 티브를 깨우는 것을 막아야 했다. 역시 소집 때리지 않고 보러 오기 잘했다.
수천년 동안 모은 사념이랑 대마왕이 강림할 때 드러나는 존재감을 생각하면 명백하게 후자 쪽이 위일테니까 소집하면 절대자 깨어나고 대참사다.
최악의 경우를 벗어날 수단은 있지만 그래도 최악의 경우는 되도록 오지 않는 편이 좋다.
우선 놈들의 강림 예식을 막고 주동자들을 날려버린 뒤에 조용히 소집해서 심판을 진행해야 한다.
지금 생각하니까 이놈들의 인성이 뒤틀리게 된 이유가 뭔지 알겠다. 절대자가 잠자는 행성에서 절대자의 존재감을 느끼며 살아왔다면 옆동네에 크툴루가 사는 느낌인데 제정신인게 오히려 이상하겠지.
[됐다. 강림 예식은 얼마나 남았지? 여기서 열리는 것인가?]
[사흘 정도 남았나. 예정에 따라서 하루, 이틀 정도는 더 늘어날거야]
[그런 오차가 있다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니 좀 더 기다려야 하는거 아닌가?]
[그거야 우리가 판단할 부분은 아니지. 강림 예식 일정은 우리가 아니라 인디-마그나가 정했으니까]
다섯 사도의 수좌. 티브가 아닌 티브에 있는 유일한 위성, 달을 통치하고 있는 자.
그리고 티브의 머리라 불리는 다섯 사도들의 브레인. 아마 티브를 깨운다는 계획도 이놈이 지은거라지? 만악의 근원이나 다름없다.
개인적으로 이런 머리 쓰는 타입과는 맞지 않는다. 그런 녀석들은 나 같은 사람이 있다면 보통 이용해 먹으려고 하거든. 그리고 자기가 남들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오만한 기색을 풍기지, 겉으로는 아닌척 하지만.
[우선 기아스-테오부터 만나도록 하지]
이 본성 티브의 주인. 두번째 사도인 기아스-테오. 티브의 심장을 맡고 있는 자다.
이동하면서도 느껴지는 절대자의 존재감은 내 영혼에까지 전해진다. 이런게 행성에 있다면 본성 티브가 왜 황폐한 곳인지 알것 같다.
얼핏 본성 티브의 행성 자체의 나이는 지구보다 많지만 지성체가 탄생하기 시작한건 비교적 최근이여서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럴만한 환경이였던 것이다. 그 시간이면 차라리 같은 행성계의 다른 행성들에 먼저 지성체가 더 빨랐겠다.
그리고 거대한, 거의 수천 킬로미터 단위의 거대한 건물이 우리를 반긴다. 웅장하면서도 화려한 건축 구조는 우리 마누라가 좋아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신전의 경건함 또한 품고 있었다. 숫제 국가나 다름없어 보인다.
여기가 본성 티브의 신전. 두번째 사도인 기아스-테오가 머무르며 대부분의 행성 인구가 생활을 하고 있는 곳이다.
사실 신전이라기 보다는 바티칸 시국처럼 국가에 가까울까. 다만 하나의 건물로서 밀폐시켜 외부와 차단한 것은 성지에서 전해지는 티브의 존재감 때문에 이런저런 생황에 지장이 있어서 그걸 막기 위함이다.
[어서와라. 그대가 워스트 사도인가?]
[그렇다. 보아하니 네가 이 신전의 주인인 모양이군]
[모든 신전의 주인은 티브의 것이지. 나는 그저 이 신전을 관리하는 것 뿐이다]
아, 큰일 났군.
이 새끼 광신도다. 겉으로는 온화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광신의 선을 넘어선 녀석들에게는 무섭다 못해 끔찍할 정도의 광신도의 부류다.
대부분의 티브 문명인들은 유전자 조작에 세대를 이어가 내려오면서 내 관상 보는 능력이 통하기는 힘들지만 다섯 사도들은 비교적 꿰뚫어 볼 수 있다. 수천년이란 시간을 살아오면서 그 영향이 얼굴에 드러나던가, 아니면 유전자 조작을 덜 받았던가, 아니면 둘 다던가 말이다.
원래 티브 놈들은 죄다 광신도지만 정상적인 광신도랑 그렇지 않은 광신도가 있기 마련이다. 광신도란 단어가 들어간 시점에서 정상이랑은 멀지만 그래도 나름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류는 있다.
.......그 정상적인 광신도 수준이 지구의 사이비 종교 믿는 사람들이랑 비슷한 수준이라면 비정상적인 놈들은 어떨지 생각이 되냐?
[아! 예배 시간이로군! 잠시만 기다리게, 예배를 드리고 올테니까 이야기는 그 이후에 하도록 하지]
[강림 예식이 곧인데 아직도 그걸 하는거냐?]
[무엇이든 마음이 중요한 법이지. 티브께서 내일 당장 오신다고 마음이 흐트러진다면 되겠나?]
크로즈-채너가 질린 표정을 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옆에 있던 루즈-모아 또한 마찬가지였다.
문득 누군가 몸을 떠는 기색이 느껴져서 뒤를 돌아보니 모모가 옅게 몸을 떨고 있었다. 그 사실에 나는 조금 인상을 찌푸리며 놈이 말한 기도가 정상적인 일은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호기심이 있군. 예배는 따로 예배실에서 드리나?]
[티브께서는 자비로우시니 크게 형식에 구애받지 않네. 언제, 어디서든 제대로 된 기도만 올린다면 충분하지]
이내 어디선가 종 소리가 울린다. 무언가 시간을 알리는 듯한 소리에 사도들을 제외한 모든 사제와 사바타들이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기 시작한다.
내가 여기서 말한 '모든'의 기준은 단순히 시야에 들어오는 범위가 아니라 이 수천 킬로미터 단위의 신전 전체를 말한다. 이곳의 인구만 하더라도 수십억에 달할진데 그 모두가 한시에 기도를 드리는 것이다.
그리고 어디선가 초저주파 같이 들리지는 않지만 라프 에너지를 품어 신경계를 휘젓는 소리가 울린다.
"끄으으으, 티브시여......!!!"
"아아아아아......!!!!"
사제들은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기도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모모는 눈물을 보이며 고통을 참느라 악문 입술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아니, 이게 무슨 미친 짓이지?
[오오오, 티브시여.......우리들이 당신을 영접할 때가 멀지 않았나이다......]
기아스-테오는 이 고통을 주는 소리에도 멀쩡했다. 하지만 품에서 꺼낸 예식용 단검 같은 것으로 자신의 몸을 마구 찌르기 시작한다.
죽지는 않는다. 초월자인데다 나름 재생력이 있어서 단순한 자상이라면 회복하니까. 그렇지만 고통이 없는건 아니기에 그가 하는 것은 자학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이내 3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고통을 주는 초저주파는 이내 멈추고 다시금 사제들과 사바타들은 원래 자리를 찾는다.
[.......그것이 예배였나?]
[우리들이 미약한 힘이나마 더하기 위한 수단이지. 고통에서 오는 감정은 조금이나마 티브께서 잠에서 깨시는데 도움이 될 터이니]
남을 시키는건 누구든지 할 수 있지만 자기 자신도 실천하는건 아무나 못한다. 물론 지금은 좋은 뜻으로 하는게 아니다.
스스로에게 고통을 주어 고행을 하는 사람이 없는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이렇게 대대적으로, 수십억에 달하는 인구가 동시에 진행하다니.......개중에 싫어하는 자도 있을지 모르나 그걸 주도하는 자가 이 별의 지배자다. 까라면 까야지 거부할 권리 따위는 없다.
수십억에 달하는 인구 중에서 이게 싫다는 사람 한명 정도는 있을거다. 그런데 그들의 인권 따위는 무시하고 강행하는게 독선이고 오만이다. 놈이 미친 광신도라는게 지금 확신이 들었다.
나는 슬쩍 모모에게 마그노 레톤으로 부축해 주었다. 라프 에너지는 아니지만 마그노 레톤은 그 근원에 해당하는 힘이기에 극미량으로도 그녀의 안색은 눈에 띄게 좋아진다.
내가 그녀를 신경써주자 기아스-테오의 시선이 모모에게로 향한다.
[사바타를 꽤나 신경쓰는군]
[내가 돌아올 적에 처음으로 만난 자다. 설령 사바타라고 한들 기념품의 역할은 충분하지]
[아, 그럴만도 하겠군. 이해한다]
이곳에서 사바타는 도구다. 저번 사건도 그렇고 그들은 어디까지나 필요에 의해서 공장 생산을 하여 언제든 찍어낼 수 있는 대체품이 있는 존재지 하나 밖에 없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그들을 아낀답시고 감정을 내보였다가는 일을 그르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모모 또한 내가 심판을 하면서 죽일 것이니 깊은 정 붙이지는 않을거다.
[이제 만나지 못한 사도는 두명 남았는데.......아무래도 한명은 강림 예식 때 보지 못할것 같군]
[가르-레칼 말인가? 이런 중요한 때에 뭘 하고 있는 것인지.......]
[놓치면 본인 손해지 뭐]
[어디서 숨어서 꿍꿍이가 있는거 아니야?]
[무슨 꿍꿍이? 설마 그 녀석이 강림 예식을 망치기라도 하겠어? 본인이 가장 기다리던 것인데]
[그렇게 치자면 우리 중에 기대하지 않는 자가 누가 있겠나?]
[그러면 남은 한명, 인디-마그나는 아직인가?]
내가 슬쩍 운을 띄웠다.
만약 다섯 사도 중에서 경계해야 하는 자가 있다면 바로 그놈이다. 사도들의 수좌, 그리고 티브의 머리를 담당하는 인디-마그나.
가르-레칼은 부재중, 아무래도 지구로 건너간게 잘못된 모양인데 결국은 돌아오지 못할거다. 아니면 일이 길어지는거던가. 어쨌든 지금까지 오지 않는다는건 강림 예식때 없을거란 소리지.
크로즈-채너는 뇌근, 연기인가 싶었지만 저것이 본성이라서 처리는 쉽다.
루즈-모아는.......아직도 한편으로 나를 경계하고 있지만 빠른 기동성을 이용한 전투 스타일로 짐작 되어서 기습시 사살 3순위다.
기아스-테오는 루즈-모아 다음으로 2순위. 광신도라는 점이 언제 변수로 작용할지 모르니까. 게다가 인디-마그나와 함께 강림 예식의 주모자인 만큼 뭔 수작을 부릴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남은게 바로 인디-마그나. 아까도 말했지만 머리 쓰는 놈은 최우선 암살 대상이다.
[인디-마그나는 마지막 조정과 함께 강림 예식을 준비중이라 달에서 나오지 못한다고 하더군]
[조정? 무슨 준비 중이지?]
[강림 예식이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 모르나?]
[나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강림 예식으로 깨어나실 티브시지. 강림 예식의 순서 같은 것이 아니니까]
[아무렴]
기아스-테오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 이런 광신도는 사실 잘만 기분을 맞춰주면 알아서 정보를 내뱉어주기 마련이다.
[우리들이 수천년간 끌어모은 사념, 그것을 달에 축적하여 이후 성지와 달이 마주 보는 날 그 사념을 성지로 폭격할 것이다]
[......성지에?]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티브께서 잠을 깨지 않으실테니 어쩔 수 없는 방법이지]
아마 성지의 중앙에는 절대자가 잠들어 있을 것이다. 성지의 범위가 사방으로 균일한 간격으로 퍼진 원형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타격을 주기 위해서는 지상에서 불가능하다. 못해도 대기권. 아니, 그 곳에 거대한 시설을 짓느니 차라리 테라포밍 끝난 달을 쓰는게 훨씬 이득이겠지.
고오오오오!!!!
[..........?!?!?!]
[아니......!!!!]
[이, 이건......!!!!!!]
[오오오오오오!!!!]
그리고 멀리서 거대한 존재감이 미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여태껏 조용히 잠을 자기만 하던 티브가 무언가에 호응해 반응했다.
거기에 담긴 감정은 그저 '부정'. 단순히 싫다는 뜻이다.
나야 격이 높은 초월자인데다 상대가 잠든 절대자라 그에 따른 이유가 있을 것을 알고 인지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티브가 발하는 의지에 담긴 의미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티브 문명의 역사 동안 단 한번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그들의 신이, 처음으로 의사표명을 했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했다.
[티브께서, 티브께서.....!!!]
[그분도 원하시고 계시는 것이다!!! 자신이 잠에서 깨는 것을!!!! 이것이야말로 계시다!!! 흐하하하하핫! 수천년의 삶이 보상 받는 기분이구나!!!!]
[어째 술 마시고 진탕 싸우고 여자를 안는 것보다 훨씬 좋구만]
저놈들의 눈은 옹이 구멍이다. 인성을 뒤틀려버릴 정도의 광신이 제대로 된 것을 보지 못하게 된 것이다.
티브가 바라는 것은 자신을 자게 두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걸 무시하고 깨우면 어떻게 되겠는가? 어느 쪽이던 티브 문명의 끝은 멸망으로 끝을 맺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대마왕이 심판하는게 영혼이라도 건질 수 있겠지.
[.........]
상황이 나빠졌다. 나는 다시금 생각에 잠겼다. 이번 일은 거의 외통수다.
티브가 한 것은 자다가 파리 같은게 윙윙 거리니까 잠깐 깨서 손짓으로 쫒아낸 수준에 불과하다. 그것만으로 별이 울리지만 어쨌던 반쯤 자고 있어도 반은 깨어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냅두면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다시 깊게 잠이 들테지만......강림 예식이 벌어지면 확실하게 티브를 깨울 수 있게 된다.
깊게 잠이 든 사람을 한번 흔들어서 깨우는건 제대로 깨우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반쯤 잠이 깬 사람을 깨우는 것은 더욱 확실한 일이니까.
이래서야 최후의 방법으로 성지에 떨어지는 사념 폭격을 몸으로 때울 수도 없다. 내가 들어가면 티브가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니까, 되도록이면 불확실한건 피해야 한다.
확실한건 한가지.
강림 예식을 진행할 달에 가서 직접 강림 예식을 방해하는 것 뿐이다.
[작품후기]* 작중 내용에 대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딱 이 타이밍에 가르-레칼이 지구에서 쫒겨나서 성지에 떨어져서 뒤짐.
덕분에 잠 깰 확률이 급상승 했습니다. 원래 한번 자다 깬 사람을 깨우는게 더 쉽죠.
햣하! 파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