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436화 (436/507)

436회

[휴거에는 뭐하세요? 바쁘세요? 구해주실 수 있나요?]묵시록의 붉은 용이 북상한다.

야훼를 믿는 자들은 정말로 종말이 가까워진 것인가 생각하며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놈은 인간을 건드리지 않고 오로지 적성종만 죽이며 움직였다.

그들에게 관심이 없는건 아니다. 지금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감히 내 몫을 뺏으려 하다니!!!]

휴거의 날, 하늘로 올라가 천국에 이르는 자들을 제외한 사람들은 지옥에 떨어지게 되어 이후 사탄의 몫이 된다. 물론 그들 또한 구원 받을 여지가 없는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어디서 듣도보도 못한 것이 인간을 죽이는 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신을 모욕하고 인간을 타락시키고 죽여도 그것은 사탄인 그가 해야할 일이지 적성종이 해야할 일이 아니다.

한편으로 삐뚤어진 애정이라고 할까. 애증이라고 보면 될지도 모른다.

"뭐야?! 왠 레이드 보스몹 같은게 있어?"

[아니, 네놈은?]

사탄의 일곱 머리의 열 넷의 눈이 히비키를 직시한다.

같은 세계에서 활동했던 만큼 면식은 있지만 서로가 서로에 대해 알고 있는 모습은 다르다. 히비키가 알고 있던 사탄은 이름없던 악마 시절의 모습이고, 사탄이 아는 슈텐은 지금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슈텐인가? 아니, 내용물이 다르군. 다른 요괴......흠, 요괴조차 아니군]

"적성종은 아닌 모양인데, 설마 너 백귀왕 아래에 있는 놈이냐?"

[너와는 안면이 있다 귀왕이여. 이름없는 악마 시절에 만난적이 있었지]

"어? 어어? 아아아아!!! 그 녀석이구만! 사기꾼 악마, 그렇지?"

종말의 때가 가까워져서 사탄이 묵시록의 붉은 용이 되었듯, 시대와 상황에 따라 신이나 악마는 형태를 달리한다.

솔로몬의 72 악마는 과거 한 신화권의 당당한 신이였으나 영락하여 악마로 강등 되었다. 그것처럼 사탄 또한 지옥의 왕이 아닌 일개 악마로서 보낸 시절이 있었다.

"그 녀석이 왔다는 소리니까 참 잘됐군. 여기서 혼자 놈들 막고 있으려니 발 묶여서 어디도 못가던 상황인데"

[너는 귀왕이지만 귀왕이 아니구나]

"히비키야. 그렇게 불러"

[아무튼 나는 내 일을 할 생각이다. 방해하지 마라]

"보아하니 적성종 쳐죽이는걸 말하는 걸텐데 내가 방해할 이유는 없지"

쿠우웅!!! 쿠우우웅!!!!

이윽고 초대형 적성종이 거칠게 땅을 울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지성도 없는 주제에 본능만으로 사탄의 존재감을 알아차리고 위협이라 생각하여 몰려든건지 적대감을 드러내며 달려든다.

[지성도 없는 것들이 주제를 모르고 까부는구나]

일곱 머리가 으르렁거리면서 분노를 토해낸다. 그의 숨결에 불꽃과 유황이 가득 뿜어지면서 땅을 녹인다.

[쓰러져라]

콰콰콰콰콰콰콰콰!!!!

그의 꼬리가 휘둘러진다. 마치 채찍처럼 휘둘러진 긴 꼬리는 그대로 지상을 쓸어버린다.

하지만 그런 단순한 행위로도 밀려오던 수십마리의 초대형 적성종은 그대로 산산히 부서져 박살나고 히비키를 두만강 전선에 붙잡아두기 위해 몰려있었던 억 단위의 기타 적성종들은 흔적도 없이 소멸한다.

범위 내의 거슬리는 것은 설령 산이라도 박살나 부서지고 남은 것은 폐허 밖에 없다. 사실 어차피 적성종의 침공을 받은 시점에서 폐허였으니 거의 그대로일 뿐이다.

[완전한 종말, 진실된 휴거가 아니기에 겨우 이 정도인가]

본디 어느 신화권이던 종말을 상징하는 것은 있기 마련이다.

그리스 신화의 기간토마키아. 북유럽 신화의 라그나로크, 인도 신화의 칼리 유가, 이집트 신화의 밤의 제7시, 기독교에서 말하는 휴거 등.

그 종말을 주도하는 자는 여럿이고 때로는 패배하거나 승리하기도 하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사탄이다. 야훼의 대적자. 악마의 왕, 떨어진 샛별, 수많은 이름으로 불리며 종말을 주도하는 자인 사탄이 약할리가 없다.

그가 태어난 지구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구라는 환경, 종말에 가까운 시대, 여러 조건이 갇추어져서 이 별 내에서라면 설령 옆에 있는 귀왕 히비키라 할지라도 죽이지는 못해도 압도할 수는 있지만 그것 또한 만전은 아니다.

아직 완전한 휴거가 아니기 때문에, 신이 약속한 그 때는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에 걸린 금제가 있다.

[허나 유쾌하다! 이만큼의 해방감을 느끼게 된 것이 얼마만인가!!!!]

그가 지나가는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인류를 위협했던 적성종 조차도 종말 자체를 상징하는 사탄의 이름 앞에서는 부질없는 것이였다.

이윽고 땅을 디디며 가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 사탄이 날개를 펼쳐들었다.

놈들의 수는 아직 많다. 그렇다는건 이렇게 더 날 뛸 수 있다는 뜻이다.

후우우우웅! 후우우우우웅!!!

단순한 낼갯짓으로 태풍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한반도 바로 위에서 중국 본토까지 닿을법한 바람이 일어나고 이내 수백미터의 거대한 용의 몸뚱이가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인간에게는 절망 밖에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지만 그가 상대하는 것은 오로지 적성종 뿐이다.

일곱의 머리가 숨결을 뿜어내며 지상의 적성종을 살점 한조각 남기지 않고 불살라 버린다. 설령 한두마리가 살아남을 수 있더라도 이후에 남은 것은 수를 불릴 수 없는 환경에서 포스 유저나 군인들에게 죽는 것 뿐.

고작해야 1,2시간 만에 사탄은 한반도 북부를 비롯한 중국 땅에 있는 수억의 적성종을 전부 박멸시켰다. 살점 하나 남기지 않는 화력, 거기에 거체임에도 불구하고 가지고 있는 빠른 기동성과 지구에 쌓인 인간의 악성과 죄악에서 공급받는 출력까지. 그건 마치 거대한 우주 전함이나 다름 없었다.

이윽고 사탄이 동남아까지 정리한 후에 인도로 들어섰다.

[아, 인드라의 땅이군!]

그가 이전에 있던 환계는 여러 신화권의 신들과 수많은 종족의 인외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개중에는 인도 신화의 신들 또한 있었다.

그 중에서 신왕이라 불린 자는 몇 없다. 기껏해야 제우스나 오딘을 비롯한 각 신화의 대신들 뿐. 스사노오조차 신왕이라 불리지 못했는데 그 중에서 인도 신화권의 정점이 지배했던 땅을 모를리가 없다.

[인드라가 본다면 아주 재미있는 얼굴을 하겠는데! 크하하하하!!!!]

종말과 파괴, 그리고 타락은 사탄이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결과물만 봐도 웃음이 나온다.

정말로 휴거의 때가 찾아왔다면 지금보다도 더욱 즐기고 진심으로 행동했으리라.

[여기에 살아남은 인간은 없군. 그렇다면.......]

인도는 이미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땅이였다.

이렇게 되기 전 일부의 인간은 한국으로 몸을 피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성종의 먹이가 되어 수를 불리는데 영향을 끼쳤다. 놈들의 수가 10억을 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곳이니 인도의 인구 대부분이 먹혔다고 봐도 무방했다.

남은 것은 적성종들만 바글거리는 지옥도 일뿐. 지상에 징그럽게 돌아다니는 적성종들은 종말의 짐승인 사탄의 눈에 고깝게 보였다.

[죄악이 가득한 도시에 벌을 내리는 천사와 짐승만이 남은 땅에 종말을 내리는 악마라! 좋구나!!! 왕년의 파우스트가 봤다면 시로 쓰겠다고 좋아했겠지!!!]

콰아아아아아아!!!!

일곱의 머리가 하늘을 향해 머리를 치켜들고 그대로 숨결을 뿜어냈다.

단순히 한두 무리의 적을 박멸하기 위해서가 아닌, 이 인도 땅 전체에 닿는 천벌을 내린다. 신이 내리는 신벌이 아닌 이 세상의 이치에 거스른 자들에 대한 천벌이다.

악마가 내리는 천벌이란 단어는 그리 어울리지 않지만 그 대상이 인간이 아니니 어쩐지 더욱 어울린다.

이윽고 하늘에서는 불과 유황으로 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피유우우우우우!!!!!

화르르르륵!!!!

콰콰콰콰콰콰콰!!!!!

진정 종말이 온 듯한 광경이였다. 이전 천사들에 의해 멸망한 소돔과 고모라 처럼, 고막이 터져나가는 굉음이 울리며 지상의 적성종을 소멸시킨다.

아니, 그것은 단순한 소멸이 아니라 증발에 가까웠다. 지상을 불태우고 녹이는 천벌은 인간을 죽이고 먹은 짐승에 대한 대가를 확실하게 치르게 만들어 주었다.

드넓은 인도가 정리 되는 것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인도를 잠식했던 적성종은 한마리도 남지 않고 증발했으며 유일하게 그것이 존재했다고 알려주는 것은 그저 증발하고 남은 소금 부스러기 뿐이였다.

바짝 말라 갈라진 땅에 소금 만이 존재하니 소금 사막이 따로 없었다. 그러나 비경이라 소문난 소금 사막과 다르게 그곳은 처참하기 그지 없었지만 말이다.

쿠우우우!!!

이내 다시금 사탄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방향은 계속해서 서쪽, 한국에서 중국, 중국에서 동남아, 그리고 인도를 걸쳐서 놈들이 왔던 곳을 역으로 돌아가면서 박멸한다.

그러다 사탄은 갈림길에 섰다.

[호오]

유럽 연합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이미 마스터 유저인 살라딘의 국가, 터키를 박살내고 밀린 전선은 이스탄불을 거쳐서 남유럽의 국가들을 침략하고 있었다.

그마저도 발칸 반도의 국가들을 멸망하기 일보직전이고 이탈리아 반도의 국가들도 침략당하는 와중이다.

이대로 아프리카로 넘어가서 적성종들을 쓸어버리는 것도 좋고, 지금 먼저 고통에 신음하는 인간들을 구해도 좋다.

하지만 인간의 타락을 좋아하는 사탄이, 그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려는 것은 그리 내키지 않는다. 어차피 아프리카 대륙의 적성종을 박멸시켜도 결과적으로 인간을 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이트로드 최길현이라면 지금 당장 고통 받는 자들을 향해 달려갔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득이여도 지금 당장의 일은 지금 밖에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도 물들어 버렸나......]

그가 최고의 대영웅인 이유는 강하거나 초월자여서가 아니다.

그 사탄마저도 감화시켜 아군으로 만드는 친화력과 성질로 인해 각기다른 사상과 생각을 가진 자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기 때문에 최고의 대영웅이라 불리는 것이다.

이윽고 사탄은 방향을 틀었다.

아프리카 대륙이 있을 남쪽이 아닌 그 반대인 북쪽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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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 반도의 국가들은 괴멸적인 상태에 빠져 있고, 그곳의 볼일이 끝난 적성종들은 다시금 메뚜기 떼처럼 움직이며 인간을 먹고 죽인다.

북쪽에서는 중앙유럽 국가들이 연합하여 뚜껑이 되어서 놈들을 방어하고 있지만 그것조차 얼마 걸리지 않을 기세다.

또한 뚜껑이 있다고 한들 끓어넘치는 물은 막을 수 없다. 끓어오르다가 결국 넘치기 마련이다.

위가 막혔다면 옆으로 퍼지는 것은 당연지사. 적성종 무리들은 이탈리아까지 그 영향을 끼쳤다.

두두두두두두두두!!!!

거친 발소리를 내며 달려오는 적성종은 혐오스럽고 두렵기 그지 없었다. 제대로 된 지원도 받지 못하는 이상 이탈리아 또한 그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빠르게 밀리던 전선은 이내 수도인 로마까지 밀리게 되었다. 사실상 이탈리아 또한 괴멸 직전까지 몰리게 된 것이다.

도망가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도망갈 수 없는 사람도 있었다.

부모를 잃은 아이들, 더 이상 가족의 짐이 될 수 없는 노인들, 사회적 약자들, 어느 때, 어느 곳이건 존재하는 자들은 절망스러운 현실 속에서 희망을 찾아 헤맸다.

그리고 거기서 문을 열어 젖힌 곳이 바티칸 교황청이였다.

이런 상황에 사이비 종교가 창궐하지만 결국은 신을 믿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탈리아에는 작지만 독립국이라 불리는 바티칸이 있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이 다가오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신의 뜻일지도 모르겠지요"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들을 받아들였다. 그가 앉아 있는 자리 옆에는 아이들이 있으며 그 앞에는 노인과 미처 피난가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 기도를 하고 있었다.

적성종 무리가 코 앞까지 온 상황에도 이 정도로 사람들이 패닉에 빠지지 않고 통제가 되고 있다는 것은 최소한의 치안 유지력과 교황의 인품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교황님, 교황님........저는 사실 종교를 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기도를 한다고 한들........"

"괜찮습니다. 주 께서는 아흔아홉의 의인보다 회개하는 한명의 죄인을 환영하십니다. 주님의 자비에는 한계가 없으니 이제서야 기도를 올린다고 하더라도 미소를 지어주실 겁니다"

바티칸의 무력 단체는 두개. 스위스 근위대와 바티칸 헌병대다.

스위스 근위대는 교황의 개인 친위대에 가까워 경호 업무가 주되며, 비티칸 헌병대는 바티칸 시국의 치안을 유지한다.

적성종과 포스 유저의 등장 때문에 대공황 이후 두 단체의 포스 유저 비중은 늘었으며 덕분에 몇 안되는 적성종의 처리나 치안 유지에는 큰 도움이 되었다.

"교황 성하. 피난용 헬리콥터를 대기시켜 두었습니다"

".........."

근위대의 그라프 대령이 예를 갖추며 프란치스코 교황에서 말했다.

중요 인물인 만큼 피난갈 수단도 있었다. 아니, 오히려 지금 상황은 늦어도 너무 늦은 것이다. 피난가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남은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기 때문에 미처 때를 놓쳤기 때문이다.

"저는 괜찮습니다"

"교황 성하!!"

"제가 탈 자리에는 아이들을 태워주십시오. 저는 이미 살 만큼 살았으니 주님의 곁으로 갈 때도 되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의 자리를 미처 도망가지 못한 아이들에게 양보했다. 비록 몇명 구할 수 없을지라도 살 기회를 스스로 양보하는 자기희생은 평화로운 세상에서도 보기 힘든 일이다. 더군다나 이런 절망스러운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라프 대령은 그의 명령을 받들었다. 어차피 스위스 근위대 또한 이곳에 남아 최후의 순간까지 그의 신변을 지킬 생각이였다.

적성종은 근위대 전부를 죽이기 전까지는 교황의 몸에 결코 손대지 못하리라.

"꺄아아아아악!!!"

"적성종이다! 놈들이 몰려온다!!!!"

놈들이 기어이 바티칸까지 밀고 들어왔다. 바티칸 헌병대는 사람들을 대피시키며 최대한 놈들을 저지했으나 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교황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사후에 신께서 그들을 불쌍히 여기시기를 기도하는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세상은 인간의 상상보다 더 비현실적이다. 선한 것이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사악한 것에 선한 것이 도움을 받을 때도 있으니까.

쿠우우우우우우!!!!

묵시록의 붉은 용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들의 눈에 절망이 깃들었으나 그가 종말을 내릴 자들은 그들이 아니였다.

[크하하하하하! 야훼의 어린양들이 이런데 모여 있었구나!!!]

다만 겁주는건 그의 개인적인 취미였다. [작품후기]* 작중 내용에 대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신교의 기적도 있으면 일신교의 기적도 만들어 줘야 승부가 되겠죠.

그런데 사탄 성격이 저럴거라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사실 본 성격은 지옥에서 민트초코 비빔밥에 파인애플 피자를 먹이는 놈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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