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개인적인 욕심인데, 댓글 좀 많이 달아주시면 의욕 만땅 생길듯요.435회
[휴거에는 뭐하세요? 바쁘세요? 구해주실 수 있나요?]겉모습과 다르게 내뱉은 말은 띨띨하기 짝이 없어서 백리의 어안이 어벙벙 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 여기 개판이라서 그런 모양이야. 종말이 가까워지니까 그 모습이 된거지. 게다가 지구잖아?"
[크하하하하하!!!! 그렇다면 간만에 날뛰어도 되는건가?]
"괴물 같은 것들만. 사람들은 건드리지 마"
[종말의 짐승 보고 인간을 죽이지 말라고?]
"그렇게 따지면 휴거 아니야? 천국으로 갈 자는 골라야지"
[네놈의 천국은 문이 아주 활짝 열려 있어서 지옥에 갈 자도 받아들이지. 뭐 좋아, 간만에 날뛸 수 있다면 이걸로 좋으니까. 그리고 이놈들이 거슬리기도 하고]
묵시록의 붉은 용, 사탄은 최길현과 이야기를 끝마치고 이내 움직일 준비를 하였다.
하지만 그때, 일곱개의 머리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런데 인사가 거창하군]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늘에서 빛이 떨어진다. 위성 궤도에 있던 거대 신전의 라프 에너지를 응집한데다 가르-레칼의 마그노 레톤까지 섞여들어간 무지막지한 위력의 빔이다.
이미 가르-레칼도 그들의 존재를 눈치 챘다. 그리고 그들의 무척이나 위협이 될 것이란 것도 알았기에 선제 공격을 가한 것이다.
거대 신전의 출력을 상당수 사용한 공격은 행성조차 관통할만한 위력이 있었다. 기반이 되는 것이 이능력이기 때문에 설령 공간 간섭으로 막는다 할지라도 그 이상의 힘으로 박살내 상대를 소멸시킬 생각이다.
"환영 인사로 행성 관통 빔을 처맞는 것도 이번이 다섯 번째라 익숙해졌다고!!!!"
키이잉!!!
최길현은 날아올라 하늘에서 빔을 대신 직격으로 맞았다.
피하는 것도 답이지만 만약 피했다가는 그 피해가 한반도 전체에 퍼지게 되어 수많은 사람이 죽는다. 그걸 피하기 위해 일부러 무모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콰콰콰콰콰콰!!!!
어느새 검을 뽑아들어 빔을 막으며 대치하고 있는 최길현, 그리고 그 아래에서 스사노오와 사탄은 그저 구경만 하고 있었다.
"저거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거 저런걸로 죽었으면 진작에 죽었지. 지금은 쟤가 죽을 걱정보다 저거 때문에 다칠 사람을 보호하는걸 더 걱정해야 할껄?"
[크흐흐, 인간을 타락시키는게 주 업무인 내가 괜히 저 녀석을 따르는거라 생각하는건 아니지? 마지막 수단이 무력인 만큼 저 녀석은 강하니까 걱정마라]
이윽고 최길현은 검을 휘두르며 공간을 휘었다. 어지간한 공간 간섭은 힘으로 깨부술 위력이 있는 궤도 폭격이지만 그가 펼친 기술은 막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휘었다. 정면에서 막는게 아닌 흐름 자체를 유도해서 빔을 꺽어 도리어 하늘 위로 쳐냈다.
"안녕하살법 받아치기!!!!"
쿠우우우우!!!
저 멀리, 다시금 있던 곳으로 날아간 빔은 이내 거대 신전에 직격한다. 그것 조차 노리고 날린 것이라서 일부 파괴된 신전의 모습을 확인하며 최길현이 다시 지상으로 내려왔다.
"아무튼 각자 할일 하자고. 오더는 내렸으니까 그대로 진행해"
"너는?"
"저 녀석을 처리해야지"
그들의 시선이 거대 신전으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에 있는 초월자 또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 너무 무리 하지는 말고"
"거 무리하지 말란게 무리같은데 말이지"
이내 최길현의 갑옷에서 투구가 튀어나와 씌워지고 빠르게 하늘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지상에 남은 한명의 신과 한명의 악마 또한 자신의 할일을 위해 움직였다. 스사노오는 난민 처리를, 그리고 사탄은 적성종 박멸을.
"너랑 네 아버지......맞지? 아무튼 두사람은 일단 나랑 같이 가자. 시온 만나고 그런 뒤에 치료도 좀 하고"
".......치료는 나중에 하고, 저도 같이 도와 드릴께요"
"아서라, 보아하니까 몸 망가질 때까지 열심히 한 모양인데. 그런 몸으로는 도와주려고 해도 할게 없어. 지금은 푹 쉬는게 도와주는거야"
"그렇지만......"
"일단 자라"
파지지직!!!
스사노오가 뿌린 전격이 백리를 기절시켰다. 그도 나름 초월자라고 저항력이 있지만 지치고 다친 상태였고, 무엇보다 상대는 한 신화권의 주신 클래스였다. 하정욱이야 이미 이전의 상황으로 기절한 상태라서 손 쓸 필요는 없었다.
[크흐흐흐!!!! 카하하하하!!!! 종말의 공기 맛은 언제 느껴도 좋구나!!!! 인간의 악성이여 나를 따르라!!!! 종말의 때가 왔으니 신의 뜻을 거스를지어다!!!!]
사탄은 언령을 내뱉으며 움직인다. 쿵! 쿠웅! 하며 거대한 용의 몸뚱이가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의 일곱 머리에 씌워진 일곱 왕관에서 빛을 발하며 지구에 축적된 악성을 공급받아 무한정한 출력을 공급받는다.
"거 시발 인간한테 밀려서 실직한 새끼가 전성기 좀 왔다고 폼 잡기는"
스사노오는 질린 표정으로 사탄을 타박하고 목적지로 향했다. 사람들을 구하고 처리할 사람은 있으니 남은건 사람들이 있을 자리를 만드는 역할이다.
에너지 돔 안으로 들어선 스사노오는 이내 화성 입국 심사대로 향했다. 이미 그들이 왔다는 것을 파악했는지 시온이 그를 마중나와 있었다.
"오, 간만이네? 잘 지냈어?"
".......뭐, 그럭저럭입니다만. 이렇게 갑자기 오실줄은 몰랐습니다"
"우리라고 뭐 계획이 다 있는줄 아나. 저 녀석하고 붙어 있으면 이리저리 끌려가는 법이라고. 언제 막 뭐 하러 다닐지 몰라"
"어떻게 눈치 챈겁니까? 이런 외진 차원에 우주 개발도 못한 문명을 찾아오는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만"
"팬텀한테서"
"아"
대마왕과 대영웅은 서로 대적하는 사이지만, 사적으로는 팬텀과 최길현은 사제 관계다.
비록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심판 하려다가 말았다'같은 근황을 알려주는 것 정도는 말해줄 수 있어서 전해들은 이야기를 근거로 이곳까지 찾아왔다.
대마왕으로서의 직무를 생각하면 팬텀도 손댈 수 없으나 그도 시온처럼 편법을 쓴 것이다.
"일단 상황 파악부터 하지. 자료 있어?"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두사람 좀 치료해주고. 아는 사람지?"
"한쪽은 그냥 외상에 불과하지만 한쪽은 영혼에 금이 가서 물리적 치료로는 한계가 있을겁니다. 요양 시간도 오래 걸릴거고. 어지간해서는 영혼에 타격이 갈 일은 없을텐데 참 많이 고생한 모양입니다"
"무모한건 인간의 장기지. 일단 부탁할께"
시온은 이제서야 팬텀이 말한 최대한 협조하란 소리가 무슨 뜻인지 알았다.
나이트로드 최길현을 부르면 간단히 해결되는 이 상황에서 그를 부르지 않은 것은 자존심의 문제다. 그런데 그 와중에 그가 와서 직접 도와주면 최악의 체면을 구기게 되는 일이였다.
물론 정작 당사자인 최악은 좀 껄끄럽기는 해도 그리 신경쓰지는 않을거다. 그렇지만 시온은 다르다. 최악의 자존심을 챙겨주려 했던 것은 그녀였으므로.
울렁거리는 감정이 시온의 마음을 채운다. 그건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 상처가 생겼을 때 생기는 연민과 같다. 그렇기에 팬텀은 그것을 두고 그녀에 대한 처벌이라고 한 것이다.
"개판이군, 행성 자체가 죽어가고 있어서 재활 훈련을 해야 할 판이잖아. 이건 힘을 쓰는게 아니라 시간이 필요한건데"
시온이 건낸 자료를 읽으며 필요한 정보를 얻은 스사노오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도 아직 별 자체가 죽지는 않았습니다"
"여든 먹은 노인내가 골골거리는 것 마냥 말이 아닌데 뭘. 게다가 이 별의 대기중에 있던 이능력도 질이 나빠서 정화 시켜야 하고, 대형 테라포밍 장비 가져와서 처리해도 수십년은 걸리겠는데?"
"따로 신위를 쓰시면 안됩니까?"
"중고차 고치는데 새차 값만큼 든다면 어지간히 정든게 아닌 이상 새차를 사야지"
"지구 신이면서 그 소리 하니까 뭔가 패륜 같습니다"
"내가 태어난 지구도 아닌데 뭐"
사람을 구하는데 이득손실을 따지면 안될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부분에서는 따져야 했다. 같은 값으로 한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테니까.
이능력으로 오염된 지구 하나를 통째로 정화시키는 것보다 차라리 화성을 테라포밍 하는 것이 훨씬 싸게 먹힌다. 최길현이 왔으니 디멘션 게이트도 각국에서 열 수 있으며 이후 화성에서 통제를 하면 그만이다.
"일단 넘어가지"
그들은 디멘션 게이트를 넘어 화성에 도착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바글거리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이 눈에 보인다. 화성에 막 들어선 사람들, 혹은 떨어진 가족을 찾는 사람들, 안전해 졌다는 것을 인지하고 주저앉아 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며 스사노오가 연민의 감정을 품는다.
그는 인간의 신앙에서 태어난 신이다. 풍요롭지 못한 땅과 전쟁으로 얼룩진 곳에서 섬이기 때문에 도망갈 수도 없는 상황에 인간들이 부르짖은 신앙에서 태어난 것이 그다.
그만큼 인간의 감정에는 민감하고 신이 가진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인간을 돕는다. 그리고 스사노오는 비교적 인간에 가까운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왜 나를 데려왔는지 이해가 가겠구만"
최길현이 이끄는 백귀야행(百鬼夜行)에는 스사노오를 포함한 여러 신들이 있다. 그런데도 그 중에서 스사노오를 콕 찝어서 이번 여행에 동참시킨 것은 아마 현 상황에 있어 최적의 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겠지.
이곳 지구는 종말이 가까워졌기 때문에 묵시록의 붉은 용으로 화한 사탄을 데려온 것과 비슷한 이유다.
"테라포밍 적합, 난민 통제, 뭐, 잘하는 분야이기는 하지만.......간만에 힘 좀 써야지"
"부탁드립니다"
이윽고 스사노오가 바닥에서 발을 떼었다. 그의 몸이 중력을 무시하고 하늘로 날아가 이내 주거 구역을 두르고 있던 에너지 역장을 뚫고 화성의 대기권에 들어선다.
인간이 살 수 없는 환경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움직이며 스사노오는 자신의 신위를 발현하기 시작했다.
키이이이이이잉!!!
그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며 주변을 밝힌다. 저 아래에서는 그 빛을 본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떠들지만 불안해 하지는 않았다.
신이란 경외를 받는 존재. 부정적인 사념이 모이면 요괴가 되는 것이고 긍정적인 사념이 모이면 신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신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인간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불어넣을 수 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덞, 아홉, 열, 백, 천, 혼이여 하늘하늘 하늘하늘 흔들려라]
이전 그가 아직 일본의 주신이였을 적에.
그의 만행으로 인해 누이인 아마테라스가 동굴에 숨어 지상의 빛을 잃어버렸을 때, 그녀를 끌어내기 위해 아메노우즈메가 춤을 추며 외웠던 신가를 외며 힘을 더한다.
숫자를 외울 때마다 점차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빛은 강해진다. 그리고 허리춤에 차고 있던 그의 신검, 천총운검(天叢雲劍)이 웅웅거리며 호응한다.
[나의 이름은 타케하야스사노오노미코토(建速須佐之男命), 생명없는 별에 기도를 올릴지니]
스사노오와 연결된 최길현에게서 방대한 양의 신앙 리소스가 흘러들어온다.
그의 백귀야행에 들어가 있는 사람은 최길현을 매개로 통해 서로 연결되어 각자의 힘을 지원해 주거나 지원 받을 수 있다.
아무리 한 신화권의 주신이라고 한들, 별 하나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힘든 일이다. 또한 그의 신성은 폭풍. 그것 만으로는 이 별을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바꿀 수 없다.
다른 두 신의 힘이 그의 몸에 깃들어진다.
태양신 바스테트.
창생신 여화.
하나는 이집트의 신이였으나 태양신 라의 신위를 이어받은 여신이며, 다른 한쪽은 지구가 아닌 환계라는 곳의 신이다. 둘 다 못해도 스사노오와 비슷한 한 신화권의 주신 이상의 힘과 격을 가진 존재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신성. 태양과 생명. 거기에 스사노오의 폭풍을 더한다.
[태양(빛)과 폭풍(바람), 그리고 생명을 엮어 인간의 땅을 내어 주소서]
우우우우우우우우우!!!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오오오오오오오오오!!!
별이, 화성이 울기 시작한다. 스사노오의 기도를 받아들여 방대한 신앙이 화성을 뒤바꾸기 시작한다.
그것은 테라포밍 같은 현실적인 단어와는 동떨어진 광경이였다. 그 존재감과 힘을 완전히 인지할 수 있는 존재는 이 화성에서 기껏해야 시온 정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무니 없는 일이란 것은 이 화성의 모든 인간이 알 수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덞, 아홉, 열, 백, 천, 혼이여 하늘하늘 하늘하늘 흔들려라]
이내 그가 마무리를 지으며 힘을 정돈했다. 그리고 그것을 본 화성의 사람들은 모두가 확실하게 인지했다.
지금 그들의 눈 앞에 신이 있으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기적이라고.
이내 빛이 사그라든다. 고작해야 수십분 걸린, 시온조차도 그 시간 내에 행성 테라포밍은 모든 기술력을 동원해도 엄두도 못내는 것을 그는 해냈다.
"후우, 간만에 힘 썼더니 피곤하구만"
화성의 대기는 이제 인간이 마음껏 숨 쉴 수 있고, 땅은 무엇을 심어도 잘 자라는 비옥한 땅이 되었다. 그래서 시온도 따로 에너지 역장을 거두었다.
온갖 물리법칙과 현실적인 문제를 무시하고 인간의 인지를 초월해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존재.
그것을 인간은 신이라 부른다.
"고생하셨습니다. 따로 필요한 것은 없습니까?"
"일단 술이랑......뭐, 사람들 통제하려면 종교가 짱이기는 하니까 신사 하나만 세워줘"
"큰걸로 하나 세워드리겠습니다"
"솔직히 나는 아담한게 더 좋기는 한데, 지금 상황에 그런거 따질 수는 없겠지"
지상으로 내려온 스사노오를 본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그를 향해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린다.
그들의 모습은 저마다 달랐다. 남자와 여자, 어린아이와 노인, 그리고 황인, 백인, 흑인.......심지어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던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스사노오가 신이란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절망스럽고 불안한 현실에 눈 앞에서 기적을 보여준 존재를 거부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시대의 발전에 따라 인간은 신에서 멀어졌지. 그런데 쇠퇴와 함께 다시금 신을 원하게 되다니. 좀 아이러니하네"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스사노오가 익숙하듯이 경외를 보내는 인간들을 바라보았다.
신앙을 받는 것은 좋지만 한편으로는 자립했던 아이가 좋지 않은 일로 집으로 돌아온것만 같았다.[작품후기]* 작중 내용에 대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성실 연재가 뜰 때가 됐는데 왜 안뜨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약속했던 연참은 올립니다.
원래 시온의 화성 문명에서는 최악이 신을 싫어하는지라 종교 같은건 없에버릴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종교 만들고 해야죠.
눈 앞에서 예수님이 부활하신거 보면 무신론자도 신도가 될텐데 오죽하겠습니까.
그리고 사탄이 있다는 것은 예수님이 있다는 반증이니까......다신교(스사노오)와 일신론(야훼)의 박빙의 승부가 나겠네요.
종교전쟁 개꿀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