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432화 (432/507)

나중에 봐요 여러분!!!!432회

[휴거에는 뭐하세요? 바쁘세요? 구해주실 수 있나요?]군대나 포스 유저의 통제도 제대로 되지 않는 마당에 고작 3000명이 현장에 투입된다고 뭐가 달라지는가 싶겠지만 중요한건 그들의 이미지였다.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 화성 입국 심사대. 그리고 딱 봐도 현대 기술력으로는 만들 수 없는 파워드 수트를 입은 사람들이 그들을 이끌고 통제한다. 그 사실만으로도 목적지에 거의 다 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사람들을 안심시킬 수 있었다.

-정작 그쪽은 괜찮소, 형님?

"괜찮아. 딸 아이가 잘 커서. 그 아이가 잘 해줄거야"

현재 히비키도, 하정욱도 없는 입국 심사대는 루리가 대신 공백을 매꾸고 있었다.

그녀는 머리도 좋고 이제 나름 사람 쓰는 법도 알아서 혼란스러운 와중에서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부럽구만. 나중에 우리 아들내미 소개시켜 줄까?

"이미 사귀는 사람 있어!"

-좋네! 결혼식은 뷔페로 해! 축의금 넉넉하게 넣어줄테니까!

-간만에 배때지에 기름칠 하겠네요.

-설마 요즘 시대에 갈비탕 먹고 끝내지는 않겠죠?

"이 녀석들이!"

상황에 맞지 않는 대화였지만 긴장감을 풀기위한 농담에 지나지 않았다. 적성종을 몰려오고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있는데 그들도 긴장하고 우울해 있어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현장에서 일해본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 소방관이 먼저 절망하고 있다면 구해지는 사람도 절망하는 법이다.

"심사대는 이쪽입니다! 천천히 줄을 맞춰서 가세요!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흐윽......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사람들을 다독이고 지친 사람들을 부축해 주며 조금씩, 조금씩 심사대 인근의 난민들을 통제했다. 인근 군 부대와 협력하여 상황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적어도, 적성종이 올 때까지는.

"끄기이이이이익!!!"

"적성종이다!!!!!"

"으아아아아아!!!"

"살려줘!!!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나타난건 고작해야 중형 정도로 몇마리. 포스 유저가 몇명 정도 있으면 잡을 수 있는 녀석들이지만 군 부대로는 잡기 힘들며 난민들에게는 존재 자체로 공포다.

하정욱은 망설였다. 소방관이라서 현장에서 일을 하기에 목숨이 위험한 현장에 발을 들이는 것은 자주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재해에 한해서였고 악의를 가지고 덤벼오는 생물과 싸우는 것은 처음이다.

목숨을 걸고 사람을 구하는 것과 목숨을 걸고 싸우는건 비슷하지만 다르다. 하지만 그래서 망설임 또한 적었다. 다르지만 목숨을 거는 것은 같았으므로.

철컥!! 지이잉!!!

파워드 수트의 손목 수갑 부분이 열리더니 이내 푸른 빛을 방출했다. 그리고 장전돤 플라즈마가 발사되면서 놈의 몸뚱이를 서걱! 하고 깔끔하게 잘라낸다.

화기로 죽이려면 대전차 미사일 같은게 필요한게 중형 적성종인데 쉽사리 유효타가 들어가는 것을 보면 인간형 사이즈에 탑재된 무기가 미사일보다 강하다는걸 보여준다.

".........."

이러한 기술력에도 시온이 쉽게 손댈 수 없는 상황과, 그 뒤에 있는 대마왕들을 생각하면 꽤나 마음이 심란해지지만 중요한건 그게 아니라 위협받는 사람들이다.

이내 플라즈마 커터로 가볍게 놈들을 무찌른 하정욱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쉬워도 목숨이 달려 있는 일은 가슴이 답답해진다.

-정욱이!!! 지금 이쪽으로 수십마리가 더 오고 있어!

"예! 갑니다!!!"

-저도 같이 지원 갈께요!

놈들의 수는 점차 많아진다. 군대가 있고 포스 유저가 있는데 이렇게 가까운 거리까지 적성종이 모습을 드러내는게 처참한 현 상황을 드러내지만 그런걸 생각할 시간 없이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가야 했다.

이윽고 도착한 곳에서는 피난민들을 지키며 수십마리의 적성종을 상대로 분전하고 있는 두명의 소방관들이 눈에 들어왔다.

"수가 너무 많아! 일단 피난민 부터 여기서 멀리 보내!!!"

"예!!!"

그들은 그렇게 분전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피난민들을 심사대로 이끌었다. 때로는 다치기도 했지만 파워드 수트에 내장된 약품과 그 내구력 덕분에 죽은 사람은 아직까지 없었다.

쿠우웅!!!

그러나 한계도 있다. 중형 까지는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어도 초대형 부터는 그 크기가 상상을 초월하기에 파워드 수트를 입고 플라즈마 커터를 쏘아도 기껏해야 사람을 바늘로 찌르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아니, 바늘이라도 사람은 급소를 잘못 찔리면 죽을 수도 있지만 놈들은 그런 급소가 없으니 오히려 더 최악이다. 거대한 놈이 진군하는 상황에서 그들은 사람들을 빠르게 대피시키는 수 밖에 없었다.

"군대는 뭐하는거야!!!"

"그쪽도 바쁘대요!!!"

예비군까지 끌어서 방위에 전념하고 있지만 상대의 숫자가 너무 많고 광범위하게 퍼졌다. 인천에서 놈들의 침입을 허용한게 크다.

거대한 발이 사람들을 노린다. 별거 없는 행동에는 악의가 가득 담겨 벌레를 짓밟는듯 그대로 찍어내리기 시작했다.

"안돼!!!!!"

하정욱이 그렇게 소리쳤지만 할 수 있는건 없었다.

하지만 그 타이밍에, 백리가 날아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새끼가!!!!"

콰아앙!!!!

별거 없는 그냥 몸통 박치기. 그러나 효과는 좋았다. 피난민들을 짓밟으려던 놈의 몸뚱이는 그대로 휘청이며 중심을 잃고 넘어진다.

그대로 넘어치면 더욱 큰 참사가 일어날걸 안다. 그렇기에 백리는 침투 특성을 사용하여 놈의 몸을 붕괴시켰고 이내 주먹을 날려 산산조각내어 부쉈다. 놈의 살점과 피가 비처럼 쏟아지지만 적어도 그것 때문에 죽는 사람은 생기지 않을터다.

"괜찮으세요? 어......아니, 아빠?! 아빠가 왜 여기있어요?"

그들을 구한 백리는 시온이 지원을 보내준 사람인가 싶어 반갑게 인사하려고 했지만, 그 중에 하정욱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당연한 일이다. 지금 당장의 일에 열중하느라고 가족조차 신경쓰지 못했으니까.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 그런데......꽤 고생하고 있는 모양이구나"

".......뭐, 그렇죠"

지친 기색의 백리를 보며 하정욱이 걱정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어지간한 과로도 조금만 쉬면 회복하는데다 상처조차 초재생 특성으로 회복하는 백리지만 지금 그의 손발에는 생채기가 조금씩 나 있는게 눈에 띄었다. 그런 상처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힘을 쓰고 있다는 뜻이다.

평범한 사람이 봐도 그 정도인데 백리는 휴식을 취하지 않는다, 그러고 싶지 않은게 아니라 그럴 틈이 없었다.

한국마저 무너지면 이제 남은 희망은 없다. 지구에 남은 인간들은 도망칠 곳 없는 지옥에서 언제 죽을지 두려워 하며 고통 받다 죽어야 한다.

"긴 말 하지 않으마. 지금 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열심히 하거라"

"..........!!!"

백리는 그의 말에 눈물이 나올것 같았다. 다른 사람에게서 들어도 닿지 않았던 위로가 그의 마음을 울렸다.

조금이지만 더 버틸 수 있을 것만 같다.

정말로 아주 조금이지만.

*

*

*

*

놈들은 심사대 인근의 연합 정부 시설에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거의 코 앞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가까이 나타나서 안전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그 불안감은 공포가 되어 사람들을 패닉에 빠트린다.

"휴거가 도래했다!!!! 재림 예수이신 우리 전 목사님을 믿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믿습니다!!! 믿습니다!!!"

"우리 주를 핍박한 연합 정부의 수괴는 물러가라!!"

사이비 종교는 창궐하고 사람들의 공포와 두려움을 먹어 크기를 불린다. 이런 상황에서 신에게 기대고 싶은건 당연한 사람의 행동이니 그것을 노린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사이비 종교라 하더라도 결국에는 적성종에게 먹히고 말 뿐이니까. 재림예수회의 간부들은 그들을 이용해 보다 연합 정부에 보다 큰 요구를 할 위치에 서는걸 노리는 것이다.

상황이 급격하게 변해서 탈옥한 재림예수회 수뇌부를 처리하지 못한게 지금 되돌아 왔다.

"이런 씨발"

"기어이 하시고 마셨군요"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뇨, 저도 시원하게 욕 한번 해주고 싶은걸요"

단숨에 재림예수회의 신도는 수를 불렸다. 혼란이 가중될수록 오히려 그런 종교가 기승을 부리게 되는 법이다.

설령 사살하더라도 진작에 뿌리 뽑았어야 했는데, 판단을 잘못했다. 뒤늦은 후회를 하며 앨리사는 한숨을 쉬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우선 미국으로 돌아가시죠. 아직 미국은 버티고 있는 만큼 괜찮을겁니다"

"그렇다면 여기 남은 사람들은요?"

아무리 사이비 종교에 물들었다 한들, 그들도 사람이다. 게다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포를 조금이나마 줄여줄 수 있는 선택지를 고르는게 과연 옳지 않은 것일까.

설령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마음은 그러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정말 죄를 묻고 싶다면 사이비 종교 같은걸 도피처로 정한 사람들이 아니라 그것을 주도한 자들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저는 제가 내뱉은 말을 지킬겁니다. 지구의 마지막 한사람까지 화성으로 넘어가기 전에는 이 별을 떠나지 않을겁니다"

"그 약속은 미국으로 떠나셔도 하실 수 있으십니다"

"한국을 빼앗긴 뒤에 이루려고 해봤자 할 수 있을까요?"

입국 심사대야 무사하겠지만 접근을 할 수 없는데 사람들을 들여보낼 수 있을리 없다. 게다가 이미 바다를 건널 수 있게 된 이상 놈들도 호주나 미국 같이 바다를 통해 갈 수 있는 국가에 도달하는건 시간문제다.

놈들은 메뚜기 떼와 같다. 지나가는 곳에 있는 것은 전부 황폐화 시키고 결국에는 이 별을 먹어치울 것이다. 물론 비유적인 의미로.

"한번 이곳을 빼앗기면 끝입니다. 뒤는 없어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사수해야 합니다"

상징적인 의미로도, 그리고 현실적인 의미로도. 앨리사는 이 곳을 떠날 생각이 없다. 지금처럼 놈들이 코 앞까지 온 상황에서도 말이다.

"그러다가 상황이 위험해지면 억지로 모시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저도 최대한 저항하도록 하죠"

"그런 억지를......."

"여태껏 억지 한번 부리지 않다가 부리는 억지인데 그 정도는 들어주세요"

[중요한데서 억지를 부리는건 어쩐지 닮은것 같기는 합니다만]

흠칫!

어디선가 들려오는 여린 목소리에 두사람이 그 근원지를 찾아 고개를 돌렸다.

연합 정부 사무실에 설치된 유선 전화, 그걸 통해서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익히 아는 그 사람이다.

"어떻게, 아니 그걸 묻는건 의미 없겠군요. 그렇다면 왜?"

[위험한 상황인것 같아서 전화 드렸습니다]

"아직은 버틸만 해요"

[그이가 예전에 저한테 한 말이 있던데. 부모는 자식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지금은 확실하게 이해할것 같습니다]

"........."

정곡을 찔렸는지 앨리사가 말을 잊었다.

부모는 자식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법이다. 자기 자식에게 만큼은 걱정을 시키고 싶지 않기에, 만약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정말로 지치고 힘들 때 정도다.

[원래 계획은 이게 아니였지만. 하는 것을 보니 도와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파워드 수트를 입은 소방관 분들만으로 충분해요, 그리고 이 이상 개입하면 당신이......."

[안전이 보장받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통제가 힘들지 않습니까?]

두사람의 대화는 한 조직의 정상끼리의 대화가 아니였다.

이득을 안겨주려는걸 거절하는 단체의 수장이 어디있겠는가? 이건 가족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하는 사람간의 대화에 가까웠다.

[게다가 놈들이 코앞까지 왔습니다. 아마 며칠 있으면 그곳도 위험해질겁니다]

"넘어야 할 시련이지요"

[당신이 몸이라도 피하겠다면 저야 괜찮다고 생각하겠는데 그러지 않으려니까 문제입니다. 그래서 도와드리려고 하는겁니다]

"........어차피 의미가 없다는건 당신도 잘 아실텐데요?"

그녀는 관리자 엘리라는 존재의 단말이지 그녀 자체가 아니다. 여기서 그녀가 죽는다고 존재가 소멸될 일 따위는 없다.

이득손실을 계산해서 잘 생각하면 괜히 간섭해서 대마왕을 자극하는 것보다 끝내 그녀가 죽는 것을 내버려 두는게 제일 나은 선택이다.

하지만 그거야 계산적인 생각일 때의 이야기고.

[세상에는 때로 계산적인 것 이상의 뭔가가 존재합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뭐가 이득이고 손실 나발이던 가족이 죽는걸 두고만 보겠습니까?]

".........!!!"

[설령 대가를 치르더라도 감내할만한 것입니다]

시온의 입에서, 가족이란 말을 직접 들었다. 그 사실에 앨리사는 경악하며 눈가가 물기에 젖었다.

이내 에너지 파장이 흐른다. 인류가 수백년은 발전해야 겨우 행성 단위로 사용할 수 있을 에너지로, 그리고 아무리 기술을 개발해도 기술로는 도저히 닿을 수 없는 초월자의 격으로 다듬어진 파장이 퍼져나간다.

이 지구에서는 최초로, 시온이 초월자로서 자신의 힘을 발현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가까운 낙원(ZION)]

직경 100킬로미터의 거대한 에너지 돔이 도시를 뒤덮었다.

[작품후기]* 작중 내용에 대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요약 : 시온이 궁쯤.

따로 누굴 공격하는건 좋아하지 않기에 시온의 궁은 필살기가 아니라 생존기입니다. 어지간한 초월자는 뚫지도 못하고 로드쯤 되어도 뚫는데 시간 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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