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뭘 생각해도 상상력이 따라잡기 힘들지만요......아, 욕나오네!!!430회
[휴거에는 뭐하세요? 바쁘세요? 구해주실 수 있나요?]백리가 할 수 있는건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밖에 없었다.
몰아치는 적성종, 놈들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는 몇 없고, 그나마도 숫자에 일려 전장도 밀려나가는 현실에.......희망 따위를 품을 수 있을 상황이 아니였다.
"크억........"
"괘, 괜찮으십니까?"
"괜찮아요......걱정마세요......."
백리는 저번과 같이 잠도 자지 않고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구했다. 하지만 지난번과 다르게 이번에는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고작해야 한줌에 불과했다.
쩌저저저저적!!!
"큭......!!!"
청색공명기로 100미터 가량의 거대한 적성종을 확인사살까지 한 후에야 겨우 상황을 마쳐도, 이후에 그에게 돌아오는건 구해준 사람에 대한 찬사가 아니라 그저 원망어린 목소리에 불과하다.
"너 때문에!!!!"
"어쩔거야!!!! 지금 너 때문에 가진거 다 버리고 떠나야 하는데 어쩔거냐고!!!"
"이 개자식아아아아아아!!!!"
백리는 그들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을 하던간에 결국에는 변명에 지나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그저 조용히 사람들을 구하며 손가락질을 받는 것 밖에 못한다. 유일하게 백리에게 허락된 것이 그것 뿐이다.
아무리 사람을 구해도, 수많은 사람을 위기에서 구하더라도, 결국에는 욕을 먹는게 예정된 일이다. 현 상황 자체가 그가 만든 것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것 또한 오래 가지 못했다.
러시아에서 발사한 핵폭탄에 의해 방사능까지 덕지덕지, 아니 방사능을 적극적으로 뿌리며 지구를 오염시켜오는 적성종은 더 이상 정상적인 전자기기도 놈들의 인근에 다가갈 수 없는 상황이였으니까.
일반 군인에게 있어서 방사능은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위험하다. 포스 유저도 장시간 노출되면 좋을게 없을텐데 하물며 일반인 쯤이야.
결국 전선은 빠르게 아시아를 침범하고 넘어간다.
무엇 하나 좋지 못했다. 이미 수개의 국가들이 현 상황에 붕괴했다.
아직까지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강대국은 유지중이지만 그 이외의 국가는 무너졌다. 특히나 인도 같이 인구수는 많으면서 치안과 환경은 그리 좋지 못한 곳은 고작해야 며칠 사이에 붕괴하여 적성종들의 소굴이 되었다.
러시아로 넘어가지 못한 억대에 들어선 적성종들은 꿈틀거리며 본격적으로 동아시아 국가들을 침범하기 시작했다.
"아아아아........."
백리는 절망할 수 밖에 없었다. 자기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구할 수 있는 숫자에 한계가 있다는걸 새삼 깨달은 현실에.
그리고 그걸 자기가 자초했다는 더더욱 희망없는 상황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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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적성종은 뿜어져 나오는 화산 폭발과 같다.
설령 어떻게 한두군데의 분출을 막아도 결국은 약한 부분을 뚫고 분화하게 된다.
유럽과 러시아는 어찌어찌 사람을 갈아넣어서 막고 있다지만 아시아는 비교적 방비가 약하다.
우선적으로 인도가 있다. 물론 인도는 국토도 크며 인구도 많고 국방에 투자하는 예산 또한 세계에서 4번째로 많다.
그럼에도 인도가 붕괴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큰 국토와 많은 인구 때문에 있었다.
가뜩이나 강대국 중에서도 치안이나 시민 의식 같은 것이 떨어지는데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통제가 제대로 될리 없었다. 그러면서 군대는 시골 마을 같은 경우는 사람이 얼마나 있어도 버리고 후퇴하기 부지기수였다.
백리가 인도에 들어섰을 무렵에는, 날다가 추락하여 건물에 처박히는 항공기를 볼 수 있었다.
한국으로 향하려던 것으로 보이던 항공기는 두조각으로 박살 나며 부서졌는데, 거기에는 기행으로 이름 높은 인도 기차마냥 빽빽하게 실린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박살나고, 짓이겨지고, 불타고, 도시는 황폐화되고 적성종이 그 공백을 매꾸기 시작한다. 처참하고 잔혹해서 인류의 종말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 느낌이 아니라 사실이고 현실이다. 거기에서 눈을 돌려서는 안된다.
"아아아아........"
개미처럼 죽어나가는 목숨에 백리는 언어조차도 잊어버릴것 같았다. 속에 차갑다 못해 뜨겁게 느껴질 수준의 금속 덩어리가 턱, 하니 걸려서 막힌것 같은 답답함이 폐부를 짓누른다.
아무리 바쁘게 움직여도,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결국에 놈들은 파고들어 먹고 부순다. 남는건 잔해 뿐이다.
인도의 손꼽히는 인구수는 오히려 독이 되었다. 그들을 먹어치우고 수를 불린 적성종은 빠르게 아시아 전역을 침공하기 시작한다.
활동하는 영역이 넓어지면 그만큼 수도 분산되겠지만 놈들의 숫자는 그런 상식을 초월했다. 도시에는 매일같이 수만 마리의 적성종이 쏟아지고, 어찌 버티더라도 100미터, 혹은 200미터가 넘는 초대형 적성종이 군대를 부순다.
놈들을 상대하려면 최소한 마스터 유저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마스터 유저의 숫자는 기껏해야 몇명. 그에 비해 초대형 적성종은 시도때도 없이 나타나 도시를 부순다.
병력의 숫자로 밀어붙이던 놈들이 질까지 향상되자 폭발적으로 진행 속도가 늘었다.
인간의 혼란 또한 마찬가지. 아무리 다독이고 통제하려 해도 생존이 걸린 문제 앞에서 인간은 폭주하게 된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할거 아냐!"
"맞아!!!! 일단 여기 있는 사람들부터 좀 살자고!!!"
"여러분! 통제에 따라주십시오!!! 이러면 혼란만 가중될 뿐입니다!!!!"
"비켜!! 비키라고!!!"
연일 입국 심사대 앞에서는 무작정 들어가려고 하는 사람들로 소란스러웠다.
당연한 일이다. 희망이 없다면 감정은 그 어디에도 향하지 않고 폭주할 뿐이지만 코앞의 희망이 있으면 그곳으로 방향성이 잡힌다. 코앞도 보이지 않는 동굴 속에서 빛 한줄기가 보인다면 설령 중간에 절벽이 있어도 달려드는게 인간이니까.
통제를 하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패닉 상태에 빠진데다 한국인 뿐만 아니라 각양각색, 언어가 다른 외국인까지 섞여 있었다. 불이 붙어버린 혼란은 쉽사리 진정시킬 수 없다.
모닥불은 양동이에 든 물 정도로 끌 수 있지만 산불은 비가 내려도 꺼지지 않는 것처럼.
그렇다면 해결할 방법은 자연적으로 진정되게 두거나.......힘으로 듣게 만드는 수 밖에.
쿠우웅!!!
"어억?!"
"니들 지금 장난하냐?"
히비키가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저 발을 가볍게 굴려 땅을 진동시킨 것으로도 사람들이 휘청거리며 넘어졌다. 덕분에 혼란스러운 현장은 잠시 소강 상태가 되었다.
으르렁거리면서 기세를 숨김 없이 드러내고 있는 히비키는 보기만 해도 살이 떨릴것 같은 느낌이 든다. 눈 앞에 있는건 뿔을 합쳐도 2미터가 넘는 수준일 뿐인 사람인데 태산과 같은 존재감이 그들을 짓눌렀다.
"마냥 떼 쓰면서 달려들면 뭐든 다 해줄거라고 생각했냐? 어리광 부릴 시절은 옛날 옛적에 지나가지 않았어?"
"어, 어......"
"하, 하지만 어린애도 있어요!!!!"
"그래서 뭐?"
히비키는 그들의 불만에 딱 잘라냈다. 그의 행동도 솔직히 당연한 일이다.
생존이 우선시 된다고 한들 그걸 핑계로 억지를 부린다면 그것은 약자가 부리는 오만에 불과하다.
"너희들을 들여보내줘도 결국에는 한계가 있어. 그만큼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도 생기지. 그래서 일부러 통제를 하고 있는건데 그걸 따르지 않고 마구잡이로 들어오면 개판 밖에 더 나냐?"
"하, 하지만......"
"그 뒤에 나올 소리를 앞선 순번의 사람들한테 할 수 있어?"
불만과 공포를 힘으로 억누른다. 한계가 있는게 분명한 행동이지만 적어도 지금은 가능했다.
채찍을 휘둘렀다면 다음은 당근을 줘야 하는 법. 히비키는 그들이 돌아갈 기회를 주었다.
"지금 당장 죽는것도 아니야. 조금만 더 기다리면 들어갈 수 있어. 그 전에 여기서 징징거리는 것보다는 먼저 입국 신청을 해서 좀 더 앞선 순번을 받는게 훨씬 나을텐데?"
떼써봤자 바뀌는건 없다. 행동을 해야지. 그들이 하는건 바로 그거다.
만약 정말로 이곳에 뚫려서 사람들이 입국 심사대까지 밀고 들어온다면 시온은 가감없이 화성까지 직통으로 연결된 디멘션 게이트를 닫을거다.
목숨이 걸린 일이라도, 아니 목숨이 걸린 일인 만큼 확실하게 지켜야 할 선이 있는 법이다. 그 선을 지키지 않고 넘어버린 사람에게까지 보일 자비가 시온에게는 없었다.
"적당히 하고 돌아가. 여기서 징징거리는 것보다 뭐가 더 나은 일인지 충분히 고민하고!!"
사람들은 히비키의 외침에 저마다 흩어졌다. 아직도 미련이 남아 자리에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들 정도는 그래도 통제가 가능한 수준이였다.
하지만 이걸로 본격적인 원한을 사기 시작할 것이다. 아무리 바른 말이여도 자기 자신이 기분이 나쁘면 원한이 생기는 법이니까. 그 대상이 된 히비키는 그 피해를 입을지도 모른다.
"........고생하십니다"
"뭘, 원래 내가 해야 하는 일이지"
하정욱과 히비키의 나이를 따지면 하정욱이 조금 더 연상이지만 히비키는 말을 놓았다. 버릇이 없다기 보다는 그런 겉치례에 신경쓰지 않는 것이다. 그러는 만큼 상대가 초면에 반말을 해도 딱히 신경쓰지 않고.
그리고 전생에는 한 신화권의 주신 앞에서도 반말을 까고 다녔는데 그가 존대할만한 사람이 있을리가 없었다.
"저래도 한계가 있을거야. 아직 놈들이 여기까지 오지 않아서 그런 덕분이지. 아니였으면 진짜로 죽을둥 살둥해서 몰려왔을테니까"
"뭘 해도 죽는다면 차라리 살려고 발버둥 치다가 죽을테니까요.......아니면 공포에 질려서 아무것도 못하던가"
"잘 아는군. 그런쪽 일을 했었나? 포스 유저는 아닌것 같은데"
"소방관을 했죠"
"좋은 직업이군"
어쨌든 둘 다 사람을 구하려는 일을 한적이 있다. 그 공감대가 두사람을 엮었다.
"슬슬 막바지가 되어가는것 같구만. 현재 입국 상황은 얼마나 진행 됐어?"
"약 70퍼센트 가량 진행 되었습니다"
"대충 7천만명 정도인가 그러면?"
"예, 자세한 숫자는 자료를 봐야 알겠지만......."
남은 30퍼센트. 즉 많아야 3천만명이라는 소리다. 다 합쳐서 1억.
북한의 황무지,, 그리고 최강의 대마왕 팬텀이 쓸어버려서 방사능이고 뭐고 하나 남지 않은 일본까지. 개발하여 수많은 사람들을 유치하는 중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숫자는 몇억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거의 70억이나 되었던 인류가 현재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이미 아프리카와 중동, 그리고 인도의 붕괴로 그 숫자가 3분지 1이나 줄었다.
설령 생존이 불분명한 사람을 따로 빼고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이윽고 러시아와 유럽, 그리고 중국을 거쳐서 한국으로 온다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것도 시간문제다.
"이미 지나간 일 가지고 죄책감 가지지 마. 지금 우리가 해야하는건 최선을 다해야 하는거지 죄책감 가지고 책임 어쩌구 하는건 그 뒤의 일이니까"
"마음으로는 알고 있죠. 하지만 생각한대로 되지 않는데 사람 마음 아니겠습니까?"
"조금만 참아, 좀만 더 지나면 상황이 끝날것 같으니까"
".......그 끝난다는게 좋은 의미는 아니겠죠"
하정욱이 한숨을 쉬었다. 히비키는 그의 등을 툭툭 두드려 주면서 그를 격려했다. 여러가지로 그도 마음 고생이 심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기 자식 때문에 이 일이 생겼다면 부모 또한 그 무게를 지게 되는 법이다. 인류라는 무게는 한낱 평범한 인간이 짊어질만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히비키씨 말도 맞습니다. 지금 최선을 다해야죠. 최선을 다해서 한사람이라도 더 구해야 합니다"
"오, 그건 소방관으로서 일할 때 느낀건가?"
"예, 이런 상황에서 제 노력 같은걸 더해봤자 겨우 한두사람 더 구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더 많은 사람을 구해야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뭐지?"
"사람으로서, 당연한 것이니까요"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이군"
백리가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용서를 빌고 사과를 해야 한다. 하지만 한가지 그에게 변명을 하자면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였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백리는 인간이 저항 한번 하지 못하고 죽어나가는 대마왕의 심판을 막기 위해 그런 선택을 했다. 생각하지 못한게 있다면 그 이후의 일일 뿐.
"놈들이 저 위의 두만강까지 내려온다면 나도 여기가 아니라 그쪽으로 가야 할거야. 내가 없으면 그때는 내 대신에 잘 부탁하지"
"괜찮겠습니까? 저보다 더 나은 사람도 많습니다"
"사람 하나 더 구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앉혀야 조금이라도 더 구하지. 나도 이런 일에는 원래 그닥 재능 없는데 이래저래 서포트 해주는게 많아서 잘 하고 있는거니까 너무 걱정말라고"
히비키는 머리가 나쁜것은 아니지만 뛰어난건 아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사람 대하고 통제하는 일을 잘 할 수 있는건 특유의 카리스마와 함께 따로 인공지능이 알아서 서포트 해주기 때문이다.
유연한 대처만 잘 하면 다른 사람이 맡아도 상관은 없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히비키보다 더 나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보죠"
"그래, 그래야지. 나중에 같이 술이나 한잔 하자고. 아, 술은 잘 마시나?"
"나름 마시기는 합니다만......"
"나중에 기대하지. 좋은 술 들고 갈테니까 말이야"
히비키는 웃으면서 자리를 떠났다. 사람들의 패닉도 얼추 정리가 끝나고 마무리가 되어간다.
멀리서 절망의 기색이 점차 다가오고 있지만 그들은 아직 희망을 포기하고 있지 않았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더더욱 붙잡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그리고 이것이 오늘과 내일을 살아갈 힘이 되기 때문이다.
"백리야, 힘내라"
저 멀리서 고생하고 있을 아들을 걱정하며 하정욱이 작게 중얼거렸다.
[작품후기]* 작중 내용에 대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제 정말로 뻥뻥 뚫려나갈 예정.
콜라를 흔들었을 때 뚜껑이 있으면 막을 수 있겠지만 아니면 푸확! 하고 올라오는 것처럼요.
으음......어쩌지, 지금 연참 할까 말까한 기분인데. 이번편 진도 잘 안나간것 같고.
근데 성실연재 또 나올것 같아서 비축분은 만들고 싶은데......
연참이냐 아니냐, 그것이 문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