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427화 (427/507)

이따가 저녁때 봐요!427회

[휴거에는 뭐하세요? 바쁘세요? 구해주실 수 있나요?]

화성 이주 진행은 빠르게 진행되었고 앨리사 니어의 이름 덕분에 겉으로 보기에는 현 상황이 괜찮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이고 있다.

하지만 썩은 부분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주! 전만희 목사님을 석방하라!"

"석방하라!!! 석방하라!!!"

"불법으로 죄없는 시민을 구속하는 연합 정부는 물러가라!"

"물러가라!!! 물러가라!!!"

혹세무민(惑世誣民)이라는 말이 있다. 세상을 어지럽히고 국민을 현혹시킨다는 뜻으로 그들을 가리키는데 가장 적합한 단어였다.

현 상황은 모든 인류가 연합하여도 더 많은 사람만 구할 수 있을 뿐이지 근본적인 문제는 바꿀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 있어 그들 같은 잠재적인 문제.......아니, 수만명씩 모여서 시위를 하는 시점에서 잠재적인 문제가 아니가 됐지만 아무튼.

그들의 행동은 쓸데없는 인력을 낭비하게 하는 일이였다. 지금 전장에 투입하고 치안을 유지할 군인조차 부족한 판에 그들이 시위를 함으로서 그걸 통제할 사람을 투입해야 하는건 뼈아픈 인력 손실이다.

그렇다고 그들 전부를 구속시킬 수는 없다. 수만명에 달하는 사람을 구속시키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인력과 더불어서 그들을 구속할 곳도 필요하다.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극단의 조치를 취해야 했다.

[시위를 하시고 계시는 분들께 알려드립니다. 현재 대한민국 정부는 국가 비상 사태에 들어가 있어 계엄령이 선포된지 한달이 넘었으며, 그로 인해서 여러분들의 기본권 또한 제한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데 필요한게 자유라 한다면, 인간이 인간 답게 보장받는 권리에는 기본권과 인권이 있다.

개중 인권은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권리를 뜻하지만 기본권은 기본적인 권리, 국가가 개인에게 부여하는 권리를 뜻한다.

그리고 기본권에는 종교의 자유 또한 포함되기에, 그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계엄령이 떨어진 현 상황에서는 그들은 강제로 진압할 수 있다.

[또한 연합 정부에서 내려온 지시로 인하여 여러분들을 제압하는데 무력적인 방법의 사용을 허가 받았습니다]

"괴뢰 정부는 물러가라아아아아아!!!!"

"우리는 연합 정부 따위의 말을 듣지 않는다!!!!"

퍼어억!!!

어디선가 날아올 날계란이 전경 방패에 맞아 깨져서 흘러내린다.

몰려오는 난민들을 먹일 식료품도 넉넉하지 않은 마당에 귀중한 계란을 시위 용도로 사용하다니. 이미 그들의 논리는 이해할 수 있는 범주를 넘었다.

그래, 그런 것이다. 이 사태를 만든 가르-레칼의 시작 또한 광신에서 비롯된 것이니 잘못된 신앙심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알 수 있다.

[앞으로 30분의 유예를 드리겠습니다. 시위대를 해산하여 물러가지 않으신다면 무력으로 강제 진압하겠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들도 바라지 않는 일이다.

방패를 앞세운 전투 경찰 외에도 그들 뒤에는 군인이 있다. 비록 그들이 가진 무기가 실탄이 아닌 제압용 고무탄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잘못 맞으면 죽는 무기다.

뼈아픈 과거를 겪어온 이 나라에서 군인이 시민들을 향해 발포한다는 이야기는 나중에 가서도 그리 좋은 소리는 듣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지금이 그 시절도 아니고 이 자리에 서 있는 그들의 지식과 머리 또한 그때의 군인들이 아니다.

명령을 받았으니까 한다, 같은 마인드가 아니라 명백하게 잘못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 죄책감은 그들이 아니라 책임져야 하겠지. 그러나 평생 마음에 남게 될거다.

하지만 재림예수회의 시위대는 그들의 말에도 굴하지 않고 들고 일어났다.

"여러분!!!! 저 괴뢰정부의 하수인들은 우리 재림 예수이신 목사님을 구속하고 억압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저희들마저 해치겠다 당당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실겁니까!!!!"

"저놈들을 때려눕히고 목사님을 구합시다!!!!"

"괴뢰정부 또한 이 기회에 박살을 내버려야 합니다!!!"

"전만희 목사님을 국회로!!!"

종말이 가까운 만큼 그들의 행보 또한 대담, 아니 무모해졌다. 정부를 뒤집으려는 것은 국가 전복이나 다름없는 짓인데 그저 충동과 선동으로 시도하려는 것이다.

말 뿐만이 아니라 실천까지 더해진다. 그들은 빠르게 군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떻게 할까요?"

"........."

훗날 역사가 어떻게 기록할지는 모르지만 그는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해야 했다.

"발포하게"

그의 명령은 무전을 통해 빠르게 전해지고, 이내 고무탄을 장전한 군인들이 총구를 겨누었다.

상황이 아비규환이 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고무탄에 맞은 사람들은 죽지는 않았지만 멍이 심하게 들거나 어딘가 부러졌을 정도의 상처를 입었다. 이윽고 비명과 혼란이 가득해진다.

"꺄아아아아아!!!!"

"군인이! 군인이 시민을 쏜다!!!!"

"이 씨발 새끼들아!!!!!"

누가 보면 죄 없는 국민을 핍박하는 군대처럼 보인다.

하지만 죄는 먼저 그들에게 있었고 하나로 모아도 모자를 힘을 이런데 쓰게 만드는 그들은 암 덩어리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암 덩어리는 숙주가 죽기 전에 잘라내 제거하는 수 밖에.

[이후로 발생하는 모든 불이익의 책임은 여러분들에게 있습니다. 지금부터 즉시 시위대를 해산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여러분들의 화성 이주 우선 순위를 뒤로 미룰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마십시오]

화성 이주 자체는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 거기에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은 모여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발악 하고 있다. 지금의 연합 정부도 그걸 위해 있는 것이고.

하지만 우선 순위를 뒤로 미룬다는건 이후에 자리가 나더라도 가장 나중에 통과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위험해지고 시간도 오래걸린다.

총을 맞고, 심각한 경고까지 들으니 그들은 그제서야 상황 파악이 됐는지 슬금슬금 물러나기 시작했다.

광신도라고 한들, 아니 오히려 목숨을 구원 받기 위해 모여든 광신도인 만큼 자기 목숨과 관계된 일에는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이 빨갱이 새끼들이......북한도 망했는데 지들이 무슨 김씨 일가인줄 알아!!!!"

"일단 지금은 물러 갑시다. 아무래도 독재정권 시절도 아닌데 힘으로 밀어붙이다니. 그러면 우리도 그렇게 대응해 줘야죠"

"그래요, 우선 전 목사님부터 구출하는게 우선이예요"

지금은 억눌렀다. 하지만 싹은 잘랐어도 뿌리는 남아 있으며 무엇보다 암은 치료를 해도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당장의 위기만 넘어갔을 뿐이지 그들은 이후로도 장해가 될 것이다.

*

*

*

*

"이런 씨......."

"앨리사님?!"

".......아뇨, 아닙니다. 괜찮아요"

보고서를 받은 앨리사 니어는 난생 처음으로 쌍욕을 할뻔 했다.

그녀는 관리자의 단말이다. 사회 경험은 적지만 지식량이 많고 그만한 힘이 있는 만큼 정신 또한 단련 되었으나.......반대로 말하면 그래도 단말이라서 한계는 있다.

그리고 거기에서 말하는 한계란 인내심도 포함되는 법이다.

그녀는 재림예수회에 잠입시킨 위장신도에게서 받은 그들의 행태와 앞으로 벌일 예정인 사안들을 보면서 골머리를 싸매며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역시 인간은 곱게 말해서 안듣는 생물이네요"

"그렇기는 하죠. 이 사람들을 보면 저도 한숨만 나오니까요"

"재림예수회 간부들이 있는 교도소를 테러할 예정이라니, 미친거 아닌가요?"

"그러시는 것도 당연한 반응입니다. 일단 그런 과격파부터 사람을 보내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시하는데 들어가는 인원도 아까운데 말이죠......."

앨리사 니어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이것은 아무래도 단말로서 예언만 하면서 지난 십수년 동안 놀고먹은 업보가 돌아오는거 아닌가 싶은 일이다.

인간은 한편으로 감탄할 정도로 대단해질 수 있지만, 반대로 바보조차 비웃을 정도로 멍청해질 수 있다.

대마왕이 나타나 그들의 존재를 인지 했을진데, 아니 오히려 그 반례로 그들은 심판하는 절대자가 아니가 구원해주는 절대자를 바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한낱 인간인 사이비 목사를 신으로 떠받들고 있는 것이고.

"죽은 사람은 없다니 그래도 다행이지만. 일단 계속 주시하세요. 과격한 행동을 저지르게 하면 안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막 생각나서 그런건데 혹시 대마왕을 떠받드는 사이비 종교는 없나요?"

그들의 존재를 아는 이상 떠받드는 사람이 있어도 이상한게 아니다. 아니, 오히려 재림예수회 따위 보다는 훨씬 더 힘이 있고 설득력이 있어야 했다. 물론 그런다고 대마왕들이 그들의 신앙을 받을리는 없겠지만......

스스로의 의지로도 충분히 격에 걸맞은 힘을 낼 수 있는 존재들이 자기보다 못한 존재들의 신앙을 받는다는건 바보같은 짓이다. 올바른 초월자가 아니라 신이 되는 길, 격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다수에게서 오는 신앙의 힘은 매력적인 것이지만, 그렇다고 한들 그 이상의 힘을 쓸 수는 없다. 비유하자면 회복 속도는 빠른데 한계치를 깎아먹는 짓일까.

예를 들어서 전 차원의 성교란 개념의 최상위 신격인 갓-루리루리조차 인간이 보기에 만능이라 보이며 거기서 오는 신앙으로 인해 막대한 힘을 가지고 있어도 최악에게는 이기지 못하는 것과 같다.

간단하게 말해서 중요한건 양이 아니라 질이란 뜻이다.

"물론 있습니다만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여러 단체를 합쳐도 천명이 될까 말까한 수준입니다"

"생각보다 적네요?"

"대마왕이라 한다면 가장 가까운 사람이 있으니까요"

반사적으로 앨리사의 머리에 시온이 스쳐지나갔다.

확실히, 대마왕의 아내이자 최악이 제일 우선시 하는 그녀라면 대마왕을 떠받드는 종교 입장에서는 교황 수준이나 다름없었다.

아니, 오히려 평소에는 최악보다 시온이 더 영향력이 있으니 대마왕을 따르겠다면 차라리 시온의 말을 따르는 편이 훨씬 나았다. 그리고 그 시온은 화성 이주를 제안했으니 그들이 바라는건 뻔하다.

현 시점에서 대마왕을 신으로 모시는 사이비들을 믿는 사람은 그것도 생각할 여지가 없거나 하는 사람들 뿐이다.

"차라리 낫네요. 종말이라고 마냥 같이 죽자는 식의 사람들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니까요"

"나중에는 혹시 모르죠. 아, 물론 생길거라고 하는게 아니라 나중에 어떻게든 문제가 될거라는 소립니다. 종교는 민감한 문제니까요"

인간은 신에 기댄다. 오래전 일본은 팔백만 신의 나라라고 했을 만큼 수많은 신들이 있었다. 그만큼 그들은 신을 척박한 환경과 고난 속에서 신을 찾았기에 그만큼 신의 수가 늘어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화성 문명이라고 해도 인종, 국가 상관 없이 사람들을 받아들인 후에 종교 문제를 겪지 않을리 없다. 분명 그 뒤에 여러 문제를 마주하겠지.

게다가 최악은 원래부터 신을 싫어해서.......종교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짜증을 내도 받아들일지, 아니면 엿먹으라 그러고 종교를 없에버릴지.

전자가 되면 그나마 반향이 적을테고, 후자가 되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겠지만 그래도 인류는 먼 곳까지 나아갈 수 있는거고. 사실 어느 쪽이던 좋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하죠. 그러면 전장 상황은요?"

"아, 그쪽 보고서는 여기 있습니다"

"음.......나쁘지는 않네요. 적성종의 진군 속도가 확 낮아졌고요. 간만에 희소식이네요"

"예, 아무래도 예정보다 못해도 한달 가량 정도는 시간을 벌 수 있을것 같습니다"

백리가 새로운 특성을 각성한 덕분에 놈들이 이집트를 넘어 중동으로 들어서는데 시간이 걸리게 되었다. 지형상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길목이 병력을 집중하고 방어하기가 쉬워서 지금 최대한 오랜 시간을 끌어야 했다.

"그렇다면 이쪽은 됐고.......본국 상황은 어떻죠?"

"괜찮다고 할 수 있지만 그리 좋은건 아닙니다"

미국은 세계 최강국 답게 분명 현 상황에서도 한국 다음으로 제일 상황이 나은 몇 나라 중에 하나로 꼽히지만 문제점이 있다면 바로 그 큰 영토에 있었다.

국토는 크면 클수록 좋지만 이런 현 상황에서 온전한 통제에 있는 작은 나라보다 그렇지 않은 큰 나라가 불리한건 당연한 일이였다.

미국의 땅이 얼마나 큰데 그만한 넓이의 모든 지역을 커버하려면 미국과 함께 주 방위군, 그리고 개인 자경단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다.

"인구 밀도가 높은 동, 서부 지역은 아직도 치안이 제대로 유지되고 있지만 중부 지방에서는 적성종 융합체의 목격도 보고 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조만간......."

"먼저 사람들을 피난시킨 후에 최대한 버티라고 해주세요. 지킬 수 있는 곳이라면 차라리 사람만 빼낸 후에 방치하는게 낫습니다"

"알겠습니다"

총기가 합법화 된 곳이며 시도때도 없이 총기사고도 나는 곳이기에 길에서 적성종으로 변이한다고 한들 사방에서 총탄 세례를 맞고 죽을 뿐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에서 막 변이한 놈들 뿐. 융합체부터는 소형 화기에서는 상대할 수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군대가 돌아다니고 언제 옆사람이 괴물로 변할지 모른다고 생각되는 상황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앨리사 니어란 예언자의 이름 앞에서도 그들은 결코 희망을 가질 수 없다.

종말이 코 앞까지 다가온 상황에서 인간이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영웅이 필요하다. 단순히 나라 하나가 아니라 전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그런 영웅이 말이다.

이미 그 역할을 맡을 수 있었던 백리는 실패했다. 그는 자기가 저지른 죄의 책임을 지기 위해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바쁠 뿐이다.

"일단 가장 급한 곳부터 신경써야겠죠. 이집트 연합 전선 쪽에 러시아군 파견을 요청할 수 있나요?"

"러시아도 잘 버티고 있는 국가이니 어느정도 여력이 있을겁니다"

"혹시 발을 빼려고 한다면 이집트가 뚫리는 순간 러시아까지 도달하는건 시간문제라고 이야기 해주세요. 그것도 수도가 있는 러시아까지요"

피난도 덜 끝난 유럽, 그리고 아시아가 뚫리면 그 많은 적성종이 그곳의 사람들을 먹어치우고 수를 불려 러시아로 진격할거다.

그리고 중동에서 바로 북쪽으로 향하면 도달하는 곳은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였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대통령은 독재자지만 바보는 아니다. 애초에 바보였다면 독재자도 오래 못해먹을테니까. 머리가 돌아간다면 지원을 해야 한다는걸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이집트, 아니 이스라엘이 뚫리는 순간 저희들은 적성종이 아니라 시간과 싸워야 할겁니다"

그때까지 부디 시간의 절대자가 그들의 편을 들어주기를.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작품후기]* 작중 내용에 대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원래 사이비 교도 플롯은 이게 아니였습니다. 오히려 이주 이후에 발생된 이야기였죠.

근데 이게 오히려 낫겠더라고요.

사이비 교주 : 하느님 꼼짝마, 하느님 나한테 까불면 죽어!!! 내가 이만큼 친한 사이야!!!

?? : 엌ㅋㅋㅋ존나 잼있네ㅋㅋㅋㅋ계속해봨ㅋㅋㅋ.

이놈이 누구인지는 나중에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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