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426화 (426/507)

이따가 다시 올께요!!!426회

[휴거에는 뭐하세요? 바쁘세요? 구해주실 수 있나요?]아프리카의 전장은 이제 아프리카 앞에 아프리카란 단어를 붙일 수 없게 되었다.

이집트까지 밀리던 전선은 빠르게 이스라엘 까지 후퇴하게 되었다. 놈들의 공세가 이전보다 짙어졌기 때문이다.

고작해야 현 사태가 벌어지고 두달 가량 밖에 지나지 않았다. 아마 이 속도라면 놈들이 육로를 통해서 한국까지 쳐들어오는데 두세달이면 충분할듯 보인다.

"이대로는 안돼.......!!!"

최전선에서 백리는 매일같이 수만마리의 적성종을 홀로 죽였다.

그건 마스터 유저도 쉽사리 못하는 일이다. 그것도 개미 떼 같은 놈들의 공세에서 자기 목숨 부지하면서 그러는건 더더욱.

보다 효율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죽여나가서는 끝이 없고 밀리다가 결국에는 시간도 제대로 벌지 못하고 무너질 뿐이다.

여태까지 실패 밖에 못했으니 이번만큼은 성공하고 싶었다.

"여기서 최대한 버텨야 해요. 적어도 뒤에 있는 국가들이 피난이 완료가 될 때까지는요"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

"그래도 해야하는건 어쩔수 없죠......"

현 상황의 중요성을 파악해 영국에서 윌리엄도 파견되었다. 차차 이런식으로 후퇴하면서 결국에는 한국까지 밀리게 되는 날이 오겠지.

아무튼 백리는 범위 공격보다도 효율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단순한 범위 레벨이라면 청색공명기나 공간 공명도 충분히 유효하지만 지금은 고작 수백을 한번에 죽이는 힘이 아니라 수만, 수십만을 죽이는 힘이 필요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건 최악의 권능이였다.

태평양 한가운데서 멕시코의 1억이 남는 국민들을 상처 하나 없이 죽이는 절대적인 권능. 사람을 죽이다 끝내 그것을 권능으로 얻은 격 높은 초월자의 힘은 확실히 탐나는 것이다.

만약 백리에게 최악의 백분지 일 만큼의 권능이 있었다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몰리지는 않을 것이다. 한번에 수만을 죽이면 그만큼 공백이 생겨 대비할 여력이 생기니까.

"쓸 수 있겠어요?"

"........솔직히 무리예요"

"하긴, 쉽게 따라할 수 있었으면 진작에 썼겠죠"

윌리엄의 말은 냉정하면서도 옳았다. 초월자의 권능은 쉽사리 따라할만한 것이 아니다. 설령 최악보다 격이 높은 초월자라도 그걸 따라하려면 자기의 권능을 응용하고 우회해서 해야지 순수하게 따라하는건 불가능했다.

한마디로 권능이란 그 사람만 알고 있는 전공지식과 다름없었다. 결과라면 비슷한 것을 내놓을 수는 있어도 그것은 오로지 그 개인의 것이다.

백리가 최악의 권능을 따라하는건 불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세상에 절대란 없어도 가능성이 소수점 1억자리까지 내려간다.

하지만 다르게 말한다면, 비슷한 방법으로 흉내는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잠깐 적성종 관련 자료 좀 볼 수 있을까요? 놈들의 해부 데이터 같은거면 더 좋고요"

필요한건 지식이다.

최악은 겉으로는 무식해 보이지만 초월자로서, 방대한 양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 체득한 것이나 차원 문명에서 논문 등으로 얻은 것. 그리고 누군가에서 배운것 등으로 말이다.

백리는 초월자는 커녕 포스 유저가 된지도 이제야 1년이 되어갈 뿐이다. 거기에 대한 지식은 한참 부족할 수 밖에 없다.

"........."

일단 백리는 빠르게 전문 서적과 관련 자료를 터득하기 시작했다. 피로 회복을 위해 쉬는 시간에 하는 것이니 손실은 없다. 조금만 덜 자면 되는 것 뿐이니까.

최악과 같은 권능을 따라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으로 백리만의 이론을 성립시켜야 했다. 그걸 위해서는 자신 뿐만이 아니라 적에 대해서도 아는게 필요하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다. 가이아 포스를 응용한 특성을, 거기에 적성종의 구조를 파악하여 끼워맞추는 것이다.

우우웅!!!

가이아 포스를 내뿜어 이리저리 사용해 보면서 백리는 곰곰히 생각했다.

".......형은 어떤 원리로 사람을 죽이는 걸까?"

백리는 최악과 했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떠올렸다. 꽤 옛날 이야기지만 머리가 좋아져서 떠올릴 수 있었다.

사실 살인이라는 행동이기에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소재였지만 지금은 거기에 열중할 수 밖에 없다. 오로지 그것만이 지금 상황을 호전시킬 방법이니까.

최악의 권능은 타고 올라가면 천살진기에 이른다.

무림인에게는 의기상인(意氣傷人)이란 경지가 존재하는데, 의지만으로 기가 일어나 사람을 해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천살진기는 그것에서 착안한 무공이다.

살기를 정제하여 극도로 벼리고, 그것으로 흩뿌려 접한 대상의 근육을 수축시킨다. 경지에 이르면 심장마비도 가볍게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천살진기를 익힌 무인에게 있어 다수는 의미가 없다.

물론 단순히 그것 뿐만이 아니라 극에 이른 개념은 상위 개념에도 간섭할 수 있기에 정제된 살기는 보다 상위의 초월자도 베어낼 수 있는 절세무공이지만 지금 중요한건 그 부과효과에 대해서다.

최악은 천살진기를 겉핥기로 배웠다가 시간을 들여 역으로 복원에 성공한 케이스다. 그러면서 사람을 죽이고 그 방법에 익숙해져 도가 트다 보니 자연적으로 권능을 체득한 것이다.

요컨데 살기를 정제할 필요 없이 의지만으로 발현하여 중간 과정을 스킵할 수 있는게 권능이라고 볼 수 있다. 괜히 전공지식이라고 하는게 아니다.

"포스 융합 현상......."

백리는 자신이 그런 방법을 쓸 수 없으니 다른 방법으로 우회 해야 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건 포스 융합 현상이다. 원래 적성종이 지구에 모습을 드러내면 지구에서 발생한 가이아 포스가 놈에게 들러붙으면서 포스 유저가 놈들을 쉽사리 상대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거기에는 시간이 걸리는데, 대형이나 초대형 적성종까지 가면 10분 넘게 걸릴 때도 있다. 그걸 위해서 보통은 군대가 출동하여 시간을 벌지만.......

지금 활용할건 거기에 있었다.

요컨데 결국 적성종의 라프 에너지에는 가이아 포스가 침투하기 쉽다. 그렇지 않았다면 필시 반발 작용이 일어났을테니까.

그리고 적성종의 몸에 자신의 의지대로 가이아 포스를 침투시킬 수 있다면, 그걸 매개로 놈들의 행동에 제약을 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어디보자, 놈들의 주된 신체 구조는 뇌나 주요 장기 외에는 골격 없이 거의 근육만으로 움직이는 것과 다를바가 없다고 했으니까......."

그러나 일이 그렇게 단순할리는 없었다. 거기서 필요한게 바로 적성종의 신체 구조에 대한 것이다.

놈들은 주로 피부호흡을 하며 뇌와 소화를 위한 장기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각은 없지만 라프 에너지를 통해서 시야를 확보한다.

........아니, 좀 더 원점으로 돌아가보자.

지구는 중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거대한 생물들은 보다 작게 진화하여 중력의 영향을 덜 받게 진화하고 세상에서 가장 큰 생물인 고래마저도 부력이 있는 물 속에서 사는 해양 생물이다.

애초에 십수미터의 거대한 괴물이 지상을 돌아다니려면 그만한 강인함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그렇지만 놈들은 뼈도 없었고 오로지 근육 뿐인데 잘만 뛰어다닌다. 아무리 티브 문명이 발전했어도 순수하게 세포나 그런 것만으로 그 법칙을 깨기에는 부족하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라프 에너지가 그 생태의 근원이였다. 물리법칙을 거스르는 힘이 담긴 그 이능력이 존재할 수 없는 거대한 생물도 뛰어다니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즉, 놈들의 라프 에너지의 순환을 막으면?"

그냥 피도 흐르기는 하지만 라프 에너지 또한 놈들의 혈액이나 다름 없었다. 혈액의 순환이 멈추면 죽듯이 놈들에게도 라프 에너지 순환에 이상이 생기면 분명 치명상에 가까운 타격을 받을 것이다.

요컨데 백리는 최악 같은 권능을 쉽사리 따라할 수는 없으니 비슷한 것을 떠올린 것이다.

최악의 권능이 톱니바퀴 자체를 멈추는 것이라면 백리는 돌아가는 톱니바퀴에 쐐기를 박아넣어서 멈추는 것으로 말이다.

꽤나 발상을 훌륭했다. 그리고 지금 백리에게는 그 발상을 실현시킬 힘 또한 있었다.

우우우웅!!!

특성으로 만들어 정신력의 소모는 최대한 줄이지만 위력은 확실하게. 그러기 위해서는 제약만큼 투자도 필요하지만 어차피 가이아 포스의 양은 마스터 유저를 다 합친 것보다 많고 출력 또한 좋다. 오죽하면 백리에게서 제일 나은게 가이아 포스의 출력일까.

요컨데 무식하게 가이아 포스만 때려박아서 최대한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효과는 나온다.

지이이잉!!!

지이한 공명이 울린다 사방으로 백리가 만들어낸 파장이 퍼져나갔다.

"무슨 일이예요?"

그 파장을 감지한 윌리엄이 백리가 있던 막사로 들어왔다.

그에 백리가 웃으면서 그에게 말했다.

"나름 성공한것 같아요"

*

*

*

*

백리가 만들어낸 특성은 '침투'였다. 적성종의 라프 에너지의 저항에도 상관 없이 놈들의 몸에 침투하여 라프 에너지의 순환을 흐트러트린다.

하지만 백리의 경지가 부족한건지 그것 만으로 놈들을 죽일 수는 없지만 적어도 무력화 상태는 만들 수 있다. 라프 에너지가 있기에 거대한 몸뚱이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인데 그게 제대로 되질 않으니 겨우 숨만 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풀린다. 한편으로는 독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체내에서 가이아 포스가 옅어지면서 자연적으로 풀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걸로도 전장의 판도를 돌리는데 충분하겠네요"

"어떻게 보면 적성종에게만 통하는 EMP 같군"

"일단 두분은 따로 적성종 토벌만 부탁드릴께요. 저는 이제 헬기 타고다니면서 이걸로 놈들을 제압하고 다닐테니까요"

전장 하나에 투자하는 시간, 그리고 범위, 그게 달라지면서 백리의 쓰임새도 바뀌었다. 영향력이 바뀌었다고 보면 된다. 대충 전술급에서 전략급으로.

하나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가는 것보다 장기적인 면에서 더 효용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곳에 머무르는 시간도 짧은 만큼 보다 효율적이다.

".......하지만 이걸로 시간만 끌 수 있는거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아니란걸 알고 있죠?"

"네, 당연히 알고 있죠. 적어도 조금만, 조금씩만 더 시간을 끌고 싶어요. 제가 시간을 끄는 만큼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들은 더 많으니까요"

"알고 있으니 다행이네요. 그러면 나중에 보도록 하죠"

각자 전장에 파견되고 백리는 무전기만 받아 따로 움직인다. 이제 백리가 할일은 보다 빠르게 전장에 도착해 가이아 포스 펄스를 날리는 일 뿐이다.

"줄여서 말하면 JFP일려나......가운데가 Y가 아닌걸 감사하게 여겨야겠다"

어중간한 헬기보다 백리가 더욱 빠르다. 한달동안 한국을 누비면서 움직인건 폼이 아니기 때문이다.

쿠우우우우우!!!!

이내 백리가 땅을 박차고 전장으로 출발했다. 공기 저항을 흘려내면서 동시에 가속한다. 그 속도는 호주의 마스터 유저의 최대 속력을 가볍게 넘어서 빠르게 전장으로 도달한다.

그리고 저 멀리서 놈들이 보인다. 아직도 개미 떼처럼 몰려오는 녀석들을 높은 곳에서 바라보니 바퀴벌레가 바글거리는 듯한 징그러운 무언가로 보였다.

지이이잉!!!

백리가 특성을 발현시키자 이내 사방으로 가이아 포스로 이루어진 파장이 퍼져나간다. 그를 중심으로 반경 수백미터의 적성종들이 그 파장에 휘말려 쓰러진다.

단순히 그것만이 아니라 그 뒤에 달려오던 놈들과 쓰러진 놈들이 뒤엉켜 놈들이 혼란에 빠졌다. 더군다나 쓰러진 적성종을 시체로 여겼는지 산채로 먹어치우는 녀석들도 생길 정도였다.

한번 사용한 것으로 훌륭한 효과다. 게다가 백리가 소모한 가이아 포스도 총량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다. 그나마도 회복이 될테고.

직접 전장에 내려가서 공간 공명을 뿌리며 싸우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그것도 백리가 분신술을 써서 모든 전장을 커버하지 않는 이상 조금씩 밀리게 될 뿐이다. 시간을 벌었지만 윌리엄을 말대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얏호, 간만이네. 잘 지냈어, 오라방?

"어?! 루리 너!!!"

-목소리 들으니까 잘 지내는 모양이네. 아, 참고로 화성에서도 오빠 싸우는게 개꿀잼 몰카 마냥 잘 보고 있음.

"어떻게 한거야? 이거 군용 통신 회선인데!"

-이쪽 기술력으로 그거 하나 해킹 못할것 같아? 아무리 라프 에너지 때문에 통신 상태 불량이여도 오히려 그 때문에 이쪽 기술력이 더 영향력이 크다고.

간만에 듣는 루리 목소리다. 화성으로 건너간 이후로 얼굴도 제대로 본적 없어서 더 감회가 새로웠다.

"그런데 무슨 일이야? 이렇게 갑자기......아, 엄마랑 아빠는 잘 지내셔?"

-엄마는 화성에서 이주하는 사람들 돕고 있고, 아빠는 지구의 입국 심사대에서 입국 하는 사람들 통제 중이야. 아빠한테 아직 연락 못받았구나?

"......아빠가?"

-걱정마. 입국 심사대 안은 안전하니까. 거기에 있으면 핵이 터져도 안전해.

"알고 있어, 히비키씨도 거기에 있으니까"

문득 백리는 루리가 고작 그걸로 전화하진 않았을거라는걸 떠올렸다. 백리가 한 일에 삐져서 갔는데 어지간한 일로는 연락할리가 없다.

"그런데 왜 연락 했어?"

-일단 오빠가 지금 쓰고다니는 그 기술, 발상은 꽤 좋은데 한가지 주의할 점이 있거든.

"주의할점?"

-분명 그건 효율도 좋고 전쟁의 판도를 뒤엎을 만큼 충분히 쩌는 기술이거든? 근데 거기에 한계가 있다면 오빠가 한계가 있다는 점이지.

"하지만 이건 가이아 포스만 때려박으면 정신력 소모도 별로 없는터라......"

-그게 문제야 문제. 아마 그렇게 펑펑 쓰고 다니면 분명 오빠의 정신력보다 가이아 포스 출력이 떨어지는게 먼저겠지. 그러면 오빠 상황에 뭐 어쩌겠어? 있는거 없는거 다 짜내서 계속 쓰겠지. 그치?

"어......그렇긴 한데"

-가이아 포스는 어디서 나오는지 잊었어?

가이아 포스는 포스 유저의 영혼에 회로가 새겨져서 그걸 매개로 하여 공급된다. 백리 또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만약 억지로 그 회로를 쥐어짜서 가이아 포스를 뽑아낸다면 회로가 새겨져 있는 영혼은 어떻게 될까?

-내가 어지간하면 오빠 하는 일에 신경 안쓰겠는데. 영혼에 금 가거나 타격을 입으면 그거 쉽게 치료 안되거든? 이쪽 기술력으로도 영혼은 쉽사리 치료할 수 없는 문제야. 고통도 고통이겠지만 쌩고생 하기 싫으면 적당히 조절해.

"........."

-시이벌, 내가 전에 하지 말라는거 했다가 좆된거 잊었어?

"근데 이건 나만 큰일나는거지?"

-아오, 답 없는 오빠 새끼.

"괜찮아, 알았어. 잘 조절할께. 걱정해줘서 고마워"

-퍽이나.

말은 그렇게 해도 루리도 걱정되서 이렇게 연락한 것이다. 백리는 고마움을 담아 인사를 건냈다.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무리할 일은 없을거야"

그는 적어도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버텨야 했으니까.

그만한 책임이 그의 어께 위에 있었다.

[작품후기]* 작중 내용에 대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약속했던 연참.

진도 뺄 때까지는 종종 이렇게 연참 할겁니다. 일단 내일은 원래대로 올리고......하루에 두편씩 쓰려면 뼈가 빠지겠군.

슬슬 성실연재 뜰 때도 됐는데 비축분이나 모아둬야겠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