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함께 심도깊은 유열예찬론과 절망학개론을 공부해보죠!!!424회
[휴거에는 뭐하세요? 바쁘세요? 구해주실 수 있나요?]아프리카는 결국 돌파 당했다. 아프리카를 점령한 적성종들은 사막의 극악한 환경을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육로를 통해 아프리카 대륙 북부로 진출했다.
바다나 하늘도 방법이 있지만 놈들이 사막을 극복한 방법은 라프 에너지를 보다 세밀하여 조절하여 일교차가 큰 사막의 환경에서 버틸 수 있게 된 것이기에 종 자체를 바꿔야 하는 진화 앞에서 보다 효율적인 것을 찾은 것이다.
수십, 수백, 아니 이제 수천으로 불려나간 적성종들이 빠르게 진군한다. 전술도 뭣도 없었지만 인해전술로 밀어붙인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무지막지하고 공포스러운 광경이다.
인간 같지도 않은 것들이 빠르게 적의를 드러내면서 달려오는 광경은 징그럽고 무서웠다. 개중에 가장 눈에 띄는게 있다면 어설프게 인간을 닮은 적성종이였다.
"끄에에에에에에에!!!!!"
혐오스러운 괴성을 지르면서 진을 친 아프리카 북부 국가 연합군을 향해 달려든다. 이미 소형 화기가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포스 유저와 중화기를 배치했지만 놈들의 수는 쉽사리 줄어들지 않았다.
콰아앙! 콰앙!!!
쿠우우우우우우우!!!!
퍼어어엉!!!! 쿠와아아앙!!!
폭격기가 날아다니고 포스 유저들이 마구잡으로 놈들을 죽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함정을 파도 거기에 달려들 정도로 지성은 별볼일 없기에 초반에는 어느정도 우세한 면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 문제. 죽어도 죽어도 계속해서 달려오고 밤낮을 모르는 상태로 덤벼온다. 설령 함정에 걸려도 그 시체를 먹고 짖밟으며 덤비는 꼴은 지옥도나 다름없었다.
버티던 전선은 후퇴를 거듭했다. 하지만 놈들의 기세는 결코 죽지 않았다.
"으아아아아!!!!"
"끼에에엑! 끄에에에에!!!!"
"살려줘!!! 죽기 싫어!!! 아아아아아악!!!"
"죽어!! 죽어어어어!!!!"
"크에에에에!!!"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사람들은 적성종을 죽이고, 적성종은 사람을 죽이고, 산전수전을 겪은 포스 유저라도 그들이 겪은 것은 '전투'지 '전쟁'이 아니였다.
인간이 아닌 것과의 전쟁에서 정신력을 깍아가며 싸우는 것은 힘들다 못해 고통스럽다. 그들의 절망과 광기는 한데 모여 거대 신전으로 모이며 가르-레칼이 흐뭇하게 미소지을 정도로 충분한 질과 양을 충족시키고 있다.
"야 이 새끼들아아아아아!!!!!"
다시금 한국에서 파견된 백리가 전장으로 난입했다. 따로 손을 맞출 필요는 없이 놈들의 시선을 끌어서 사람들이 정비할 틈을 주는게 지금은 급선무다.
시간을 가리지 않고 몰려드는 놈들은 징그럽고 공포스러웠다. 더군다나 쉴 시간 따위가 없다면 더더욱.
아주 조금의 시간을 벌기 위해서 백리는 몸을 움직였다.
콰콰콰콰콰!!!!!
본래라면 공간 공명을 사용하겠지만 놈들은 한곳에 몰려 있는데다 백리를 향해 덤벼들고 있는 와중이였다. 그렇다면 청색공명기를 이용해서 놈들을 죽인다.
보다 넓게, 보다 확실하게. 백리를 중심으로 휘둘러진 수도에서 생긴 청색의 참격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면서 반경 수 킬로미터 내의 모든 적성종을 베어내고 죽인다.
"이틈에 빨리요!!!!!"
백리가 벌어준 시간에 정비를 하였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저 멀리, 백리가 죽인 적성종의 시체를 먹으며 다시금 수를 불리고 넘어오는 적성종들은 다시금 비어버린 전장을 매우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
몰려오는 놈들의 주의를 끌면서, 백리는 수 시간 동안 놈들을 홀로 가로막았다.
수천만의 적성종을 상대로 수 시간을 버틴 것은 그가 초인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는 반증이지만, 반대로 놈들의 병력은 백리조차 수 시간 밖에 버틸 수 없다고 생각될만큼 압도적이라는 소리가 된다.
"끄에에에에엑!!!!"
"큭......!!!"
"백리씨! 일단 물러나야 합니다! 곧 폭격이 시작될테니까 그 전에!!!!"
최대한 버텼지만 끝은 왔다. 폭격으로도 놈들을 죽일 수 있는 숫자는 그리 많지 않지만 하지 않는 것보단 낫다.
이윽고 그들이 전장을 정리하고 이탈할 무렵, 하늘에서 폭격기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백리보다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시간을 벌 수 있을거다. 놈들이 죽은 동족의 시체를 먹는 동안에는 진군이 늦어질테니까.
하지만 절망은 빠른 속도로 대륙을 침식해가고 있었다.
"한동안은 괜찮을겁니다. 그동안 좀 쉬십시오"
"........네, 감사합니다"
후퇴한 후 전선에서 떨어진 기지에서 숨을 돌리던 백리는 최대한 빠르게 회복을 위해 열중했다.
육체적으로는 거의 만전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정신력. 즉 의지다.
의지는 한계가 있다. 설령 절대자라 할지라도 그 양이 넘사벽으로 많을 뿐 한계가 없는건 아니다. 하물며 백리는 청색공명기나 공간 공명 같은 기술을 사용했으니 소모된 의지가 보충하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아무리 빨라도 하루, 그나마도 청색공명기는 효율이 좋기 때문에 그런거지 이경진 조차도 회색공명검을 두번쯤 쓰면 그날 하루는 아무것도 못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수면이다. 멍하니 앉아 있는 것보다 오히려 한숨 푹 자고 일어나는 편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
"후우우....."
완전한 숙면은 아니지만 그에 가깝다. 최대한의 시간에 최대한의 효율로 회복하여 다시 전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깊게 잠들 필요가 있기에, 누군가 흔들어 깨우지 않는 이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을 정도로 잠든다.
전선에서는 아직도 전투가 벌어지지만 백리가 지금 해야 하는건 휴식이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을, 더 확실하게 구할 수 있다.
만약 정말로 상황이 위험해진다면 누군가 백리를 깨울테니 문제 없다.
.......하지만 문제는 적성종이 아니라 인간에게서 나왔다.
철컥!!!
"............어?"
뭔가 들려서는 안되는 소리가 들렸다. 본래라면 누군가 흔들어서 깨우지 않는 한 일어나지 않았을 백리도 느껴지는 살기에 눈을 떴다.
그리고 거기에서는 한 군인이 총을 들고 자신을 겨누고 있었다.
"죽어!!!! 이 개자식아!!!!!"
두두두두두!!!!
연발로 쏘아지는 총탄, 하지만 아무리 의지 고갈 직전이여도 몸안에 무의식적으로 흐르고 있는 가이아 포스의 의해서 백리의 몸은 고작 소총 정도에 데미지를 입지 않는다.
설령 데미지를 입어도 초재생 특성 때문에 회복된다. 백리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고 있다면, 아니 애초에 지금은 히비키 다음으로 지구의 2인자로서의 무력을 가진 백리를 고작 총으로 죽이려고 하는 짓 자체가 무모한 일이다.
벡리는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총탄을 막았다. 그의 몸에 닿은 탄환들이 그대로 빗나가 사방으로 도탄된다.
"죽어!!!! 죽으라고!!!! 너 때문에! 너 때문에!!!! 으아아아아아아!!!!!"
그의 상태는 한눈에 봐도 제정신이 아니였다.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총구는 이리저리 흔들렸다. 훈련받은 군인이라면 적어도 목표를 정확히 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텐데 그의 행동은 명백하게 이상하다.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상황은 알았다. 백리는 빠르게 움직여 그의 손에서 총을 빼앗았다.
"당신 도대체 뭐예요?! 왜 갑자기 총을......"
"너! 너너!!! 너어어어어! 너 때문에! 너 때문에 이딴 지옥이 생겼어!!!!!"
".........뭐"
한 순간 백리는 그의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그는 백리를 원망하고 있는 것이다. 백리 때문이 지구가 멸망하고 이런 전쟁이 벌어지게 되었다.
인간과 인간의 전쟁은 아니지만 전쟁은 전쟁. 그 속의 광기와 정신나간 공포 속에서 PTSD가 생겼다고 해도 이상한건 아니다.
"무슨 일입니까?!"
이윽고 총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백리가 있던 막사에 들어왔다.
그러자 백리에게 총을 쏘던 남자는 그대로 뒤로 물러나 품 속에서 권총을 꺼내들었다.
"앗......!!!!"
반사적으로 백리는 다시금 팔로 총탄을 막을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의 총구가 겨누어진 곳은 백리가 아니였다.
철컥.
자기 자신의 턱이였다.
타아아앙!!!!
턱 아래에서 쏘아진 총탄은 그대로 뇌를 으깨고 두개골을 깨부수며 막사의 천장을 피로 물들였다.
예상외의 상황에 백리가 얼빠진 얼굴로 어? 하고 다시금 현실을 인지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백리를 죽이려고 들고, 그러다가 실패하니까 선택한 것이 자살이라니.
도대체 왜? 그만큼 중요한 일이였나?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혹은 궁지에 몰려서? 아니, 무얼 생각해도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백리를 죽이는걸 성공했어도 결국에는 현대 사회에서는 대부분 무기징역이 될뿐 죽지는 않는다.
설령 죽이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가 죽을 걱정은 없다. 그의 행동 원리를 들은 백리가 선처를 요청할테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죽음을 선택했다.
왜? 도대체 왜?
"정말 왜......."
군인들이 몰려와 현장을 보고 놀란다. 그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은 백리를 보고 거리를 둔다.
전과 같은 위로 조차 없었다. 지금의 백리는 영웅이 아니라 백의종군에 가까우니까. 아니, 오히려 그보다 못하다. 처지가 그럴 뿐이지.
사람을 죽인 살인자가 사회봉사를 한다고 해서 그걸 잘한다고 여길 사람은 없다.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할 뿐이지.
그런 일을 겪은 백리는 그저 당연한 일을 당한 사람일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였다.
사건은 그렇게 종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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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리를 공격한 남자의 이름은 크리스 위델, 이곳으로 파견된 미군 하사였다.
약 1주 전에 하나 밖에 없던 가족인 여동생이 적성종으로 변이해 사살 당했다는 소식을 등고 한동안 정신적인 문제를 보이던 도중 전장으로 투입 되었다가 이내 벌인 일이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이런 전장에 투입되었다면 PTSD가 여동생의 사건으로 인해서 더욱 증상이 깊어졌다고 해도 이상할건 아니다. 매일같이 사람이 갈려나가는 수준의 전장이였으니까.
하지만 여기에는 꽤나 많은 문제가 겹친다. 일단 미군 소속이라는 점이 있고, 거기에 공격 당한 사람이 백리라는 것은 더욱 그랬다.
하필이면 핀포인트로 공격해서 문제가 생긴다. 차라리 난사 사건이라면 좀 더 피할 여지는 있었을텐데.
"위델 하사의 남은 가족은 없습니다. 아무래도 이후 사건 처리는 불명예 제대 처리 되어......."
"그냥 전사한걸로 해줄 수 없나요?"
"그걸 바라십니까?"
"여동생까지 죽었는데......네, 그렇게 해줄 수 있다면 그렇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전해줄 유족도 없고 전사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백리는 그의 명예 만큼은 챙겨주고 싶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것은 은폐하기로 했다. 어차피 제일 피해자인 백리도 아무런 상처 하나 없고, 거기에 대해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결국에 이 일의 근원은 백리다. 자기 잘못이 돌아온 것에 불과하니 받아들일 생각이다.
......하지만 덤덤하게 받아들이는건 못한다. 백리는 정신력이 깍여나간 것 같은 느낌이다. 그것도 마음 깊이 남는 스크래치 같은 것이 말이다.
"그리고 현재 남부 전선이 급격하게 밀리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선을 이집트까지 미뤄야 할것 같습니다"
"이집트까지요?"
"예, 확신할 수는 없지만 놈들이 육로로 오는걸 노린다면 충분히 방어하기 쉬울테니까요"
현재 적성종들은 육로를 통해서 오고 있다. 아무래도 바다나 하늘을 통해서 이동하기 위한 진화는 소모가 큰지 차라리 그 무지막지한 수를 육로로 밀어붙이는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처럼 넓은 전선보다는 좁은 전선이 훨씬 더 병력을 집중하고 버티는데 유효할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유럽과 아시아 쪽으로 육로를 통해서 오려면 필시 이집트를 넘어 중동을 통해서 와야만 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먼저 후퇴해서 그곳을 사수하는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백리에게 군사적인 지식은 없다. 그렇기에 그게 익숙한 사람에게 맡겨 지시대로 행동할 뿐이다.
".....알았어요, 그러도록 하죠. 일단은 먼저 전장을 정리해야 할텐데, 가능할까요?"
"유럽 연합에서 지원을 오기로 되어 있습니다. 이미 계획도 다 짜여 있기에 아프리카 대륙 북부 국가의 민간인들은 한국으로 이송될겁니다"
다행이지는 않지만 다행인 것이 있다면 그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일까. 현재 전 북한 영토에 건설중인 연합 도시에 간다면 훌륭한 인력이 될 것이다.
거기 또한 다른 의미로 사람을 갈아넣는 곳이다. 안전 따위 보다 작업의 진행을 신경쓰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도시를 건설 중이며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사람과 돈을 아낌없이 쏟아넣은 결과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아요"
백리는 덤덤하게 말했다. 아니, 일부러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그렇게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절망은 점차 그의 마음을 좀먹어가기 시작했다. 정작 본인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말이다.
[작품후기]* 작품에 대한 스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리빙포인트] 절망시킬 사람이 강해서 절망시키기 어려울 때는 코앞에서 사람을 죽여주는게 좋다.
그나저나 코로나가 잠잠해질 기색이 없네요. 여러분들도 몸조리 잘하고 다니세요.
원래 영등포나 신도림 쪽에 자주 갔었는데 코로나 기승부린 이후로 사람 많은 곳은 잘 안가거든요. 근데 거기서 확진자 나왔다니까 개깜놀함.
전염병이 창궐하고 증시는 폭락하고......장르가 좀 다르기는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콜라 병뚜껑 모아두고 다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