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마누라는 커녕 여친도 없지만요!423회
[휴거에는 뭐하세요? 바쁘세요? 구해주실 수 있나요?]만나기 싫어도 날짜를 정한 이상 결국에는 만날 수 밖에 없다. 국가적 사태를 대통령끼리 만나지 않고서야 이루어지지 않듯이 결국에 두사람은 만나게 되었다.
시온과 앨리사 니어, 아니 관리자 엘리.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두사람의 만남은 첫 인사 이후로 침묵하며 묘한 느낌으로 커피만 마시게 되었다. 정확히는 달디단 카라멜 마키아토를 말이다.
기묘한 것은 시온은 그녀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여태껏 모아온 만 이천가지의 차를 준비해 두었는데 정작 시온과 같은 카라멜 마키아토를 마시고 있었다.
따로 같은걸 달라고 한것도 아니다. 본인이 먼저 카페라떼를 달라고 했다. 혹시 호감을 사기 위해 일부러 취향이 같은걸 골랐나 싶어서 시온이 미국의 전산망을 해킹히여 그녀의 과거 기록을(중요인물이라 사소한 것도 기록되어 있다)살펴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카라멜 마키아토를 좋아하는건 그녀의 취향이였다.
어떻게 보면 이건 두사람이 닮았다는 증거일까. 시온은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묵묵히 시간을 보냈다.
한 10분쯤 지났을까. 먼저 말문을 연건 앨리사가 아니라 시온 쪽이였다.
"이런저런 거추장스러운 이야기는 제가 못합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저는 제 어머니라도 딱히 감정이 없습니다"
"원한이 있다는건 아니지만, 반대로 사랑이 있다는 것도 아니란 소리네요"
"예, 그렇지만 한편으로 두려움도 있습니다. 그러지 않았다면 진작에 만났을테니 말입니다"
두사람은 외견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었다. 인간의 미를 초월한 시온은 둘째쳐도 앨리사는 미녀이기는 해도 어디까지나 인간의 범주였으니까.
물론 관리자로서의 외모는 둘째쳐도 일단 전혀 닮지 않았다. 혈연으로 보이지 않는다.
"........저는 효율이라는 명목 아래에 갓 낳은 당신을 두고 여정을 떠났고. 지금이야 후회하고도 남는 일이지만 그때 당시에는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이해합니다. 저도 가끔 효율주의적인 생각이 나올 때는 하논으로서 특성이라고 생각하니 말입니다"
하논의 번식 방법은, 먼저 남성체와 여성체가 만나 자신의 에너지체를 이루는 에테르를 반분하여 서로 융합시킨다. 아무리 이능력에 약해도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기에. 서로 다른 두개의 의지가 합쳐져서 새로운 하논이 탄생하게 된다.
시온도 그렇게 해서 태어났다. 자라온 방법은 보통의 하논과 다를지라도 거기까지는 같은 법이다.
결국은 의지의 문제이기 때문에 종족이 달라서 시온과 최악은 아이를 가질 수 있다. 다만 최악이 거절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제와서 어머니라고 불러드리기에는 너무 많이 왔습니다. 결혼식때 와주지 않은 어머니라면 두고두고 한이 될테니까 말입니다"
"저랑은 다르네요. 인간답다고 해야 하나"
"그러지 않았다면 그이랑 결혼까지 했겠습니까?"
하논은 효율주의자다. 만약 시온의 전생이 인간이 아니였다면 분명 다른 하논이나 전생의 관리자 엘리처럼 차원을 돌아다니다 다른 하논을 만나 똑같은 일을 저질렀을게 뻔히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최악과 결혼했다. 환생자라는 그냥 인간도 아니고 무한히 환생하는 인간과 결혼하는게 얼마나 비효율적인 것이란건 상관하지 않고 말이다.
"애초에 효율이란걸 따졌다면 그러겠습니까? 세상은 효율 이상의 무언가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걸 깨닫지 못한게 바로 하논이지요"
"순수하게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저희 사촌 오빠지만 말입니다"
시온은 전생이 인간이였으니 그렇다 쳐도 유토피아는 순수 하논이지만 마음을 완성시킨 예시다. 다만 그 마음이 완성되기 전에 일그러져 버려서......지금과 같이 성격 나쁜 사람이 되었다.
"이런저런 감정 이야기를 하기에는 서로간에 알고 있는 것도 드물고 그럽니다. 지금 와서 모녀지간으로 지내기에는 너무 삭막하니까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도록 합시다"
"일단은 그러는게 좋겠네요, 네. 알았습니다"
서로가 동의했다. 적어도 시작은 착실하게 밟은것 같다.
"........그런데 혹시나 해서 말하는 말인데. 이제와서 어머니라며 그이랑 결혼 반대하거나 구박하면 화낼겁니다"
"그럴 마음은 없어요. 좋은 사람이잖아요?"
"보통은 그렇게 생각 안하는데 말입니다"
최악은 적대하면 목숨을 걱정해야 하는 부류의 인간이지만 반대로 호의만 살 수 있다면 잘 챙겨주기도 한다. 그렇기에 남편으로서 최악은.......꽤나 좋은 사람이다.
특히나 시온은 최악이 절대적인 가치로 보고 있을만큼의 소중한 사람이였다. 그만큼 사랑할 수 밖에 없었고 반대로 그런 그를 사랑하는 것도 시온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문득 시온을 보던 앨리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가 이렇게 물어보는 것도 양심이 없는 일이지만.......지금, 행복한가요?"
"네, 무지 행복합니다"
행복이란 추상적인 가치를 구분하고 정하는것은 가장 힘들지만 가장 쉽다. 사람마다 행복의 정의가 다르기 때문에 맞추기는 힘들지만 반대로 개인이 가장 행복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시온에게 있어서 평생 사랑할 사람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최악이 시온을 위해서 목숨도 내던질 수 있듯이 그 어떤 물질적인 가치가 쾌락도 최악이 주는 것보다 못하다.
"........그건 다행이네요"
"행복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서로 결혼할 일도 없었을겁니다. 게다가 아직도 한창 신혼입니다"
"제 신혼 생활은......아뇨, 말을 말죠. 생활이라고 할만큼 만난 시간조차 긴건 아니였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제 아버지란 사람은 어떻게 됐습니까?"
"마지막으로 들었을 때는 다시금 윤회의 고리로 돌아갔다고 들었어요. 저와는 다르게 관리자가 아니라 다른 선택을 한 모양이예요"
"흐음"
결국 지금 남은 시온의 친혈육은 앨리사, 아니 관리자 엘리 뿐이라는 소리다.
"아무튼 슬슬 원래 목적에 대해서 이야기 합시다. 입국 심사대를 중심으로 도시를 건설하고 싶다고 하셨습니까?"
"예, 제가 생각한건 아니지만 이 몸으로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해야겠죠. 도의적인 문제도 있고......제 양심적인 문제도 있겠네요"
"어느 쪽이던 상관 없습니다. 저도 뭐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가지. 그놈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겁니다"
시온이 말하는 그놈은 가르-레칼이였다. 현재 위성궤도의 거대 신전에서 지구가 서서히 멸망하는걸 지켜보고 있는 그놈 말이다.
다행히도 시온이 그들의 전산망을 해킹할 수 없듯이, 반대로 그들도 시온의 전산망을 해킹할 수 없다. 그래서 입국 심사대 건설이나 이쪽 관련 정보는 놈들에게 전해지지 않겠지만......지구 인류들은 아니다. 컴퓨터에 기록을 하는 순간 그대로 놈에게 알려질 가능성이 높다.
"분명 몰아붙이고 더 큰 절망을 뽑아내기 위해 움직일겁니다. 거기에는 제가 개입할 수 없으니 여러분들의 힘만으로 버텨야 합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뭐, 알겠습니다. 어차피 방해도 못하니까 알아서 실행하시면 됩니다. 저도 최대한 빨리 거주구역을 확장해 볼테니 조금만 버텨보십시오"
"고마워요"
"별말씀을"
두사람은 서로 악수를 나누었다. 공적인 이야기는 여기서 좋게 잘 마무리 지었다는 의미에서 나누는 악수였다.
그러다 문득 앨리사는 조심스럽게 한가지를 물었다.
"만약 실례가 안된다면.......한번 안아봐도 될까요?"
"네?"
그녀는 단 한번도 자기 자식을 안아본적 없다. 시온이 태어난 후에 방관하였을 뿐이니 같이 있던 시간조차 훨씬 적다.
".......뭐, 상관 없습니다만"
조심스레, 앨리사가 무릎을 꿇어 시온을 품에 안았다. 확실하게 와닿는 서로간의 거리, 그리고 전해지는 체온. 뭔가 마음 속에서 울컥 끓어오르는 느낌의 감정에 시온은 한편으로 당황했다.
영혼이 인간이라도 하논 종족 특성인 둔감함은 어쩔 수 없다. 설령 사람을 죽여도 그 죄책감이나 감정은 희미한데 이런 반응이 보일 정도로 감정이 들끓는 것은 최악 이후로 처음이다.
"잘 자라서 정말 다행이네요......."
시온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갈 곳 없던 자신의 손 또한 그녀를 살포시 끌어안을 뿐이였다.
조금은 모녀지간처럼 보이게 된 두사람은 한동안 그러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간의 해우를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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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입국 심사대는 완공 되었고, 이후 심사에 합격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딱히 한국인만 있지 않았다. 지리상 한국인이 더 많기는 했지만 외국인 또한 심심치 않게 있었다. 그것도 단순히 몇개국 수준이 아니라 거의 전 세계에서 몰려온 듯한 사람들이 말이다.
아직 교통수단을 운용할 수 있기에 가능한 이야기였다. 조금 불안하기는 해도 아직 항공편은 살아 있으며 마찬가지로 선박을 이용한 수단도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밀입국 등의 상황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다른 곳에도 입국 심사대를 설치할 수는 없습니까? 이렇게 하면 인구가 너무 몰려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그런게 됐다면 진작에 했지. 우리도 대마왕 눈치보고 있는 와중에 뭘 바래?"
"커흠"
"그렇다면 하다못해 몇명 만이라도......."
"뭐? 마약 빨고 술마시다 사람 팬 댁네 아들내미 화성 입국 시켜달라고?"
"크흐흠!!!"
대부분의 외교적인 문제는 히비키가 상대했다. 어울리지 않을것 같지만 의외로 직설적인 화법과 무력은 외교에 큰 도움이 되었다.
입국 심사대로 오는 거의 모든 요청은 거절했다. 하지만 딱 한가지 승낙한 것이 있다면 심사대 주변에 따로 연합 도시의 건설이였다.
"정원이 1억이라면 댁들 같은 사람이 들어올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우리가 거주구역을 확장할 때까지 버티면 꺼려지기는 해도 마냥 거절할 생각은 없거든?"
"그......."
"일리는 있습니다만 현재 상황이......"
"그럼 뒤지던가, 내가 형수님한테 댁들이 여태까지 한 비리 목록 받아온거 있는데 하나하나 읉어주랴?"
"........알겠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대다수의 권력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백리가 내고 앨리사 니어가 중심이 되어 실행하는 연합도시 건설에 손을 쓸 수 밖에 없었다.
갈 길이 완전히 막혔다면 포기하겠지만 조금이라도 길이 있다면 죽든 살든 거기에 걸어보는게 인간이다.
그리고 여태까지 가진게 많은, 쌓아올린게 많은 사람들은 자연적으로 생에 대한 집착도 강하다. 그렇지 않다면 건강에 좋다는 것에 돈을 퍼붓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예산 문제는 어떻게 되나 싶었지만 생각외로 빠르게 진행되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연합하는 사람들, 살고 싶어서 투자하는 사람들, 혹은 앨리사 니어라는 상징을 믿는 사람들. 그들이 모이며 서서히 입국 심사대 주변에는 도시가 건설되기 시작했다.
이내 공식선상에 모습을 드러낸 앨리사 니어가 전 지구 인류에게 연설을 시작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시는 분들께 먼저 인사를 드리며, 오늘은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서 이 자리에 서게 됐습니다"
그녀가 직접 미디어 매체에 나오는 일은 극히 드물다. 혹여 죽었거나 가짜가 아닌가 싶은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그런 것 뿐이지 그나마도 몇번 없었다.
사람들은 그녀가 나오는 화면에 시선을 집중하며 그녀의 이야기를 기다린다. 지난 20년 동안 앨리사 니어라는 예언자가 쌓아올린 이미지는 현 지구에 있어서 절대적이지는 않아도 그녀를 뛰어넘는 아이콘은 없었다.
전에 만약 있었다고 한다면 알리언 박사도 있었겠지만......그는 연구자인데다 무엇보다도 티브 문명 출신이다. 거대신전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암암리에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요즘은 금기어가 되었다.
"지구의 끝이 다가왔습니다. 제가 본 미래로도 이 위기는 벗어나기 힘듭니다"
예언자가 말하는 확정된 이야기. 그건 시온이 말했을 때보다 파급력이 컸다.
20년 전 대공황을 겪은 세대들도 그때도 버텼는데 지금이야 어떻게 넘길 수 있겠지, 하고 생각하던 것을 고쳐먹을 정도로 깊고 강함 충격을 남겼다.
"하지만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화성으로 이주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방법을 쓰기에는 모든 사람들을 구할 수 없습니다"
이미 시온이 말한 1억. 지구 전체 인구에 비유하면 수십분의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는 소리다. 물론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그걸 쉽게 통과할 수 있을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렇기에 저는 여러분들에게 말씀 드립니다. 이대로 죽을 것인가, 아니면 최후의 최후까지 버텨 살아날 길을 찾을 것인가"
그걸 위해서 필요한 것은 통합 정부였다. 정작 성세를 누릴 때는 만들어지지 못한 것이 인류가 멸망하기 전에 만들어지다니, 꽤나 아이러니한 감이 있었다.
UN 같은 국제 연합 기구는 안된다. 이 상황을 타개하여 더욱 오랜 시간을 버티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군사력과 자본 등은 말할 필요도 없고 무엇보다 강제력이 필요했다. 거의 독재정권 수준의 강제력이 말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곱게 말해서 듣지를 않으니까. 개중에는 멸망으로 치닿는 와중에도 이권 다툼을 하려는 아귀들도 있을게 분명했다.
그런 자들은 힘으로 누르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지 않으면 만들어진 통합 정부 또한 좀 먹어갈게 뻔하니까.
"그 과정에서 타인의 인권을 무시하거나 억압하는 등의 일이 일어나지 않을거란 보장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최선을 다해 여러분들을 한명이라도 더 구할것이라고 약속 드리겠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앨리사 니어가 직접 하는 말이였다. 약간이지만 신뢰성은 있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약간일 뿐이다.
그나마 그녀라서 그 정도의 설득력이 있는거지 본디 권력 앞에서 멀쩡한 인간은 없으며, 의심암귀를 키우게 된다. 그런 권력을 통해서 그녀가 자기 욕심을 채우지 않으리란 법도 없었다.
"허나 힘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 통합 정부를 건설하여 절대적인 권력을 지는 대신에 저 또한 절대적인 책임을 지겠습니다"
설득력이 없으면 보충하면 된다. 거기에 판돈을 걸면 되니까. 그에 걸맞는 무게가 있다면 충분히 저울은 기울여진다.
"최후의 한사람이 화성으로 이주할 때까지. 저는 이 지구를 떠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
"아니!!!"
"그, 그게 사실입니까?! 아니......!!!"
그녀의 연설 앞에서 조용히 경청하던 기자들과 유수의 권력자들이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질문했다.
누군가는 반대하고 누군가는 놀라고, 하지만 그들의 반응에도 앨리사 니어는 자신의 생각을 바꿀 의지가 없었다.
그런 선택을 한게 단지 죽어도 진짜 죽는게 아닌 단말이기 때문인건 아니다. 단말이라도 고통은 느껴진다. 그녀 또한 한편으로 이 세상에 돌아가는 톱니바퀴 중 하나다.
다만 적극적으로 이 사태를 막지 못하고 방관한 책임에 의한 결정이다. 정말로 그녀는 이 지구에서 마지막으로 화성으로 이주하는 사람이 될 생각이다.
"그러니 부디 여러분도 제 뜻에 동참해 주셨으면 합니다"
강한 제약은 반대로 강한 힘을 불러일으키는 법. 자기 목숨을 걸고 하는 이야기에 설득력은 크다.
무모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그만큼 희망은 생겨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또한 저 멀리 거대 신전의 주인이 지켜보며 웃음을 지었다.[작품후기]* 작중 내용에 대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자고로 희망이 있어서 절망도 강해지는 법이지요. 공포에 신선도가 있다는 푸른 수염 나으리의 말이랑 일맥상통합니다.
처음부터 희망이 없는거랑 희망을 품다 절망하는거랑 깊이가 다르니까요. 위에서 떨어지는 높이가 다를수록 낙차가 큰 것 처럼말이죠.
막 죽는 것보다 살아 있는게 더 고통스럽다거나, 육체적 고통보다 정신적 고통이 더 오래가고 한계가 없다는거랑, 뭐 대충 그런 느낌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