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422화 (422/507)

422회

[휴거에는 뭐하세요? 바쁘세요? 구해주실 수 있나요?]퍼억!!!

백리의 눈을 강타하는건 날계란이였다. 질척이면서 끈적한 계란 내용물이 흘러내린다. 독한 냄새도 나는걸 보니까 아무래도 썩은 계란인듯 보인다.

사람들의 고성이, 그리고 분노와 원한이 그를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이 새끼야!!! 뭐라 말 해보라고!!! 너 때문에 지구가 멸망하게 생겼는데!!!!"

"............"

백리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말도, 있다 해도 해서는 안되었다. 백리의 역할은 그런 것이니까.

그들의 감정은 전부 백리가 떠안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갈 곳 없는 불안은 어떻게 폭발할지 모르니까 말이다. 설령 평생 남을 미워하며 살아가더라도 살아가는게 전부 포기하고 자살하는 것보단 훨씬 나은 일이다.

백리는 시온이 그들을 통제하기 위해 내어놓은 욕받이였다. 거기서 반발하고 뭐라 말해봤자, 아니 오히려 양심이 있으니 뭐라 말할 수 없다.

어찌되었건 결국 자신의 선택 때문에 이 지구가 멸망하는 것이니까.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냐!!!!"

"죽은 사람들은 어쩔건데!!! 진짜 죄송하면 나가 죽어!!!"

"죽어!!!! 너도 죽어 시발 새끼야!!!!"

사람들의 분노는 깊다. 백리 또한 그들의 입을 언제든지 힘으로 막을 수 있지만 그저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정부에서 나온 사람들이 그들을 통제하려고 했지만 일부러 백리가 막았다.

"죄송합니다. 지금이라도 통제하겠습니다"

"하지 마세요"

"예? 하지만......"

"됐어요"

그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게 아니기에, 백리도 순순히 그들의 원망을 들었다.

마음이 무겁고 불편할지라도 그건 그가 감내해야 하는 일이다. 막아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때때로 잘못 맞으면 큰일 날 것 같은 돌도 날아오지만 백리에게는 문제 없다. 한동안 그들의 외침을 듣다 백리가 길을 떠났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지 않으면 거짓말이겠죠"

그들 중에 백리의 행동에 분노하거나 적성종 때문에 가족을 잃고 혹은 적성종으로 변이한 사람을 백리가 죽여서 원망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어찌되었건 그들의 행동은 타당하다.

"우선 만나볼 사람이 있으니까.......화성 입국 심사대로 가주세요"

"알겠습니다"

시온을 만나려는게 아니다. 시온은 한창 바쁘니까 그 전에 전화라도 한번 걸고 가는게 낫다. 지금 그가 만나려는 사람은 히비키였다.

이윽고 백리가 탄 차가 움직인다. 목적지는 화성 입국 심사대......정확한 위치를 말한다면 전 개성공단이 있던 곳이다.

북한이 대마왕의 심판으로 싸그리 멸망하고 남은건 잔해 밖에 없는 곳이 되어 풀 한포기 없는 황무지가 된 것은 새로 뭔가를 짓기 위해서는 딱 좋은 자리였다. 지리적으로도 나름 괜찮고, 서울에서도 가깝다.

공항에서 몇시간 정도 걸려서 북한으로 넘어간다. 중간에 검열 같은 것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프리패스였다.

개성공단에 가까워지면서 창 밖으로 도시가 보인다. 이번에는 작정하고 지은터라 꽤나 미래적인 형태의 도시가 드론들에 의해 지어지고 있었다.

"이틀 전 까지만 하더라도 저 건물은 없었는데......건설 속도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럴만도 할것 같네요"

지나가면서 보이는 드론은 무언가 스프레이 같은걸 뿌리고 있었는데 그대로 형태가 굳어지면서 건물 벽면이 된다. 거리를 두고 봐도 꽤나 튼튼해 보여서 쉽사리 부서지지 않을것 같다.

저런식으로 지으면 도시 하나 짓는건 쉬운 일이다. 시온의 기술력은 지구의 수백, 수천년 앞선 기술이란게 새삼 실감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멈추었다. 관련자들이 종종 지나다니는게 보이는 와중에 유독 눈에 띄는 한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머리 위로 치솟은 다섯개의 뿔, 겉으로 보면 인간이지만 뿔을 보고 인외라 생각하게 되는 남자. 히비키였다.

백리가 차에서 내리자 히비키가 그를 반기며 손을 흔들었다.

"오, 왔냐. 온다는 소리 듣고 기다리고 있었어. 근데......꽤 험한꼴 보고온 모양이다?"

"......뭐, 그렇죠"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대낮부터 그렇진 하지만 술 괜찮지?"

"어린애도 아닌데요 뭐"

현재 이 도시의 책임자는 히비키다. 사람들 대하는 일에는 적성에 맞지 않지만 지금의 히비키는 백리를 넘어 지구 최강자가 되었다. 아니, 그의 힘은 지구 수준을 넘어서 차원 전체를 뒤져도 나름 상위권에 들만큼 뛰어난 수준이였다.

덕분에 어지간한 일은 프리패스다. 걸리적거리는 일은 힘으로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따로 마련된 히비키의 사무실에서, 준비해둔 술을 따라준다. 꽃 향기가 은은하게 나는게 술이라고는 소주나 맥주 밖에 마셔본적 없는 백리도 좋은 술이란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형수님은 사람이 참 좋다니까. 이런 술도 그냥 내어주고. 요즘 맛들린건데 꽤 맛있거든"

"아, 맛있네요. 약간 달고 향기가 좋아요"

"그치? 도수도 높아서 딱 내 취향이라니까. 이 몸 되니까 어지간한 술로는 취하지 않아서 말이지......."

히비키가 슬쩍 자신의 뿔을 매만지면서 말했다. 백리의 시선에 그의 뿔로 향한다.

날개나 뿔 같은 것은 인간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차원 전체를 뒤져보면 그런 종족이 없는건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유사인간이지 인간은 아니다. 덕분에 히비키는 예전과 다른 여러가지 시선을 받고 있다.

경외하는 사람, 두려워 하는 사람, 그 외에도 자잘하게 더 있지만 크게 보면 두 종류다. 개중에 가장 귀찮은건 오히려 경외하는 쪽이지만......

"일은 잘 되어가세요?"

"나름은? 트러블은 초기에만 있어서 지금은 한창 진행중이거든. 앞으로 하루 이틀만 더 있으면 완공될거야"

"빠르네요"

"원래는 여기 땅부터 확보하는데서 문제가 있었거든. 알다시피 북한이 멸망한 뒤로 이쪽 땅은 한국 소유가 됐잖아?"

사실 북한이 붕괴한 뒤의 영토 소유권 문제는 복잡하다.

예를 들어서 일본이 태클 걸어올 가능성도 높고 중국은 북한의 채권을 빌미로 분명 개입할 것이고 거기에 러시아, 먼 곳을 생각하면 미국도 있다. 땅 만큼 남는 장사도 없는데 그게 국가 단위라면 끼어들어서 한몫 잡으려는 나라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거야 그럴만한 여력이 있었을 때의 문제고.

중국은 분열하고 일본은 멸망했다. 러시아는 남았지만 대마왕이란 존재들의 충격에서 사회 혼란을 막는데 급급해서 그쪽으로 돌릴 인력이 없었다.

덕분에 한국 정부는 비교적 쉽고 편하게 전 북한 영토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물론 황무지 뿐이지만.

"그걸로 태클 거는 놈들이 많았거든. 예를 들어서 땅을 주는 대신에 화성 VIP 자리라도 달라거나, 뭐 대충 그런거"

"그런 사람들이 있었어요?"

"꽤 많았어, 기업, 정부, 기타등등. 솔직히 생존 본능은 당연한 거잖아"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이미 지구가 가망이 없다는걸 진작에 눈치 챘을거다. 시온이 일부러 모습을 드러내 공식 선상에서 말하면서부터 사업을 정리하거나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이 화성으로 이주할 수 있을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렇지만 욕심이 많은 사람일수록, 그리고 가진게 많은 사람일수록 선을 넘은 놈들이 많지. 인간적으로 됨됨이가 괜찮은 사람을 입국시켜도 정원이 모자를 판에 그런 놈들을 데려갈만큼 사정이 넉넉치가 않아서"

"전부 거절하셨어요?"

"그러면서 몇놈 줘패서 말 듣게 했지. 땅 확보하는데 방해를 해서 말이야"

"그게 소문이 안나요?!"

"가진놈들이 언론 통제하는건 당연하잖아? 그리고 나는 그런 놈들에게까지 자비를 보여줄만큼 너그럽지 않아"

"......히비키씨 뭔가 예전이랑 달라졌네요"

백리는 예전의 히비키와 지금의 히비키에서 묘한 차이점을 느꼈다.

예전의 히비키는 나름 융통성이 있고 저런 힘으로 밀어붙이는 방법보다는 나름 법규는 준수하는 느낌이였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하는건 타협 따위는 없는 사람의 모습이다.

다행인 점이라면 그 기저에 깔려있는 신념이 일반적인 윤리관으로 봤을 때는 당연하다는 점일까.

"그럴 수 밖에 없지. 그때 나는 혼자 사는게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다른 사람들까지 신경쓰려면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었던거야"

"지금은요?"

"아닌건 아니라고 하면서 당당하게 살거다. 필요하면 나중에 너한테도 쓴소리 할거니까 나름 각오 해두고"

아무튼 중요한건 히비키를 만나러 온 본론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인구가 분산되어 있는 것보다 한곳으로 모아서 방어하는 편이 수월하다. 생각대로만 된다면 못해도 몇배에 달하는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

시온은 여태까지 겨우 몇달에 불과한 시간으로 1억의 인구를 유치할 수 있는 수준의 거주구역을 마련했다. 지구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한달만 늘어나도 수백, 수천 만명의 사람들을 더 구할 수 있다는 소리다.

"오, 나름 좋은 생각인걸"

"정말요? 저도 반신반의 하고 있었는데......."

"사실 이쪽에서는 아예 생각도 못하고 있었던 거거든. 우리는 화성에서는 마음껏 활동할 수 있지만 지구에서는 과하게 간섭하면 대마왕이 태클 걸어올게 분명하니까"

이 화성 이주 프로그램의 주도자는 어디까지나 시온. 그녀가 화성 이주가 아니라 본격적으로 인류를 보호하기 시작하면 그것 또한 간섭으로 판단하여 제지가 들어온다.

"우리는 너희를 도와줄 수는 없지만, 반대로 방해하지도 않을거야. 네가 생각한대로 행동하면 돼"

"하지만 지금 그걸 실행할 사람이 없어요. 제가 하기에는 이미지가 떨어져서 생각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래서 히비키씨를 찾아온거고요"

"하긴, 그럴수도 있겠네. 효율 이전에 감정을 따지는게 사람 마음이니까. 밉상인 사람이 뭘 하면 좋은 행동도 삐딱하게 보는게 인간이지"

사람들을 규합하기에는 백리는 모자라다. 인류를 위기로 몰아넣은 사람이 인류를 구하려는 일에 대표로 나서면 모순되는 일이니까. 요컨데 맞지 않아서 트러블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차라리 백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내세워야 하는데 개중에서 백리가 떠올린 사람이 바로 히비키였다.

"그렇지만 난 안돼. 여기가 완공되면 나는 슬슬 입국하는 사람들 통제하고 그래야 하거든. 거기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게 내 일이지. 원망도 사겠고.......물론 적성종 같은게 오면 나도 나설테지만 여기서 일을 더 늘리면 내가 분신술이라도 안쓰는 이상 힘들어"

"전생각성 했는데 분신술 같은거 못써요?"

"최악 그 녀석도 분실술 같은거 쓰디? 재능이나 성향에 따라 쓸 수 있는 기술이 있고 쓸 수 없는 기술이 있는거지. 아무튼 뭐라 말하기 전에 네가 생각이 너무 좁다고 해두고 싶은걸"

"네?"

"인류 전체를 규합하는 일에 그만한 사람을 대표로 내세워야 한다면 나름 괜찮은 사람 있잖아?"

마스터 유저들은 현재 각자의 나라를 보호하느라 바쁘고 지구 최강자가 된 히비키도 입국 문제 때문에 바쁘다. 아마 그들이 한국으로 와서 그 일을 진행하기에는 힘들었다.

하지만 마스터 유저가 아니라면서 그만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

"이제 생각난 모양이구만. 네가 너무 무력만 중요하게 여겨서 그런것 같은데, 때로는 힘이 전부는 아니야"

"아까 한 말도 막 힘으로 밀어붙인건데 그런소리 하니까 설득력이 없어요"

"말로 해서 들었으면 말로 했어"

백리의 머릿속에서는 딱 적당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리고 존재 자체만으로도 설득력이 있기에 사람들을 규합하는데 훨씬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아무튼 정말 감사합니다!!!"

"뭘, 막히는 일 있으면 따로 전화해라. 상담 정도는 언제든지 들어주마"

백리는 눈 앞의 히비키가 그렇게 든든해보일 수 없었다. 사람이 커진것 같은, 그러니까 배포나 아량이 넓어진것 같았다.

이내 백리는 다시금 공항으로 향했다. 목적지는.......미국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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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포스 유저 중에서 유명한 사람을 고르라고 한다면 가장 먼저 마스터 유저나 그랜드 마스터인 백리를 꼽겠지만 각자 일이 바쁘고 사정 때문에 안된다.

하지만 개중에 인망도 좋고, 다른 사람을 규합하는데 큰 도움이 될만한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을 모아서 화성으로 이주할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버텨볼 생각이예요. 그래서 그런데 도와주실 수 있나요?"

앨리사 니어.

사실은 관리자의 단말이지만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현재 유일한 예지 특성 보유자로 알려져 있는 사람이다.

그녀가 지난 세월동안 예지를 통해 구해온 사람들과 인지도는 마이너스까지 떨어진 백리와 비교도 안될 정도였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그녀가 과연 도와줄까 하는 의문에서다.

이미 전에 한번 거절당한 경험이 있어서 조금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그런거라면 해드려야죠"

"정말요? 어......사실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의외네요"

"관리자로서의 개입은 힘들지만 앨리사 니어라는 개인으로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니까요"

그녀가 쓸 수 있는 힘은 두가지. 개인으로서의 힘과 관리자로서의 힘이다. 하지만 후자는 거의 쓸 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지만 반대로 전자의 경우는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어디까지나 앨리사 니어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 중 한명이니까 말이다.

"이런저런 예산 문제가 있을테니 시간이 좀 걸리겠죠. 그래도 걱정마세요, 적어도 이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에는 최선을 다할테니까요"

"혹시 모르니까 형수님이랑 따로 협의는 해주세요"

"..................."

"설마 아직도 만나신적 없어요?"

시온이나 관리자 엘리나 둘 다 서로가 서로를 피하는 실정이다.

서로간에 감정이 깊을 만큼 골이 있는건 아니지만 반대로 높은 벽에 세워져 있는 것과 같았다. 한쪽은 내심 두렵고, 다른 한쪽은 너무 미안해서 서로 그 벽을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한번 만나보시는건 어때요?"

"그건......."

지구의 운명이라던가 그런 미래도 예측할 수 있지만 자기 자신의 미래는 보지 않았던 그녀가 조용히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고 해야만 하는 일이다. 이내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네, 이번 기회에 만나보도록 하죠"

[작품후기]* 작품의 스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드디어 모녀상봉.

크윽, 시온이 이제 친정 드립 면역이 되겠네요. 다크니스 로드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온 유서깊은 친정 드립이.....!

부모님이 안계신 마누라가 삐져서 친정 간다는 소리에 생각없이 '너 친정 없잖아'같은 소리를 하면 가정이 파탄날 수도 있으니 조심합시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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