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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흉의 대마왕-417화 (417/507)

근데 그거 아십니까? 작중 시점으로 아직 1년 조금 안되거나 1년 밖에 안됨.417회

[휴거에는 뭐하세요? 바쁘세요? 구해주실 수 있나요?]라프 에너지가 지구를 뒤덮었지만 당장 변하는 것은 없었다.

평소처럼 뉴스 속보가 나오고,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애매한 사실들만이 방송될 뿐이다.

가르-레칼과 히비키가 거대 신전에서 싸우면서 출력의 일부를 수복에 돌려야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전자기기는 사용이 가능했다. 다만 불안정하기 때문에 TV나 컴퓨터가 지직거리며 이상을 일으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늘이 녹빛으로 변한것 외에는 그들의 생활이 크게 변한건 아니였다. 단지 안전의 문제를 위해 그런 분야에 관련된 정밀기기들, 예를 들어서 원전이나 일부 공장 같은 곳에서는 일시적으로 기동을 중지하여 문제가 생기는 일이 생겼다.

본격적인 지옥은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아 방심했을 때 생기기 시작했다.

"끄, 끄억?!?!"

"어? 아저씨, 괜찮으세요? 어? 어?"

꾸드드득! 우득! 꽈드드드득!!!

라프 에너지는 인간의 육체를 변이시킨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그 차이의 기준은 바로 개인의 의지다.

의지가 강한 자는 비교적 옅은 라프 에너지장에서도 버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자. 예를 들어서 마약에 쩔어 있거나 마음의 상처를 입어 자포자기 했거나 하는 등의 의지박약한 사람들은 상태가 점차 안좋아지다가 이내 적성종으로 변이한다.

"저, 적성종이다!!!"

"차원진 경보도 아직 울리지 않았는데?!"

사업에 실패하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노숙자가 된 사람들 중 일부가 적성종으로 변이했다. 개중에는 술에 찌든 사람도 있어서 적성종으로 변이하기에는 딱 좋은 상황이였다.

평균적인 인간보다 조금 큰, 기껏해야 2미터 짜리 소형 적성종이였지만 그게 시내 한가운데서 생겨났다.

"크르륵!!!"

"꺄아아아아아악!!!!"

"적성종이다! 진짜 적성종이다!!!!"

공포는 쉽사리 전염된다. 사람들은 적성종의 모습에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대피할 시간조차 없고, 아무리 약한 개체라도 인간 하나를 찢어발기는건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였다. 곧바로 이성을 잃어버린 놈은 그대로 가까운 사람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콰드득!!!

피가 튄다. 하지만 비명은 없었다. 단숨에 목을 물어 뜯어서 비명을 지를 시간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정은 남아 있다. 절묘하게 물어 뜯어서 꺽꺽거리는 상태에서도 조금은 살아 있을 수 있었기에 죽음을 직시하는 동안 충분한 절망을 만들어낸다.

그게 바로 가르-레칼이 바라던 것이다. 지구에서 뿜어지는 사념은 위성궤도의 거대 신전으로 향하고, 이내 차원 너머의 티브로 전송되게 된다.

"캬아아아아악! 쿠와아아아악!!!"

살로 이루어진 몸뚱이가 아니라 외골격이 뒤덮여 전신이 흉기가 된다. 뼈가 튀어나오고 손가락 하나하나가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이 되었다.

놈이 수십명의 사람들을 죽이고 해치운 뒤에서야 포스 유저들이 출동하여 사태가 마무리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혼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빨리 환자 이송해! 가까운 병원이 어디야!"

"지, 지금......."

죽은 사람도 많지만 부상당한 사람도 상당수, 그들을 치료하기 위해서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하려고 했지만 여유가 있는 병원이 없었다.

단순히 환자가 많아서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의지가 약한 사람이 먼저 변이가 된다면.......다친 사람이 가득한 병원은 과연 어떨까?

"으아, 으아아아아아!!!"

"왜 적성종이 병원에....컥!!!"

"다, 당신! 당신 포스 유저잖아! 싸워봐!!!"

"저, 저 의료계라고요!!! 기본 교육 과정 같은거 10년 전에 배웠는데 무슨.....으아아아악!!!!"

의식불명, 식물인가, 뇌사......그 외에도 여러가지 이유로 죽어가는 와중의 환자들이 변이했다. 한 병원에서 못해도 수 명이 변이하여 피해가 극대화된다.

환자가 죽는거라면 몰라도 의사까지 죽는다. 그리고 그런건 아직 시작에 불과했다.

그건 단순히 한 나라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사태다. 당장 위원회를 만들어서 대처하려고 해도 상황은 하루 단위로 나빠진다.

한국의 이남석 대통령 또한 전문가들과 함께 자리를 마련하여 사태 파악을 위해 애쓰고 있었다.

"라프 에너지가 대기권을 두르고 지구 전체에 퍼져 있습니다. 한마디로......지구가 방사능에 오염된 것이나 마찬가지란 소리입니다"

"그렇다면 적성종은 방사능으로 병이한 뮤턴트라도 된다는 것이오?"

"어떻게 보면 그럴수도 있겠지요"

"대처방법은? 따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은 있소?"

"그쪽 계통의 포스 유저를 동원해 역장을 쳐서 라프 에너지를 차단한다면 가능하겠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소리다.

가이아 포스는 휘발성이 강해서 기계가 아니라 본인이 직접 역장을 펼쳐야 했다. 그렇지만 마스터 유저가 역장을 펼친다 하더라도 그 넓이는 기껏해야 큰 건물 하나 정도의 넓이에 불과하다. 그것도 시간은 한정되어 있을테고.

포스 유저를 규합해 역장을 펼쳐도........나라 하나는 커녕 도시 하나를 커버하는 것도 힘들다.

그런 짓은 관리자의 백업을 받는 백리가 와도 못한다. 출력의 문제가 아니라 영역의 문제니까.

".......마스터 유저들은?"

"현재 자국으로 귀국했습니다. 하백리씨는 현장으로 나가 있는 중입니다"

그들은 패잔병처럼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물론 백리 또한 한국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이 변이해서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 기동성과 무력이 뛰어난 백리는 현재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변이한 적성종을 잡아 죽이고 있었다.

수십 킬로미터도 몇분 내로 주파하여 현장에 도착해 피해를 최소화 하고 있지만 사전에 막지 못하는 이상 피해는 생기며 백리라도 한국을 커버하는게 고작이였다.

"그리고 프랑스에서 온 소식입니다만......"

최악의 상황은 아직도 일어나지 않았다.

*

*

*

*

백리에게 한달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어찌어찌 버티고 있었다지만 점차 사회가 붕괴해나간다. 그 와중에 백리가 할 수 있는건 기껏해야 한달 동안 쉬지 않고 변이한 적성종이 있는 현장으로 달려가 상황을 끝내는 것 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그저 일에 열중해 다른 생각이 들지 않기 위함인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 자신이 저지른 일에서 최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그 죄책감을 잊기 위해.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안양역 인근에서 적성종이 대량 발생했습니다! 지원 바랍니다!

"금방 갈께요!!!"

백리는 강원도에서 수분 만에 날아와 현장에 도착했다. 하도 날아다녀서 익숙해진데다 이전에 비하면 빨라졌지만 한달 동안 잠 한번 자지 않고 움직인 것은 마이너스가 되어 결국은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가 되었다.

현재 포스 유저들은 각자 퍼져서 순찰을 하거나 현장에 투입되어 안그래도 부족한 인원이 더욱 부족한 현상을 보이고 있었다.

"꺄아아악!!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이쪽입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빨리!!!"

"젠장!!! 엄호해!!!"

이미 먼저 현장에 도착해 있던 군인들이 적성종 무리들에게 사격하며 시민들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포스 유저도 도착하지 못했는데 군인들이 먼저 있던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2주 전에 한국은 계엄령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인들로 할 수 있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인간에서 변이한 적성종은 그리 강하지 않았지만 소형 화기 정도로는 저지하는 수준 밖에 되지 않아서 포스 유저가 올 때까지 버티는게 그들의 주 임무였다.

사실 평소와 같은 일이였으나 포스 유저의 숫자가 부족하기에......사실상 죽는 사람들의 숫자는 군인이던 민간인이던 증가하는 추세다.

백리는 막 한 적성종이 한 중년 여성을 공격하려는 것을 보았다.

"이 자식들이!!!!"

콰직!!!!

고속으로 비행하면서 생기는 추진력을 무기 삼아서 놈을 짖밟아 박살내고 태극나선경을 극성으로 펼쳐 놈들을 말살했다.

열댓은 있었던 적성종이지만 처리하는데는 몇초도 걸리지 않았다. 놈들과 백리의 차이가 크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백리를 괴롭히는건 그런게 아니였다. 단순한 적성종이라면 설령 초대형 적성종이라 할지라도 큰 무리 없이 쓰러트릴 수 있겠지만......

"괜찮으세요?"

백리는 막 적성종에게 공격 받으려던 중년 여성에게 안부를 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백리에게 감사 인사 보다도 그가 죽였던 적성종에게 달려가서 놈의 안부를 걱정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상한 일이지만.....

"여보! 여보!!! 정신좀 차려봐요 여보!!!!"

"..........."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멀쩡한 사람도 적성종으로 변이하고 있었다.

지난 20년간 그들에게 적성종은 차원 저편에서 오는 것이니 사람이 변이하는 괴물이 아니였다. 그런데 자신의 친인이 적성종으로 변이해 사람을 죽이고 다니면 개중 일부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부정하는 법이다.

놀라거나, 울거나, 그런 반응도 많지만 그 중에서 백리가 가장 견디기 어려운 반응은.......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이다.

"이 살인자야!!! 우리 남편 왜 죽인거야!!! 왜!!!!"

"..........."

군인들이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데려간다. 하지만 발버둥치면서 백리에게 내뱉는 폭언은 그녀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크게 백리에게 와닿았다.

형태와 방향만 다르지 그 말은 맞았다.

이번 사태는 백리가 불러 일으킨 것이며 또한 간접적으로도 사람을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직접적인 살인자는 위성궤도에서 거대 신전을 통해 지구를 지옥에 빠트리고 있는 가르-레칼이겠지만 그가 이 지구에 모습을 드러내게 한 원인은 바로 백리였다.

그 죄책감이 그를 짓누른다. 남편을 잃은 아내가 소리치는 말은 눈앞의 상황에 혼란하여 될대로 내뱉는 말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우리 남편 살려내! 우리 남편 살려내라고!!!!"

"이쪽으로 오시죠"

"얼른 이분 모시고 가!!!"

거칠게 반항하며 백리에게 달려드는 그녀를 군인들이 겨우 데려갔다. 워낙 저항이 거세서 단순한 제압도 힘들 지경이다.

"끄윽......끄으으으!!!"

"어?!"

"변이한다!!! 거기서 떨어져!!!!"

우득! 꾸드드득!!!

이윽고 그녀 또한 갑자기 적성종으로 변이하기 시작했다.

그저 우연이겠지만 그 현실의 참혹함이 백리를 더욱 크게 짓눌렀다. 여태껏 죽인 적성종은 천이 훨씬 넘지만 하루에 한 가정을 전부 죽이는 것은 처음이며 그게 지금처럼 와닿는 것 또한 마찬가지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백리는 그저 사과하면서 그녀를 끝내줄 수 밖에 없었다.

손은 가벼웠지만 그 어떤 때보다 무거웠다. 그가 졌던 행동의 결과가 눈 앞에 있다. 그것을 외면하거나 무시하는건 허락되지 않는다.

서걱!!!

일격에 인간이였던 적성종을 베어내고, 백리는 한달만에 자리에 주저앉아 휴식을 취했다. 정확히 말하면 복잡하고 우울한 생각에 잠겨 멍하니 허공만 바라볼 뿐이였다.

아무리 초재생 특성에 초월자에 이르러도 한달 내내 쉬지 않고 움직이면 피로가 쌓인다, 거기에 잠도 자지 않는다면 더더욱 그렇다.

간만의 휴식이지만 달콤하진 않았다. 오히려 쓰디쓴 감각이 느껴진다. 자신의 죄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하루아침에 죽어버린 일가에 대한 미안함인지는 구별할 수 없다. 치덕치덕 달라붙어 엉킨 감정이니까.

"괜찮으십니까?"

"........네, 괜찮아요"

군대 쪽의 책임자가 백리에게 와서 상태를 물었다.

계엄령이 내려져 있고 몇교대로 움직이니 그만큼 현장 정보에 빠삭할 수 밖에 없는데, 그래서 백리가 한달 내내 쉬지 않고 활동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육체적 피로는 버틸만 하지만 정신적 피로는 쌓여 있다. 정신력이 무한한 것도 아니고 초월자라도 과로하면 죽는다.

"너무 무리 하지 마십시오. 뭐, 어떻게든 되지 않겠습니까?"

".........."

"백리씨는 우리 영웅입니다. 그러다가 몸이라도 상하면 큰일나요"

".........네"

백리는 차마 진실을 말 할 수 없었다.

자신의 선택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고, 그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나간다는 것도. 그들이 이제 곧 지옥에 빠진다는 것도.

자기가 저지른 죄를 비밀로 하고 싶은 것은 아니였다. 어차피 저지른 일이니까 알려지던 알려지지 않던 백리가 할 일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직접 말하지 않는건 그들의 기대를 부수고 싶지 않아서였다.

현재 한국의 유일한 희망은 백리 뿐이였으니까.

희망의 상징이 떨어져버리면 그를 보고 있던 자들 또한 절망으로 떨어지게 될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것을 유지하고 하는 것 또한 얼마남지 않게 되었다. [작품후기]심심한데 연참이나 하나 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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