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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흉의 대마왕-411화 (411/507)

유-열. 411회

[휴거에는 뭐하세요? 바쁘세요? 구해주실 수 있나요?]한순간, 약 1초를 100개로 쪼갠 시간 중에 하나에 불과할 정도로 이변은 일어났다.

가르-레칼에게 휘둘러지던 회색공명검은 그의 목을 향해 휘둘러지가 휘었다.

눈에 착시라도 일어난것 마냥 휘었다. 하지만 그건 거짓도 뭣도 아니라 현실이였다.

"뭐?!"

[이 별의 기술력치고는 훌륭하구나. 순수하게 마음을 벼려 검으로 만들 수 있다니.......제대로 맞았다면 나라도 타격을 입었겠지]

하지만 그건 맞았을 때의 이야기다.

가르-레칼의 닿았어야 할 회색공명검은 기이하게 휘어져서 놈의 목에 닿지 않았다. 하지만 검 자체가 휘어졌다거나 그런 기색은 없고 마치 거울 렌즈에 비친 물건마냥 묘한 느낌이였다.

[이 별의 사도여. 네 기술이 유함에서 비롯된 것은 나도 알고 있다. 힘으로는 나에게서 밀리지만 버틸 수 있는 것도 그 기술인게 확연히 보이지]

"이 새끼......"

[그렇다면 그 사실 하나 알지 못했을 것 같나? 이 내가? 수천년을 사도로서 군림한 내가 말인가?]

처음부터 농락 당한거였다.

애초에 그는 바보도 아니고 마냥 광신도도 아니였다. 여태까지 보여준건 그저 속임수일뿐 그들을 농락하기 위한 행동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의 희망이 보일 때 나락으로 떨어트려 절망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그런 절망이 모여 그들의 신 티브를 잠에서 깨우는데 될테니까 말이다.

[슬슬 놀아주는 것도 지쳤군]

우우우우우우!!!

신전과 가르-레칼이 공명하기 시작했다. 인간도 무기가 있으면 맹수와 대적할 수 있는데 하물며 신전이랑 매개체까지 있는 초월자가 작정하고 힘을 발휘한다면 물리법칙을 거스르며 불가능해 보이는 일마저 가능하다.

[신전을 더럽히는 것들을 정리하도록 할까]

쿠웅! 쿠웅! 쿠웅!!!

한순간 백리의 동체시력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속도로 무언가가 일어났다. 뒤늦게 깨닫고 본 순간 이미 마스터 유저들은 신전의 벽에 처박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다.

키이이잉!!

그것 뿐만이 아니라 라프 에너지로 이루어진 에너지 역장이 인간형 적성종의 공세를 버티고 있던 포스 유저들을 가두었다. 그들과 함께 있던 제이콥도 함께 말이다.

"젠장! 이건 또 뭐야!!!!"

제이콥이 돔 형태의 역장을 향해 난사했지만 조금도 통하지 않았다. 역장 바깥에서 인간형 적성종들은 기분 나쁘게 끽끽 거리며 웃고 있었다.

처음부터 이러지 않은건 놈이 그들의 절망을 질도, 양도 충분히 얻기 위함이였다. 그들이 지구에 적성종을 보내고 직접 넘어오면서 까지 이런 일을 벌이는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희망을 가지고 있다가 떨어지는 편이 훨씬 절망적일테니까.

"이 새끼가......!!!"

[충분히 절망 했나? 아니, 아직이로군.......너는 이 별의 사도로서, 그리고 약간의 개인적인 이유를 포함해서 더욱 더 절망을 쥐어 짜주겠다]

"크악?!?!"

그 순간 백리에게 마그노 레톤이 덮쳤다. 태극나선경을 반사적으로 운용했지만 분해의 이치도, 태극의 이치도 듣질 않았다.

순수한 의지의 힘인 마그노 레톤에게는 원래 분해의 이치가 듣질 않았으며, 태극의 이치로 흘려내기에는 상대의 힘이 너무나 강했다. 유능제강이라고 하지만 반대로 강함이 유함을 부술 수도 있는 법이다.

허공에 떠서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목을 졸린 백리는 가이아 포스를 운용해 벗어나기 위해 애를 썼지만 소용없었다.

[강한 자일수록 쥐어짤 수 있는 절망은 더욱 큰법. 자, 절망을 토해내거라]

"끄아아아아아아!!!!"

백리의 전신에 프레스기로 쥐어 짜는 듯한 압력이 가해졌다. 어지간한 압력이라면 백리도 버티겠지만 가르-레칼이 작정하고 고문하기 위한 행동인 만큼 흑연도 다이아몬드로 만들어버릴법한 압력이였다.

점차 정신이 아득해져간다. 고통 속에서도 움직이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별 의미없는 발악에 불과했다.

초월자에 발을 들였다고 하지만 같은 육체를 가지고 있는 선상에서 최악보다 훨씬 격이 떨어지는 백리다. 초재생 특성이 있어서 쉽게 죽지 않는다 뿐이지 온몸이 고깃덩어리가 되면 죽는다.

[너희들에게 남은건 절망 뿐이다. 충분이 고통스러워 하며 제물이 되거라. 아, 발버둥쳐도 상관 없다. 그건 좋은 절망이 될테니]

"아아아아아아!!!!"

압도적인 격차가 느껴진다.

죽음에 이르게 되어서야 느껴지는 격차는 아득하게 보일 정도로 차이가 있었다. 그 차이를 넘지 못하면 백리에게 승산은 없다.

어떻게든 다시 싸워야 한다는 생각이 그의 머리속을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온몸에서 가해지는 고통 앞에 도리어 의문도 생겨난다.

내가 왜?

이번 사태는 백리의 잘못이 크지만 죽음 앞에 태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죽기 일보 직전 상황에서까지 자신을 희생하고 고통을 감내하며 싸울 그런 자기희생적인 면모를 왜 보여줘야 하지?

어차피 죽으면 끝이고 아무것도 없다. 최악이 말하길 죽은 뒤에는 결국 환생 뿐이다.

........애초에 자신이 싸우려는 이유가 무엇이지?

왜 대마왕을 막아섰지?

멕시코의 참사를 보고 뭘 느꼈지?

.......그게 옳지 않다고 생각해서다.

잘못된 선택을 했었어도, 적어도 무고한 사람들까지 아무 의미 없이 죽어나가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죄를 지은 사람은 벌을 받는게 당연하지만 대마왕의 심판은 그걸 가리지 않는다.

어릴적부터 가지고 있던 양심,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된 당연한 생각이다. 그걸 깨닫는 순간 무언가 또렸하게 떠올랐다.

우우우웅!!!

"그래"

아득한 고통 속에서도 한가지가 떠올랐다. 아니, 오히려 반대로 고통 속에서 얻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고행자란 단어가 있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스스로 육체에 고통을 주어 깨달음을 얻으려 한 일이 있었다. 그것처럼 사람은 고통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일이 가능했다.

백리는 그런 고통 속에서 자신의 본질을 깨달았다. 한편으로는 우연에 우연을 거듭한,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였으며 목숨을 건 도박이였으나 인과율이 그의 편을 들어주고 있었다.

그의 손에 푸른빛이 감돈다.

[아니?!]

"조금 알겠어......"

콰콰콰콰콰콰!!!

어느새 가르-레칼의 주박에서도 벗어난 백리가 수도를 휘두르고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자 사방으로 퍼지는 푸른색의 유색공명기가 마스터 유저들을 구속하던 힘을 파해치고 포스 유저들을 붙잡던 에너지 돔과 인간형 적성종들을 부쉈다.

이경진이 백리의 손에 흐르는 푸른색 기운을 보며 놀라 소리쳤다.

"자네, 그건.......쓸 수 있게 된건가!"

"어떻게든요"

잔잔한 평정심. 그리고 집중. 익숙하지 않기에 사용하는 동안은 길게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올곧게 다잡은 마음가짐은 쉽사리 부서지지 않는다. 지금도 은은하게 흐르는 청색공명기는 위협적으로 진동하고 있었다.

[네 녀석......]

백리는 가르-레칼의 분노에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금 싸울 준비를 할 뿐이다.

정신은 고요하고 해야할 것은 명확했다. 눈 앞의 가르-레칼을 죽이고 이 신전을 박살내는것. 그것만 해내면 그들의 승리였다.

우우웅!!!

청색공명기가 백리의 의지에 화답한다. 자신의 본질을 깨달은 지금이라면 최악과 조우했던 시기의 이경진보다 훨씬 능숙한 운용이 가능해진다.

"길게 말 못하니까 일단 가죠"

백리의 말에 다른 마스터 유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처를 치료하고 있던 윌리엄도 싸울 수 있는 상태가 되어 전선으로 복귀했다.

상황이 반전되고 전황의 바람이 바뀐다. 가르-레칼은 그런 그들을 보면서 으르렁거리며 이를 갈았다.

[끝까지 발버둥이라니......너희들에게 희망은 없다고 말했을 터인데!!!]

콰가가가가!!!

신전을 가르는 거대한 공간참이 날아왔다. 흡사 백리가 이전에 놈에게 먹인 것과 같은 수준의 일격, 아니 완성도는 훨씬 높다.

상쇄하기에는 힘들지만 그건 같은 공간 간섭이였을 경우였다.

키이이이잉!!!

청색공명기가 진동하며 백리는 수도로 공간참을 받아쳤다. 힘이나 위력은 백리 쪽이 훨씬 작지만 밀리지 않고 오히려 압도했다.

의지란 이 세상을 창조한 가장 근본적인 힘. 유색공명기는 그런 의지를 발현하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 힘과 효율이 다를 수 밖에 없다. 힘의 크기가 아니라 순도의 문제였다.

"흡!!!"

쩌저저저적!! 콰지지직!!!

공간참이 박살난다. 공간이 찢어진다는 물리법칙을 거꾸로 오르는 현상이 눈앞에서 벌어지며 그 여파로 신전의 일부가 찢겨나갔다. 심지어는 신전조차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충돌의 여파는 엄청났다.

"자네 그거 그렇게 난사해도 괜찮겠나?! 그런 기술이 아닐텐데?!"

"괜찮아요!!!"

유색공명기는 본디 익숙해지거나 더 높은 경지에 이르지 못하면 효율이 나쁜 기술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경진도 많이 써야 하루에 두번 정도가 최대였다.

하지만 백리는 처음 각성했을 때나 지금이나 펑펑 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색공명기의 푸른빛은 사라지지 않았다.

백리의 격이 이경진보다 위여서 그런 것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마음과 색이 다르기에 생기는 차이였다.

이경진의 회색공명기는 '호승심'이란 감정을 뜻하고 특성은 '증폭'이다.

하지만 백리의 청색공명기가 의미하는 것은 '정직'이며 그 특성은 '효율성'이였다!!!

"위력은 약하지만......"

분명 한방의 위력은 이경진의 회색공명검보다 약하지만 그 이상으로 여러번 사용할 수 있는게 청색공명기였다. 지금으로서는 보다 환영할 특성인 것이다!

우우우우우!

신전이 진동했다. 가르-레칼의 분노에 호응해서 백리를 죽이기 위해 힘을 쓰려는 것이다.

다시금 신전 바닥에서 꿀럭이며 인간형 적성종이 생겨난다. 하지만 백리는 그걸 두고보지 않고 손가락을 튕겨 날려서 놈들의 머리를 부수며 막았다.

[지금으로서는 숫자로 상대할 수 없겠군......소모시킬 수는 있겠지만 그리 큰 영향도 없을테니]

남은건 본인이 직접 상대하는 것 뿐.

두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그 순간 다시금 싸움이 시작된다.

가장 먼저 놈에게 닿은건 소닉이였다. 놈의 역장을 최대한 깎아내기 위해 연타를 먹이다가 어느새 그의 손을 붙잡은 가르-레칼의 모습에 경악했다.

"아니?!"

[잽싼것, 언제까지 그것이 통할줄 알았느냐]

콰아아앙!!!

소닉을 던져서 신전 벽에다 내던진다. 라프 에너지가 흘러서 어지간한 충격으로는 흠집도 나지 않는 신전의 벽이 움푹 파일 정도로 날아가 충돌했다.

다음으로는 살라딘과 이경진이였다. 방금 전 회색공명검을 사용했기에 놈에게 닿을 수는 없겠지만 수자루의 검이 위협스럽게 놈의 급소를 노리며 찔러들어갔다.

카드드드득!!!

역장이 깎여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들은 확실하게 그걸 느낄 수 있었다.

[이놈들!!!!]

"크헉?!?!"

"끄으으으!!!"

가르-레칼이 손짓을 하며 두사람을 날려보냈다. 다시금 마그노 레톤으로 구속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 소닉과 똑같이 벽에 처박는다.

"이쪽도 있거든? 미국에 온걸 환영한다 자식아!!!!"

여분의 방패를 들고 온 윌리엄을 전위로 앞세운 후 뒤에 있던 제이콥이 총탄을 난사한다. 적어도 단순 화력으로는 마스터 유저 제일의 무지막지한 화망이 쏟아진다.

혼자 전쟁을 하는 듯한 폭격은 특수탄환에 들어간 그의 가이아 포스와 결합된 성과다. 적어도 탄창이 남아 있는 한 그의 난사는 끝나지 않는다!!

[그런 잔재주가 통할것 같으.....큭!!]

가르-레칼은 자신의 눈을 향해 날아오던 총탄을 손등으로 쳐냈다. 역장이 있는데도 저런 모습을 보인다는건.......본인 스스로 역장을 믿지 못할만큼 약해져 있다는 뜻이다.

이윽고 소피아가 다시금 놈을 가두었다. 그것마저도 모자라 얼음 감옥 속에서 가시가 돋아나며 놈의 몸을 사방에서 찔렀다.

조금 남아 있는 역장 덕분인지 꿰뚫지는 못했지만 놈이 이를 갈며 분해 보이는 모습이 눈에 확연하게 들어온다. 백리는 최대출력으로 청색공명기를 펼치며 놈에게 달려들었다.

"흐아아아아아아아!!!!!"

이번이 마지막, 정말로 마지막.

놈만 죽인다면 모든 것이 끝난다. 그에 혼신의 힘을 담아 백리가 놈의 명치에 주먹을 날렸다.

콰가가가가!!!

얼음 감옥을 부수고 놈의 역장을 뚫어 그대로 몸뚱이에 적중한다. 그것마저도 모자라 몸뚱이를 아예 관통한다.

공간이 휘는 기색도 없이 놈의 몸뚱이는 관통된 것이 확연히 보일 정도로 확실하게 치명상이였다.

[크억......]

"됐다......!!!"

가르-레칼이 단말마를 내뱉는다. 똑바로 백리를 노려보면서 서로를 마주한다.

그리고.

놈이 웃었다.

[그래, 이제 충분히 희망을 품었으면 절망할 때가 되었지]

잔혹한 현실이 그들을 덮치기 시작했다.[작품후기]예진이가 했던 예언 기억 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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