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뜻은 없음.410회
[휴거에는 뭐하세요? 바쁘세요? 구해주실 수 있나요?]최전선에 서는 것은 마스터 유저와 백리 뿐. 나머지 인원들은 후방에서 대기, 혹은 지원 역할을 맡았다.
방어계 특성 보유자를 수백명씩이나 동원하여 방어벽을 세우고 그것도 모자라 소피아의 얼음 장벽까지 세워 철저하게 보호한 후에 원거리에서, 그리고 각양각색의 보조 특성을 이용해서 그들의 전투력을 보조한다.
근접 전투에 특화된 포스 유저들은 혹여나 그들이 위험해질 경우 그 빈틈을 보충하기 위한 용도로서, 즉 잔혹하게 말해서 고기방패로 사용하기 위해 왔다.
하지만 그런 각오 없이 죽일 수 있을 만큼 초월자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뜻이다.
[발전한 것은 그리 없는 모양이구나]
"누구나 한대 처맞기 전에는 그런 소리를 하겠지!!!"
키이이이잉!!!!
저번과 다르다. 이전의 백리는 그에게 아무런 유효타격을 줄 수 없었지만 지금은 공간 공명을 통해서 놈의 역장을 도려낼 수 있다!
비록 그 위력이 약하더라도 조금씩 천천히 깎아가면 된다. 적어도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였다.
쩌저저저적!!!
"깊게 파고들지마!!!"
"알고 있거든요?!"
백리 뿐만이 아니다. 다른 마스터 유저들도 거리를 유지하며 조금씩 그의 시선이 다른 곳에 향하지 않기 위해 움직였다. 공간참은 백리의 공간 공명으로 상쇄하더라도 나머지 공격들은 소피아의 얼음 장벽이나 윌리엄이 나서서 막아 최대한 피해를 줄인다.
그렇지만 가르-레칼은 여유롭게 공격을 막으며 유유히 비행했다. 자유자제로 움직이는 움직임은 따로 비행 특성이 없는 백리로서는 따라잡기가 버겁다.
"소피아씨! 새장!!!"
"알았다!!!"
콰드드드득!!!
소피아가 얼음 장벽을 세워 놈을 감싸 구속했다. 순식간에 정육면체 형태의 얼음 감옥에 갇히게 된 그는 아무리 자유롭게 비행하고 있어도 그 얼음 장벽 앞에서는 약간이나마 주춤할 수 밖에 없다.
[호오, 전에도 봤지만 이 얼음은.......꽤나 진귀한 것을 쓰는구나. 인디-마그나와 같은......]
"한눈팔 틈이 있냐!!!"
키이이이이이이이이이!!!!
귀를 틀어막지 않으면 고막이 터져나갈법한 이명이 울린다. 백리가 최대출력으로 얼음 감옥 안에 갇힌 놈을 향해서 공간참을 휘둘렀다. 검은 아니지만 애초에 공간을 벼려내는 기술에 무기의 예기는 상관 없기에 수도로도 충분히 펼칠 수 있었다.
그리고 얼음 장벽과 함께 통째로 베어낸다. 태극나선경으로도 유효한 타격이 나지 않았던 신전에 상흔이 남겨질 정도로 강렬한 일격이였다.
[고작 이런 것으로......]
"고작?"
피하기에는 늦었기에 백리의 공격을 역장을 강화해 버텨낸 놈의 역장은 약해져 있었다. 마스터 유저의 힘으로도 타격이 들어갈 정도로.
그리고 무엇보다 놈의 의지 또한 무한한게 아니다. 결국에는 한계가 있고 그건 최악조차 똑같은 사실이다.
본인이 직접 푸는것 외에 역장을 푸는 가장 쉬운 방법은.......지속적인 공격으로 의지를 소모시켜 결국에는 역장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공격하면 공격할수록 놈을 쓰러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투두두두두두두!!!!
그리고 한순간의 속도라면 몰라도 지속적인 속도로 친다면 마스터 유저 중에서 최속을 자랑하는 소닉이 놈의 몸을 두들겼다.
히어로 영화 속의 스피드스터 같은 능력이지만 한계는 있다. 하지만 초음속에 도달한 속도로 놈의 전신을 두들기는 것은 반응하기도, 막기도 쉽지 않았다.
"흐으읍!!!"
터어어어엉!!!!
그리고 놈이 정신없을 때를 노려 살라딘의 묵직한 해머가 휘둘러졌다. 아래에서 위로, 턱을 후려치는 일격은 놈을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처먹인 공격에 비하면 적은 반응이지만 그들의 안색이 밝아졌다.
"통했다!!! 조금만 더!!!"
역장이 멀쩡하다면 애초에 반응은 커녕 미동조차 하지 않았을터, 백리가 먹인 공간 공명이 역장을 깎아서 어느 정도 데미지가 들어간다는 뜻이다.
[이것들이.......!!!]
가르-레칼은 자신에게 조금이나마 닿은 그들이 불쾌한지 분노한 기색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방금전과는 날아오는 공격의 수준이 다르다. 강렬한 기파가 진동하며 그의 몸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뒤에서 방어벽을 펼치고 있던 포스 유저들까지 휘청거릴 정도로 영향을 주었다.
그 충격은 마스터 유저에게까지 닿았다. 전방위로 뿜어낸 힘이기에 백리를 제외한 모두가 한순간 빈틈을 드러냈다.
[우선 하나]
가르-레칼은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마스터 유저 중에서 윌리엄을 찍었다. 그가 손짓하자 윌리엄의 방패가 두동강나며 박살난다. 강렬한 힘에 의한 내상은 덤이다.
"컥?!"
"이 자식 후방으로 빼! 얼른!!"
근처에 있던 살라딘은 위험을 무릅쓰고 윌리엄을 붙잡아 뒤로 던졌다. 뒤에서는 후방의 포스 유저들이 그를 치료할테니까 운이 좋다면 현장 복귀도 가능할 것이다.
한명이 빠지고 그 부담은 나머지 인원들에게 돌아간다. 그리고 개중에서 제일 강한 백리에게는 더 큰 부담이 돌아갈 수 밖에 없다.
[너희들의 희망은 헛된 것이다. 설마 이길 수 있을거란 생각을 품는 것인가? 고작 숫자의 힘으로?]
"밀리고 있는 주제에 그딴 소리 지껄이고 있냐! 쪽팔리지도 않냐고!!!"
[그럼 이쪽도 숫자의 폭력을 보여주면 잠잠해지겠군]
"뭐?"
그가 손짓하자 신전이 진동했다. 아바타......아니, 다른 무언가가 일어난다.
신전의 벽면이 꿈틀거리면서 점차 반죽처럼 부정형의 모습을 띄다가 이윽고 골격을 갖추더니 완전한 형태를 이루었다.
그건 마치 인간형 적성종과 같은 외견이다. 그리고 형태를 갖춘 놈들이 눈에서 익숙한 녹색 안광을 뿜어내기 시작하며 움직였다.
"인간형 적성종?!"
[신전 안에서 사용하기 위한 시종 같은 것이지만. 뭐, 숫자를 줄이는데는 충분하겠지]
"이 자식이!!!"
[뒤에서 지원하는 자들 부터 처리해야 하는게 당연한일 아닌가? 나에게 그 정도의 머리도 없다고 생각하는건가? 그건 너무 낙관적인 생각일 터, 나는 당연한 일을 하는 것이다]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건 수십마리의 인간형 적성종이였다.
상대는 수천명의 포스 유저들이 작정하고 진을 치고 있지만......저 숫자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하다못해 마스터 유저 한명 이상의 지원이 있어야만 했다.
이를 갈면서 백리는 제이콥을 뒤로 보냈다.
"제이콥씨! 후방으로 가서 처리하고 와주세요!"
"내가 빠져도 되겠어?!"
"저 숫자라면 화력으로 밀어붙일 수 있을거예요! 빨리!"
백리의 생각은 옳았다. 넓다고 하지만 신전 내부라는 한정된 공간에, 상대의 숫자도 많다면 그걸 감당할 화력이 필요했다.
최악도 인정 했을만큼 제이콥의 화력은 마스터 유저 중에서도 수준급이다. 한방을 따지면 살라딘이 우위일지 모르나 지속적인 화망을 유지하면서 평균적인 화력을 계산하면 제이콥이 우위다.
"최대한 빨리 끝내고 올께! 버텨!!!"
이윽고 남은 마스터 유저는 소피아, 이경진, 소닉, 살라딘, 이렇게 넷 뿐. 백리를 포함해도 겨우 다섯이다.
후방의 지원 없이 오로지 그들의 힘만으로 시간을 끌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 헛된 희망이라도 품고 있어야 절망으로 떨어질 때 낙차가 큰 법이지]
"자꾸 그딴 소리 할래?! 별거 없는 광신도 새끼가 입만 존나 터네!!! 사도고 뭐고 아가리로 얻은 자리냐!!!"
[그렇게 말하는 네 녀석은 사도치고는 보잘것 없지 않나?]
"........?!"
백리는 도리어 당황했다. 한편으로 놈을 도발하는게 쉬운게 광신도이기 때문인데, 그런 녀석을 모욕했는데도 놈은 저번과 같이 흥분하지 않는다.
장소가 달라서 마음가짐도 다른건가? 마지막이라서?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좋은 징조는 아니다.
백리는 이를 악물고 다시금 버티기 시작했다. 소피아의 얼음 장벽이 놈의 움직임이나 행동을 막는데 도움을 줘서 두명이나 빠졌는데도 불구하고 어느정도 시간을 끌 수 있었으나 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자기가 말한대로 바보가 아니라면 누구를 먼저 노려야 할지 뻔한 일이다. 상대는 적성종이 아니라 지성을 지닌 존재니까.
[다음은 너로 할까]
가르-레칼이 소피아를 보면서 말했다. 짙은 녹색 안광이 그녀를 비춘다.
"이경진 아저씨! 소피아씨를!!!!"
"걱정말게!!!"
우우우웅!!!
이경진의 검이 울리기 시작했다. 천검(千劍)이란 이명처럼 천개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십개의 검이 동시에 움직이며 날아올랐다.
소피아를 향하던 마그노 레톤이 이경진의 검들에 의해 분쇄되었다. 그에 가르-레칼의 눈이 이채를 띄며 이경진에게 시선이 돌아갔다.
[호오, 그것을 베어내다니 격 자체가 꽤나 높구나. 이 별의 사도보다는 낮을진데 힘은......]
그는 한눈에 이경진의 수준을 알아보았다. 힘과 경지가 비정상적인 백리가 아니라 이경진을 더욱 경계했다.
[우선 순위를 바꿔야겠군]
키이이잉!!
공간 공명이 일어난다. 참격으로 벼린 공간참이 아니라 자신에게 접근한 자들을 떨어트리기 위해 역장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구형의 공간진을 일으킨 것이다.
그런 범위의 공간 간섭은 상쇄시키는 것이 아니라 피하는게 낫다. 한발 물러난 그들은 가르-레칼의 맹공을 받았다.
콰가가가가가각!!!
"끄윽?!?!"
폭풍과도 같은 공간의 참격이 쏟아진다. 이전의 싸움은 장난에 불과했다는 듯이 적극적인 공세에 나선 그의 공격은 막는것만도 벅찰 정도로 압도적이였다.
공간의 참격을 막을 수 있는건 오로지 백리의 공간 공명과 이경진의 검 뿐, 소피아의 얼음 장벽도 경감시키는 것이라면 몰라도 크게 도움은 되지 않는다.
"벽 형태로 펼칠께요! 이쪽으로!!!"
우우웅!!!
백리가 공간 공명을 참격이 아니라 태극나선경을 응용해 공간 공명을 발생시켰다.
벽 형태로, 그러면서 공격을 막는게 아니라 흘려내는데 특화된 장벽은 힘은 배 이상으로 들어갔지만 폭풍과도 같은 공간참 속에서도 상처하나 없이 온전히 버틸 수 있었다.
"이대로는 계속 밀리다가 죽을것 같군. 뭔가 방법 없나?"
"역시 제일 좋은건......"
전체적인 무력으로는 백리가 제일 강하지만 가르-레칼의 역장을 뚫고 치명상을 줄 수 있는건 이경진의 공간 공명 뿐이였다.
하지만 거기까지 놈을 몰아붙이는게 중요하다. 그에 백리는 각오를 했다.
".......제가 최대한 틈을 만들어볼께요. 어지간한 상처라면 금방 회복할 수 있으니까 그 틈에 공격하세요"
"괜찮겠나?"
"제가 해야할 일인데요 뭐"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리한건 그들이다. 단기결전으로 승부를 봐야 했다.
아직 그가 전력을 내지 않고 그들을 봐주는 느낌으로 상대하고 있을 때가 더더욱 기회다. 백리는 이번을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주먹을 쥐었다.
"셋하면 갑니다. 하나, 둘......."
각자 간단한 포지션을 정해 준비를 마쳤다. 막는 동안 이경진은 회색공명검을 사용할 준비를 하여 최대한 사용까지 시간을 단축시켰다.
이윽고 백리가 셋을 외쳤다.
"셋!!!!"
공간 장벽을 펼친 상태로 밀어붙인다. 힘 싸움이 되기에 결국은 백리가 밀리며 장벽이 부서져간다. 부서진 틈으로 공간참이 날아와 그의 옆구리나 다리를 베어낸다.
공간 계통의 공격으로 인한 상처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회복 자체가 되지 않는다. 백리가 초재생 특성을 가지고 있어도 지혈이 고작이지 지금 상황에서는 말 그대로 큰 출혈이다.
하지만 치명상은 아니다. 지금은 장기적이 아니라 단기 결전을 노려야 할때. 그걸 감수하고 놈에게까지 밀어붙였다.
백리의 무식한 돌진에 놀란 가르-레칼이 기겁하며 날아서 피하려고 했다.
[아니?!]
"어딜 도망가려고!!!!"
소피아가 전력을 다해 얼음 장벽을 펼쳐내 놈이 도망치려는 것을 막았다. 지난번처럼 거의 핵을 견뎌낼 수준으로 펼친 장벽은 훌륭한 방패가 되어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감옥이 되기도 하는 법이다.
콰아아앙!!!
이윽고 백리의 공간 장벽과 가르-레칼의 역장이 충돌했다. 공간이 뒤틀리며 충돌하면서 허공에서 스파크가, 아니 플라즈마에 가까운 것이 발생한다.
공간과 공간의 충돌은 일반적인 물리 법칙에서는 발현되지 않는 현상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콰드드득! 까드드드드드득!!!!
공간이 찢겨지는 소리가 들리며 백리의 손이 가르-레칼의 손목을 붙잡았다.
놈은 이제 어디에도 도망 못간다.
"죽어도 넌 나랑 같이 죽는거야"
한편으로는 싸우다 죽는게 백리에게 있어서는 당연한 속죄일지도 모른다.
이윽고 이경진의 회색공명검이 놈의 머리를 향해 휘둘러졌다.
[작품후기]이렇게 끝! 해피엔딩.....하면 좋을지도 모르죠.
자고로 절망이란 높이 올라갔을 때 떨어트려야 낙차가 큰 법입니다.
다시 생각해도 육체적인 고통보다 정신적인 고통이 훨씬 크고 오래간다는걸 깨달아서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