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406화 (406/507)

406회

[우리 손녀를 위해서라면 나는 흉신도 쓰러트릴 수 있을지 몰라!]술판이 끝나고 디저트 삼아서 제수씨가 천도복숭아를 잘라왔다.

먹으면 어지간한 병은 낫고 수명도 늘어나며 불로장생하는 명약이지만 사실 우리들한테는 맛 좋은 복숭아 외에는 큰 영향은 없다.

내가 이런거 먹는다고 얼마나 오래 산다고. 기껏해야 100살까지 살거 200살까지 살겠지.

참고로 내 환생 평균 수명은 100살 정도다. 환생자라도 초월자인데 겨우 그 정도 밖에 안되냐고 물으면 평균의 함정이라고 할 수 있다.

싸우다가 젊을 때 요절하는 경우도 있어서 평균치가 낮아졌거든. 만약 50살 이전에 죽은거 빼면 못해도 평균이 120살로 올라간다.

"이거 엄청 맛있어요!"

"과연, 선계에서 자라는 천도복숭아는......!!"

"근데 그거 인간용이라서. 초월자용은 따로 있었지 아마?"

"상제께서도 단 한그루 있는 복숭아 나무니까요"

"어머니가 관리하던거기도 하지. 원래 여기 관리자는 1차 차원전쟁 참전자라 인연이 있으니까......."

"어떤 엄마? 친엄마 아니면 팬텀네 엄마, 아니면 용제네 엄마, 아니면 영제 쌍둥이네 엄마?"

"너 알면서 묻는거지 지금?!"

"엄마가 넷이라서 조으시겠써요"

"야!!!!"

다시 말하지만 그레이네 류씨 집안은 창조의 절대자가 가장으로서 엄마만 넷이고 자식들이 죄다 이복동생이다. 물론 막내 쌍둥이들만 빼고.

한명은 평범한 인간이지만 두명은 절대자에 한명은 로드인거 보면 평균치가 로드라서 무슨 호랑이 굴인지 손댈 엄두도 안날 정도다. 사실 넷 중에서 둘은 벌써 세상을 떠났지만 남은 두명이 넘사벽이다.

쟤네 집안 건드려서 엄마만 찾아와도 마치 애한테 꿀밤 한대 먹여서 크툴루가 나타나는 느낌이다. 절대자에게는 그만한 힘이 있었다.

아무튼 그레이가 지금 말하는 어머니는 개중에서 자연의 절대자를 말한다. 그녀의 영역인 네이처 가든의 술은 맛있지.

"슬슬 헤어질 때가 됐긴 됐구만. 야, 그러고 보니까 우리 애 좀 잘 부탁한다"

"누구? 어린애?"

"어, 동동이는 나름 완숙한 무림인이니 무공 좀 봐주기만 하면 되겠지만 선이는 아직 아니라서"

나는 대마왕으로서의 업무를 해야 했다. 티브 문명에 찾아가서 놈들을 관찰하고 심판하는 것이다.

이렇게 직접 찾아가서 심판하는 일은 간만이다. 마지막으로 했던게 언제였더라......보통은 남이 소집하거나 아니면 내가 태어났던 문명을 심판하거나 그런게 대부분이다.

"걱정마, 애 돌보는건 나름 잘 하니까. 옛날 생각 나네"

"거 나만 하려고. 내가 육아고수인데?"

"육아랑 가르치는건 다르잖아. 네 자식이 막 평범하게 살아가는 그런 애였던 적이 얼마나 있냐?"

"........그렇긴 하지, 아, 천도복숭아 중에 하나는 내가 가져간다. 울 마누라 주려고"

"오케이"

이래저래 챙겨야 할 것은 챙겼다. 솔직히 큰 짐은 없고 오히려 가지고 있는 것도 이후 선이를 위해서 준다. 특히나 여기서 여비로 쓰던 금 판 돈 같은걸 말이다.

이곳을 떠나면 사실상 필요없는 것이다, 티브 문명에서 돈이 필요하면 거기서 구하면 되는거다. 설마 사지가 멀쩡한게 맨입에 풀칠하겠냐?

내가 대충 떠날 준비를 하자 선이가 영문을 모를 얼굴로 물어왔다.

"아저씨, 어디 가요?"

"난 원래 여기 사람 아니잖아. 그러니까 가려고"

"그럼 저도 같이 가요!"

"넌 무림인 한다며?"

"아저씨 따라가서 무림인 하면 되죠!"

"내가 가는 곳은 무림인 같은거 없어. 오히려 칼 차고 다니면 잡혀가는 곳이야"

"어차피 저 칼 안쓰는데요"

"그런 의미가 아니거든?"

내가 말한건 폭력을 휘두르면 잡혀간다는 뜻이다. 무림과 다르게 지구는 치안이 잡혀 있어서 무력적으로 활동하면 범죄가 된다.

선이가 무림인이라 할 수 있는 곳은 적어도 여기가 아니면 안된다. 다른 무림도 찾아보면 있겠지만 그래도 기반이 많은 만큼 여기가 낫다.

천하삼절의 제자인 내가 키웠으며 내가 정파 쪽에 뿌린 인연, 예를 들어서 당문이나 동동이, 그리고 무당의 태극검룡 등등의 좋은 인연이 선이가 갈 길을 비춰줄 것이다.

"애초에 나는 떠난다고 했잖니. 여기서 떼써봐야 의미 없어"

".........."

선이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불만이 많아 보이는데 어른한테 그렇게 하는거 아니다 너.

"가게 둬라, 선이야"

"용 아줌마!"

"아줌마라고 부르지 말랬지?!?!"

"으아아아아아! 내 태양혈! 아줌마가 내 태양혈을 추궁과혈 한다아아아아!!!"

용하연이 막 짱구네 엄마 마냥 선이의 관자놀이를 주먹으로 압박했다. 거 다섯살짜리 아이도 아닌데 말이야.

생각외로 선이를 막은건 용하연이였다. 본인이 겪은 일 생각하면 오히려 같이 가라고 했을텐데.

"지금 네가 저 녀석을 따라가봤자 오히려 힘들기만 할 뿐이다. 네 꿈도 이룰 수도 없고 결국에 남는건 아무것도 없겠지"

"그치만......."

"하지 말하는게 아니다. 적어도 나중에 하라는 거지"

"나중에요?"

"그래, 나중에. 적어도 비슷한 위치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나서 말이다"

물론 그때 쯤에는 선이도 나를 별로 신경쓰지 않겠지. 게다가 원래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이성은 이성으로 안보는 법이다.

피가 섞이지 않아도 어려서부터 같이 자라면 서로가 남매처럼 느껴져서 이성으로 느끼지 않는다. 이어진다면 그거대로 감정이 강한거라 생각되고. 그런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중에서 어떤게 더 많을 것 같냐?

나는 어디까지나 선이를 내 자식 보는 눈으로 봤다. 선이가 품고 있는 감정은 지금은 연정 비스무리한거라도 결국에는 바뀌기 마련이다.

".........알았어요"

"잘 생각 했다"

용하연은 선이의 머리카락을 슥슥 쓰다듬어주었다. 저렇게 보니까 꼭 모녀같다. 얼핏 닮은 느낌도 나고.

그레이는 내 옆에 와서 툭툭 옆구리를 건드리며 물었다.

"괜찮겠냐?"

"뭐가?"

"나랑 같은 짓 하다가 코 꿰이는거 아닌가 몰라"

"원래 딸내미는 어릴 때 한번쯤 '나 크면 아빠한테 시집갈거야!'하고 말하는 법이야. 막 저러다가 크면 아빠 빨래랑 같이 넣고 돌리지 말라고 타박하는게 딸이지"

"딴건 모르겠고 시집간다는 말은 용하연도 그랬는데?"

"용하연이랑 선이랑 같냐?"

"두고보면 알겠지"

"아니?! 왜 불길한 플래그를 박고 그래?!"

원래 시간이 지나면 사람의 감정은 변하는 법이라니까? 그게 좀 더 심화되던 퇴화되던 아무튼 그대로이진 않는다.

선이도 지금은 나한테 붙어 있으려고 하지만 나보다 더 잘생기고 능력 있는 남자 만나서 시집가는게 훨씬 나을거다. 그게 본인의 행복을 위해서 가장 좋은 길이다.

"너도 인성개차반인거 빼면 나름 능력 있는 좋은 사람인데"

"거 설득력 없는 설득이랑 위로 안되는 위로를 하고 앉았네. 욕하고 칭찬하다니, 병주고 약주고냐?"

"툭 하면 사람 죽이는 버릇이나 고쳐. 확 심판해버리기 전에"

"난 건드리지만 않으면 평생 사람 안죽이고 살 수 있는데 딴 놈들이 날 건드리는게 문제지. 선 넘는 놈들 조지는 내가 잘못이냐, 선 넘은 놈 잘못이냐?"

"그니까 그 버릇을 고치라고"

"아니, 선 넘는 놈들이 있다니까? 내 말은 똥구멍으로 쳐들었어?"

지구에 있었을 적에도 시온에게 과하게 찝쩍대는 놈은 기분이 무우우우우우우우척 더럽기는 해도 어지간해서 죽이지는 않고 협박이나 위협으로 쫒아냈다.

그렇지만 시온 외모가 워낙 튀는지라 중국의 그.....누구였지? 잊어먹어서 기억 안나는데 아무튼 그놈 같이 선 넘고 저지르는 놈들도 있다.

힘이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나도 그 논리로 내 힘으로 조져버린것 뿐이다.

참고로 그 짓은 워 로드도 했다가 나한테 뒤졌다.

".........이기적 이타주의자. 아니면 이타적 이기주의자. 나이트로드가 말했던 그대로네"

"뭐 임마? 썰어버린다? 내 앞에서 그놈 이야기를 쳐 꺼내고 있네?"

"할 수나 있고? 아무튼 본성은 착한데 뒤틀려 있고, 본인 스스로도 그걸 잘 알고 자기를 혐오하고 있으니......초월자 중에서도 너만큼 꼬인 것도 드물거다"

"왜 갑자기 디스야. 나랑 디스전 뜨자는거지 지금? 그리고 초월자 중에서 나보다 성격 나쁜 놈은 수두룩한데 왜 지랄이야"

"그거야 한결같이 나쁜 놈이니까 그런거지. 너는 중간이잖아. 애매해"

나는 혀를 찼다. 내 본성을 아는 놈은 많지 않지만 그 중에서 한명 있다면 내 사촌이자 대영웅 나이트로드 최길현이다.

애초에 환생 초창기부터 만나서 투닥거렸거든. 그때야 그놈이 훨씬 강했으니 제압 당하고 끝났지만 지금은.......솔직히 지금도 반반이네.

"아무튼 가기 전에 한가지만 물어보자"

"뭔데?"

"운명의 절대자는 뭘 꾸미고 있냐?"

".........거 시발 누가 킹 블러디어 원본 아니랄까봐 하는 짓은 똑같구만. 그놈도 똑같은거 물어보던데"

"뭐 임마? 썰어버린다?"

"댁이 그 소리 하니까 그냥 하는 소리로는 안들리는군"

나는 운명의 절대자 파벌이며 반은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사천왕 중에서 최약체다. 하지만 적이 많은, 아니 많은 적을 만든 그녀의 의중을 떠보려는 사람들은 언제나 많다.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는건 내 뒤에 빽이 든든해서 잘못하면 냉전시절 미국과 소련마냥 누군가 핵폭탄 하나 날린 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요컨데 전쟁 일어난다고. 그거 감수할 생각 아니면 그레이도 나한테 쉽사리 덤비지 못한다.

"그을쎄, 잘 모르겠는데"

"능글맞게 그래도 되냐. 아니면 진짜 모르는거냐"

"나이값 못하는 고스 로리에 노처녀 히스테리나 부리는 여자가 자기 의중을 이야기 해줄거라고 생각해?"

"너 그렇게 대놓고 이야기 하다가 된통 당한다"

"그래봤자 죽기 밖에 더 하겠냐?"

"하지만 짐작하는거라도 있겠지?"

"............."

운명의 절대자가 나와 같은, 그리고 나 이상의 초월자를 아군으로 들이고 그레이나 팬텀 같은 초월자를 적으로 둔 것은 거기에 궁극적인 목적이 있어서다.

"거래를 하자, 사법거래 비슷한거야. 네가 말해준다면 이쪽도 나서서 네 전향을 받아주지"

"심판이란 개념을 맡고 있는 절대자가 할 소리는 아닌데"

"그걸 감수할 정도로 중요하단 뜻이야"

나는 잠시 고민했다. 어차피 나는 운명의 절대자 진영이라도 딱히 충성심이라거나 그런게 없었다.

게다가 운명의 절대자는 좋은 상사도 아니니까 배신 때려도 오히려 이쪽이 큰소리칠 수 있다. 인과율 어쩌구 하면서 나한테 꼬아서 흉신 같은 시련이나 가져다주고, 대마왕이란 자리까지 올려놓았으니까.

"싫어, 나는 인성이 개차반인거지 의리가 없는건 아니거든. 받은게 있으니까 그만큼 일해야 하지 않겠어?"

"뭘 받았는데?"

"우리 마누라"

"아, 그건 어쩔수 없지"

내가 환생자가 되어 인간적인 부분을 일부 잃어버리고 온갖 못볼꼴을 당한적도 있지만 그래도 시온이 있다는거 하나만으로 그건 감내할만한 것이다.

수명 없는 시온이랑 환생하는 나랑, 이렇게 천생연분인 짝을 수 없이 많은 차원 중에서 만나 이어진건 운명의 절대자의 인과율 조작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니, 처음부터 생각하면 하논이란 차원종으로 인간의 영혼이 환생하여 전생의 기억을 가지는 것 자체도 정말 드문 확률이다. 대충 양판소 시절의 드래곤으로 환생하는 스토리의 1억배쯤 어렵다.

"댁이 해준 이야기는 마음만 받지. 나름 이쪽에서도 내 이름 같은 경우는 막아볼께"

"그래, 고맙다"

서로 간에 해줄 수 있는건 여기까지다.

나는 다시 선이에게 다가갔다. 이제 헤어질 시간이니 마지막 인사를 해야 했다.

"그럼 선이야. 다음에 보자"

"다시 만날 수 있어요?"

"네가 가진 감정이 시간이 지나면 바래질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어른이 되어서도 다시 만나고 싶다면 만날 수 있겠지"

기약 없는 약속이나 다름없었다. 솔직히 무책임하다고 말해도 당연하다. 하지만 나 같은 녀석 옆에 있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랑 있는게 훨씬 행복할테지.

"근데 용하연 같은 무모한 방법은 쓰지 마라. 차원 미아가 되면 답이 없어요 아주"

"왜 갑자기 가만히 있던 나한테 시비냐!"

용하연이 태클을 걸었지만 무시했다.

아무튼 용하연은 여기 남아 있다가 아마 그레이 따라갈것 같은데 그동안 선이를 돌봐줄 수 있을거다. 스승님은 곧바로 떠나도 안면을 텄으니 만병왕도 나름 힘이 되어주겠지.

게다가 옥황상제가 인과율 보정도 걸어줄테니 적어도 무림에서 끔살당할 염려는 없다. 적어도 내가 해줄건 다 해준 것이다.

마지막으로.......

"[네가 원하는걸 이루고 행복하게 잘 살렴.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그 사람이랑 백년해로 하다가 좋게 가고], 알았지?"

내 축복인 사인 확정의 축복을 걸어준다. 물론 내가 걸어준 축복 이상의 인과율을 뒤집어쓴다면 소용없지만 어지간해서는 이루어진다.

막 [로또복권 1등 당첨되서 평생 흥청망청 돈쓰며 살다가 100살때 쯤 죽어라]라고 걸어도 그렇게 될 정도다. 흉신을 처리한 이상 적어도 이 무림에서 선이를 죽일 수 있을만한건 없을거다.

"그러면 다음에 만나러 갈께요. 제가 커서 어른이 되고 아저씨 옆에 있을 수 있게 될 때 쯤에요"

"그래"

나는 선이와 작별인사를 마치고 동동이에게도 손을 흔들며 인사해 주었다.

"나는 간다. 잘 지내고 선이도 잘 돌봐줘. 진 소저랑 잘 해보고"

"대협......"

"사내 새끼가 울지마라. 아무튼 간다"

쩌저적!!

나는 차원의 균열을 만들어내고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리고 균열이 닫히면서 그들의 마지막 모습이 보인다.

이제 미적거릴 시간은 없다. 지금부터는.......대마왕으로서의 일을 하러 갈테니까.[작품후기]이걸로 무림 파트는 끝. 다음부터는 지구 종말 파트가 시작됩니다. 주인공이 떠난 무림 이야기는......뭐, 나중에 외전으로라도 쓸지도 모르고요.

근데 솔직하게 말할께요.

화성 이주 하면서 막 사이비 종교 같은게 '여기가 교주님께서 내려주신 새로운 땅입니다 여러분!'하고 지랄하는 에피소드를 넣을 생각이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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