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겜 초보가 콤보도 모르고 막 눌러놓고서 고인물 이기길 바라는 무모한 짓이니까요.402회
[우리 손녀를 위해서라면 나는 흉신도 쓰러트릴 수 있을지 몰라!]내가 철혈상단을 통해 팔았던 유토피아의 황금은 혈교에 전해져서 흉신의 개성을 얻게 도와주는 인자가 되었다.
처음은 몰라도 두번째로 철혈상단에 금을 팔 때 나는 그 금에 한가지 수작을 걸어두었다.
내가 흉제붕권(凶帝崩拳)을 사용할 때 사용하는 초고밀도로 압축 정련된 살기를 거기에 넣었다. 그리고 놈은 그걸 좋다고 또 먹었다.
한편으로는 놈이 내 의지를 기반으로 개성을 얻을 가능성도 있었지만......그랬으면 더 편했지. 나 같은 놈을 내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잘 알겠냐?
아무튼 놈이 먹은 내 의지는 흡수되지 않고 놈의 뱃속에서 온존되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블러디어의 코어 부분에.
"어때? 거하게 한방 날리려다가 도리어 자기가 얻어맞은 기분은? 어지간한 초월자도 즉사시키는 공격이 뱃속에서 터지는 기분은 어때?"
"끄으으으으으!!!!"
블러디어의 코어는 심장 비슷한 중요한 장기지만 그렇다고 마냥 날려버린다고 즉사하는 것도 아니다. 아마 내가 처음 놈을 만났을 때 그걸 썼다면 놈은 치명상은 입었겠지만 도망칠 힘 정도는 남아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광속에 반응하더라도 광속을 따라잡을 능력은 없기에, 놈이 도망치면 놓치는건 당연했다. 그래서 확실한 타이밍을 잡아야 했었다.
그런데 한창 힘 쓰려다가 역류한다면 블러디어라도 상당한 타격을 입는데 거기에 치명상을 곱한다면?
도망칠 수도 없고, 반항도 못할만한 상처가 될건 당연한 일이였다.
"함정카드, 제물이 감춘 폭탄 작전 성공이구만"
하기사 꼬아서 미래까지 예측해서 짜둔 작전을 카이바 같은 기행남이 아니고서야 누가 피하겠냐? 게다가 더욱 강한 인자를 원하던 놈이라면 충분히 넘어갈만한 미끼였다.
나는 대어를 낚았다, 아주 큰 대어를. 남은건 놈을 회치는 것 뿐이다.
"너어어어어어!!!"
"잘가라"
의지근원론에 의거하여, 이 주먹에 심판의 벼락을 담지 못할 이유는 없으니.
"뇌제붕권(雷帝崩拳)!!!"
파지지지지지지지직!!!!
격렬한 금색 번개가 몰아친다. 놈이 이동하는 광속 까지는 아니지만 번개에 속도에 준하는 주먹과 죄 있는 자를 심판하는 벼락이 놈의 몸뚱이를 지진다.
블러디어에게 있어서 이것은 극상성이다. 단순히 살기 위해 먹는 것은 죄가 아니지만 놈들은 단순한 쾌락을 위해 사람을 먹기에 그것을 죄와 업으로 판단하여 불태운다.
놈이 유생일 때 먹었던 인간들, 그리고 각성 뒤에 먹었던 유목민들까지 전부 그 죄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
"끄아아아아아아아!!!"
주요 장기와 죽을 정도의 치명상을 입고도 놈의 몸뚱이는 끈질기게 살아 있었다. 뇌제붕권을 맞아 지져지는데도 쉽사리 죽지 않는다. 블러디어의 생명력이란 그런 것이다.
하지만 15분쯤 느긋하게 기다리자 놈도 슬슬 비명이 잦아들더니 30분이 되자 이내 움직임이 멈추었다.
심판의 번개 또한 사라졌다. 그렇다는건 둘중 하나다. 놈이 죽었거나, 아니면 업을 전부 태웠거나.
"델타 캐슬에서는 블러디어를 죽였다고 생각했을 때 3번쯤 더 죽이라는 말이 있지. 참 공감되는 말이야"
나는 방심하지 않았다. 지져지다 못해 말리 비틀어진 놈의 시체를 공간 간섭을 통해 압축하고 흉제붕권을 한방 더 갈군 다음에 분자 단위로 분해시켜서 다시금 지상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저 멀리 우주까지 쏘아냈다. 적당히 힘 줘서 날렸으니까 날아가다가 힘 떨어지면 그대로 펑! 하고 터져서 분해된 놈의 시신은 흔적도 없이 흩어질 것이다.
아무리 블러디어라도 저 상태에서 분자 단위로 흩어졌는데 재생할 수 있을지 보자고. 초대 블러디어도 저런 식으로 종을 퍼트리기는 했지만 그것도 어느정도 크기가 있어야 하고 놈 정도 되니까 그렇게 되는거다.
죽을대로 죽은 놈이 빈사 상태도 아니고 죽은게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겨우 분자 레벨 조각 하나 떨어졌다고 소생할 수 있을거라 보냐? 초대 블러디어보다 격 떨어지는 놈이?
[봉인한 후에 나한테 맡겨도 됐지 않나?]
"원래 그런 식의 봉인이란건 풀리기 마련이야. 나는 이상한 플래그 따위는 부수고 싶거든?"
[그걸 생각하는 사람이......아니,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도록 하지]
"뭔 말을 하려고 그래?"
[나야 소속만 이쪽이면 상관 없으니 데리고 다니는 애한테는 말해두게]
"야, 선이는 그냥 딸 같은 애야. 내 전생 손녀인데 그렇게 되겠냐?"
[아빠가 오빠되고 오빠가 아빠 되는 법이지]
".......댁이 그런 농담도 할줄 알았어?"
[전쟁터에서는 그런 이야기 밖에 안하니까]
"거 참전용사라서 나도 그 부분으로 태클걸기는 좀 그런데"
내가 아무리 인성 씹창이라고 하지만 제 1차 차원전쟁은 한국으로 치자면 6.25전쟁이고 미국으로 치면 남북전쟁이나 다름없었다. 다만 그 범위가 전 차원 단위란게 다를 뿐이다.
요컨데 현 시대를 이룩하는데 큰 영향을 끼치는 전쟁이였다는 뜻이다. 만약 그때 창조의 절대자 진영이 졌다며 이 세상에 인간이란 종은 없어졌을껄? 그 전쟁에 참여했던 옥황상제는 한편으로 참전용사나 마찬가지다.
근데 태도가 왜 이러냐고? 이게 존중해주는 태도인데? 아니였으면 더 버릇없게 말 찍찍 쌌지.
"솔직히 댁 생각은 이해 못하는건 아닌데. 기술 좀 발전시키는게 낫지 않아?"
[기술이 발전하면 노력을 들어야 하는 기술은 도태되는 법이지. 화기의 발전은 기사의 도태를 부르는 것처럼]
"그렇긴 한데 기술 플러스 무공 복합이라는 가능성도 있지 않나?"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기술의 도움을 받아서는 일정 수준까지는 강해질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이상은 무리겠지]
"아, 그렇긴 하네. 내 생각이 짧았다"
아마 옥황상제의 궁극적인 목표는 로드다. 계통은 상관없겠지만 로드란 홀로 오롯이 서는 존재다. 한편으로는 고행자와 같다.
대다수의 로드들은 평범한 환경이 별로 없었다. 팬텀만 하더라도 드래곤한테 실험체로 잡혀서 마계에 떨어져서 양판소 이고깽 찍었다고 들었는데 다른 녀석들도 비슷했으면 비슷했지 모자라진 않았다.
열악한 환경일수록 특출한 사람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러자고 디스토피아를 만들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옥황상제의 생각도 나름 일리는 있다.
"아무튼 네 뒤처리 해줬으니까 선이는 좀 돌봐줘. 천도 복숭아도 몇개 주고"
[알았다. 하지만 그 전에 피해 현장은 처리해야겠지]
우우우우우우우!!!
별이 울린다. 거대한 힘이, 존재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만 같았다.
박살난 지각, 엉망이 된 수천 킬로미터 안쪽의 맨틀 내부, 그 외의 전투의 피해에서 생겨난 것이 수복되기 시작했다.
아무런 대가조차 없다. 그냥 할 수 있는거다. 사람으로 치면 궤도 엘레베이터 같은걸 노 코스트로 만드는 것과 다름없었다.
이게 바로 관리자가 창조의 절대자에게 위임받은 권능이다. 내가 사람을 죽일 때 나보다 격 떨어지면 마음만으로 즉사시킬 수 있는 것처럼 저것은 관리자의 힘이였다.
창조의 절대자의 고작 일부에 불과한 권능이지만 절대적이다. 이 별의 태생에서 비롯되었다면 분자 하나 까지도 권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유일하게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있지만 스스로의 의지로 움직이는 자 뿐이겠지만.
[대충 끝났군. 보수는 만병왕을 통해서 따로 전해주겠네. 어차피 만나야 하지 않나?]
"왜 하필 만병왕이야?"
[기왕 주는김에 그쪽도 주는 편이 나을것 같아서 말일세]
"거 참 인심 좋네"
[천하삼절 중에서 유일하게 이쪽 소속인 인간이니 당연하겠지]
만병왕은 전 차원적으로 봐도 꽤 강한 초월자다. 그리고 천하삼절 중에서는 유일하게 이 무림에 남아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용하연은 엄밀하게 말해서 장모님 우주 태생이라 그쪽 소속이고 초대 천살제는 죽고 내 스승님도 마찬가지로 한번 죽어서 소속이 데스 로드 킹덤의 영제(靈帝)으로 옮겨진 터라......천기자 류천은 두고볼 것도 없다.
새로운 초월자는 언제나 환영이야! 같은 마인드의 옥황상제라면 있는 초월자를 어가둥둥 해도 이상하진 않다.
"........아, 맞다. 혹시 모르니까 선이한테 주인공 보정 좀 해주라"
[인과율 보정을 말인가?]
"그래, 그거. 원래 잘 해도 뒤에서 칼 맞는게 무림이잖아. 혹시 모르니까 나도 축복 걸어줄 생각이지만 보험은 많이 걸어두는게 좋지"
[흐음......뭐 좋지, 미래를 위한 투자로 생각하겠네. 그만한 아이가 무사히 성장한다면 나도 좋으니]
"아마 선이는 여기 소속으로 둘거야 아마. 그리고 용하연도 소속 이전 할테니까 장모님이랑 잘 이야기 해봐"
[알았네]
옥황상제와의 이야기는 그렇게 끝났다. 마지막은 소속 문제로 끝났구만.
소속 문제는 꽤 중요하다. 나만 하더라도 대마왕이고 환생자라 이리저리 환생하지만 소속은 운명의 절대자 진영이다. 보통 세계 단위로 그러는데 절대자란 이름 하나로 소속이 되는거 보면 절대자의 존재 자체가 세계랑 비등하거나 그 이상이라고 볼 수 있었다.
물론 그 행성 소속이 아닌 것도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중국적이라고 할까. 그거 비슷하다.
나도 이 무림에서 환생 했을 때도 반은 여기 소속이었으니까.
아무튼 일이 잘 마무리가 되었다. 남은건 이제 원래의 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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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가장으로 돌아오자 선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달려왔다.
"아저씨!!!"
나는 큰 상처는 없었지만 옷 여기저기가 해져 있는 상태였다. 내 몸의 역장 중에서 가장 단단한게 내 피부까지니까 그 위의 옷은 좀 해졌어도 이상한건 아니다.
게다가 시간 계통의 공격을 받아서 약간 오래된 느낌으로 반쯤은 거지꼴이 되어 있었다. 그나마 옷이 남아 있는건 조금이나마 역장의 범위 안에 있어서 그런거다.
선이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이리저리 보면서 다친데가 있나 호들갑스럽게 살펴보았다.
"괜찮아요? 어디 다친데는 없어요? 옷은 또 왜 그래요?!"
"괜찮아, 괜찮아. 멀쩡해. 어디 팔 한짝 잘린 것도 아닌데 너무 호들갑이네"
나는 괜찮다면서 선이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원래 여자는 이거 싫어한다지만 선이는 그런 기색이 없다, 헤실헤실 웃으면서 좋아할 뿐이다.
이윽고 동동이와 용하연이 이어서 나왔다. 동동이는 반기는 기색이 있었지만 용하연은 반쯤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멀쩡히 돌아왔군"
"그럼 뭐, 죽기라도 바랬냐?"
"어디 한군데쯤 다칠줄 알았지. 저쪽에 옷 한벌 나뒀으니 그거나 입어라"
"알았어"
동동이는 안심한 목소리로 나를 반겨주었다.
"대협! 무사하셨습니까!!!"
"그래, 흉신놈 조지고 왔으니까 혈교교 나발이고 유명무실하게 되었을거다. 시간이 지나면 그놈들도 알아서 박멸되겠지"
대가리가 없으면 조지기 쉬운 법이다. 더군다나 흉신이라는 것 자체가 놈들의 구심점이였는데 없어진 이상 갈라지게 될 것이다.
반목하다 보면 꼬리가 드러나기 마련이고, 사교에 가까운 이상 배척받을게 당연했다.
이후에는 무림에 맡기면 될 일이다. 솔직히 내가 할일은 다했다.
"막 아저씨가 간 뒤에 쿵쿵쿵! 하면서 땅이 엄청 울리고 하늘에서 벼락이 막 쳤어요! 엄청 무서웠던거 있죠!"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지 다행중 불행인지 그걸로 끝나서 그런거지"
루루와 흉신과의 전투에서 피해를 생각해보면 물리적 피해는 흉신 쪽이 크다. 맨틀 속에서 했던 싸움을 지상해서 한다면 중원은 당근 멸망하고 러시아도 아슬아슬 했을거다.
하지만 소모한 힘 자체는 루루 쪽이 더 크다. 왜 그런가 하면 루루는 의지 계통인데 비해 흉신은 유토피아를 카피한 물리 특화였기 때문이다.
의지는 서로 충돌시켜 상쇄할 수 있지만 물리적 피해는 하기 힘드니까. 게다가 아까처럼 옥황상제가 어지간한건 복구시켜줄테니 냅둔 것도 있다.
게다가 흉신은 블러디어 축에서 보면 루루만도 못한 애송이다. 아무리 함정을 깔아두었다지만 그걸 빼더라도 놈을 이기는건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이제 남은건 요녕성으로 가는 것 밖에 없겠네. 동동이 너는 진 소저한테 이야기 잘 하고 가자"
"예? 하지만......."
"떠나기 싫은건 알겠는데, 가는게 좋을껄? 우리가 누굴 만나러 간댔지?"
"아......!!"
"떨어지는 콩고물 먹고 싶으면 오는게 좋지 않겠냐?"
천기자와 천하삼절, 그들과 안면을 틀 수 있는 기회다. 그리고 심득 하나라도 얻을 수 있다면 동동이는 개이득인 각이고.
게다가 만병왕에게 천도복숭아를 줬다고 했으니 그거 받아다가 먹으면 어지간한 영약 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울 마누라 주더라도 나머지는 애들 나눠주려고 했으니까.
요 몇달간 꽤나 긴 시간이였지만 반대로 짧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시간은 지나가는 법이다. 거꾸로 되돌리더라도 한순간 뿐. 영원을 반복할 수는 없다.
어느새 우리들의 여행도 끝에 이르게 되었다.
".........."
한편으로는 선이랑 헤어질 때도 되었다는 뜻이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이지. 그 순리를 거스를 생각은 없다. [작품후기]오늘은 기념비스러운 콩콩데이입니다.
진짜로 그날이 오려면 202년 정도 더 지나야 하지만 무려 2020년 2월 22일이예요.
그러니 이따가 하나 더 올리겠습니다. 콩데이에는 콩연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