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396화 (396/507)

그나저나 400화 기념이랑 성실연재 어쩌구가 다가오는데......연참이나 준비해야겠습니다.396회

[우리 손녀를 위해서라면 나는 흉신도 쓰러트릴 수 있을지 몰라!]안녕하살법인지 안영하살법인지 몰라도 아무튼 대충 날리긴 해도 천살진기를 무력화시켜 되돌려준 것은 사실이였다.

그걸 내 개인적인 감상을 말해보자면.......꽤나 유쾌했다.

내가 쟤들보고 꽤 한다고 한건 단순한 겉치례가 아니라 진심이였다.

"보통 무인이라면 여기서 화내야 정상이지만........"

자신의 성명절기를 파훼하거나 하면 무림인으로서는 자신이 익혀온 기술을 부정당했다는 사실에 분노와 모욕감을 느껴야 정상이다.

하지만 나는 무림인이 아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인간의 발전과 성장을 긍정하는 대마왕이였다.

천살진기는 그레이라는 한명의 천재가 만들어낸 무공이였다. 초월자 중에서도 능력을 쓰는 존재는 많지만 능력 자체의 알고리즘을 파악하여 다른 곳에 접목시킨 사람은 극히 드물다. 내가 기억하는 사람도 그레이 아니면 내 사촌이자 러시아의 마스터 유저가 만난적 있다던 최강인 밖에 없으니까.

이 세계의 무공과 격이 틀리고 내 스승인 천살제라는 초월자마저 겪어봤는데 절망하지 않고 천년을 들여서 그 파훼법을 만들어내다니.......훌륭하다!!!

기술 이름이랑 마인인건 둘째쳐도 거기에 들인 열정은 인정해줄만한 것이였다.

"훌륭하다. 내 스승님은 모르겠는데 개인적으로는 훌륭하다 칭찬해주고 싶다. 그렇지만 아직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

"웃기지 마라, 네놈을......."

"네 문도들 지금 팔다리 덜덜 떨리는거 다 보인다. 하기사 증폭시켜서 돌려준다 하는데 오히려 희석된거면 대충 알만하지"

원한이 있어 천년의 시간을 들여서 파훼법을 만들어내도 효율과 능력면에서 차이가 있다. 게다가 초월자와 인간에서 오는 격의 차이 또한 있었고.

아무리 대충 날린 천살진기라지만 그걸 인간 여럿이 모였다고 막을 수 있을만한 수준의 것이 아니다. 그거 한번 막았다고 지금 등마정원문의 문도들은 10년은 늙은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너희가 쌓아온 천년의 시간은 무의미하지 않았다. 앞으로 더 발전하면 좋은데......."

과연 그들이 어떻게 발전할지 보고 싶다.

천살진기 하나 봉인되었다고 내가 그들을 이기지 못할리 없다. 하지만 장래가 유망한 아이가 후일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지 궁금해 하는 것처럼 나 또한 그러했다.

원래는 다 죽여버리려고 했는데......나름 살려두는 편이 낫겠지. 여기는 한발 물러나지.

"장래가 유망한 녀석을 죽이는건 아깝지. 오늘은 못본척 해주마"

"네놈! 우리를 무시하는 것이냐!"

"그러면 여기서 우리 스승님도 만나보지 못하고 문파가 아작나는게 좋아? 문파의 은원이라지만 적어도 당사자랑 싸우는게 낫지 않겠어?"

".........."

문파의 문주란건 단순히 강한 사람이 할 수 있는 마교와 다르게 문파를 이끌 수 있는 자질이 있어야 했다.

물론 무공 실력도 한편으로는 평가 대상이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도 조직을 이끌 리더십이다.

여기서 이득손실을 계산할 수 있겠지. 남궁세가였다면 이런 기회도 안줬지만 얘네들은 기특하니까 봐줬다.

"천마의 유산을 노리지 말고 그냥 내려가라고 하는 대신에 목숨은 살려주겠다는거야. 충분히 안녕하살법인지 안영하살법인지가 효과 있다걸 파악했으면 얻어가는건 있는 셈이잖아? 남은건 개량 뿐이지"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한을 잊는다는 듯은 아니다"

"그럼, 군자의 복수는 십년이 지나도 늦지 않는다는데 한 서린 여자의 복수는 천년이 넘어도 되겠지"

이윽고 천화마녀는 그대로 문도들을 이끌며 사라졌다. 언제 다시 볼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천년이나 버텨온 문파의 저력이라면 앞으로 천년도 문제 없어 보였다.

그녀들을 보내준 후, 나는 애들을 모아 상황을 정리했다. 아까 되돌려 받은 천살진기 때문에 무당 애들은 죽진 않았지만 내상을 입어서 좀 쉬어야 했다.

"아까 전에는 마인이라고 죽여놓고 저 여자들은 보내주는건가?"

"네 스승 무공을 파훼하려고 천년이나 시간을 들인 녀석들이야. 그리고 결과도 어느 정도 냈지. 그만한 발전에는 존중을 해야하는 법이지"

"저들을 살려둬서 생길 피해는? 마인이지 않나?"

"꼬우면 니가 죽이시던가요. 그리고 내가 죽인 놈은 발전 의지 하나 없이 일시적 쾌락만 추구하는 놈들이거든?"

"뭐, 일리는 있군"

아까 대흉군을 죽일 때랑 다르지만 뭐.......가치관의 차이다. 이번 경우는 누가 나보고 위선이라 해도 할말이 없다.

그래도 대마왕으로서 인간의 발전은 찬성이다. 범재가 천재의 아성에 천년을 도전해서 낸 결과는 존중 받아야 마땅하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발전에는 희생이 따르는게 당연한 법이야. 민주주의가 실현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나갔는데?

"태극검룡, 다른 애들은 어떠냐?"

"......저 외의 다른 제자들은 운신이 쉽지 않은 상태입니다"

"흠, 그럴만도 하겠지"

평범한 내상이 아니라 보통 사람은 즉사시킬 천살진기를 희석시킨 것이다. 게다가 색기랑 뒤섞여서 꼬여있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풀기 힘들다.

시간을 들이면 치료는 되겠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은 아니다.

"그러면 일단 너는 나랑 같이 가자"

"예?"

"내가 너희랑 같이 다니는 이유가 뭔데? 천마신공의 비급을 얻으면 그거 쥐어준다고 그러는거잖아"

그러지 않았다면 내가 무당 애들을 데리고 다니는 이유가 없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하다못해 태극검룡이라도 데리고 다니는 편이 나았다.

이후 천마신공의 비급을 얻으면 태극검룡에게 전해주면 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주지 않으면 나중에 말 나올 가능성이 높기에 데려가는거고.

"아까 봤지? 초절정이고 나발이고 지금 초월지경에 오른 우리들한테는 상대도 안되니까 다친 애들은 돌려보내"

".......알겠습니다"

이윽고 태극검룡은 다른 제자들을 하산시키고 일행은 나, 용하연, 선이, 태극검룡 이렇게 네명 밖에 남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제 제일 마지막인 전대 마군을 잡아 조지면 된다. 그놈이 놈들 중에서 가장 큰 대형이라고 했던가?

거기다가 아까 보았던 식인의 흔적이 있던 시체를 만든 무공의 주인이기도 했다.

"이놈은 꼭 잡아다가 혈교에 대해서 캐물어야지"

"혈교? 들어본적 없는 단체입니다만, 어떤 단체입니까? 이름에 피가 들어가는 종교 계통의 문파라면 마교의 한 방파입니까?"

"모르는 편이 나아. 어차피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망하거나 모습을 드러낼테니 그때 알아보면 될껄"

놈들의 위치만 파악하면 나는 가서 쳐부서버릴 생각이다. 블러디어를 부활시키려는 등신들은 죽는게 답이였다.

본디 인간은 자기 인식을 초월한 존재를 보면 두려워 하거나 경외하기 마련이다. 예전에는 천둥번개를 신이라 생각했듯이 이 시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하다못해 지구 정도로 기술력이 발전했다면 좀 연구 대상으로 여기긴 했겠지만 각성 전이라도 블러디어의 흉성을 알아차리지 못했을리 없다. 하지만 여기는 대놓고 각성하는걸 지원해주는 판이니......

본진만 털어서 블러디어를 작살내고 주요 간부들을 처리하면 결국에는 전부 끝난다. 위치만 파악하면 돼. 위치만.

미각성 상태의 블러디어는 특수한 역장을 두르고 있어서 감지가 안된다고. 꼴에 절대자급의 초대 블러디어 파편이라고 그러더라.

아니였으면 델타 캐슬에서 작정하고 블러디어 박멸했을텐데!

"마지막 전대 마군이......아, 그 새끼 이름 아직 안들었지. 만나기 전에는 말하지 말라고 했었나?"

"예,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거 보나마나 거기서 거기겠지. 아무튼 움직이자"

더 이상 놀라지 않을 각오는 했다. 여태까지 승모군이랑 광배군이랑 대흉군까지 나왔는데 다음에 뭐가 나와도 태클을 걸지 않기로 했다.

"그게 오히려 플래그 박는거라고 생각하지 않냐?"

"야, 시발 그래봤자 나올게 뻔하지"

뭐! 그래봤자 세놈들 대가리라고 막 삼두군인가 뭘로 나오는거 아냐? 예상을 벗어나고 이두박군 수준이겠지!!!

옆에 있던 선이는 내 이야기를 듣다가 음, 하면서 고민했다.

"별호라......"

"그러고 보니 무림인 되면 선이도 별호 하나쯤 얻겠네. 태극검룡 같이 폼나는 별호 생기면 좋을텐데"

"흠흠, 말씀 감사합니다 대협"

"좋아하는거 눈에 보인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도사도 좋아하나보네"

하긴, 본래 오욕칠정은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이자 본능이니까. 원래 있는게 당연한거다.

우리 선이 별호 같은거 만들어주려면 작정하고 손 써도 되긴 하는데.......사실 별호라는 것도 한편으로는 인맥 비슷한 것이 작용한다. 지인이 많으면 나름 좋은걸로 지어주거든.

하오문에 이야기 해서 바람잡이 좀 풀면 선이도 좋은 별호 하나 만들 수 있지만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봤자 별 의미 없을텐데다 스스로 얻은 것이 아니라서 오히려 나중에 더 성장한 뒤에는 방해가 된다.

업적을 쌓지 않고 얻은 별호는 허세에 불과하다. 내가 흉제란 이명을 요리 대결로 얻은줄 아냐?

"어라?"

"시체......아니, 이 자들은 마인입니다!!"

몇명 죽은거면 어차피 그러려니 하겠는데 마인들이 수두룩하게 죽어 있었다.

현재 천마신공 비급 쟁탈전은 마인들에게 승기가 넘어가 있는 상태라 정파나 사파는 거의 없고 남은건 마인들 뿐이다.

싸우면서 죽은 마인들이라고 하기에는 숫자가 너무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죽은 시체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신체의 일부가 물어뜯긴 자국과 그 주위에 검은색으로 물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 새끼구만"

"아니, 이건......."

"같은 마인을 먹었다. 놈의 무공이 그런 쪽이라는 것인가?"

아, 그런 무공이 없는 것도 아니지. 크게 보면 무인이 영물 내단 먹는 것도 그런 쪽이니까. 단전도 인간의 내단이나 다름없고.

다만 물질화가 되지 않아서 인간을 먹는다 해도 통째로 먹지 않는 이상 효과를 볼 수 없을거다. 내가 가진 인피니티 포스 코어도 단전이면서 동시에 내단이지만 영자기관이기 때문에 내가 의사적으로 발현하지 않는 이상 채취할 수 없다.

그건 둘째쳐도 이런식의 마구잡이 포식은 효과를 볼 수 있을리 없다. 남의 내공을 쉽게 흡수할 수 있었다면 흡성대법이 짱 먹었지.

타인의 내공이란 자연지기를 몸 안으로 들여서 개인의 의념을 통해 길들인 것이다. 모든 내공에는 당사자의 의념이 많든 적든 들어 있고 그걸 흡수하려면 어지간한 힘으로는 안된다.

"........."

"이건 선이가 다른쪽으로 보기 힘든 광경 같은데. 보기 싫으면 보지 마"

"무림인이 되려면 이런 것도 볼거잖아요. 그러니까 적어고 고개는 돌리지 않도록 할래요"

마음가짐은 얼추 된 모양이다. 그래, 동경은 쉽사리 박살나지 않는 법이지.

우드득!

그리고 숲 한구석에서 뭔가 씹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호랑이에게 생닭을 줬을 때 호쾌하게 씹어먹는 소리와 비슷했다.

"저쪽이네"

초절정 고수의 기척도 저쪽에서 느껴졌다. 우리들은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달려갔다.

거기에는 막 피가 분수처럼 흐르고 있는 한 남자의 뜯겨나간 어께 단면을 물어 뜯고 있는 거구의 남자가 있었다.

"흐음, 아직도 모자란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우리가 온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식사를 즐기던 놈은 몇번 씹다가 이내 먹던 시체를 내던졌다.

개새끼 중에 개새끼구만. 먹을거 버리는 새끼는 내 성격에 거슬린다.

이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쪽을 돌아보았다.

"오! 마침 손님이 왔구나! 오늘은 포식할 수 있겠어!!"

"누가 먹혀주기나 한데? 그리고 나는 식사예절도 모르는 놈이랑 상종 안한다"

특이하게도 그는 피부가 검은색이였다. 그렇다고 흑인은 아니다. 만약 진짜로 서역에서 건너온 흑인이였다면 내가 흑인이라고 했을테니까. 골격은 확실히 동양인이다.

무공의 부작용인지 그의 피부색은 썩은 시체가 띄는 듯한 검은색이다. 그와는 반대로 7척.....대충 2미터가 넘는 수준의 건장하고 우람한 거구를 가지고 있어서 꽤나 언벨런스했다.

"같은 마인까지 먹다니! 마지막 도리까지 버린 것이냐 네놈!!!"

"흐흐흐, 어차피 똑같이 먹을 뿐인데 거기에 마인이던 정파인이던 무슨 상관이지? 뱃속으로 들어가면 똑같은 것을"

"그걸 사람 먹으면서 할 소리는 아니지 새꺄. 뭐가 맛있다고 인육을 처먹냐?"

"호오?"

그는 내게 시선을 주었다. 그리고 눈빛을 빛내며 근육을 부풀렸다.

정당하게 노력으로 키운 근육은 아름답지만 비정상적으로 키운 근육은 오히려 흉한 법이다. 마공으로 근육을 키운 대흉군처럼 놈의 근육은 사람을 먹어 키운 것이다.

어디서 사람의 근육은 밥 한공기 수준의 열량을 가지고 있다고 그랬는데 그걸 실천한 놈이 있었을 줄이야.

"너, 너는 특별히 맛있을 것 같군"

"아니, 근육 떡대한테 그런 소리 들어봤자 소름 밖에 안돋거든?"

우리 마누라가 그런 소리 하면서 앙! 하고 흡혈귀 마냥 내 목덜미를 무는건 귀여워서 언제나 환영이지만 어지간해서 남자의 몸으로 남자한테 그런 소리 들으면 생리적 거부감 밖에 안든다.

나는 양성애자라 딱히 동성애에 거부감이 없지만 지금 말하는 생리적 거부감은 좋아하기는 커녕 싫어하고 혐오하는 사람한테서 느끼는 그런 거부감이다.

그 왜 자주 그러잖아, 생리적으로 무리!!!

"근데 이상하네. 보통은 별로 그런 느낌이 안들텐데"

나는 역장 때문에 기세를 없에고 있어서 무림인이 봐도 반박귀진 수준의 평범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내 역장을 꿰뚫어볼 정도가 아닌 이상 내 수준을 파악할 수 없다는 소리다.

......그래서 그런지 별 좆밥도 시비를 털지만 대놓고 살기 뿌리는 것보단 낫지.

그런데 이 중에서 하필이면 나를 핀 포인트로 찝어서 노린다고?

"너.....뭔가 있구나?"

"과연 어떨까!!!"

이윽고 놈이 달려듬과 동시에 내가 앞으로 나서서 녀석의 돌진을 막았다. 건장한 체격에 초절정의 보법까지 합쳐지니까 거대한 포탄이 날아오는 것 같은 충격파가 발생했다.

콰아아아앙!!!

"조심하십시오 대협! 놈은......."

"그래! 이 새끼 별호 뭔데! 이제 만났으니까 말해봐!"

"그 자는 접촉하는 순간 내공이 침투되어 전염병처럼 퍼져 잠식하는 흑두마신공(黑痘魔神功)을 익힌 흑두라군(黑痘癩君) 보중재라 합니다!!!"

"아니 씨발 여기서 흑드라군이?!?!"

놈의 별호에 태클을 걸고야 말았다!!!!!

안건다고 자신있었는데 여기서 근육이 아니라 흑드라군이?!?! 그것도 이름이 꼭 뭐 생각나게 하는데?!?!

날 속였어!!!![작품후기]흑두라군 : 무인의 살을 먹어 내공과 근육을 보충하는 마인. 그래서 무림공적이 되었다. 그의 무공에 당한자는 꼭 검은 질병에 당한것 같다 하여 붙은 별호다.

뭐? 마지막 전대 마군이 막 삼두군이나 이두박군으로 생각했습니까?

그걸 믿었음? 흑두라군 킥!

여태까지 근육 이름으로 별호 지은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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