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전대 마군은 한놈 남았는데.....누군지 맞춰보시지!395회
[우리 손녀를 위해서라면 나는 흉신도 쓰러트릴 수 있을지 몰라!]색기(色氣)라는 단어가 있다. 여성의 섹시한 매력을 표현할 때 쓰이는 단어이기는 하지만 무공으로 들어서면 전혀 다른 개념이 된다.
욕망을 자극하고 본능을 일깨우는, 인간을 짐승으로 바꿀 수 있는게 색기를 자극하는 색공이다.
게다가 무림인에게는 더욱 치명적인게, 그런 욕망이 끓어오르면 자연적으로 심마가 생긴다. 더 심해지면 주화입마(走火入魔)가 되는거고.
"호호호! 정파 나부랭이들이 여기 다 모여 있었구나! 과연 무당의 도사님들은 우리들의 유혹에서 버틸 수 있는지 볼까?"
"모두 내공을 끌어올려 색기에 저항하라! 마녀들과 시선을 마주치지 마라!!"
"눈만 마주치지 않는다고 과연 남자가 우리를 저항 할 수 있으리라 보느냐? 꿈도 야무지지!"
나는 계속해서 선이의 눈을 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남녀 상관 없이 어린애가 보기에는 참 좋지 않은 모습이다.
좋아하는 AV 배우 이름 외울 줄 아는 사람이라면 별로 꼴리지도 않네, 하고 넘길지 몰라도 거기에 무공이 접목된데다 눈 앞에서 실시간으로 유혹하는걸 생각하면 오히려 더.....음, 아니, 뭐라 말하기 힘드네.
"니 스승이였다면 더럽게 효과적일텐데"
".........그래, 숙맥이긴 하셨지"
"아저씨, 언제까지 눈 가리실거예요?"
"쟤들 치울 때까지. 야, 교대하자 용하연"
"알겠다"
나 대신 용하연이 선이의 눈을 가려주었다. 버둥거리기는 해도 선이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는 이게 낫다.
물론 나도 성 부분에서 막 닫힌 생각을 가지고 있는건 아니다. 성이란게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성교육도 해줄 생각이니까.
다만 아직 성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잡혀지지 않은 애한테 너무 자극적이라고 저건!
성교육 시켜주겠다고 하드코어 포르노 보여주는 격이잖아!!! 어떤 미친놈이 그래!!!
"음란물 규제 들어간다! 아청법을 받아라!!!"
등마정원문의 마녀들은 움직임 자체가 요사스러웠다. 솔직히 여자로서의 매력을 대놓고 무기로 삼아서 무림에서 천년을 살아남았으니 얼마나 많은 기술과 노하우가 축적되었을지 모른다.
근데 나한테는 상관없지! 나는 마음 준 사람 아니면 안꼴리거든? 자기 욕구하나 조절하지 못해서 초월자라 할 수 있겠냐!!
현장으로 난입한 나를 보며 등마정원문의 누군가가 소리쳤다.
"네놈은 누구냐!"
"옷 좀 입고 다녀 이것들아!!! 애들이 니들 보고 뭐라 생각하겠냐!!!"
대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나는 그대로 차례차례 그녀들을 조지기 시작했다.
여자라고 딱히 봐주지 않는다. 오히려 무림에서 칼밥 먹고 살아가는데 여자라고 살려주거나 그러면 무인으로서 자존심에 스크래치 내는거나 다름없잖아?
무림에서 무인으로 나왔으면 무인으로 대접해서 정성스럽게 조져줘야지!
"아니?! 생각외의 고수다! 모두 물러나서 색색환희진(色色歡喜陣)을 펼쳐라!!"
이윽고 십수명의 여자들이 진의 축을 이루면서 동시에 색기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아까 보았던 청적쌍마인지 쌍귀인지 뭔지 하는 것들의 합격진과는 방향성과 원리가 다르다.
웃음소리, 움직임, 노골적인 성적 어필. 남자의 위에서 보일법한 허리 놀림을 보여주면서 심마를 유도하려는게 눈에 보인다.
평범한 합격진과는 원리가 다르기에 오히려 더 복잡하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 손발을 맞출 필요가 있다. 하필 이런게 아니였다면 칭찬이라도 해줄테지만........
"호호호! 색색환희진에 갇힌 이상 네놈은 이제 죽은 목숨이다! 얌전히 네놈의 정기를 내놓아라!"
"그런 소리는 우리 마누라가 해줘야 꼴리지 얌마! 너무 노골적이여서 노꼴임!!!"
"뭣이?!"
내 개인적인 취향을 말해주자면 외국거보다 아시아 쪽이다. FUCK FUCK! 거리면서 퍽퍽 박아대는건 가끔 땡기기는 해도 너무 전투적이라서 좀 그렇다.
섹스란건 자고로 남녀가 서로 사랑을 확인하기 위한 행위라고, 아이 만드는 목적도 있지만 아이만 만들려고 하는 것도 아니니까.
성에 닫힌 생각은 없다면서 너무 고지식한거 아니냐고?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환생자로서 살아보면 좀 담백해지는 느낌이 없지않아 있다니까?
"그거 니네 문파에서 여자가 만든거지? 남자의 감상은 들어보고 만들긴 한거냐?"
"감히 우리 등마정원문을......!!"
"남자 유혹하는데 쓰는 합격진이면 남자 의견도 들어보고 그래야 작정하고 유혹하지. 남녀교합을 상징하는 주제에 남자는 빼면 쓰나"
"........!!!"
"천년이 지나도록 그거 하나 깨닫지 못했나봐?"
그들이 쓰는건 여자로서 남자를 만족시키는 방법을 알고 이용하는 것 뿐이지 남자가 여자를 만족시키는 원초적인 욕망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좀 복잡하게 생각되었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여자 > 남자의 방향성으로 일방적인 성적 매력 어필에 불과할 뿐이라는 소리다.
그것만으로도 어지간한 사람은 충분히 위력이 있겠지만.......지금처럼 무당 애들이 내공 끌어올리고 저항하려고 마음 먹으면 효과는 반감된다.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상대방이 그 저항심마저 스스로 포기하게 만드는 것. 그게 진짜 유혹이다.
"천년? 천년? 왜 하필 천년을.......설마! 그 흉악한 눈매!!!"
"이제 눈치 깠음?"
"신호탄을 쏘아라!!! 문주님께 알려드려야 한다!!"
누군가 품에 있던 원통형 물건을 꺼내 줄을 잡아당기자 피유유융! 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하늘로 날아가 폭발했다.
예쁜 붉은색 불꽃이 퍼진다. 시대가 애매하기는 해도 화약 정도는 있는 모양이다. 근데 수천년 지난 와중에도 총이 없는걸 보면 역시 문명 레벨 제한 걸고 있는게 확실히 느껴졌다.
"불꽃놀이? 설마 불꽃놀이 해요? 보고 싶은데!"
"아직 안된다"
선이가 뒤어서 뭐라 했지만 무시하고 다시 이쪽 일에 신경쓰기로 했다.
신호탄이 계기가 되어 초절정 고수 한명의 기척이 이쪽 방향으로 빠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애초에 그리 먼 거리에 있는 것도 아니여서 그, 아니 그녀가 이곳에 도착하는건 금방이였다.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여성은 생각외로 옷을 잘 갇춰 입은 여성이였다. 미녀는 확실히 미녀인데 용하연보다 좀 떨어지고.....아, 물론 용하연도 나름 초월자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게다가 겉보기보다 나이가 많다. 주안술 같은걸로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걸로 보인다.
막 전대 마군들 처럼 거의 100살 넘은 노괴 까지는 아니겠지만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충분히 여성으로 매력이 떨어질 그런 나이인게 보였다.
"무슨 일이더냐?"
"문주님! 그 자이옵니다! 천살제의 제자!!!"
"흉제?"
그녀의 시선에 나에게 닿았다. 내 눈매를 확인하더니 이윽고 수긍하며 소리쳤다.
"소문으로 듣던 그 눈매가 확실하구나! 어지간한 마인보다 더 흉악한 천살성에 걸맞는 눈매라 하더니!"
"아니?! 도대체 소문이 어떻게 났길래 자꾸 보는 사람들이 그딴 소리를 해?!"
아무리 사진도 없어서 용모파기 정도만 퍼져서 특징으로 알아보는게 이 시대지만 그래도 너무한거 아니냐!
누가 내 눈매 더러운거 모르냐! 그런식으로 자꾸 건드리면 나도 좀 신경쓰인다고!
초월자는 기본적으로 경지가 올라가 격이 높아지면 영혼의 형태에 따라 외견을 띄게 된다. 유전자의 영향에 관계 없이 본질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종종 눈이나 머리색이 바뀌기도 하고.
우리 마누라도 되게 예쁘지만 인형 같은 느낌이 있는데 그건 하논이란 종족 자체의 영혼이 기계적인 느낌이 강해서 그런 모습이다.
.......아무튼 나도 초월자인데 잘생기기는 커녕 이 외모란 소리는 영혼 레벨로 이렇게 생겼단 뜻이다.
생각하니까 슬프네. 앗, 갑자기 눈에서 땀이.
"아무튼 댁이 천화마녀인가?"
"지 스승을 닮아 버릇없는 태도라 그러더니 소문이 맞나 보구나"
"울 스승님 못본지 나도 200년이 넘어가는데 댁이 우리 스승님 만나보고 그런식으로 나오는거야? 내가 건방진거지 우리 스승님은 의외로 예의 바른데?"
"흥! 만나지 않아도 거기서 거기겠지 않느냐?"
천살제라는 별호가 어울리지 않게 예의 바르게 대하면 스승님은 나름 예의 갖춰서 돌려준다. 말투가 용하연마냥 딱딱하긴 해도 속으로는 정이 깊은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지 않았으면 같은 천살성이라고 무공 좀 가르쳐줄리 없었지. 솔직히 정식 제자는 아니더라도 스승님이 나한테 가르쳐준 무공 몇가지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아무튼 좋다. 사문의 원수를 갚을 때가 왔다는 뜻이니까!"
"제발 좀 스승님 은원이면 당사자한테 가서 따집시다 좀!!"
"네놈을 먼저 죽여서 천살제에게 복수극의 서막을 알릴 것이다!"
"일단 다 좋은데 말이야. 그 소리에는 내가 너한테 죽는다는 전제가 깔리는거 아니냐? 성립되지도 않는 논리로 그래봤자 설득력이 없어"
"그건 두고봐야 알겠지!!"
이윽고 그녀는 손에서 붉은색의 강기를 뿜어냈다. 저렇게 특징적인 색을 보이는 것은 속성 계열이 아니면 드문데 꽤 예쁜 색이다.
쩌저저저정!!! 콰지지직!!
가볍게 몇수 나누어 보았다. 색공을 쓰는 문파라서 직접 몸으로 싸우는 계통의 무공은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꽤 한다. 수준으로 따지면 아까 보았던 대흉군 녀석 정도는 한다.
같은 초절정 고수라도 쓰는 근력의 내공 대비 효율은 남성보다 약하니까 방향성을 틀어서 남자에게는 없는 유연함으로 사각을 노려오는 조법(爪法)은 꽤나 인상깊었다.
"꽤 하네?"
"당연한 소릴!"
"그래도 많이 부족하네"
"뭣이?!"
유연함은 강함 앞에 부서진다. 유능제강(流能制强)이라 하지만 그것도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의미가 없는 법이다.
적당히 놀아주던걸 그만두고 각 잡고 시퍼런 강기를 뿜어내면서 수도를 휘둘렀다.
콰가가각!!!
"큭!!"
"무림에서 손꼽힐 강자이기는 하지만......어쩌겠냐. 경험치가 다른데. 아, 뒤통수 까려는 것도 이제 좀 그만 하고"
콰아아아아앙!!
순간 뒤에서 폭음이 들린다. 의념과 의지가 만나 충돌해서 물리적인 현상을 일으키면서 나는 소리다.
단순한 절정 고수간의 전투라면 강기 뿜어내고 칼 휘두르면서 싸우는게 전부일지 모르지만 초절정 고수의 전투는 이런 면도 있다. 자신만이 아니라 3차원적으로 봐야 해서......마치 비행 기술의 발달로 지상전만 하던 상황에 공중전을 생각해야 하는 것과 비슷했다.
눈 앞의 직접적인 전투 뿐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공격, 의념을 이용한 공격까지도 상정하고 피하거나 막아야 했다.
이거 못하고 절정 고수의 관념에 얽매여 있던 동동이가 검술로는 대등해도 승모군한테 통수 맞고 당한거고 말이야.
"색환령(色歡靈)까지 그렇게 간단하게 막다니, 괴물같은 실력이군......"
"뭘, 세상은 넓다고. 나보다 강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허나 천년 동안 우리가 놀고만 있었을거라 생각하느냐! 천살제라는 이름에 이를 바득바득 갈며 살아왔던 우리를 무시하지 마라! 모두 만색환희경살진(萬色幻熙驚殺陣)을 준비하라!!"
"예!!"
천화마녀의 외침에 다른 문도들이 다시금 합격진을 짜기 시작했다.
아까의 색색환희진은 유혹하여 심마를 유도하는 성향이 강했다면 이쪽은 반대로 그 색기를 일점에 집중하는 느낌이 강했다.
내가 선이에게 해주는 격체전력을 합격진으로 일으키면서 한편으로는 증폭도 해내는 것으로 보인다. 꽤 공들인 티가 나는데? 게다가 그 중심에서 진의 가장 중요한 축을 유지하고 있는게 천화마녀였다.
"근데 그건 진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멀쩡할 때의 이야기지"
그들이 만들어내는 기류는 진의 중심인 천화마녀의 의념까지 더해져서 똑같은 의념을 사용하는 기술, 그러니까 초절정 고수가 아니라면 파괴하기도 힘든 수준이였다.
하지만 시전자가 죽으면 진도 붕과하는 법이다. 과하게 힘쓰는 것도 귀찮으니까 적당히 하고 천살진기(天殺眞氣)로 끝내자. 권능을 쓰지 않는게 내 남은 자비다.
우우우우웅!!
"온다!"
그 순간 천화마녀는 내가 뿜어낸 천살진기에 반응해 소리쳤다.
그러자 천살진기가 기류에 닿고, 묘한 진동을 일으키며 기류에 섞여 융화되었다.
"어라?"
"천년 동안 천살제를 죽이기 위해 본문이 얼마나 발전해왔다고 생각하느냐! 그 잘난 천살진기는 돌려주도록 하마!!!"
이윽고 내가 뿜어낸 천살진기가 되돌아왔다. 물론 온전한건 아니다. 엄밀하게 말해서 천살진기조차 아니였다.
하지만 상당히 흡사하다는 것은 부정하지 못했다. 기능 또한 비슷했고.
설명하기 애매한데 간단하게 말하자면 살기를 색기로 희석시켜 얼추 다룰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내 회사(천살진기)를 해외자본(색기)를 투입해서 경영권(컨트롤 권한)을 빼앗은 것이라고 할까?
물론 내가 진심으로 쓴 것도 아니고 되돌아오는 천살진기도 사람을 죽이기에는 한없이 나약하다. 천살진기 배운지 1년도 안된 무인이 쓰는것 같은 수준이였다.
"크억?!"
"큭! 대협!!"
"아, 맞다. 미안하다. 니들한테 피해가 갈지 몰랐네"
하지만 수준 이하의 무인들에게는 효과가 직빵이였다.
천살진기란 무공 자체가 수준이 다르니까 아무리 희석해도 초절정 고수까지 즉사시킬 정도의 힘이니 그걸 되돌려 받으면 어지간한 녀석들은 무력화 되겠지.
선이는 용하연이 따로 막아준 모양이지만 그럴 능력 있으면 다른 녀석들도 좀 챙겨줄 눈치가 있어야 할텐데.....물론 쟤들 깜빡한 내가 할말은 아니라서 직접 타박하지는 않았다.
"후후! 어떠냐! 이것이 바로 등마정원문의 천년의 결실이다! 상대의 살기를 증폭시켜 되돌려주지! 살기로 이루어진 천살진기와는 상극일터다!"
"꽤 하는데?"
"이것이 바로 만색환희경살진의 진가이자, 눈에 비치는 자는 누구든 죽일 수 있다는 안영하살법(眼映下殺法)이다!!"
"아니, 씨발 여기서 안녕하살법이?!?!"
근데 받아치기는 내가 아니라 니들이 한거잖아!!!!
[작품후기]천화마녀에서 천화(千花)를 일본식으로 읽으면.....!
솔직히 복선이였는데 아무도 눈치 못했네요. 잘 속인거 같아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