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391화 (391/507)

391회

[우리 손녀를 위해서라면 나는 흉신도 쓰러트릴 수 있을지 몰라!]천기자 류천이 자주 하는 말이 하나 있는데. 자기가 쓰는 태극나선경의 원형은 무당파의 시조인 장삼봉 진인이 가르쳐준 것을 토대로 하여 개발한 것이라는 소리였다. 얼마나 자주 그 소리를 했는지 나도 알고 있을 정도다.

물론 그 장삼봉이 원래 지구의 장삼봉은 아닐지 모르지만 그래도 무당파 창시자에게서 배웠다는게 어디인가? 아무리 후진 차원이라도 천재는 존재하는 법이였다.

그리고 그런 천재가 만든 기술을 천재가 다듬은게 태극나선경. 극성에 이르면 태극의 묘리와 분해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는 신공이다.

"아니?!"

"저 기수식은 태극권......아니, 조금 다르지 않나?!"

"설마, 저 흉악한 눈매는?"

"흉제 최악!!!"

"천하삼절! 그리고 그 제자!!!"

무당파라고 들은건 있는지 그들은 경악하며 소리쳤다.

태극검룡은 흠칫 놀라면서 한발 물러났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존경의 기색을 내보이며 나에게 물었다.

"흉제 대협이신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그 무공은......."

"천기자의 태극나선경. 모르나?"

"아닙니다. 장삼봉 조사께서 창안하신 태극권을 기반으로 한 천기자의 무공......! 그것을 제 눈으로 직접 보게될 줄이야!"

"한 수 가르쳐주지. 이것은 태극권이 그 근원이기는 하나 천기자가 창안한 무공. 그렇기에 무당파에 전해줄 수는 없지만 깨달음은 줄 수 있지"

아무리 이런 무공에 별로 연연하지 않아도 직접 가르쳐주는 것과 하는걸 보여줘서 보고 스스로 깨닫는건 다르다.

나도 그레이 입장에서 백리 같이 가르쳐줘도 될것 같은 애들은 가르쳐 주지만 쟤들은 가르쳐주면 무당파라는 세력으로 돌아갈테니까 안된다.

아마 태극나선경을 가르쳐주면 앞으로 천년은 무당파가 정파제일문으로서 군림할게 눈에 보인다. 지금 당장은 그들이 좋은 재목이란게 보이지만 천년 뒤는 운명의 절대자 밖에 모를 것이다.

"태극검룡 현진! 대협께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그는 앞으로 나서 검을 뽑아들었다. 한편으로 태극권과 흡사한. 하지만 좀 더 현묘한 느낌의 검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이윽고 검과 권이 충돌했다. 하지만 폭음은 없었다. 심지어 서로 충돌한 소리조차 없었다.

이것은 수 싸움이다. 태극과 태극이 만나 서로의 힘을 이용하여 넘겨서 타격을 주기 위해, 태극의 묘리를 극성으로 운용한 기술의 대결이였다. 나는 한편으로 힘을 극한으로 압축한 기술을 좋아하지만 이것 또한 나쁘지 않았다.

우우우웅!!!

"세상에! 이런 기파라니!"

"모두 내공을 끌어올려 기맥을 보호하라! 그리고 대사형과 대협의 비무를 지켜보아라!"

"훗날 큰 깨달음이 될 것이다!"

우리들의 비무에 다른 무당파 제자들이 경악하면서도 끝까지 지켜보려고 이를 악무는게 눈에 보였다.

훌륭하다, 훌륭해. 이러니까 사람들이 정파가 어쩌니 해도 무림에서 득세하는 세력은 결국 정파인 법이지.

"꽤나 경지에 이르렀구나. 나이에 비하면 훌륭한 성취다"

"대협에 비하면 부족할 따름입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태극과 태극이 부딪히면 결국에는 수 싸움 뿐, 누가 먼저 상대의 선수를 잡아채 이용하느냐의 문제다. 요컨데 서로가 서로의 뒤통수를 까려는 느낌이 강하다.

태극나선경을 오로지 태극의 묘리로만 사용하며 서로 충돌하면서 겉으로 보기에는 서로 허우적거리는 느낌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조금만 기에 대해 알고 있으면 서로 부딪히면서 바뀌는 기류에 소름이 돋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건 장악력과 태극에 대한 이해, 둘 중 하나라도 모자른다면 허우대만 멀쩡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상대도 나름 무당의 기대주다. 나이대에 비하면 수준은 높지만 상대가 바로 나였다.

내 태극나선경의 경지는 천기자 류천보다 낮을지 모르지만 최소한 내 이상의 태극나선경을 사용하는 사람은 그놈 하나 밖에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높다. 인간 중에서는 충분해도 초월자에 비하면 못한게 당연한 결과를 부른다.

키이이이잉!!

기파가 몰아친다. 태극과 태극이 충돌해서 서로가 서로의 힘으로 물러났지만 타격이 더 큰건 태극검룡이였다.

"크윽!!"

"힘을 좀 더 빼. 태극혜검이라고 한들 결국에는 태극의 묘리를 품은 무공. 단순하게 위력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태극의 도를 추구해라. 무당에서 배웠다면 태극이 무엇인지는 징하게 들었겠지. 그걸 상기해봐라"

".........!"

"태극이란 태초의 혼돈, 일원(一原)을 음양(陰陽)으로 나눔과 동시에 역으로 생각하면 그 음양을 다시금 일원으로 바꿀 수 있는 것. 태극의 형태를 그리고 그것을 심상에 각인시켜"

이내 그는 몸을 추스르고 다시금 태극혜검을 펼쳤다. 아까와는 조금 다른 태극혜검이 펼쳐진다.

방금 전의 태극혜검은 태극이 4, 힘이 6인 검술이였다면 지금은 태극이 7, 힘이 3인 검술이 되었다. 태극이 비중이 높아짐과 동시에 나와도 어느정도 상대가 가능해졌다.

태극이란 이 세상을 이루는 법칙 중에 하나. 그것을 인간의 힘으로 발현하기 위해서는 필시 의념, 혹은 의지가 필요하다.

입문부터 의념무공인 천하삼절의 무공을 제외하더라도 태극혜검 같이 그러한 묘리를 내포한 무공이라면 충분히 초절정에 입문할 수 있다!!!

우우우웅!!!!

"대사형께서......!!!"

"쉿! 지금 대사형께서 무아(無我)에 드셨다!!!"

나는 비무 중에 슬쩍 물러났다. 하지만 그는 홀로 태극혜검을 펼치며 검무를 추기 시작한다.

주변의 나뭇잎이나 흙먼지들이 나풀거리며 일어나다 이내 잔잔하게 바닥에 떨어졌다.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검무를 추고 있는 그의 움직임에 조금도 힘이 사방으로 퍼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심지어 내공을 담은 검에 풍압조차 일어나지 않았다.

1각 정도 흘렀을까. 이내 심호흡을 하며 그는 눈을 떴다.

아까와는 눈빛이 다르다. 고작 절정에 불과했던 그는 이내 초절정에 입문하게 된 것이였다!!!

"감사합니다, 대협"

"뭘, 절정에서도 충분히 경지에 이르렀으니 초절정에 입문하게 된건 당연한 일이지. 나는 살짝 등을 떠밀어준 것 뿐이야"

내가 배운 태극나선경의 기반이 된 무당파인데다 그들의 성격도 나쁘지 않았으니 가르쳐 준 것이다. 한편으로는 현 무림의 수준을 빠르게 끌어올릴 필요성도 있었고.

호의로 대하면 나도 호의로 갚아준다. 그렇게 훈훈해지는 걸 나도 사람이니까 좋아한다.

하지만 그걸 모르고 존나 개같이 구는 놈들이 너무 많아서 말이지......

"감축드립니다, 대사형!!!"

"서른의 나이로 초절정에 이른 사람은 현 무림에 대사형 밖에 없을겁니다!!"

"아니, 그......."

"동동이 아저씨도 초절정 고수인데!!!"

뭐라 말하려다가 선이가 선수를 쳤다. 아, 이거 말장난 되겠네, 아무튼.

저 나이에 초절정에 이른다면 용하연이 보는 천년 전 수준으로도 충분히 뛰어난 재능이다. 동동이는 보다 더 어린 나이로 초절정에 이르렀지만.......사실 동동이는 좀 치사한거지.

쟤는 몇수 얻어 듣고 절정에서 초절정으로 키운거고, 동동이는 나한테 족집게 과외 받으면서 몇달만에 일류에서 초절정이 된거잖아? 교육 받은 시간이 다르다.

원래 이능력이란 것도 충분한 연구와 경험을 토대로 지식을 쌓고 교육 과정을 짠다면 일정 수준까지 오르는건 쉽다.

마법이란 머리 쓰는 학문도 델타 캐슬에서는 7,8서클까지 시간 좀 걸리는 수준으로 보고 있을 정도다. 물론 9서클 부터는 재능빨을 받아야 하지만.

"사제들한테도 좀 가르쳐주고 싶으면 가르쳐주고, 무당 쪽에도 알리고 싶으면 알려줘"

"아니, 어찌 대협께 받은 깨달음을......."

"내가 주긴 했지만 네가 깨달은거지. 네가 가진걸 나눠주겠다는데 내가 뭐라 할 그런게 있나?"

".......다시금 감사드리겠습니다, 대협"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지금처럼 한결 같아라. 너 같은 인재가 있는게 무림의 흥복이지. 지금은 발을 디딘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도시로 내려가서 깨달음에 대한 갈무리부터 해. 지금으로는 하기 힘든 환경이니까"

태극검룡은 고개를 저으며 내 의견에 부정의 의사를 드러냈다.

"저희는 현재 장문인의 명으로 천마의 유산을 회수하기 위해 왔습니다. 천마의 유산이 마인에게 들어가면 천하의 살성이 될 것이니, 그것을 막기 위해서 파견된 것입니다"

"일단 천마신검은 팽가 쪽에 넘어갔어. 찾겠다면 천마신공의 비급부터 찾아야 할껄?"

"천마신검이?! 그게 사실입니까?"

"내가 아까 전대 마군 중에서 광배군인지 뭔지랑 시독귀마라는 놈 조지고 넘겨준거니까 확실해"

"선천적인 신력으로 당해낼 자가 없다는 패검을 쓰는 광배군과 시해귀술로 시체를 일으키는 사술을 쓴다는 시독귀마까지! 역시 대협이십니다!"

하지만 남은건 천마신공의 비급......아, 솔직히 나는 별로 필요 없는데. 음, 그래 좀 신경 썼다. 기왕 하는거 끝까지 도와주자.

어차피 내가 그 비급을 가지고 있어봤자 별로 쓸모없다. 그 정도 비급이나 무공이야 델타 캐슬 쪽에 돈 좀 내면 얼마든지 열람이 가능하다. 한편으로는 무공서가 아니라 논문 비슷한 것 같다니까.

기왕 일하는게 얻으면 무당에 넘겨주면 되겠다. 마인에게 넘겨주면 어떻게 쓸지 뻔하니까.

.......그리고 천마신공이 진짜일 확률도 낮고 말이야.

"지금 이 산에는 비급을 노리는 초절정 고수만 아홉......아니, 여섯이네? 세명 줄었다"

"예? 그걸 어찌......?"

"기감 펼치니까 느껴지더라"

"이 산이 아무리 작더라도 사방으로 수백장은 될터인데......!!!"

아까 초절정 고수 비율이 마인 다섯에 사파인 하나, 정파인 셋 정도였다면 지금은 마인 넷에 정파인 둘이다.

하나 있던 사파 초절정 고수와 마인, 그리고 정파인이 각각 하나씩 죽었다는 뜻이다. 이제 하나 찍어서 조지면 그놈이 전대 마군일 확률은 25퍼센트다.

아까보단 확률이 높으니 슬슬 움직일만한 타이밍이였다. 그래봤자 5명일 때보다 5퍼센트 늘었지만.

"내가 볼일 있는건 전대 마군 뿐이다. 놈을 부추긴 녀석이 나하고 은원이 있거든. 너희랑 동행하면서 천마신공의 비급을 회수하면 너희에게 주마"

"대협께서 도와주신다니 천군만마와 같습니다!!!"

"그래, 일단 움직여보자"

이윽고 우리들은 경공을 펼치며 달리기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마인부터 둘러보기로 하고 산을 넘어가는데 무당의 제자들은 빠른 이동 속도에도 가볍게 따라오는 선이의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니, 저 여아는......?"

"제자는 아니고 내가 좀 키우는 애야"

"제대로 된 경공을 배운 것은 아니한데, 움직임의 현묘함으로는 충분히 경공을 따라잡을 정도라니. 저 여아는 설마 절정 고수입니까?"

"얼마 전에 올랐어. 아직 많이 부족해서 초절정에 이르기 전에 너랑 싸운다면 질껄?"

"하지만 저 나이에 절정에 이르는 일은 수천년 무림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제가 알기로 천하의 기재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가 17세라고 알고 있는데 저 아이는......"

"그러니까 내가 키울맛이 나지"

산등성이 하나를 넘어 무림인들과 조우했다. 마치 패잔병과 같이 부상을 입고 패배의 기색이 역력하다.

누군가 나서서 그들에게 사정을 물었다.

"무슨일이오?"

"무, 무당파?!"

"무당에서 나왔소. 보아하니 구궁천문 소속으로 보이시는데, 사정을 듣고 싶소"

"크, 크윽......."

사내는 이윽고 침음성을 흘리더니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건 함정이오! 천마신공의 비급을 얻기 위해 수많은 문파의 무인들이 모여든 순간 마인들이 우리들을 급습했소"

"함정이라니, 그게 사실이오?"

"그렇소. 그 함정 때문에 저희 구궁천문의 문주인 구궁맹호권(九穹猛虎拳) 진호 대협께서 돌아가시고 사파 5대 고수 중 하나인 무영사객(無影蛇客)이 죽었소"

"그런!!!"

아무래도 내가 체크한 놈들 중에서 죽은 정파인과 사파인이 바로 그놈들인 모양이다. 마인은 누군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죽었으면 됐다.

남은 녀석들은 넷. 보아하니 함정인걸 눈치챈 사람들은 후퇴하는 듯 보이는데 남은 정파인 초절정 고수의 상태도 썩 좋지는 않아 보였다.

"무림의 세력을 줄이려는 수작일까?"

"그건 아닌것 같군. 아무리 그래도 이런 일에 사람을 쏟아봤자 기껏해야 무림의 1할은 커녕 1푼도 안될테니까"

"초절정 고수가 몇이나 참가했는데 너무 과대평가하는거 아니야?"

"그 중에서 정파 출신의 초절정 고수는 고작 셋이지"

"흐음......"

마인이라고 다 마교 소속은 아니다. 한편으로는 혹시나 모를 때를 대비해 천마신공의 비급을 회수하기 위한 회수반이 있을지도 모르나 모두가 마교의 아래에 있는 것도 아니였다.

혈교란 놈들은 아무래도 그런 소속 없는 마인들을 구슬린 모양이다. 자세한건 더 정보를 모아야 알겠지만 일단 전대 마군들이 놈들 뜻대로 움직이는걸 보면 대충 각 나온다.

"이쪽으로 오는 기척이 있군. 꽤 하는 놈들이다"

"절정 고수에......하나는 초절정? 마인인것 같은데 분위기가 저번에 봤던 것과 똑같은데?"

그 왜 지옥참마도 걔가 이끄는 기병들 있잖아. 그런 느낌이 난다.

슈슉! 슈슈슈슉!!!

"큭! 이 마인 놈들!!! 여기까지 쫒아왔나!!!"

"먼저 본 교를 모욕한 주제에 잘도 나불거리는군. 네놈들이 먼저 지껄이지 않았다면 그들과 공투해 너희들을 공격하는 일은 없었을거다"

"구궁맹호권 대협을 죽인 주제에 그딴 소리 듣고 싶지 않다!!!"

"흥!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게 정파의 위선자 놈들 특기지. 그것도 여기서 끝내주마"

주변의 마인들이 기세를 풍긴다. 맨손이지만 맨손은 아닌, 정확하게 말하면 손과 발에 금속으로 만들어진 방어구를 차고 있는 그들은 웅웅거리며 마기를 뿜어냈다.

그들이 차고 있는 수족갑에 마기가 흐르면서 기묘한 진동을 만들어낸다.

"비마전신(飛魔戰迅) 유각!! 마교의 비마각주가 어찌......!"

"혹시나 모를 사태를 생각해 왔던 것이다. 그 도복을 보아하니 무당의 말코 나부랭이구나"

아,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마교에서 나왔다면 이야기가 빨라질테니까.

아직 내 품에는 만병왕에게 보내는 마교 교주의 친필 서한이 있었다.[작품후기]마! 내가 니 교주랑 마!

자고로 무림은 힘이 제일 중요하지만 그 다음으로 중요한건 인맥이죠.

그런데 이 시간에 일어나신분 있으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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