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388화 (388/507)

아무튼 간만에 고기 맥여줘야징.388회

[우리 손녀를 위해서라면 나는 흉신도 쓰러트릴 수 있을지 몰라!]용하연은 선이가 씻고 옷까지 다 갈아입었을 무렵에 돌아왔다.

땀은 흘리지 않은듯 보였지만 그래도 답답할 때 잠깐 나가서 바람 좀 쐬고온 사람 같은 개운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간만에 몸 쓰니까 좋군"

"씻을거야?"

"아니, 어차피 땀도 안흘렸다"

"땀도 안흘릴 정도로 몸을 움직일거면 왜 나간거야 도대체"

"선이는 씻었나?"

"보면 모름?"

여기는 따로 비누도 없어서 향유로 씻는다. 머리카락 본연의 윤기가 흐르는게 아니라 진짜 머리에 기름기가 흐르는게 좀 찝찝하긴 하다.

"아저씨랑 같이 씻고 싶었는데"

"꼭 아빠랑 같이 목욕탕 가는 여자애 느낌이지만 내가 가도 시온이랑 같이 여탕으로 보낼거니까 이상한소리 하지 말렴"

"시온은 누군데요?"

"우리 마누라"

한순간 선이의 눈매가 조금 바뀌었다. 거기에서 드러나는 감정은 질투가 아니라 호기심이다.

"아, 맞다. 아저씨 결혼 했다고 했죠. 그런데 아줌마는 어떤 사람이예요?"

"대빵 예쁘고 엄청 귀엽고 무지 사랑스럽지"

"잘 봐두거라, 저게 팔불출 남편의 추한 모습이다"

"남편이 아내 사랑한다는게 뭐가 어때서!"

"그걸 대놓고 말하는 시점부터 민폐다. 징그러워서 닭살 돋는 느낌이 든다"

"뭐어? 지 스승한테 퇴짜 맞은 노처녀가 하는 말은 안들리는데?"

"이 새끼가!"

한동안 용하연이랑 투닥투닥거리다가 대충 제압해서 침상에 던졌다. 솔직히 따지면 내가 용하연이랑 진심으로 싸우면 일격에 박살낼 수 있는데 제압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잠깐 쉬다가 출발하자. 사전 정보는 있으니까"

천마의 유산이라고 하지만 정확하게 말해서 그 유산은 두가지다. 먼저 하나는 천마의 검, 일명 천마신검(天魔神劍)이다.

대대로 마교의 교주에게만 내려오는 상징적인 물건이라고 하는데.......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런 검을 마교에서 회수 안했겠냐?

만병왕은 정사중간의 용하연과 다르게 정파에 속한다. 모용씨라는 성과는 다르게 모용세가 소속은 아니더라도 일단 하는 짓은 정파이며, 생사결 후에는 뒤끝을 남기지 않는다.

설령 시체 하나 남기지 않고 이겼다고 한들 검은 남았을테고, 마교에서 그걸 회수하는 것을 묵인해주었을 가능성이 높다.

"신병이기를 탐하는 녀석 치고 경지에 오를 수 있던 놈은 없던데"

"그래서 내가 맨손 무투파 아니냐"

그 다음으로는 비급이다. 이것 또한 웃긴게 자그마치 천년 전 사람의 비급이다.

천하삼절의 무공이 아니고서야 천년이면 발전하고도 남아서 수준 떨어진 지금 무림이랑 비교해도 크게 차이 안날것 같은데다 한지로 만들어졌어도 천년동안 구르고 다녔다면 진작에 삭아 문드러졌을거다.

아, 참고로 이 세계에는 종이가 있다. 발전을 아무리 제한해도 종이 같은건 비급을 통해 전수해야 하기에 옥황상제가 허락한 모양이다.

죽간 같은걸로 무공 전수하기에는 보관이나 사용이 좀 어렵지.

"아까 둘러보고 오다가 무인들의 기백이 한계에 이른 느낌이 들었다. 조만간 혈사(血事)가 벌어질것 같더군"

"그래?"

나는 옆에 있던 선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말했다.

"선이야, 무림인들의 아귀다툼은 추하지만 본래 좋은 것만 볼 수 없는 법이야. 내가 있을 때 안전하게 견학하고 나중에 너 혼자 해쳐나갈 수 있어야 한다. 알았지?"

"어차피 사람 죽는건 아저씨 때문에 많이 봤는데요?"

"내가 아니라 딴 사람이 사람 죽이는 꼴 볼테니까 긴장하라는 뜻이야"

"아......네"

선이도 조금은 진중하게 알아들었는지 표정이 바뀌었다. 무림인이 되고 싶다면 너무 가벼워도 안된다. 필요할 때는 진중해질 필요가 있다.

창문을 열어 밖을 보니 평범한 주민과 무림인의 비율이 3대7 정도였다. 어중이 떠중이들에 마인들, 그리고 그걸 막기 위해 온 정파 무림인들까지. 혼돈의 군상이다.

내 목적은 놈들 중에서 전대 마군이라는 놈들이다. 그들만 잡으면 천마의 유산이던 뭐던 알바 아니다.

"천마의 무공이면 천마신공일까요?"

"그래봤자 네가 배운 낭아유수보다 훨씬 효율이 낫겠지. 비슷한 수준의 정종무공이라면 또 몰라도 마공은 배워서 썩 좋은건 아니야"

"대마왕이 잘도 말하는군"

"대마왕이라고 뭐 마공 배우고 그러는줄 아냐? 우리는 결국 심판이란 행위가 필요해도 결국에는 필요악인걸 아니까 대마왕이란 호칭을 자처하는 것 뿐이라고. 마공의 유무는 상관없어"

괜히 먼지 들어오게 창문을 열어둔 것이 아니다. 나나 용하연의 청력으로는 저잣거리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서 정보를 뽑아낼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그런 것이다.

방이 아니라 객잔으로 내려가서 해도 되지만......아까 일로 시선을 너무 끌어서 그렇다.

"천마신검이 발견됐다! 패검문주가 천마신검을 가지고 도망치고 있다!!!!"

"뭐라고!!!"

"놈은 지금 북쪽의 장치산으로 도주 중이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 모르니까 어디서 본 느낌의 저 녀석은 표시 해두고......

"나갔다 온지 얼마 안됐는데 또 나가게 생겼군"

"그러길래 누가 뭐래냐? 할 일은 해야지. 하북이면 요녕 앞마당인데 정리 해둬야 너네 사제 얼굴 볼만 하지 않냐?"

"여기가 요녕도 아니고 애초에 모용 사제는 가문에서 나와서 요녕이 고향이라는 자각은 별로 없을거다"

"그런 놈이 요녕성에 은거하고 있어? 천년쯤 지나니까 좀 바뀐거 아니야? 수구초심이라고 하잖아"

"흠.......만난적 없어서 잘 모르겠군"

"아무튼 선이 너도 일어나렴. 슬슬 나가야지"

"아저씨, 전 근데 체력이랑 내공을 아까 다 써서......운기조식을 했어도 아직 다 회복이 안됐어요"

나는 선이의 등에 손바닥을 대어 격체전력을 해주었다. 방대한 양의, 대부분은 근맥으로 흩어질 진기이기에 비효율의 극치를 달리지만 그만큼 빠르고 간단하다.

"됐지?"

"이제 절정 고수가 되어서 대충 보이기는 하는데, 아저씨는 내공이 남아도나 보네요"

"거의 무한이니까"

단지 출력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뿐. 탐심무량기공과 거기에서 비롯된 인피니티 포스 코어는 그만한 효능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경지에 이르면 영자기관이 되어서 영혼이랑 동화되어 환생을 해도 이어진다. 나한테는 메리트가 큰 무공이다.

"대충 회복했으면 일단 가자"

무림인들이 몰리기 시작한다. 누군가 소리친 천마신검의 근황은 사람들을 끌어모으다가 이윽고 흐름이 되었다. 난데없는 단체 등산행이지만 그들의 목적은 등정이 아니라 보다 물질적인 것이였다.

추악한 욕망의 감정이 휘몰아치는게 보였다. 그것은 한편으로 기세이기도 했고 기백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은 파멸을 불러일으키리란 것을 결코 부정할 수 없는 그런 힘이였다.

"요괴라도 태어나는거 아냐?"

"내가 여기서 오래도록 살아오긴 했다만, 본적은 없다. 요괴는 진짜 있는건가?"

"선계에 손오공도 있던데 요괴는 있겠지. 환계쪽 관리자랑 알고 있으니까 따로 요계가 있을지도 모르고"

"호오?"

"우와! 진짜 제천대성이 있어요? 그러면 제천대성이랑 아저씨가 싸우면 누가 이겨요?"

"그 손오공이 원기옥이나 리뉴얼 태권도라도 쓰지 않는 이상 내 아래란다"

"솔직히 그런 손오공이여도 싸울 수 있을것 같은데?"

"야, 작정한 나도 Z전사는 좀 아니지. 로드쯤 되면 몰라도"

"진다는 소리는 안하는군?"

"손오공이 영혼상태 아니면 원찬스"

내 무력은 상대를 죽이는데 특화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보다 격이 훨씬 높은 로드조차 죽이고 승리했다. 상대가 살아 있다면 신이라도 죽여......앗, 이건 또 장르가 다른데!!

아무튼 이제 본론으로 돌아오자. 우리들은 무림인들을 따라서 경공을 펼치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 전부가 실력있는 무인이 아니여서 슬금슬금 따라가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었다.

"저기있다! 패검문주가 저기 있다!!!"

챙! 채쟁!!!

"끄아아아악!!!"

"이놈들! 길을 비키지 못할, 크억!!!"

"천마신검을 손에 넣었다!!!"

"당장 그걸 내놔라!!!"

"으하하하하! 잡을 수 있다면 잡아봐라!!!"

"크악! 살려, 아아아악!!!"

"의원! 누구 의원 없는가!!!"

귀가 아플 정도로 혼란의 연속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피 냄새가 진득하게 퍼진다.

누군가 천마신검이라 하여 들고 있던 검은 계속해서 주인이 바뀌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서로 무리를 나누어 싸우고 욕망을 부딪힌다. 고작해야 검 하나에 사람의 목숨이 죽어나간다.

정말로 추한 광경이다. 무림인들의 한심한 면모가 바로 그것이다.

"저게 바로 무림인이란 족속들이야"

"윽......."

선이는 아비규환의 현장을 보며 침음성을 내뱉었다. 어린애가 보기에는 그리 좋은 광경은 아니지만 무림인이 되겠다면 한번쯤은 봐야 할 모습이였다.

잠깐 사이에 바닥에는 시체들이 널부러진다. 이윽고 누군가 천마신검을 가지고 도주하여 다시금 추격전이 벌어진다.

천천히 따라나서자 누군가가 우리에게 검을 겨누었다.

"네놈들은 누구냐! 어느 문파 소속이지?"

"문파고 나발이고 니들은 좀 짜져라. 따라갈 힘도 없어서 뒤쳐진 주제에 사람 길이나 막고 말이야"

"이놈이 감......크억?!?!"

나는 놈의 대가리 한대 쳐주고 그대로 던져버렸다. 이제 이 주변에 남은건 죽은 시체나 패잔병들 뿐이다.

"천마신검인지 나발인지가 목적이 아니니까 편하네. 따라다니다 보면 나오겠지?"

"장의사만 신나겠군"

"장의사를 부르겠냐? 그냥 산짐승 밥이나 될껄. 결국 그렇게 순환해 돌아가는건 흙이지"

같은 문파의 문도가 아니고서야 시신을 수습해줄리 없다. 결국 대부분의 시체는 산짐승들이 먹어치우게 될터.

나는 안색이 조금 창백해진 선이를 데리고 이곳을 벗어났다. 그나마 방금 죽어서 피 냄새 외에 시체 썩은 냄새는 안난다는게 다행이다. 그건 비위가 상하거든.

이윽고 다시금 천마신검을 쫒아간다. 어차피 근처에서 소란이 일어나는 곳을 향해 가면 되기 때문에 딱히 기감을 펼칠 필요는 없었다.

"으흐흐흐! 천마신검은 내 것이다!!!"

"아니! 당신은!!!"

"오?"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그래도 대충 판단하자면 8,90세 정도로 보이는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몇개의 방울이 달린 석장을 들고 있는 기묘한 노인이였는데, 마공을 익혔고 심상치 않은 기색을 뿌리고 있어서 혹시 내가 찾는 전대 마군인지 아닌지 기대감이 들었다.

"시독귀마(屍毒鬼魔) 기유해!!!"

"간만에 좋은 시체를 얻을 수 있겠군! 전부 죽이고 천마신검은 가져가겠다!!!"

하지만 내 짐작이 틀린듯 했다. 놈이 석장을 흔들어 방울을 울리자 무언가 주술 같은 효과가 생기더니 이내 주변의 시체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네크로멘시? 아니, 무림이니까 주술 쪽이니 강시술인가?

"종종 저런 힘을 쓰는 놈들도 있었는데 간만에 보는군"

"시, 시체가! 시체가 일어나고 있어요! 목이 잘려나갔는데 움직여요!!"

"잘 보렴 선이야, 저런게 진짜 사술이란다"

"막 사술 타령하는데 저런게 진짜구나......"

"그리고 저런 사술은 주로 시전자를 죽이면 대개 다 풀린다"

"다만 만류귀종이란 말이 있듯, 한 우물만 팠는데 어지간해서 상대하기 어렵지. 대충 초절정을 앞두고 있나? 저런 기술 특성상 수준이 좀 낮아도 위협스러운데......"

아무리 사술이라 무시해도 결국에는 술(術)이라 부를 정도의 지식과 힘이 있는 것이다. 그걸 노인이 될 때까지 익혔는데 과연 상대하기 쉬울까?

현대 지구에서도 저 정도 나이대의 노인이라면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은 골골거리면서 노화된 근육에 의해 걷는 것도 제대로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랜 움직임과 능력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사술의 경지가 높다는 증거다.

"끄아아아악! 시체가! 시체가!!!"

"흐흐흐! 내가 일으킨 시체들은 생전의 무공을 기억하고 있는데다 두려움이 없기에 살아 있을 때보다 더 상대하기 힘들 것이다!!!"

"불! 불이 필요해! 놈들을 불태워서 막아라!!!"

좀비 같은 되살아난 시체야 영화, 게임 등으로 많이 접해서 식상한 소재일 수도 있지만 여기는 고대 중국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시체는 죽어서 움직이지 않는게 당연하다. 하다못해 이 시대 잡서에서도 그런건 안나온다.

그런 사람들이 직접 상대하는 입장이 된다면 꽤나 혼란이 올게 분명했다.

"멈-춰-라!!!"

우르릉!!!

이윽고 누군가가 소리치는 사자후가 들렸다. 그리고 되살아난 시체 몇구를 짖밟으며 전장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매우 건장한 체격의, 겉으로 보기에는 5,60대의 장년인이였다. 하지만 눈빛은 결코 수십년을 산 사람의 것이 아니였다. 용하연 같은 반로환동까진 아니더라도 무공의 경지가 노화를 늦춰준게 보였다.

흉흉한 붉은 안광을 뿌리며 놈이 자신의 대검을 뽑아들었다. 강기서린 대검으로 몇번 시체들을 휘젓자 그대로 놈의 주변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천마신검은 나의 것이다! 죽기 싫다면 내놓아라!!"

"저, 저 자는.......?"

"마기가 서린 붉은 안광, 9척에 달하는 거구!!! 거기에 극도로 패도적인 검술과 신병이기에 대한 노골적인 욕심까지......!!"

"전대 마군이 어째서!!"

오! 드디어 내가 찾던 놈이 온 모양이다! 그리고 확신을 더하듯 누군가 놈의 이름을 말했다.

"광배군(狂徘君) 해창!!!"

아, 맞네.

딱 봐도 저번에 본 승모근 그 새끼 대형인게 확실하다. 딱 봐도 그 놈이네.[작품후기]승모군 의형제 맞네(근거는 없음).

광배군 : 몸에 좋은건 영약이던 신병이기던 모으면서 행패를 부리는 마인.

이름의 모티브가 어디에서 왔는지는 대충 다 아실듯.

다시 말하지만 어디까지나 개그이며 모욕할 의도가 없다고 말씀드립니다. 진짜 진성 헬창이 무림 떨어지면 삼류무공 익혀도 본인 능력으로 금강불괴 익히죠.

금강불괴(무근손실지체(無筋損失之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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