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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흉의 대마왕-387화 (387/507)

387회

[우리 손녀를 위해서라면 나는 흉신도 쓰러트릴 수 있을지 몰라!]장명까지 도착했을 때 선이는 그대로 바닥에 늘어졌다. 하다못해 지구의 아스팔트 바닥도 아니고 포장도 안된 흙바닥에 그대로 널부러진다.

"하지마, 흙 묻어"

"후우우우우우........"

선이는 말할 힘도 없는지 대답 대신에 큰 심호흡으로 대신 대답했다.

달리던 도중에 먹는건 둘째 치더라도 물 한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했다. 몸이 피곤하여 위에서 받아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마시다가 호흡이랑 엉켜서 페이스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기껏해야 몇 모금 정도 간신히 혀가 마르지 않을 정도만 마신 선이는 여기까지 완주했다. 아마 거리만 따져도 마라톤 거리에 몇배는 될거다.

"하얗게 불태웠어요......."

"멀쩡히 살아 있잖아. 그러면 됐지"

"저 도저히 객잔까지 갈 체력이 없는데 업어주세요"

"에이, 이런 어리광 받아주면 못쓰는데"

하지만 받아줄 수 밖에 없는게 바로 아버지의 마음이란거다. 예진이는 다 커서 이런 어리광 잘 안부린단 말이야.

딸은 키우다보면 은근히 야속한 느낌이 든다. 남자보다 감성적인 변화가 많아서 그럴까. 어릴 때는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크면서 서서히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남자는 아니냐고? 남자는 커도 어린애라는 말 있잖아. 막 커도 파이널 벤트 같은거 쏴보고 싶고 그러지 않냐?

아무튼 그게 마냥 나쁜 것도 아니고 사람마다 다르기는 한데 내가 키운 딸내미 중에서 4할 정도는 그러더라.

선이를 등에 업고 도시 안으로 들어선다. 빨리 객잔이나 찾아서 일단 애부터 씻겨야겠다.

"선이 너 땀냄새나"

"엑! 그렇게 많이 나요?"

"땀 많이 흘리긴 한가보다. 몸에서 짠내나"

"열심히 뛰었다는 증거겠지. 그래도 나름 잘 따라왔다"

뭐, 그래도 2차 성징도 안온 여자애의 땀냄새가 얼마나 독하겠냐마는, 일단 배경이 중국이니까 여기 사람들 몸에서 나는 냄새에 비하면 훨씬 낫다.

물론 물이 풍부한 지방도 있어서 마냥 일반화 하기에는 그렇지만 가끔 잘 안씻는 그런 사람들 보면 지옥이다. 개방 소속의 거지로 보이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악취가 어떤지 모르지?

하다못해 빌어먹을거면 차라리 잘 씻어서 좀 깨끗하게 보여야 한푼이라도 쥐어줄거 아니야, 애초에 나는 사지 멀쩡한 것들이 일 안하고 사는건 좋게 안본다.

"아저씨는 냄새 안나네요? 땀 안흘렸어요?"

"고작 그 거리 달렸다고 땀 났으면 고수 못해먹지. 용하연도 안그런다"

"나는 왜 끼워넣는거냐. 제일 만만해 보이나?"

"음, 일단은. 천하삼절 중에서 제일 만만한게 댁이지 뭐"

한명은 내 스승님이고, 한명은 천하삼절 중에서 짬킹이고, 그러면 남은건 한명 뿐이지.

아무튼 객잔을 잡......으려고 했는데 한창 성수기인걸 깜빡했다. 사람이 많아서 자리 잡는게 쉽지 않다.

"방 잡기도 쉽지 않아 보이는데....."

"이곳 현령이라도 만나보는게 어떻겠나? 그러면 충분히 머물 곳 정도는 해줄텐데?"

"그러면 얼굴 기름칠 해주고 그래야 하잖아? 영 내키지 않는 일이라서 최후의 방법으로 생각할거야"

"그런것 치고는 장산에서 잘도 그렇게 했다만"

"할 때는 확실히 해야지. 아무튼 방 좀 있나 뒤져보자"

권력이 있으니 대충 어사대부 패를 내놓고 방 달라고 하면 없던 방이라도 만들어서 주겠지만, 그러면 우리가 저번의 진주언가 무사들이랑 뭐가 다르겠는가?

사회를 관장하는 대마왕으로서 권력이란 무의미 한 것이다. 결국 권력이란 다른 사람을 호령하는 힘. 이 힘의 근원은 이 나라에서 나오고, 나라의 근본은 국민이 이루는 사회이기에 한순간에 그 사회를 죽일 수 있는 나에게는 큰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

"방이 하나 남은게 있지만 무사님에게 맞을지는........"

"아, 있으면 됐소 그걸로 주시오"

같은 방 쓰게 되겠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방을 구했다.

용하연 같은 미녀랑 같은방 쓰는데 긴장되지 않냐고? 내가 무슨 류씨 집안처럼 숙맥도 아니고 연애감정 하나 없는 사람 두고 이상한 마음 생기겠냐? 게다가 용하연은 내 취향 아님.

"나도 너 같은 녀석 취향 아니다. 나는 좀 더 스승님 같은 사람이 좋다"

"아니, 어지간한 여자보다 더 예쁜 얼굴 보면 그럴만도 하겠지 새꺄. 못생겨서 미안하다"

"엣, 아저씨는 못생기지 않았는데요?"

"그렇다고 잘생긴 것도 아니지. 내 얼굴이 잘생기기는 커녕 험악하다는걸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 일부러 위로하지 않아도 돼"

"나는 괜찮은데......"

같이 지내다 보니까 뭐가 씌었나? 물론 첫인상의 사람의 전부는 아니라서 친해진 사람은 내가 외모 같은 사람은 아니란걸 잘 안다.

환생해도 유전자가 아무리 좋아도 나는 언제나 디폴트가 이 외견이니까. 물론 머리 색이나 인종이나 그런건 달라지기는 하더라도 크게 다르진 않다. 아마 내 환생했던 몸을 성별로만 나누어 늘어놓는다면 친척 아닌가 싶을 정도의 더러운 눈매가 먼저 들어올 것이다.

"일단 먼저 선이 얘부터 씻어야지? 주인장! 뜨거운 물 좀 올려줄 수 있소?"

"예, 무사님. 그런데 지금 객잔에 사람이 많기에 시간이 좀 걸려서......."

"얼마나 걸리오?"

"반 시진 정도 걸리지 않을까 합니다"

"그 시간이면 밥부터 먹는게 낫겠구만"

좀 찝찝해서 그냥 한시간 버리느니 차라리 대충 세수만 하고 씻는건 나중으로 미뤄두는게 나을것 같다.

여기 시대가 시대인지라 방 욕실에서 물 틀면 보일러로 뜨신물 나오는 그런 곳이 아니라 직접 물을 끓여서 통에다 뜨신물 담아와야 한다. 장작도 장작이고 물이 부족한 지방에서는 어지간한 식비를 넘을 정도로 엄청 비싸다.

그래도 일단 돈은 부족하지 않아서 선금을 내주고 밥부터 먹기로 했다.

"하북은 뭐가 유명하더라. 객잔 보니까 주방장 실력은 썩 나쁘진 않던데 먹고 싶은거 있어?"

"흠, 간만에 오리나 먹을까"

"오리 맛있지. 구워 먹어도 좋고, 쪄 먹어도 좋고. 치킨마냥 양손에 다리 하나씩 뜯어다가 먹어도 맛있지"

"저도 오리 좋아해요!"

"그래? 나는 부추랑 같이 살짝 매콤하게 해서 볶아먹는걸 제일 좋아하는데, 선이 너는?"

"아......오리 좋아하긴 하는데 먹어본게 삶은 것 밖에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이런, 맛있는걸 많이 먹여야겠는데"

미식관은 여러가지 음식을 먹을수록 늘어난다. 어릴 때는 풍족하게 살았어도 그 뒤에는 산에서 살았던 선이의 입맛이 고급스러울리 없었다.

사람마다 취향은 갈린다지만 그래도 미식이란 것은 좋은 것이다. 내가 멸망한 세계에서도 살 수 있지만 요리가 맛없는 곳에서는 도저히 살 자신이 없다. 특히 영국 말이야, 너, 너!!!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을 무렵, 소란스러운 객잔으로 들어오는 한 무리의 건달들이 있었다.

"어이! 주인장! 이번달 세는 내야지?"

"네? 아니, 지난번에 이미 내지 않았습니까?!"

"그거야 그거고, 지금처럼 장사가 잘 되면 더 내야지. 안그렇겠어?"

마땅히 치안을 유지할만한 문파가 없는건지, 아니면 상황이 이런 상황이니까 치안을 유지할 수 없는 틈을 타서 한몫 챙기러 온건지 몰라도 자주 보이는 풍경이다.

이런걸 생각하면 한편으로 정파가 낫다. 보호세만 잘 챙겨주면 그래도 보호는 잘 해주니까.

"대형! 여기 굉장한 년이 있습니다!"

"뭐라고?"

그러다가 놈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다. 정확히는 용하연에게.

용하연은 깊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일도 한두번이여야 재미있지 계속 그러면 빡친다.

"예쁜 것도 죄로군"

"뭐? 울 마누라보다 못생긴 년이 하는 소리는 안들리는데!!!"

솔직히 전 차원 뒤져도 시온보다 예쁜 사람 찾는건 쉽지 않을껄. 아, 절대자 빼고. 걔들은 미남미녀가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

건달 놈들은 이쪽으로 다가오더니 기분 나쁘게 실실 웃으면서 주변을 둘러쌓다.

"남녀 한쌍에 애 하나라......부부인가?"

"누가 이런 녀석하고!!!"

"멀쩡한 유부남 불륜남으로 만들지 마라 새꺄!!!"

"두분 그런거 절대 아닌데요!!!"

나나 용하연이 동시에 반응한건 둘째치고 왜 선이는?

세명의 박력넘치는 외침에 건달놈은 좀 놀랐지만 이윽고 용하연을 흝어보면서 혀를 핥았다.

"흐흐흐, 그러면 이야기가 빠르지. 오늘 우리들의 술을 따라주면 극락을 보여줄터이니 이리 오거라"

"진짜 요즘 놈들 보는 눈이 없는군......."

솔직히 지금은 용하연의 말에 동감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는 맨손이라도 용하연은 칼 차고 있는데 건드릴 생각은 도대체 어디서 나는걸까?

쪽수 믿고? 나한테 다수의 힘을 믿고 덤벼는 것 만큼 멍청한 짓은 없는데 말이야. 설령 상대가 내가 대마왕인걸 모르더라도 고수란것 정도 눈치 채면 동네 양아치인 자신들이 몇명이 있어도 이기지 못하는걸 알텐데......

"우리들은 이 장명을 주름잡고 있는 귀야방(鬼夜榜)의 어르신들이다! 말만 잘 듣는다면 잔뜩 귀여워 해주마......!"

"후우우우........!!"

용하연이 빡쳤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쩔거야?"

"잠깐 정리하고 오마. 오래 걸릴지도 모르니 무슨 일 생기면 난 두고 해라"

"오케이"

저런 놈들은 바퀴벌레 같아서 눈에 보이는게 아니라 본거지까지 태워버려야 박멸할 수 있다.

하는 꼬라지 보아하니 질이 좋은 놈들도 아닌데 그냥 죽는게 세상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라 나도 딱히 변호해줄 이유가 없었다.

서걱!!!

"어?"

"일단 한놈"

"으, 으아아아아! 대형! 이 빌어먹을 년이!!!!"

"살려달라고 해줄 때까지 겁간해주마!!!!"

서걱! 서걱! 서걱!!!

하지만 놈들의 자신만만한 외침은 금새 사그라들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검격이 놈들의 목을 깔끔하게 자르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객잔 주인 치우기 편하라고 목을 자름과 동시에 강기의 열로 지져서 출혈을 최소화 하여 마치 목 없는 인형처럼 그대로 바닥에 널부러진다.

그리고 한놈만 남기고 전부 죽였다. 그 한놈도 용하연이 이용할 부분이 있어서 살려둔 것에 불과했다.

"으, 으으으......!!!"

"자, 네놈들 거점까지 가자. 안내만 해준다면 네놈은 살려주마"

아, 저거 구란데.

평소에 거짓말 잘 안하는 용하연이 입에 침도 안바르고 거짓말을 했다. 능숙하게 속이는거 보니까 한편으로는 용하연도 무림인은 무림인이구나 싶다.

그녀는 안내인 삼은 유일한 생존자를 끌고 그대로 객잔을 나갔다.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오래 걸리진 않을것 같다.

"우린 밥이나 먹자. 어차피 밥 먹을 때까지는 못 돌아올것 같으니까 나중에 알아서 먹으라 그러지"

"음........전 아직 시체 앞두고 밥 먹을 수 있을만큼 비위가 좋진 않은가 봐요"

"아, 그러니?"

원래라면 객잔 주인에게 돈 좀 쥐어주고 시체 처리해달라고 하겠지만 선이가 그러면 내가 치워줘야지.

나는 바닥에 널부러진 놈들의 시체를 염동력으로 모아 그대로 불태웠다. 단숨에 불타서 그대로 가루만 남는다.

그 가루도 염동력으로 슬쩍 객잔 밖으로 보내면 끝.

"허, 허공섭물! 그것도 시체를 몇구나 이동할 정도의.......!!!"

"아니! 시체를 전부 태워버릴 정도의 삼매진화라니!!!"

삼매진화랑은 좀 다른데......그냥 인피니티 포스 코어에서 나오는 이능력을 극도의 열양지기로 바꿔서 태운거다. 잿가루 밖에 남지 않으니까 쓸어다가 버리면 끝이다.

대충 정리도 끝내고 밥을 먹었다. 한결 조용해진 객잔은 우리 눈치를 보는게 한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하실거예요? 천마의 유산 같은거 찾으러 갈거예요?"

"정확히는 그거 찾으러 오는 부나방들이지"

개중에 전대 마군이라 불리는 녀석들, 승모군이 대형이라 부르는 놈들을 찾아야 했다.

물론 가만히 있어도 내가 의동생을 죽인 원수니까 알아서 찾아올 가능성도 좀 있지만 찾으러 돌아다니는 편이 더 빠르지 않겠냐?

일단 밥을 먹고 대충 방으로 올라왔다. 부탁했던 목욕물도 올라와서 뜨끈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나무 목욕통이 반겨준다.

........아, 어쩐지 김장할 때 쓰는 크고 빨간 고무 다라이가 그리운게 한편으로는 나도 한국인인가 싶군.

뭐, 왜, 뭐, 솔직히 그거 있으면 유용하잖아. 있으면 의외로 다용도임.

"난 방 구석에 있을테니까 혼자 씻으렴. 입었던 옷은 내어놓고 가져온 것으로 갈아 입어"

"네?"

"왜 대답이 의문형이야?"

"저 혼자 못씻는데요?"

"그럼 여태까지 어떻게 씻었는데?"

"엄마가 씻겨주거나, 안씻거나, 용하연 아줌마가 씻겨줬어요"

"그럼 이제 혼자 씻는 법 배우면 되겠네"

"엑"

"여차하면 염동력으로 도와줄테니까 혼자 씻어라. 이상한 거짓말 하지 말고"

".......쳇"

요것이 커서 뭐가 될라고 벌써부터 그런 거짓말을 하고 있어!!

여자는 어려도 요물이라더니!![작품후기]훗날 이 아이는......아, 스포.

제가 로리콘이기는 한데 그렇다고 대놓고 어린애 건드리는건 소설이라도 좀.....시온처럼 합법이면 또 몰라.

그나저나 슬슬 동생이 또 휴가 나온다네요. 4월에 전역인데 그 전에 한번 더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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