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밥도 좋아하는데.....이상하게 콩 싫어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385회
[우리 손녀를 위해서라면 나는 흉신도 쓰러트릴 수 있을지 몰라!]같은 경지라도 다 같은건 아니듯이, 동동이와 승모군 은등남의 경지는 같은 초절정이나 막 경지에 이른 사람과 그 끝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차이는 크다.
마치 같은 1000미만의 숫자라도 100 정도와 999의 차이가 엄청나게 큰 것처럼 말이다.
사실상 동동이가 놈을 이길 승산은 별로 높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패배한다는 뜻은 아니다.
"흐음? 네놈은 뭐냐, 너 같은 녀석이 있다는 소리는 못들었는데? 진가장에 너 같은 고수가 있었던가?"
"무고한 여성을 겁간하려드는 마인 따위에게 알려줄 이름은 없소"
"입만 살았구나! 그렇다면 어디 이걸 한번 받아봐라!!!"
대략적이나마 동동이의 경지를 알아차리고 경계하였으나 이내 자기보다 아래라는 것을 깨달은 승모군은 권격을 날려 기환, 아니 강기로 이루어져 있으니 강환(綱丸)을 흩뿌렸다.
단숨에 열여섯개나 되는 기환이 동동이의 요혈과 급소를 노린다. 하지만 동동이는 성급하지 않게 검을 휘두른다.
우우우웅!!!
강기서린 검이 강환을 베어낸다. 숙련도의 차이나 의념을 사용 방법에는 격차가 있을텐데도 불구하고 물처럼 흐르는 검격이 강환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베어낸다.
"호오? 꽤 실력있는 놈이로군. 도대체 너 같은 놈이 어디서 솟아난거지?"
"진 소저를 데려가고 싶거든 나부터 죽여야 할 것이오!"
"흐흐흐, 쉽게 데려가면 오히려 그것도 김 빠지는 일이지. 오냐! 강호의 선배로서 평생 남을 충고를 새겨주마!!!"
쾅! 콰앙! 콰가가강!!!
승모군은 주먹과 다리를 사용하는 권각이 주된 무공이지만 경지에 이르면 무기의 유무는 크게 중요하지 않듯 서로간의 공격이 난무한다.
매서운 놈의 공격 앞에서 동동이는 밀리지 않고 거의 대등하게 맞서고 있었다. 방어 일변도였지만 경지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저 정도로 선전한다는건 그만큼 무공이 뛰어나다는 반증이다.
어느정도 손속을 나누고 나서야 놈도 동동이의 무공을 눈치챘는지 눈쌀을 찌푸렸다.
"네놈......분명 나보다 경지가 낮은건 확실한데 묘한 무공을 쓰고 있구나! 무당파의 제자더냐?"
"당신 같은 자에게 알려줄 이름은 없다고 했소!!!"
"그렇다면 그대로 죽어라!"
쿠우우우!!
진득한 마기가 대기를 울린다. 초절정이란 경지가 허울은 아닌듯 그의 의념에 호응한 마기는 응집되어 벼려진다. 단순한 강기가 아니라 하나의 절기로 승화된다.
이내 승모군은 동동이에게 권격을 날린다. 말이 권격이지 사실상 전각 하나를 반으로 잘라버릴 위력의 일권은 정면에서 막기 어려워 보였다.
"흐읍!!!"
동동이는 물러서지 않았다. 검을 쥐고 휘두를 뿐이다.
유수강검의 이치에 따라 휘둘러지는 검은 빠르진 않았지만 현묘함을 내포하고 있었다. 유능제강(流能制强). 부드러움은 강함을 이길 수 있는 법이다.
물론 단순한 힘이라도 격차가 있다면 버틸 수 없으나 유수강검이 가진 힘은 그것 뿐만이 아니였다.
쩌저저적!!!
"아니!!!"
흘러내어 공격의 중심을 흐트러트리고, 그 틈을 노려 한순간에 그의 검이 돌변했다. 부드러움과 동시에 강함을 내포한, 모순된 이치의 검이 휘둘러지며 권격을 베어낸다.
"......방금 그건 뭐지? 극도로 유한 무공과 극도로 패도적인 무공을 장점만 섞어 만든 것 같은데?"
"그게 바로 유수강검이지"
비록 본인이 사용하는 것에 손톱만큼의 위력도 없다 하더라도 흉내만 낼 수 있어도 같은 수준에서는 상대할 자가 없을거다.
태극나선경은 분해의 이치와 태극의 묘리를 통해 공수의 전환이 자유로운 무공이라 한다면 유수강검은 공방일체의 검술이다. 방어에 집중해 시간 끌기도 가능하고 공격에 집중하면 힘으로 굽힐 수도 없는 강맹한 검이 된다.
약점은 없이 오로지 장점 밖에 보이지 않는, 다만 배우는게 더럽게 어려울뿐인 검술이 바로 백귀왕의 유수강검이다.
나도 쓸 수는 있지만 검술이 전문은 아니고, 보통은 내가 상대하는 입장인데 싸우면 얼마나 빡치는지......마치 우주방어 들어간 놈을 두고 답이 안나오는 상황이였다.
"..........보기보다 제법이로구나. 하지만 승패를 가르는 것은 그것 뿐만이 아니지!!!"
"덤비시오!!!"
"자신만만한 기세가 언제까지 한번 보자!!!"
쩌저저적!!! 콰아아앙!!!
두사람의 기세가 충돌했다. 다시금 동동이가 검을 휘두르려던 찰나, 그 기세 속으로 무언가가 은밀하게 움직였다.
다시금 충돌하려고 생각했던 상황에 생각지도 못한 방향에서 날아오는 공격, 그것도 순수하게 의념으로 이루어진 공격은 미리 방비하지 않으면 막기 힘들다.
투웅!!
동동이가 눈치 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이미 공격은 품으로 파고 들어서 막으려고 했을 때는 치명상을 면하는게 고작이였으니까.
"크억?!?!"
"아무래도 같은 수준의 실력자와 싸운 경험은 없는 모양이로구나!"
심검, 아니 이 경우에는 심권(心拳)이라고 해야하나. 치겠다고 마음 먹었으니 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동동이가 심검이나 어검술 같은 의념지기를 사용한 무공을 많이 상대해 봤다면 몰라도 얼마 전에 초절정에 이른 녀석이 그걸 눈치채기에는 어려웠다.
요컨데 경험 부족이다. 그건 솔직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면 이몸처럼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아갈 것이지. 별 이득도 되지 않는 협의를 추구하는 바보로군!"
"협을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 나쁜가!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욕망에 충실하여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지키지 않는 네놈이!!!"
"흐흐흐, 그런 말 많이 듣지. 허나 결국 힘이 있어야 협이던 뭐던 이룰 수 있는 법.......그러면 어디 진씨 가문의 여식의 속살 맛이나 좀 볼까?"
"크윽, 네놈......!!!"
"동 소협!!!"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진 소저가 동동이의 이름을 불렀지만 내상을 입은터라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거다.
슬슬 끼어들 타이밍이다. 이 정도면 동동이도 좋은 경험이 되었을거고, 더 두고 보면 일이 터질테니까 딱 지금이 적기였다.
나는 건물 지붕에서 도약해 그대로 놈과 동동이 사이에 착지했다. 높이로만 따져도 십수미터는 가뿐히 떨어진 것이지만 충격은 조금도 없었다.
"네놈은 누구냐!!!"
댁한테는 관심 없다. 있어도 댁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녀석이지.
나는 내상을 입은 동동이의 등에 손바닥을 대어 내상을 입은 몸을 응급처치를 해주었다.
이런 상황에 진기도인으로 내상을 치료해주는건 다른 무림인에게는 자살 행위나 다름없지만 초월자에게는 간단한 일이다. 아주 섬세한 컨트롤 실력만 있다면 다 할 수 있는거니까.
"잘 싸웠다. 나이스 파이트"
"대협......?"
아, 이러면 꼭 취미로 히어로를 해야할것 같은데. 사실 내 직업이랑 히어로는 거의 정반대에 위치해 있어서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이렇게 남 구해주는 것도 내 지인이니까 하는거다. 라쿤맨 일은 둘째치더라도 말이지.
"네놈은 또 뭐냐고 물었다!!!"
"너 같은 잔챙이한테는 흥미 없으니까. 내가 물어보는거에 대답좀 해줄래?"
"감히!!!"
기척도 없이 나타난 나를 경계하는 모습이 보인다. 보이지 않는 의념지기가 맹습해온다.
아까 동동이에게 썼던 16개의 강환을 날리던 기술에 심검의 묘리를 더한, 보이지도 않으며 방어도 힘든 공격이 덮쳐왔다. 사실상 수준 이하의 무인은 학살당할 수 밖에 없는 공격이다.
게다가 하나하나 단층 건물 정도는 작살낼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음......피하면 건물 박살나서 대참사가 일어날테니 막자.
터어엉!!!
"아니?!"
"일단 제압해서 입을 열게 할까"
역장을 앞세워 일부러 몸으로 공격을 받았다. 하지만 내 역장은 데미지는 커녕 흔들린 기색조차 없다.
내가 가진 기술 중에서 역장은 최강의 창이자 방패다. 편리함과 동시에 마음대로 운용이 가능한 역장은 설령 이 별을 박살낼 일격을 정통으로 맞아도 깨지지 않는다.
"오, 오늘은 이만 가보겠다! 다음에 두고보자!!"
그렇지만 놈은 그걸 보고 상식외의 고수란 것을 파악했는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대협! 놈이 도망갑니다!!"
"걱정마, 놓치지 않을테니까"
그래도 초절정 고수라 그런지 벌써 담 몇개를 넘어서 진가장 바깥으로 도주했다. 원래 무림인이라면 각자 장기 정도나 익히는 법이기에 검법, 심법, 보법, 신법 등등의 분야 중에서 한두개쯤은 못하는데 아무래도 놈은 신법을 경지에 걸맞게 배운 모양이다.
보통 사람이 보면 놈이 작게 보일 정도로 멀리 도망가 있었다. 밤이라서 인적이 드무니 사람들 사이에 숨지는 못했으나 오히려 그만큼 방해없이 도망칠 수 있었다.
"어디보자......간만에 기술 하나쯤 쓸까"
하지만 그래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의 손오공이다. 겨우 그 정도 거리까지 닿는 기술은 당연히 있다
전에 용하연......아니, 용화정일때 처먹인 흉천만리가 사거리 2천 킬로미터짜리였는데 비슷한 기술 하나 없으려고?
물론 흉천만리를 쓰려는건 아니다. 그건 작정하고 대륙 갈라버릴 때 쓰는 기술이고. 원거리에서 핀포인트로 한놈 조지는 기술이라면 딱 좋은게 있다.
키이이잉!!!
"수라광룡투(修羅狂龍鬪)"
격산타우(擊山打牛)의 극의.
"수라천권(修羅天拳)"
타아아아앙!!!
내가 주먹을 내지르자 수백미터의 거리를 아랑곳하지 않고 정확히 놈의 단전에 권격이 처박힌다. 여기서도 들릴법한 끄억! 하는 비명소리를 내뱉으며 놈이 바닥에 쓰러져 땅을 굴렀다.
단전이 박살나면 무공을 전부 잃는데, 한창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멈추게 되면 어떻게 될것 같냐? 그대로 바닥이랑 키스 슬라이딩이지 뭐. 거기에 얼굴이 갈리는건 덤이고.
"아니, 대협?! 방금 그건 마치 소림의 백보신권(百步神拳)과 같은......!!"
"그 거리가 백보 정도로 보인거면 눈이 삔거 아닐까? 내상을 입더니 눈도 다쳤니?"
".......아, 그러면 한 만보신권쯤 되는겁니까?"
"좀 다르긴 하지"
자세한 이야기 하려면 꽤나 오래 떠들어야 하니까 지금은 필요한걸 하자.
신나는 고문시간~!
*
*
*
*
단전도 박살난 무인이 저항을 할 수 있을 방법이 있을리 없었다. 보통 사람으로 치면 팔다리를 전부 잘린거나 마찬가지인데 거기서 오는 허무함과 분노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고통이다.
이해하기 어렵다고? 수십년은 들여서 쌓아온 노력을 내가 한순간에 박살냈다고! 직설적이니 오히려 이게 이해하기 쉽네.
딱히 정종무공을 익혔는데 등신짓 해서 마인이 된게 아니라 마공 배운 진퉁 마인이라서 오히려 아는거 털어내게 만들기는 편했다.
"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아, 목숨은 걱정하지마. 진가장에 산채로 넘겨줄 생각이거든. 그냥 팔 한짝만 뼈와 살을 분리시켜주는거야"
"으흐흑, 으아아아아아!!!"
"네가 강간했던 여자들은 그보다 더한 비명을 질렀으면 질렀지 덜하진 않을텐데. 그치?"
"죄, 죄송합니다!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죽이진 않는다니까? 그냥 존나 고문하는거야. 이 세상에 가장 고통스러운 고문은 희망 고문이지만 그 다음으로는 이유없는 고문이지"
물론 알아낼게 있지만 더욱 고통과 절망을 주기 위해서는 그게 더 낫다.
단순히 사람 죽인걸로 보면 내가 더 많은 사람들을 죽였지만 그런 나도 내 환생 평생 강간 살해 같은 더러운 짓은 한적 없다. 그리고 지금 시대가 시대인걸 다시 상기시켜주는데.......얘가 목표로 했던 진 소저는 10대 중반이다.
기껏해야 중학생이라고. 그런 애를 납치 강간 및 살해 하려는 새끼를 내가 곱게 봐줘야되냐?
"으어어......아아아......제, 제발....."
"봐봐, 팔 한짝을 뼈와 살을 분리시켜서 힘줄이랑 다 드러났는데 죽을것 같지는 않지? 다 내가 실력이 좋아서야"
이유없이 그저 고문만 하는 것은 당하는 입장에서는 두렵다. 아무것도 바라는게 없으니 고문을 멈출 방법 또한 놈에게 없다는걸 깨닫기 때문이다.
진가장에 산채로 넘겨줘서 죽이진 말아야 하지만 단전이 박살났어도 몸뚱이는 나름 고수의 것인지라 쉽게 기절하거나 쇼크로 죽지 않는다.
이야, 이거 편하네!!!
"제, 제발......!!!!"
"근데 너 어떤 새끼들이 꼬셨냐? 전대 어쩌고 하는 놈들이라면 지들 좆대로 움직일텐데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수두룩하게 나타나지는 않을거 아니야"
동동이는 분명 전대 마군'들'이라고 했다. 복수형이다. 그러니까 이놈 한명이 아니라 아무리 못해도 한명 더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개인이 아닌 소수의 조직이라면 더욱 움직이는게 쉽지 않다. 뒤에서 부추기거나 수작부린 놈들이 있을게 분명했다.
"어느 놈이 보냈냐? 알려주면 하다못해 진가장에 넘겨주마"
"혀, 혈교......혈교입니다!!!!"
"혈교?"
"네, 놈들은......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윽고 놈은 갑자기 지랄발광하다가 이내 추욱 늘어졌다. 몸을 살펴보니 뇌의 일부가 파괴되어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금제가 걸려있던 모양이다. 이제 놈에게서 정보를 얻어낼 방법은 거의 없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라는 논리는 초월자에게 안통하는거 알고 있었으면 이런식으로 처리 안했을텐데 말이야"
우득!!
나는 허공을 붙잡았다. 간섭 계수를 조절하여, 그러니까 보이지 않는 이능력이나 그런쪽 계통에 관련해서 보이거나 접촉할 수 있게 힘을 조절한다.
사실 그리 섬세하게 할 필요 없다. 대충해도 잡히긴 하니까.
-........어?
"죽어서도 구원받지 못하게 된걸 미리 축하한다"
나는 영혼 상태인 놈을 붙잡아놓고 웃으면서 말했다. [작품후기]영혼 붙잡을 수 있으면 죽는 것도 별거 아니죠.
그나저나 또 인터넷이 말썽이네요. 이번에는 안되서 24시간 카페 와서 글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