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3회
[우리 손녀를 위해서라면 나는 흉신도 쓰러트릴 수 있을지 몰라!]인터넷에서 한편으로 그런 이야기가 있다. 한 여성 유저가 자기 사진을 올렸더니 쪽지창이 폭발할 지경이였다는 이야기. 나도 여자일 때는 몸매는 개쩌니까 그런적 있고.
물론 그럴만한 이야기이긴 하다. 여자가 매력적이라면 한번쯤 말 걸어보는게 남자라는 생물이니까. 반대로 여자도 길에서 원빈같이 잘생긴 남자 만나면 말 걸어보고 싶고 그러지 않냐?
하지만 거기에는 선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인터넷이라고 막 선 넘은 섹드립이나 여자를 창녀로 취급하고 조건만남 제시하는 짓은 상식이 없는 짓이다.
아무튼 거기서 생긴게 운동남입니다, 쪽지드렸습니다 드립인데.......시이발 드립을 리얼로 보니까 더 역겹네. 게다가 이거는 강간 예고잖아.
"하다못해 괴도 키드나 천사소녀 네티도 아니고 예고장 보내고 하는 짓은 고작 납치 강간이냐. 되먹지도 못한 새끼네"
"무림사에는 큰 관심이 없었으나 이번 일로 몇가지 조사를 해보았소. 그리고 승모군이라는 마인이 무림에서도 드물 정도의 고수라는 것도 알았지"
"막 병사를 수천명 데려올거 아니면 못잡겠지. 있어도 몰래 들어와서 보쌈해가는거 일도 아니겠고"
전대 마인이라고 했으면 못해도 초절정은 됐을거다. 마공이란게 거의 시한식이라 경지에 이르지 못하면 폐인이 되거나 미쳐 죽는거고, 초반 성장 속도는 빠른데 후반으로 갈수록 경지에 이르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그만큼 오래살았다면 그 좁은 등용문을 넘었다는 뜻이고 절정은 가볍게 넘어 초절정에 이르렀다는 의미였다.
지금의 동동이와 같은 실력자지만 같은건 아니다. 한쪽은 초절정에 이른지 못해도 수십년은 되어 보이니까.
물론 그렇다고 동동이가 막 진다는건 아니지만 말이다.
"진가장의 장주가 아닌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부탁드리겠소. 천하삼절의 위명은 천년 무림사에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대단한 고수. 부디 딸아이가 무사할 수 있게 도와주시오......"
"흠"
솔직히 무시해도 된다. 어차피 내가 쌓은 은원도 아니고 그놈을 격퇴해줄 의무는 나에게 없었다.
그 새끼가 만약 시온에게 똑같은 짓을 했다면 서찰을 보내온 시점에서 지구 끝까지 쫒아가 그 새끼 좆을 뽑아다 지 후장에 처박아버리겠지만 내 일 아니면 힘 쓸 필요 없다.
하지만.........
"........."
"너무 보는거 아니냐 동동아?"
"예? 아니, 대협. 아무것도 안했습니다?!"
"아무것도 안하고 보기만 했지 짜샤"
동동이가 진 소저를 넋 나간 표정으로 바라보자 그녀도 얼굴을 붉히며 소매로 입가를 가렸다. 동동이도 어디 인물이 빠지는 얼굴은 아니니까 한편으로는 선남선녀같다.
한편으로 동동이도 내 사람인데 챙겨줄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애초에 그러지 않았다면 초절정까지 키워주지도 않았겠지.
애들 연애사는 등을 밀어주되 뒤에서 지켜봐야지. 풋풋한 느낌이 흐뭇해서 좋거든.
"좋소, 걱정 마시오. 내 그놈을 잡아다가 장주님 앞에 무릎을 꿇려 드리겠소"
"아! 감사하오! 고맙소 대인!!"
일을 받아들이고 일정을 짜기 위해 자세한 날짜를 물었다.
"그런데 놈의 서찰을 받은지 얼마나 되었소?"
"5일 전에 받았으니 앞으로 이틀 남았소이다"
"날 잡아둔게 준비할 시간 있어서 좋군. 놈에게는 불행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나는 두사람을 이어주기 위해 진가장주에게 은근히 선을 놓았다.
"혹시 모르니 한동안 동 소협을 호위무사로 쓰시오"
"대협?!?!"
"놈이 나의 위명을 알고 있다면 소저의 옆에 붙어 있어도 쉽사리 접근하지 않을게 분명하오. 그렇다면 일부러 함정을 파는 수 밖에"
"아니, 그렇지면 여령이의 안전이......"
"그거라면 걱정 마시오. 나에 비하면 부족하다 뿐이지 동 소협의 실력 또한 강호의 유명 문파 장문인들과 비교하여 전혀 꿇리지 않으니까. 오히려 아직 제대로 된 소문이 퍼지지 않은 만큼 놈들도 섣부르게 접근할 것이오"
"음......!!"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내 전부 책임지겠소"
물론 책임질 생각 없다. 처음부터 안전은 절대적으로 확보될테니까. 여차하면 내 역장을 살짝 씌워주면 그만이다.
단지 호위무사로서 두사람이 붙어 있으면 이야기도 좀 붙일테고, 서로 알아가면서 호감이 싹틀테고.......그러면 연정이 피어오르는 법이다.
"알겠소, 그럼 부탁드리오"
".......예!!!"
동동이가 포권을 쥐어 당당하게 말했다.
새끼, 입이 귀에 걸렸네.
*
*
*
*
우리가 머무는 곳으로 돌아가는 길에 동동이는 내내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그렇게도 좋냐"
"예? 아닙니다, 대협"
"입가에 웃음은 좀 숨기고 그래라. 뭐, 남자가 예쁜 여자 좋아하는건 당연한 본능이기는 하지만"
"꼭 대협은 아닌것처럼 그러십니다"
"예쁘면 좋긴 한데 딱히 예쁘지 않아도 상관은 없거든"
사랑이란 감정에 대한 것이라면 나도 아직 전부 알지 못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내가 남녀 모두 환생하여 살면서 여러 사람을 만났던 것처럼, 결국에는 이성애도, 동성애도 아닌 양성애자가 되어버렸다.
내가 환생하면서 잃어버린 인간성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태생적으로 양성애자가 아니라 후천적으로 그렇게 된거니까.
괜히 내가 시온이 남자인 상태라도 씹가능! 하고 외치는거 아니라고.
"그러고보니 대협께서는 성혼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내자되시는 분은......."
"사진 있는데 보여줄까?"
시온이 챙겨준 물건 중에는 그리움 달래라고 준 시온의 사진도 있었다. 여러가지 물건 들어있는 예의 주머니에서 시온의 사진을 꺼내 동동이에게 보여주자 경악하며 놀란다.
"아니?!?!?!"
"되게 예쁘지?"
"그런데 좀......그, 어리지 않습니까?"
"인간이 아니라서 그래. 음, 대충 신선 비슷한걸로 생각하면 되겠다"
"아! 그러면 이런 미모도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혹여 서역인입니까? 전에 듣기로는 서역에서 오셨다고 하셨는데"
"그런걸로 하자"
"그런걸로 하자니......"
"커흠!!!"
그렇게 지나가는데 누군가 헛기침을 하며 자신을 알렸다. 아, 저런식으로 나오는 놈들 중에서 제대로 된놈 별로 못봤는데.
헛기침을 한 사람은 관복을 입고 있는 남자였다. 그의 옆에는 포졸들을 관리하는 포교가 입는 복장을 입은 남자가 좌우에 한명씩 서 있었는데, 그걸 생각하면 가운데 있는 사람은 누군지 대충 짐작이 간다.
포교의 얼굴을 보면 단순한 상관이 아니다. 아마도 이 현의 현령이겠지.
"네가 흉제인지 뭔지 하는 오만한 호칭을 쓰는 무림인이더냐?"
".......그렇소"
대충 각 나온다. 슬쩍 품 안에 황제가 주었던 물건을 매만져보았다.
음, 잘 있다. 좋은걸 받아서 이런 상황에서도 잘 쓰일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아니였으면 원래 권력자 상대하는건 귀찮다고. 그것도 국가의 권력자면 더.
"나는 장산의 현령인 노지민이다"
"현령님이 강호의 무뢰배에게 무슨 일이십니까?"
"본인이 무뢰배란 것은 잘 알고 있구나"
황궁에서 보았던 딱 그런 부류다. 무림인을 무시하고 관의 법이 더 우위라고 생각하는 것들, 혹은 관의 법도를 지키지 않는 무림인을 무법자라 생각하는 자들이다.
물론 나는 무림인이 아니다. 하지만 이 나라의 사람도 아니다. 관에서 협조를 구하면 최대한 응해줄 생각 있지만 되도 않는 것으로 핍박한다면 이쪽도 갑질을 해줄 용의가 있었다.
"장주님의 여식이 위협받는다고 하기에 내가 직접 왔다. 헌데 같은 야인인 네놈들을 초청하다니.......고작해야 그런 놈을 잡는데 관군이면 충분할 것을!!!"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미치셨습니까, 휴먼?
대놓고 무공이 있는 세계에서 무림인을 무시하고, 거기에 관군까지 사사롭게 쓴다고?
물론 상대가 호족이기는 하지만 군을 움직이는데 돈이 들어가지 않을리 없었다. 분명 진가장주도 그에 걸맞은 재물을 현령에게 준게 분명하다.
명목상으로는 물론 딸이 위협받고 있어서 관아에 도움을 요청해 거기에 합당한 병력을 파견한 것에 지나지 않지만 거기에 돈 좀 섞이면 영 딴판이 된다.
진가장주를 욕할 수는 없다. 딸이 연쇄 납치 강간범 같은 녀석한테 납치 당해서 강간 살해 당할것 같은 마당에 빚을 내서라도 할 수 있는건 하기 위해 돈을 뿌리는게 원래 아버지 마음이다.
다만 그 돈을 받은 현령은 아니다. 차라리 돈을 받지 않고 관군을 움직였다면 순수하게 호의로 움직인 청렴한 사람이라 평가했을텐데.
내가 뭐라고 하려고 했지만 대답은 내가 아니라 뒤에서, 그러니까 동동이가 대신 했다.
"현령께서 모르신듯 하나. 승모군 은등남은 무림에서도 악명이 자자한 초절정 고수입니다. 지금 장원의 관군으로는......."
"허어! 네 이놈! 고작해야 피륙으로 이루어진 인간일 뿐이지 않느냐! 몰아넣고 두들기면 그 누구도 버틸수가 없겠지!!!"
"........그 정도 고수라면 몇장 높이도 훌쩍 뛰어다닐 수 있습니다"
"그물을 쳐서 잡으면 될것 아닌가? 이미 놈을 잡을 그물이나 포승줄은 준비해 두었다"
뭐지? 원균인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왜 이렇게 무능해? 아, 물론 그렇게 무능하니까 쉽사리 병력도 빌려주고 직접 오기도 했을 것이다.
지휘관이 무능하면 이용해먹긴 편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랫사람만 죽어나간다. 오죽하면 전장에서 가장 사람을 많이 죽이는건 무능한 지휘관이라고 할까.
"아무튼 무림인 놈들은 황제폐하를 두고서 군(君)이라느니 제(帝)라느니 하는 오만하고도 불경한 호칭으로 불리고 있지 않나. 고작 그런 것들이 활개치게 두다니......"
"............."
현재 무림에서 내 별호는 흉제(凶帝)라 불리는 모양이지만, 그 근원을 타고 올라가면 아마 옥황상제가 나를 부른 호칭이 퍼져서 그런 것이다.
그리고 그 호칭은 쉽사리 얻은게 아니다. 옥황상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뭘 했는지 알기 때문에 그런 호칭을 불러준 것이다.
한편으로 대마왕이란 이름 이전에 누군가 나를 높혀 부른다면 흉제란 호칭이 걸맞다.
왕(王)은 강함의 상징. 황(皇)은 악명의 상징, 그리고 제(帝)는 위업의 상징이다.
차원적으로도 왕이라 칭하는 자들은 초월자들 상당수가 받기에 꽤나 많지만 황이나 제로 불리는 자들은 몇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제는 위업을 쌓아야 겨우 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어 내 스승, 천살제 류는 단순히 이 무림에서 얻은 별호가 아니라 능력 하나 깨우치지 않은 인간으로 신을 죽였기에 천살(天殺)이란 이름을 받아 천살제라 불린다.
그 외에도 드래곤만 1만마리를 잡은 멸룡제(滅龍帝)나, 반대로 오만한 드래곤을 전부 때려눕혀 그 위에 누구도 반발하지 않는 위치에 오른 용제(龍帝), 아니면 신을 신위에서 떨어트려 필멸자로서 쓰러트리는 낙신제(落神帝)등등. 뭐 하나 쟁쟁한 위업을 쌓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대협? 대협?"
"............"
그리고 내 흉제는 로드가 아닌 몸으로 로드를 죽였기 때문에 얻은 칭호다.
비록 그것이 놈이 만전도 아니고 상성 우위에 방심한 것이라도 로드와 로드가 아닌 초월자는 격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위업이라 칭할만한 것으로서 그 이름을 받았다.
물론 나는 그런거에 얽매이는 성격이 아니다. 시온만 건드리지 않으면 다 괜찮으니까.
근데 그 이름의 유래도 모르고 나불거리니까 좀 빡치네.......?
"현령님의 생각은 잘 알겠소이다. 황제폐하 아래에 그런 호칭으로 불리는 것은 한편으로는 오만이겠지요"
"흥! 잘 알고 있구나"
"그렇다면 무림인이 아니라 같은 황제폐하의 신하로서 대하겠습니다"
".........뭣이?"
나는 품 속에서 황제에게 받았던 물건을 꺼냈다. 잘 쓰라고는 했는데 여기서 이렇게 쓰게 될줄은 몰랐다.
내가 꺼낸 것은 하나의 패다. 황룡이 그려진, 한편으로는 황제의 권위인 용을 새겨 오만할지도 모르지만 황제가 직접 내린 직위이자 그만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어사대부 출두야!!!"
"......?!?!?!"
"네 이놈! 장산 현령은 당장 무릎을 꿇지 못할까!!!! 황제폐하께서 하사하신 어사대부임을 증명하는 패가 보이지 않느냐!!!"
"무, 무슨, 뭐가......?!"
부정하려고 했지만 황룡이 새겨진 금패는 모르는 사람이 봐도 범상치 않아 보인다. 관에 있다면 어사대부의 상징 정도는 알아볼 수 있을터, 그런데도 모르는척 하면 등신 중에 상 등신이다.
원래 이런거 갑질하려고 꺼낼 생각은 없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자꾸 시비를 걸면 받아줘서 짖밟는게 후일을 생각해서 제일 나은 선택이지.
게다가 관군이 공적 욕심에 방해하면 귀찮다. 그리고 괜한 사람 죽이게 만들고 싶지 않다면 관군은 없는게 낫다.
"위, 위조다! 위조가 분명하다!!!"
"호오, 잘 조사하면 내가 황제폐하를 대면했다는 소식을 알터. 직접 폐하를 뵙고 어사대부직을 받았는데 만약 이게 거짓이라면 금방 들통날것 같은 소리를 내가 왜 하겠나? 그리고 관인 사칭은 중범죄라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는데?"
"그, 그......"
"부정 하는 것도 네 책임이지. 하지만 한번의 기회를 더 주겠다. 당장 장산 현령은 무릎을 꿇으라!!!!"
그는 덜덜 떨리는 눈으로 어사대부패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황제를 상징하는 황룡이 그려져 있는 것은 어디서 함부로 못한다. 저잣거리에서도 용을 그린 그림이나 자수, 혹은 장식들을 잘 찾아볼 수 없는 것은 그만큼 황제의 권위를 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황룡이 새겨진 패가 있다? 거기에 관인까지 확실하게 박혀 있고?
그럼 진짜겠지 등신아!!!
"시, 신 장산 현령 노지민이 어사대부를 뵙습니다!!!"
내가 말이다, 한국에서 자주 살아보니까 군대도 몇번 가서 군생활 경험치가 어지간한 상사 짬밥에 밀리지 않거든?
갈굼이란게 뭔지 보여주마.
[작품후기]어사대부(대통령 직속 감사원장)와 현령(구청장쯤)
인터넷이 갑자기 안되서 정시에 못올렸네요. 지금 겨우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