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저나 이따가 하나 더 올릴께요. 별건 아니고 그냥 심심해서. 381회
[우리 손녀를 위해서라면 나는 흉신도 쓰러트릴 수 있을지 몰라!]별채로 들어와서 강의를 하기 위해 나온 나는 슬슬 준비를 시작했다.
이 세계에서 기본적으로 무공의 경지는 삼류, 이류, 일류, 그리고 절정과 초절정, 이후에는 절대지경이나 신화경 등등으로 대충 구분한다. 솔직히 나는 초절정 뒤에 두개로 보지만.
다른 무림에서는 부르는 차이라던가 그런건 있겠지만 적어도 그 구분은 확실한 편이다.
우선 일류와 절정을 가르는건 강기를 쓸 수 있냐의 여부, 절정과 초절정을 가르는 것은 심검과 같은 의지를 기반으로 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여부를 따진다.
전에도 한번 말했지만 일류까지는 육체를, 절정에서는 기를, 초절정에서는 마음을 이루어 심, 기, 체의 완성을 이룬다.
"너는 지금 절정 고수, 그렇기 때문에 기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내가 여태까지 가르쳐준건 대체적으로 기나 의념에 대한 것이였지?"
"네, 그렇습니다 대협"
"이제 슬슬 다음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의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법이다"
"아저씨가 의지에 대한걸 종종 이야기 하긴 했었는데 아직 쓰질 못해서 감이 잘 안와요"
"쓰지 못하는게 자연스러운거지. 거 무슨 봉신대전 시절 인간도 아니고 의지만으로 염동력 일으키는 인간이 있데?"
"아니?! 은나라 시절에는 인간도 의념을 다뤘습니까?!"
"그냥 해본말인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옥황상제만 알겠지"
"그러면 봉신대전은요?!"
"나중에 등선해서 태공망한테 물어보던가"
아마 선계에 있을거다. 물론 평범한 지구의 태공망이 아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다시금 본론으로 넘어왔다. 초절정에 이르는 것에 중요한 것은 바로 의념을 사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였다. 초절정 고수의 유명한 기술로는 심검, 혹은 어검술 등은 의념을 다루지 못하면 입문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에 허공섭물로 검을 휘두르는거랑 어검술이랑 다르다는 이야기 했었나?"
"예, 대협, 거기에는 의념의 차이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의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네가 스스로 무아지경에 들어서 본능적으로 깨닫거나 내면을 관조하는 등등의 방법이 필요해. 하지만 나한테 배우면 그럴 필요가 없지"
스스로의 의지는 스스로 밖에 모른다. 하지만 내가 도와준다면 그걸 깨닫는데 빠르게 닿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편법 같기도 하지만 기본기가 받쳐주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다른 사람이 그러면 1층도 짓지 않고 3층 건물을 지으려고 하는거랑 다름없어서 건축과인 울 마누라가 보면 개소리 작작하라고 격한 반응을 보일지도 모른다.
"너한테 묻겠다. 네가 검을 휘두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협을 행하기 위함입니다"
"그것을 왜 하려는가?"
"그것이 옳기 때문입니다"
"협이라 하면 마냥 옳은 것인가?"
"적어도 저는 옳다고 생각합니다"
"옳고 그른 것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전부 네가 살아오면서 겪은 것에 대한 개인적인 판단이자 구분이 아닌가?"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협을 행함으로서 거기에 구원 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걸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마음가짐은 옳다. 그렇다면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해 보아라"
스릉.
그가 검을 뽑아들었다. 나 또한 그의 상대를 해주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초절정 고수에게 필요한 것은 의념. 그리고 그 의념은 확고한 의지에서 나온다.
좋은 토양에 건강한 식물이 자라듯, 마음이라는 기반이 잘 다져지지 못한다면 확고한 의지는 세워지지 않는다.
우우우웅!!
그의 시퍼런 강기가 서린 검이 휘둘러진다. 빠르지는 않으나 그것은 유연하다. 그런 그를 상대해주는 나는 합을 맞추어 검무를 추는 듯한 느낌이 든다.
검격과 권각을 나누면서 나는 끊임없이 그에게 물었다. 무공을 펼치면서 발하는 의념이 무공과 융화되기 위함이다.
"협을 행한다면 많은 고난이 있을 터, 그것을 감내할 자신이 있는가?"
"물론입니다!"
"설령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네!"
"타인의 강함에 지는 일도, 그로 인해 죽는 일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협을 행하려 하는가?"
"상대가 거악이라고 한들 굽히지 않겠습니다. 협이란 마음으로 행하는 것! 설령 육체를 굴할지언정 마음만큼은 굴하지 않겠습니다!"
"좋다!"
키이이잉!!
나는 적당히 상대해주다 수도에 의지를 불어넣어 한순간 강기가 서린 그의 검을 쳐냈다.
그리고 그 틈을 노려서 그의 목을 향해 관수를 찔러넣는다.
지금의 그의 실력으로는 따라잡을 수도, 쳐내기도 힘든 힘이 담긴 관수는 금방이라도 그의 목을 찌를듯 뻗어진다. 허나 반응하지 못해도 눈 만큼은 똑바로 내 손을 직시하고 있었다.
쩌어어어엉!!!
그리고 충격음이 들린다.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충돌하여 깨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어? 방금 그건......."
"의문을 가질 틈이 있냐?"
운 좋게도 반응한 그는 다시금 나의 맹공에 검을 휘둘렀다. 조금씩, 조금씩 한계로 밀어가는 상황 앞에서 그는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였다.
"흐름이란 만물에 있는 것. 오행, 시간, 공간, 태극, 공기, 수많은 법칙들이 얽혀내는 흐름이 있는 법이다"
"..........!!!"
"그런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순응하는 수 밖에"
한편으로 나는 그의 마음이 협에 있다는 것에 조금 기특하게 생각하여 약간의 깨달음을 주기로 했다.
선이에게는 낭아유수를 주었으니 그에게는 다른 것을 주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다. 이 녀석 정도라면 무공의 원 주인도 흔쾌히 가르쳐줬을테니까. 원래 인색한 녀석도 아니고 말이다.
단순한 절정 고수라면 그저 가전무공이나 배우는게 낫겠지만 초절정 고수라면 한 문파의 개파조사가 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면 배울만한 위치가 된다.
"허나 순응하더라도 어떻게 순응하냐로 갈리기 마련. 부드러움과 강함, 양자택일이 아닌 둘 모두를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큭.....!!"
서서히 내 손이 빨라지자 그의 검격이 나를 막기에 급급해졌다. 하지만 어찌어찌 버티며 서 있을 수 있었다.
"흐름 사이에 검을 끼워넣어라. 흐름만이 아니라 그 흐름의 끝이 향하는 곳을 보아라. 그 흐름이 무엇있지 듣고 파악하라"
"........!!!"
"그리하면 부드러움과 강맹함을 둘 다 얻을 수 있을지니"
이윽고 나는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충분히 줄건 주었으니 이제 보는 것만 남았다.
"커억!!!"
그가 피를 토하며 땅을 굴렀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내상은 입은 몸 같은건 그리 중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멍한 눈으로 눈을 뜬 그는 이윽고 가부좌를 틀었다. 나는 선이를 뒤로 물리고 거리를 벌려 그에게서 떨어졌다.
"동동이 아저씨 괜찮아요?"
"잘 보렴, 너도 언젠가 할테니까 봐두는게 좋아"
"저게 뭔데요?"
"환골탈태(換骨脫胎)!"
무인이 육체적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경우는 기본적으로 두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반로환동이며 다른 하나가 환골탈태다.
기가 충만하여 거기에 맞추어지거나.......아니면 지금처럼 의념을 다룰 수 있게 되어 육체가 보다 효율적으로 기를 운용하기 위해 바꾸어지는게 환골탈태라 한다. 아무튼 육체적인 기능이 보다 발전하고 좋아지는 것이다.
말하자면 육체 내부를 뜯어 고치는 중이다. 증기 기관에서 내연 기관으로 바뀌듯, 효율과 궤가 달라진다.
우득! 우드드득!!!
그의 몸은 어느새 1장(3미터)가량 떠올라 내부의 남은 노폐물을 배출하고 재구성되고 있었다. 선이는 조금 징그러운 광경이기는 하지만 신기한 모습에 눈을 떼지 않고 조용히 쳐다본다.
어느새 시간은 1시진 정도 지났다. 환골탈태도 슬슬 끝에 이르렀는지 그의 몸이 지상으로 내려왔다.
"후우우......."
이윽고 눈을 뜬다. 이전보다 훨씬 더 깊은 눈을 지는 그가 땅에 떨어져 있던 자신의 검을 주워 다시금 갈무리 했다.
이내 그는 나에게 정중하게 포권을 쥐어 고개를 숙였다.
"정말......정말 감사드립니다 대협, 감사드립니다.......정말, 이 말 밖에 할 수 없습니다......."
"아니?! 왜 다 좋은데 마지막에 내가 뒤진것 같은 대사를 하고 그러냐?! 내가 황금장방형의 회전을 가르친건 아닌것 같은데!"
차라리 위기의 순간에 각성한거면 내가 딱히 별말 안하겠는데 멀쩡하게 눈 앞에 있는 사람보고 그런식으로 말하면 좀 섭하지!
아, 그런데 당사자는 모르는 드립이구나. 좀 꺼려지지만 아무튼 됐다.
"한번 검을 펼쳐봐라"
"예"
그는 검을 뽑아 그대로 휘두른다. 유의 성질을 가지고 있었던 그의 검이 어딘가 묘하게 강맹한 기운을 흘리고 있었다.
원본에 비하면 좀 떨어지긴 하지만......그래도 나쁘지 않군. 차기 천하제일인 정도는 되겠다.
"내가 알려준 것은 유수강검(流水强劍)이다. 내가 아는 녀석의 독문무공이지"
"독문무공?! 그런걸 저에게 알려주셔도 되는겁니까?!"
"어차피 그놈은 무공 같은거에 얽매이는 놈도 아니고 그놈 기술은 죄다 아무나 배울 수는 있어도 누구나 쓸 수 있는건 아니거든. 너 정도 쓸 수 있는 사람도 드물거다"
동동이가 어릴적부터 배워온 검술이 유의 검술이고, 거기에 내가 해주는 무론 강의와 대련, 그리고 의념과 약간의 구결을 통해서 얼추 겉핥기 수준에 이른 것이다.
물론 겉핡기라고 얕보면 안된다. 따지고 보면 천하삼절의 무공 모두 '공명','간섭','이해'같은 능력의 알고리즘을 파악하여 기능을 한정적으로 발달시킨 모방품에 지나지 않으니까.
내 스승님의 천살진기보다 내 '간섭'능력이 훨씬 범용성과 위력, 효율이 높은건 당연한 것처럼 말이다.
그만큼 의지를 다룰 수 있거나 그걸 다루는 무공은 설령 일부 뿐이라도 거대한 이치를 내포하고 있다. 동동이가 견문이 좀 적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도가나 불문의 고수라면 현묘함에 감탄사를 내뱉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대협, 아까 전의 대련 때 제가 검을 휘두른 것도 아닌데 대협의 관수를 튕겨낸 것 있지 않습니까?"
"아, 그거?"
"혹시 그게 무엇인지 아십니까?"
"뭐야, 쓰고도 몰랐어?"
"워낙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터라 잘 모르겠습니다......."
방금 전에 대련에서 동동이는 내 일격을 매섭게 튕겨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작 내상을 입고 쓰러진건 그때가 아니라 내가 됐다고 생각하고 마무리한 뒤였다.
그때 내 일격은 꽤나 힘을 담은 공격이였다. 검조차 회수하지 못해 막지 못하는 그 상황에서 위기를 통해 나왔는데 어느정도 막아냈다면 하나 밖에 없겠지.
"반사적으로 나왔긴 하지만 그거 심검지경(心劍之境)이야"
"예?!?!"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의념 만으로 사용했다면 결국 심검이지. 사실 네 초절정의 경지는 그 시점부터 완성된거라고. 추가적으로 유수강검의 구결 좀 흝어주고 환골탈태 한건 네 노력 덕분이고"
"아니, 어떻게.....그렇지만, 이게......?"
"의념을 검에 담아서 허공섭물처럼 휘두르면 그게 어검술이고, 순수하게 의념만을 벼려내어 날리면 그게 심검이지. 보이지도 않으니 막을 수 조차 없는 기술 말이야"
물론 초월자한테 심검은 그리 큰 의미는 못된다.
확실히 그냥 무림인들에게는 통할 수도 있다. 결국 피륙으로 이루어진 육체인 만큼 용하연의 공간참 같은 방어무시 공격은 위험하니까.
하지만 초월자가 되면 꽤 많은 사람들이 내 역장처럼 어지간한 공격은 무시하는 방어막을 두르고 다닌다. 설령 그게 심검이라도 흠집하나 나지 않는 그런 역장을 말이다.
다만 쉬운 점은 입문이 쉽다는거. 지구에서 무공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따로 커리큘럼을 만들어 익히면 초절정 고수도 수십명은 나올만큼 쉽지만 반대로 심검과 비슷한 유색공명기는 쓸 수 있는 사람이 얼마 없을거다.
"입문은 했으니 나머지는 차차 시간 들여서 진행해야지. 뭐, 거기서부터는 혼자 가도 되지만 말이야"
"......감사합니다, 대협"
"이제 어디 가서 무시받을 그런 수준은 아닐껄. 용하연이 봐도 그러겠다"
아무리 천년전 전성기 시절의 무림이라도 초절정 고수가 흔한건 아닐턷다. 일류에서 절정으로 넘어가는 길은 등용문이나 다름 없었고 그 적은 사람 중에서도 또 절정에서 초절정으로 넘어가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면 이제 동동이 아저씨는 신선이 되는 것만 남은거예요?"
"아, 그건 또 원영신(元靈神)을 이뤄야 하는 문제라서 좀 설명이 오래 걸리는데. 할거면 나중에 하자, 나중에"
"으음! 저번에 옥황상제님을 뵈어서 신선이 되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는데......."
"올라가봤자 딱히 할일 없다? 아, 한편으로는 좀 우대 받겠네. 기본적으로 의지 배운 놈들은 같은 실력이라도 우위를 차지하니까"
"그렇습니까?"
"이 세계에서는 전능한 옥황상제라도 싸우면 승산은 만병왕이 더 높아"
"그런?!?!"
"의지란 곧 자기 스스로 힘을 쓴다는 뜻. 설령 옥황상제라도 타인의 의지를 없었던 것으로 할 수는 없어"
다만 만병왕과 천살제가 싸우면 승산은 만병왕이 높아도 둘의 상대가 옥황상제라면 천살제 쪽이 더 높다. 원래 천살진기가 자기보다 격상의 존재를 죽이기에 알맞은 무공이거든.
한편으로는 그래서 내가 워 로드라는 금발 태닝 양아치를 조질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만큼 의지는 중요하다는 것이다. 태초부터 아무것도 없이 의지 밖에 없었으니 그럴만도 하겠지만.
"음......"
선이는 뭔가 곰곰히 생각하더니 이윽고 가부좌를 틀며 자리에 앉았다.
오잉?! 선이의 상태가......?
[작품후기]일반적인 무공보다 위인게 바로 능력을 모방하거나 그러한 이치를 담은 의념무공입니다. 작중 설정에서는 그래요.
이래저래 저도 설정충인지 설정 이야기하는건 참 좋아합니다. 으음, 더 길어질 수 있으니 여기서 줄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