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그런 진상 안만나길 빕니다......꼭 한번쯤 보겠지만요.380회
[우리 손녀를 위해서라면 나는 흉신도 쓰러트릴 수 있을지 몰라!]소란을 피우는 무사는 어딘가의 호위 무사인 듯 나름 잘 갖추어진 복색과 더불어서 무장 상태도 꽤나 좋았다. 아, 실력은 별개의 문제지만 말이다.
기껏해야 저번에 만난 사파 나부랭이들, 그중에서도 하북 오귀인지 뭔지 하는 일류 좀 앞에 둔 이류 정도 되는 무인이 점소이에게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
"내가 모시는 도련님은 꼭 별채가 필요하다. 어떻게 해서든 자리를 마련해라. 알겠느냐?"
"하, 하지만 대인......."
"변명은 필요 없다. 별채를 내올지. 아니면 팔 한짝 떨어질지 여기서 결정해라"
그걸 보고 있던 용하연은 옆에서 한숨을 쉬었다.
"저러니까 무림인 망신 다 시키는거다. 겉으로 정파라고 하면 뭐하나. 저런 놈들이 위세를 등에 엎고 날뛰면 그만큼 꼴불견도 따로 없는데. 저러니 사파가 위선자라고 욕을 하지"
"너는 정사중간 아니였냐?"
"그래도 나름 정파 쪽이다"
"아줌마는 별호에 마룡이 들어가는데도 의외네요"
"..........."
"야야야야, 선이야! 얘 지금 아줌마라고 불러서 화났어!!!"
"으으으으으으앙! 볼! 내 볼! 늘어난다! 찹쌀떡처럼!!"
용하연이 선이의 볼을 꼬집어서 늘어트렸다. 애들이라 그런지 볼살이 토실토실해서 마치 찹쌀떡 늘어트린 것 마냥 늘어난다. 솔직히 좀 귀여움.
갑질 당하는건 어쩔 수 없지만 그게 점소이의 일이다. 우리야 그냥 마지막 남은 방 잡은 것 밖에 없고. 그러니까 우리 잘못 없음.
"그, 그렇지만 대인. 지금 별채를 잡으신 분들도 무림인이시라서......."
"뭐라고?"
"저, 저희 같이 무지한 것들이 어느 분에게 별채를 내어드려야 할지 모르지 않습니까? 다른 분이 더 고수시면 어떻게 합니까?"
아, 이건 망했다.
신경 안쓰려고 했지만 점소이가 폭탄을 돌려버렸다. 도와주지 않고 무시한 대가일련지, 한편으로 이것도 인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운명의 절대자의 개수작이던가.
별채를 누가 빌렸냐는 놈의 물음에 점소이가 우리 쪽을 가리켰다.
놈은 성큼성큼 기세 좋게 다가와서 다짜고짜 우리에게 묻는다. 태도에서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한치의 의심도 보이지 않을만큼 당당했다. 이야, 누가 보면 천하제일인인줄 알겠어?
"당신들이 별채를 빌렸소?"
".......하다못해 좀 겸손하게 하면 안되냐?"
"나는 진주언가의 단용재요. 선금을 치렀다면 선금보다 더 치러드릴테니 별채를 내어주시오. 내가 모시는 분께서 쓰셔야 겠소"
"칼만 안들었지 완전 날강도.......아니, 칼 차고 있으니 날강도 맞구만"
하다못해 정중하게 인사하고 목적을 드러냈다면 별채를 같이 쓸 용의는 있었다. 우리야 사람은 네명 밖에 안되니까 말이다. 별채는 오히려 넓고.
다른 사람이 별채를 빌릴 정도라면 인원이 어느정도 있을테고, 거기에 우리 네명이 더해져도 별 차이 없을거다.
하지만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했다. 자리가 비좁을 때는 양보해서 서로 이득을 보는 것도 좋지만 대놓고 저딴 태도로 나오니 누가 그런 느낌이 들까?
"일 없으니까 좋을 말 할 때 가라"
"돈으로 해결할 수 있을 때 양보하는게 좋을거다. 내가 모시는 분은 바로 진주언가의 언휘재 공자님이시니까!"
"걔가 누군데?"
"이놈!!!!"
하이고, 귀청이야. 바로 앞에서 소리치니까 귀가 다 아프네. 뻥이지만.
아무튼 그는 내가 귀를 후비며 건들건들 대답하자 금새 칼이라도 뽑을법한 태세를 취했다.
"단 무사. 무슨 일이오?"
"아! 지 대주님!"
그리고 한 무리의 무사들이 객잔으로 들어왔다. 음......이류, 일류, 이류......절정. 단주인 한명만 절정 고수고 나머지는 다 거기서 거기다.
놈은 촉새처럼 지 대주라고 부른 자에게 가서 우리를 가리키며 되도 않는 허언을 내뱉었다.
"대주님! 저놈들이 공자님을 모욕했습니다!"
"뭐라고!"
"아니, 모르는 사람 모른다고 한게 모욕한거냐? 니들 우리 누군지 알고 그런 소리 하는거고?"
그는 게슴츠레한 눈을 뜨며 우리 일행을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용하연에게 시선이 가서 닿는다.
.......아, 그러고 보니까 용하연 얘는 꽤나 미녀였지. 막 우리 마누라급의 그런 미녀 정도는 아니더라도 초월자에 발을 들인 이상 미남 미녀가 아닌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 최씨 집안만 좀 빼고.
남자가 보기에는 탐을 내는, 특히나 여자 인권이 씹창인 이 동네에서는 더욱 그런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좀 예쁘다고 소문나먄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마냥 한번 따먹어보려고 개지랄하는 놈들이 수두룩한게 무림이다.
솔직히 울 마누라가 저런 눈빛을 받았으면 그 새끼 눈깔을 군대에서나 쓰는 포크 숟가락으로 파주겠지만 용하연이니까 본인이 감수하라고 떠넘겼다.
"호오, 아름다운 소저시군"
"..............."
"지금 불쾌한 감정과 소저라는 호칭에서 번민하고 있는게 보이는데. 그렇게도 젊어 보이는게 좋냐?"
"네가 신경쓸거 아니다"
"나이 먹은게 그렇게 대수야? 그냥 있는대로 살지 좀"
"크흠!"
그는 자기를 신경쓰지 않고 대화하는 우리들의 주의를 모으기 위해 헛기침을 했다.
대강이나마 포권을 쥐어 보이며 정식으로 인사를 건낸다.
"진주언가의 지대수라고 하오. 강호의 동도들은 허조검진(虛助劍晉)이라 불리고 있소"
"아, 저는......"
"그르냐"
나는 일어나서 마찬가지로 자기 소개를 하려는 동동이를 말렸다.
만약 동동이가 이름을 밝히면 우리 정체가 드러나는건 한순간이다. 그러면 이런 개꿀잼 상황도 끝이고.
평소라면 그렇게 하게 해서 대접을 받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좆 같이 구는 새끼들에게는 나도 좆같이 굴어줄 생각이니까.
갑질 하다가 갑질 당하는 기분 한번 느껴볼래? 자고로 사람은 갑질은 해도 꼴갑질은 하지 말라고 했었는데!
"일단 내가 말하고 싶은건 두가지다. 첫째, 나는 진주언가의 언 공자를 모욕한적 없다. 모르는 사람을 모른다고 한게 죄는 아니지 않나. 그리고 둘째, 우리도 써야 하니까 별채는 내어주지 못한다. 차라리 다른 객잔부터 알아봐"
"우리 일행은 수십명이고 그쪽은 겨우 네명 아니오? 어느 쪽이 더 별채가 필요할지는 뻔한 일일텐데?"
"우리도 뭐 빌리고 싶어서 빌린줄 아나? 한창 성수기라서 자리가 없는데 그러면 늦게온 사람을 탓해야지. 없는 사람한테 방 빌려줄 수는 없으니 선착순인게 당연하잖아"
"늦게온 것을 힘으로 못할 것도 없지. 그렇지만 합의점이 없는 것도 아니오"
"뭔 소리 할지는 알겠지만 일단 말해봐"
"거기 있는 소저가 만일 공자님과 친분을 다져주신다면 같이 별채를 쓰게 해주겠소. 어떻소?"
"진주언가에는 날강도 새끼들만 있는 모양이다? 완전 개새끼들이네?"
"이놈!!! 감히 하북에서 진주언가를 모욕하는가!!! 간이 부어도 너무 부었구나!!!"
"니 새끼가 하는 말은 말이 친분이지 여자 내놓으라는 말이랑 뭐가 다르냐? 정파의 탈을 쓴 개잡놈이로구나!"
챙!!!
허조검진이 검을 뽑아들었다. 그러자 뒤에 있던 다른 무사들 또한 검을 뽑아들어 기세를 피워내기 시작했다.
나는 슬슬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태까지는 지들이 갑질을 해왔지만 이제부터는 내가 갑질을 할 시간이다.
쿠우우우웅!!!
"크어어어어억?!?!"
"수, 숨이!!!"
"무슨 기세가.......!!!!"
내가 가볍게 기세를 뿜어내다 단숨에 객잔이 멈춰버린다. 진심으로 뿜어낸 것도 아니고 단순하게 제압할 목적으로 뿜어낸 것이 육체적인 제압을 넘어서 심령 제압까지 하게 만든다.
물론 대놓고 객잔 전체를 장악하면 민폐니까 어디까지나 기세를 느끼는건 객잔 정도고 움직이지 못하는건 눈 앞에 놈들 정도다.
그들은 이제 내 허락 없이는 움직일 수 없다. 입만 나불거리는 것 밖에 못한다. 혀 깨물어서 자결하려고 해도.......원래 혀 잘렸다고 죽는건 의외로 어려운 법이거든.
내가 그러는 놈들 자주 봐서 잘 안다. 아니, 애초에 저번 황궁에서 봤던 유 승상이 왜 하필 독 발린 은장도까지 써가면서 죽었게? 그게 다 혀 깨물어 죽는 방법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개좆밥 새끼들이 아주 그냥 천마인지 천마데스빔인지 뭔지 하는 놈 때문에 눈이 팔렸지? 눈 앞의 고수도 못 알아보고 말이야"
"고, 고수께서는 누구십니까?"
"내 입으로 자기 소개하기 싫다. 동동아, 네 소개부터 해라"
대충 이렇게 될줄 알았다는 짜게 식은 눈으로 동동이가 일어나 포권을 쥐어 자신을 소개했다.
"처음 뵙겠소. 유혼검 동군영이라 하오"
"유혼검!!!!"
"설마 저들은......!!!"
"흉제! 그리고 마룡후다!!!"
"천하삼절과 그 제자!!!!"
사람들이 시끄러워지면서 소란스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전설 속의 고수들을 직접 보게되는 영광 어쩌구 나발을 하는데 솔직히 관심 없다.
그나저나 흉제란 이명도 퍼진 모양이다. 옥황상제가 나를 흉제라 부르듯 여기서도 어느새 퍼져서 알려진걸 보니까 슬슬 나도 무림인으로 취급받기 시작한듯 하다.
원래 무림인은 별호 받아야 한가닥 하는 수준으로 보이는거지. 그렇지 않음?
"휴, 흉제 대협......."
"왜? 용하연한테 한번 더 개수작 부려보지 그래? 막 돈 좀 쥐어줄테니 우리 방도 빼았고, 그치?"
"아, 아, 아닙니다 대협! 제발......"
놈들은 식은땀이 흐르다 못해 눈물까지 흘러내리고 있었다. 심령까지 제압 당해서 절정 고수고 뭐고 흔들고 있는거나 마찬가지라서 인간과 태산을 비교하는 감각을 대충 느끼고 있을 것이다.
"니들이 뒤지면 진주언가에서 개지랄할지도 모르겠지.......아직 니들이 모시는 사람은 오지 않은 모양인데. 그렇다면 전해라. 나중에 진주언가에 들르겠다고"
"대협!!!"
"방문하고 나서 언가에서 니들한테 내린 처벌을 보고 행동방침을 결정할거다. 만약 근신이라느니 그런 보여주기식 처벌을 내리겠다면 나도 진주언가를 무림에서 근신 처리해줘야겠지"
"........!!!"
"내 스승님은 남궁세가를 조져버렸는데 나는 진주언가를 조져버릴지도 모르겠구만"
"으, 으아아아아......!!!"
나는 기세를 거두었다. 객잔을 가득 채우던 긴장감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윽고 그들은 힘이 풀린 다리로 제자리에 주저 앉아버렸다. 일어나려고 했지만 그런 정신 상태로는 기 조차 수발이 자유롭지 않다.
1각, 그러니까 15분 정도 지나고 나서야 그들은 제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아직도 덜덜 떨리는 손발로 어설프게 포권을 쥐어보이며 땅에 닿을듯 고개를 숙여보이고 객잔에서 도망쳤다.
도망치는 것 하나는 빠르구만.
"별것도 안했는데 빌빌거리네"
"좀 과하게 했다. 저 정도라면 평생 트라우마로 남겠는데"
"그걸 뛰어넘을 수 있다면 대성할 수 있겠고, 그러지 않는다면 죽겠지"
"그렇다면 죽겠군. 그걸로 대성했으면 진작에 벽을 넘고도 남았을거다"
용기랑 공포를 아는 것! 인간의 훌륭함은 인간의 훌륭함!!! 크윽, 캄사합니다 체펠리 선생님!
자고로 무공을 익히는데 심성이 중요하다. 그걸 중요히 여기지 않는 놈들이 막 인성 파탄나는 마공 같은걸 익히는 법이고.
보다 높은 경지에 이르고 싶다면 확고한 의지와 거기에 걸맞은 정신수양이 필요하다. 오욕칠정에 충실한 주제에 경지에 이른놈 별로 못봤다.
"조용히 지나가려고 했는데 엮이게 생겼구만. 그런 느낌이 들어"
"이미 정체를 드러낸 시점에서 그런거 아닌가?"
"아니, 보다 본질적인 느낌이 말이야"
"흐음.......그렇군"
".......대협, 혹시 황궁에서 암약했던 암중세력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래"
용하연이나 동동이나 눈치가 빨라서 내 말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황궁에서 승상의 딸을 인질로 잡아 흔들어 나를 죽이려고 했던 차도살인지계의 계획. 그걸 실행한 암중세력은 천하삼절에 원한이 있는게 보였다.
그리고 내가 가는 진행 방향에 하필이면 천마의 유산이 모습을 드러낸다고? 다른 때도 아니고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뭘 원하는건지 몰라도 일단 놈들이 이 일에 내가 엮이길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충분히 거기에 응해주는 수 밖에.
"바빠질지도 모르겠다. 혹시 모르니까 동동이 너도 진도 좀 팍팍 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겠네"
"저 말씀이십니까 대협?"
"세상 일에는 뭐든지 만약이란 것이 있는 법이지. 우리가 자리 비운 사이에 딴 놈들이 쳐들어오면 선이 지켜줄만한 녀석이 너 말고 더 있냐?"
원래 앞으로 1,2주 정도 더 걸려서 차차 경험치 좀 더 쌓고 가려고 했지만.......조금 이르기는 해도 충분한 실력을 쌓았다.
그 다음 단계로 올라가기에도 결코 모자라지 않을 그럴 실력을 말이다.
"일단 너부터 초절정 경지로 올려야 쓸만해질것 같다"[작품후기]생각해보면 몇달만에 일류에서 초절정으로 키운거임. 지구로 보면 반에서 상위권 수준의 애를 반년만에 하버드 보낸 느낌.
선생님은 못해도 과외는 잘한다!
주인공은 환생자로서 경험은 충분하지만 아직도 빡대가리라 머리 쓰는건 못합니다.
만약 문과가 아니라 이과였으면 지금보다 3배쯤 강했음. 다만 로드는 못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