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376화 (376/507)

376회

[화성 심시티 빌드잇]가르-레칼이 사용하는 주된 공격은 세가지였다.

하나는 마그노 레톤을 이용한 광탄, 혹은 열선 공격들. 그리고 두번째로는 염동력, 마지막으로 일정 범위 내의 물질을 소멸시키거나 상성을 무시하고 베어내는 공간 계통의 공격들이다.

아바타로는 그거 세가지 밖에 못하는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 백리 일행에게는 좋은 상황이였다. 적의 전술이 한정되어 있다면 빈틈을 찌르는건 쉽다.

키이이잉!!!

"이명! 공간 계통!!!"

"큭?!"

"발판 만들어주마! 피해라!"

소피아가 얼음 장벽을 세움과 동시에 허공에서 얼음 송곳을 얼려 그대로 쏘아냈다. 강철판도 단숨에 뚫어낼 강도와 위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가르-레칼의 아바타에 닿는 순간 부서진다.

그리고 이어서 덮쳐오는 범위 계열의 공간 진동, 마치 보이지 않는 구체가 잡아먹는 듯 얼음 장벽의 일부가 덥석! 하는 느낌으로 파였다.

가장 앞에 있는 백리, 윌리엄, 살라딘은 이미 몸을 피했다. 범위가 넓고 다치면 안된다는 까다로운 면이 있지만 한번 당했다면 피하는건 쉬웠다.

"대가리를 깨주마!"

붕! 붕! 붕!!!

살라딘이 위협적으로 워 해머를 휘두르며 원심력을 더했다. 셋이서 각자 돌아다니며 놈이 다른 곳에 신경쓰지 못하도록 밀어붙인다.

[이 이교도 놈!!!]

"염동력 옵니다! 제가 막을게요!!!"

마그노 레톤은 순수한 의지의 힘이기 때문에 분해의 이치가 통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하나인 것을 분해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태극권의 묘리로 염동력의 힘 자체가 닿기 전에 흘려내는 것은 가능했다.

살라딘에게 염동력이 닿기 전에 백리가 태극나선경을 펼쳐서 힘을 흘려낸다. 그리고 그 틈을 노려서 살라딘의 워 해머가 가속해 막대한 충격량을 놈에게 때려박았다.

터어어어어어엉!!!

질량 X 속도 = 파괴력이라고 했다. 워 해머의 묵직함과 마스터 유저의 신체능력을 통해 원심력을 더한 일격의 파괴력은 한순간 고막이 먹먹해질 정도로 충격파를 사방으로 발산했다.

.......하지만 소리가 조금 이상했다.

"아니?!"

정확히 머리에 때려박았지만 놈은 멀쩡했다. 아무런 데미지도 입지 않아 보였다. 맞고 견뎌냈다는 의미가 아니라 처음부터 닿지 않은 듯한 느낌이다.

중국에서 보았던 놈의 아바타는 강하게 후려치면 그래도 닿는 감은 있었다. 하지만 이건.......

그걸 본 백리와 마스터 유저들은 한순간 그게 뭔지 알아챘다.

"그 녀석의 역장!!!"

"형이랑 비슷한걸......!!!"

[신의 경전을 입에 담지도 못하는 것들의 공격이 내게 통할것 같으냐!!!]

가르-레칼의 아바타가 두르고 있는건 최악의 역장과 비슷한 것이였다. 단지 조금 다르다면 최악은 '간섭'과 '감각'을 기반으로 하여 순수한 의지로 된 역장을 두르는 반면에 놈은 공간 계통을 응용하여 두르고 있었다.

둘 다 의지를 사용했지만 조금 다르다. 어느 쪽이 우위냐고 물으면 역시 최악이 한참이나 위였다.

하지만 지금 그들에게 있어서 똑같이 높은 곳에 위치한건 별반 다를바가 없었다.

소피아는 예상 외의 상황에 조금 놀랐지만 그래도 당황하지 않고 타개할 대책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놈이랑 친하게 지냈으면 저걸 뚫을 수 있는 방법도 알고 있지 않나!"

"물리법칙이 아니라 개념에 간섭한 공격을 날려야 한다고 했어요! 아니면 의지 기반의 공격이라던가!!!"

"둘다 못할만한 일인데......!!!"

하다못해 지구가 발전해서 공간진동을 일으킬 수 있는 폭탄을 날린다면 본체는 몰라도 아바타 정도는 쓰러트릴 가능성은 있다.

그렇지만 아직 지구는 거기까지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백리 또한 거기까지 연마하지 못했다.

태극나선경을 극성까지 쓸 수는 있지만 순수한 의지의 힘 앞에서는 쓸모가 없고 흘려내기만 해서는 놈 앞에서 주의를 끄는 것도 못한다.

키잉! 키이잉! 키이이이이이잉!!!

"연속해서 온다! 피해!"

"참격 계통도 섞여 있어요! 윽!!!"

"어떻게 해야......!!"

최강의 창과 최강의 방패, 가르-레칼의 현 상황을 보면 딱 그 말이 생각 났다. 두가지를 겸비해서 무적이나 다름없는 상황에 돌파할 수단은 드물었다.

"히비키씨는 저런 녀석을 상대로 어떻게 시간을 끌었던거예요?!"

"죽을 각오로!!!"

"애초에 의지를 다룬다는게 무슨 뜻인지 몰라!"

인간이 살아 있다고 판단하는데는 단순히 심장이 뛰고 살아 있다는걸 의미하는게 아니다. 그런걸 따지면 뇌사 상태의 인간도 살아 있을테니까.

스스로의 자아, 그리고 자아에서 발현되는 목적성, 그것을 충실하게 해내고자 한다면 의지를 느낄 수 있다.

백리도 순수하게 의지는 사용할 수 없다. 태극나선경을 매개로 사용하는건 가능하지만 지금은 보다 강한 공격이 필요했다.

[약하구나 지구의 사도여! 첫번째 거점에서 보았던 수호자는 미완성이라고 하나 나의 아바타와 끝을 같이할 정도로 강했을진데 네놈은 훨씬 약하구나!!!]

"뭐?!"

백리가 경험에서 다른 마스터 유저에게 밀리는건 당연했지만 싸운다고 지는건 아니다. 오히려 압도할 수 있었다. 물론 그건 히비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히비키가 단순히 시간을 끈게 아니라 놈과 동귀어진 했다는 소리는 처음 들었다. 마지막으로 히비키를 보았을 때는 놈에게 조금 데미지를 주는 정도에 불과했는데 어떻게?

[네놈들의 생각도 모를줄 아는가? 저번과 같은 일을 또 저지르는걸 두고 볼 것 같으냐!]

우우웅!!

가르-레칼이 염동력을 사용한다. 어차피 그들의 공격은 닿지 못하니 신전에 잠입한 자들을 처리할 생각이다.

"놈을 막아!!!"

소피아가 소리치고, 한 순간 백리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한다. 마치 주마등처럼 한순간에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놈에게 데미지를 주려면 개념적인 공격, 혹은 의지 기반의 공격을 해야했다.

태극나선경은 제외. 그러면 자신에게는 무엇이 남지?

그런걸 쓸 수 있는 사람이 지나간다. 최악, 용하연, 이경진.......대부분은 따라하지 못하지만 시도해볼만 한 것은 있었다.

키잉!!!!

"윽!"

백리는 용하연의 제자다. 그녀의 공간 진동은 몇번이고 보았고 놈의 공간 간섭 또한 보았다. 전자의 경우 공간을 공명시켜서 울림과 동시에 활용하는 것이고 후자는 마그노 레톤으로 공간을 장악해 사용하는 것이다.

그 정도 파악하고 이해했다면 사용할 수 있었다. 보고, 배우고, 습득하고. 한때 백리가 한강에서 봤던 두꺼비 원종의 재생 특성을 보고 초재생 특성을 얻은 것처럼 반쪽이나마 초월자로서의 오성과 인과율의 보정이 그를 한단계 높은 경지로 이끈다.

[아니!]

"이거나 처먹어 새꺄!!!"

키이이이잉!!!

백리가 수도(手刀)를 휘둘러 놈에게 용하연의 성명절기인 공간참을 날렸다.

원래 용하연의 공간참은 검으로 펼쳐야 할 기술인데 맨손으로 펼쳐서 부담이 있었지만 다행히도 그건 공간 계통으로 인한 부상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백리의 초재생 특성으로 회복이 가능했다. 말하자면 총을 쏘아서 맞은 상처와 총의 반동 때문에 입은 상처의 차이였다.

가르-레칼은 그들과의 교전 중 처음으로 당황하여 그 또한 공간참을 날려 백리의 공간참을 막아내었다.

콰지지지직!!!

공간 계통의 공격은 서로 상쇄된다. 비록 백리의 것이 어설프다 하더라도 그걸 위력으로 매꾸었다. 몸에 가는 부담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 무식한 힘싸움!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백리에게는 충분히 효과적이다.

"그런게 있었으면 진작에 썼써야죠!"

"이제 쓸 수 있게 된거거든요?!"

윌리엄의 타박에 백리가 대꾸해주고 앞으로 나섰다. 놈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이상 이제 승기를 되찾는 것만 남았다.

하지만 가르-레칼은 그런 그들을 비웃었다.

[볼 때마다 나를 놀라게 하다니, 인디-마그나가 경고했을 만도 한 별이구나. 허나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나?]

"어.......?"

그때, 후방에서 그들을 지원해주던 포스 유저팀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포, 폭탄을 설치하러 갔던 팀원들에게서 연락이 없습니다!!!"

"뭐라고?!"

"이 자식 어느틈에.....!!!"

[첫번째 거점에서는 신전이 미완성이기 때문에 집중을 해야 했지만......거의 완성된 이 두번째 신전에서는 거리가 떨어져 있더라도 너희를 상대하면서 신전에 발을 들인 자들을 붙잡는건 어려운 일도 아니지]

처음부터 같은 수로는 승산이 없는 싸움이였다. 가르-레칼은 그걸 알기에 적당히 상대해주는 척 한것 뿐이고 뒤에서는 신전의 중추에 잠입하려고 드는 부대원들을 구속했다.

죽이지 않은건 그들이 이미 텔레파시 같은 것으로 이어져서 죽이면 그 순간 알아차리게 된다는걸 알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놀아주기 위해서 그들을 상대해주고 있었을 뿐이다.

"이 새끼!!!!"

농락당했다는 분노가 차오른다. 하지만 분노보다 중요한건 여기서 무사히 빠져나가는 것이였다.

백리는 머리 끝까지 열이 올랐지만 그래도 뭐가 필요한지 골라야 했다. 작전은 더 수행할 여력이 없으니 최대한 힘을 아껴서 물러나는게 제일 좋은 선택이다.

"소피아씨! 일단 후퇴해서......."

"......아니, 그럴 필요 없다. 플랜 B로 가도록 하지"

"네?"

"플랜 B? 그런게 있었어요?!"

소피아 외에는 들어본적 없는 작전이다. 애초에 이 작전은 성공하느냐, 하지 못하느냐로 갈리기 때문에 실패하면 후퇴하는 수 밖에 없었다.

여기서 차선책을 준비해 두다니, 아니 그 이전에 다른 마스터 유저들과 심지어 백리 조차도 모르던 일이다.

쩌저저적!!!

얼음 장벽이 치솟는다. 가르-레칼의 정면에 솟아오르고 다시금 신전 내부를 가르는 얼음 장벽은 어느새 인간형 적성종과 싸우던 포스 유저팀까지 한곳에 모으는 형태가 되었다.

전투의, 전술적인 이점을 취하기 위한 형태가 아니라 돔 형태로, 마치 외부에서 일행을 전부 보호하기 위한 얼음 장벽은 두께만 하더라도 수 미터에 달할 정도로 두텁다.

소피아가 만드는 얼음은 일반적인 얼음과 다르게 그 강도가 뛰어난걸 생각하면.......그 얼음 돔의 방어력은 핵 방공호보다 뛰어날지도 모른다.

[발버둥이라도 칠 생각인가? 헛된 짓을.......]

얼음 돔 안에 스스로를 가둔 형상이기 때문에 가르-레칼의 의지를 통한 의사전달은 몰라도 그들의 말은 그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소피아는 이번에는 그를 비웃으면서 말했다.

"마더 러시아에 온걸 환영한다. 그렇다면 러시아 특제 방사능 홍차를 먹어보는건 어떤가?"

[음?]

러시아 측에서는 이미 작전이 통하지 않을지도 모른단 가정을 했다. 외부에서 침입하는 작전도 같은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내부에 침입한 뒤도 마찬가지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최후의 방법으로 준비해둔 것이 있었다.

안에서 안된다면 바깥에서 하면 그만이다. 그것도 존나 큰걸로!!!!

-터트려라.

소피아가 신전 외부에 있을 다른 팀원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내자 십수초 뒤에 섬광이 일어났다.

그리고 한발 늦게, 고열의 폭풍과 방사선이 부서진 신전 정문을 통해 불어닥혀 들어온다. 하늘이 찢어지는 듯한 폭음은 그 다음의 일이였다.

[이놈들이이이이이!!!!!]

"네 능력이 굉장한건 알겠지만. 이 신전 외부와 내부를 전부 커버가 가능한가?"

인류가 만든 죄악, 그것도 20메가톤급의 핵폭탄이 터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

*

*

*

본디 핵무기는 쉽사리 써서는 안되는 일이다. 그리고 핵무기를 적성종을 상대하는데 쓰지 않는 것은 그 피해가 막심하기 때문이였다.

결국은 상호확증파괴, 아니 사실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것처럼 이쪽의 피해가 더 큰 일이니 손해에 가깝다. 그래서 핵무기 사용은 생각 외로 두는 법이였다.

러시아가 핵을 사용하는데 결정을 내린 이유는 3가지가 있었다.

첫째로 라프 에너지로 이루어진 돔 내부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20메가톤급 핵폭탄을 그 중심에서 터트려도 바깥까지 그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 설령 영향이 있더라도 이미 돔 인근에 사람들은 대피하고 난 뒤라서 피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두번째는 돔 내부는 이미 놈들이 모든 시설을 파괴하고 개조했으며 생존자는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추가적인 피해를 계산해야 하는게 아니라 돔 내부는 놈들을 전부 처리하고 다시 세워야 하기 때문에 핵으로 파괴되더라도 상관없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세번째. 러시아에는 시온이 빌려준 테라포밍 장비가 아직 대여 기간이 남아 있었다. 즉, 방사능 같은 장기 피해를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세가지 조건이 합쳐졌기 때문에 러시아 정부는 핵 사용을 허가했다. 다른 나라에서 태클을 걸어오겠지만 어쩌겠는가, 자기 나라에 핵을 쏘겠다는데!

한편으로는 블라디미르 대통령이 독재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조금은 이유가 되었다. 미국에서 핵을 쏘겠다면 반발이 있겠지만 독재 권력이라면 그런 반발도 억누르기 이전에 반발하는 자도 드물테니까.

백리조차 견딜 수는 있어도 그 정도의 위력은 낼 수 없을거라 생각하는 거대한 폭풍 앞에서, 소피아의 얼음 돔은 충분히 그것을 견뎌냈다.

"미......미쳤어요?! 핵을?! 아니, 핵을 터트렸어요?!?!"

"나갈 때는 포스를 둘러서 방사능을 막으면 그만이다. 어차피 이곳에 며칠 내내 있을 것도 아니니까 그 정도면 되겠지"

"러시아의 명물이라고 하길래 뭔가 했더니 핵이였다고요?!"

그 백리가 반말까지 깔 정도로 어이가 없었다. 비록 핵폭발 속에서 살아남았다고 하지만 그래도 핵은 두렵다. 21세기의 지구를 살아가는 인간의 본능이라고 봐도 된다.

윌리엄은 나름 침착하게 소피아에게 말을 걸었다.

"........처음부터 저희도 양동이였군요"

"만약 플랜 A가 성공했다면 핵폭탄이 든 컨테이너는 별일 없이 회수했을거다"

"좀 말해주면 어디가 덧났나?"

"혹시나 놈을 속여야 한다면 아군부터 속이는게 나았으니까"

그들은 더 따지려고 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벌어진 일이고 그거에 대한 외교 문제나 감정 문제를 따지기에는 지금 상황이 말이 아니다.

제염 장비가 있으니 방사능 덕지덕지 묻히고 돌아다닐 염려는 없을거다.

"도대체 핵이 언제부터 러시아의 명물이였는데요?!"

"방사능 홍차 들어보지 못했나?"

"홍차가 어디있는데!!!"

백리만 열받아서 소리칠 뿐이였다.

[작품후기]설명하기도 하지만 하나만 부족했어도 핵폭탄 같은거 못썼음.

러시아의 명물 방사능 홍차나 먹어라!!!(홍차는 없음).

다음화로 이제 무림 파트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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