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371화 (371/507)

371회

[화성 심시티 빌드잇]시간이 지나면서 타국에서 날아온 지원 병력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특히나 영국과 터키에서 날아온 마스터 유저들은 더욱 각별했다. 히비키도 행방불명된 마당에 보내준 것은 충분히 존중해야 마땅하며 그들의 의지는 고귀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편하게 윌이라고 불러주세요"

"어........"

백리는 영구의 마스터 유저. 나이트 가웨인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는 윌리엄을 만나자 침음성을 내뱉었다.

어째 도플갱어를 본듯한 느낌이다.

물론 인종이라던가 외모라던가 다른건 많지만.......마치 백리가 좀 더 환경이 다르고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배웠다면 그렇게 됐지 않을까 싶은 정도였다.

최악도 그를 만났을 때 한편으로 백리를 떠올릴 정도로 분위기가 닮아 있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백리라고 해요"

"이야기는 들었어요. 히비키씨에 대한건 유감을 표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눈 앞의 일부터 처리하는게 더 중요할것 같네요"

"아직 확실한건 없어요.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쉽게 죽을것 같다는 생각이 안들거든요"

"흠........"

윌과 히비키는 활동 영역이 다르다. 한국의 이경진도 파견을 나가도 일단 동맹국인 미국까지는 나가지만 유럽권에는 나가지 않듯이 일본의 히비키와 영국의 윌의 영역은 전혀 달랐다.

그래서 만난적도 그리 많지 않다. 아마 실질적인 시간을 따지면 백리보다 조금 더 많은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도 알고 있었다. 히비키의 성격이라면 어디서 크게 다쳐서 회복중이더라도 반드시 살아 돌아올 것이다.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그럴 확률이 높았다.

다만 다른게 있다면 백리와 윌의 사고 방식이였다.

백리는 그렇게 믿고 싶은거지만 윌은 확신하기 때문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모여서 듣죠. 인사할 사람이 꽤 많을거예요"

"아, 네"

"........그런데 솔직히 그런식으로 막무가내로 말할줄은 몰랐어요. 국제 외교상 그런식의 발언은 대충 9.11 테러 당시의 분노한 미국 정도일텐데"

"아니, 그 정도 까지는......."

"괜히 미국에 비교한거 아니예요. 그만한 힘이 있으니까 그런거죠"

백리가 협조를 끌어모은 방식은 한편으로 반쯤 협박에 가까웠다. 원래 외교란 이래저래 간을 보면서 이득과 불이익을 패로 하는 눈치 싸움과 같았다. 막 나가면 최악이 깽판 칠 때의 중국처럼 아무도 도와주지 않게 된다.

당시의 중국 정부는 압박적인 외교로 인해 미움을 샀었고, 그래서 해외에 다른 국가들에게 협조 요청을 했으나 정작 들어준 것은 터키 밖에 없었다. 그나마도 이권을 제시했기 때문에 파견해 주었다.

"그건 원한 사는 일이예요. 물론 이런 일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원한을 살 때가 있죠. 그걸 생각하고 움직이는게 좋아요"

".......네, 충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윌은 싱긋 웃으면서 무거운 분위기를 전환했다.

"그렇지만 서로 나이도 비슷하니까 친하게 지내자고요. 무거운 이야기 해서 미안해요"

"아뇨, 당연한 이야기인걸로, 저는 경험이 부족하니까 그런 충고는 깊게 새겨 들어야죠"

"전 먼저 들어가 있을께요. 나중에 봐요"

윌의 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백리랑 성격이 비슷한만큼 통하는 면이 많았다.

다음으로 만난 것은 터키의 마스터 유저, 살라딘이였다.

전에 중국에서 봤을 때보다는 초췌한 모습이지만 그래도 멀쩡해 보였다. 아무래도 수도 복구 작업이 한창이라서 바쁜 모양이다.

"지난번 이후로 처음이군. 사실 고맙다는 말을 했어야 했는데.......미안하다"

"네?"

"나는 네 덕분에 목숨을 건졌지 않나?"

살라딘은 중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파견되어서 최악을 쓰러트리기 위해 뒤에서 기습했다. 그것도 한창 용하연이랑 치고박고 간만에 스트레스 풀고 있을 무렵에.

최악도 필요에 따라서 암습 같은 것도 하니까 딱히 그를 나무랄 생각은 없었으나 하필이면 타이밍이 문제였다. 간만에 속 좀 풀리나 싶던 최악은 빡돌았고 그 대가로서 터키의 수도인 앙카라의 일부가 초토화 되었다.

당시 상황으로 보면 그건 최악에게 분노하고 규탄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였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걸로 끝난게 나았지. 그걸 생각하면 오히려 감사할 뿐이다"

"아......"

당시의 최악은 그저 마스터 유저, 혹은 그랜드 마스터 수준의 포스 유저로 알려져 있었을 뿐이지만 지금은 문명을 심판하는 대마왕이란 것을 모르는 인간은 없었다.

하다못해 어디 오지의 전통을 가지고 살아가는 소수 부족이라도 알고 있는 판에 터키의 여론은 한순간 반전되었다.

대마왕 강림 이전의 터키는 최악의 처벌을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그 이후에는 반대로 성향이 달라졌다. '이 정도 처벌로 끝났으면 오히려 다행 아닌가?'하고 말이다.

그 여론은 멕시코의 멸망 이후로 더욱 강해졌다. 손쓰지 않아도 국가 하나를 멸망시킨 대마왕이 수도 반파 정도로 봐준건 자비나 다름없으니까.

"게다가 네가 분투해준 덕분에 나도 목숨은 건질 수 있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살 떨리는 일을 저질렀었지만 말이다"

"아......그렇기도 하죠"

최악이 살라딘을 죽이려고 할 무렵에 나타난 백리가 뒤지게 얻어 터지다가 결국에는 최악이 타협을 봐서 목숨을 건졌었다.

어떻게 보면 그에게는 백리가 생명의 은인일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 내가 여기에 온건 내 개인 의견도 어느 정도 들어간 일이다. 신세 진 것이 있으니 최선을 다해서 돕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백리는 그저 고개숙여 감사를 표할 수 밖에 없었다.

그건 백리가 쌓아온 선업의 결과였다. 백리가 행동한 원인이 결과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인과란 바로 이런 것이다.

"우선 먼저 들어가 있지"

"네, 저도 금방 들어갈게요"

마스터 유저가 온 곳은 영국과 터키 뿐이지만 지원을 해준건 다른 여러 국가들도 많았다.

백리는 하나하나 그런 국가의 대표들과 인사하며 돌아다녔다. 강압적으로 지원을 받았으니 거기에 해당하는 인사 정도는 해야 반발이 적은 법이다.

현장에서 등을 맡기고 손을 맞춰야 하는데 트러블이 생기면 목숨이 위험하다. 백리 혼자서 거점 공략을 할 수 없듯이 사람들과는 친하게 지내야 했다.

그리고 백리는 이탈리아에서 온 포스 유저 파견자들과 만났다.

"어?"

이탈리아 포스 유저 대표는 생각외로 남자가 아니라 여성이였다.

포스 유저로 각성하면 남자던 여자던 평범한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별의 태생적인 한계를 확 뛰어넘을 수는 없다.

같은 포스 유저, 그리고 같은 가이아 포스의 출력이라면 결국 남성 쪽이 근력적으로 위다.

여성보다 남성이 더 근육이 생기기 쉽고, 2차 성징 이후라면 남자를 힘으로 이길 수 있는 여성이 오히려 드물다. 소프트 웨어가 같다면 하드 웨어가 더 우수한 쪽이 이기는건 당연했다.

"이탈리아 대표로 온 아드리아나 파첼리라고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표씩이나 맡고 있다면 그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였다. 포스 유저인 만큼 미녀인건 당연했지만 오른쪽 눈을 안대로 가린 금발의 미녀는 어떤 식으로든 눈에 띌 수 밖에 없었다.

마치 절벽 위에 핀 들꽃 같은 사람이였다. 고난과 역경을 딛고 스스로 일어난 느낌이다.

"......백리라고 합니다. 음, 파첼리씨라고 불러도 될까요?"

"마음대로 불러도 좋다. 어차피 호칭이야 편하면 그만이니까"

"네, 알았어요"

나이는 포스 유저라서 젊은걸 생각해도 대충 서른 전후로 보인다. 무기는 그녀의 한쪽 허리춤에 권총 하나를 차고 있는 것으로 보아 총기인듯 했다.

기본적으로 포스 유저에게 총기란 그리 좋은 무기는 아니다. 미국의 마스터 유저인 제이콥이 총기를 쓰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가이아 포스는 휘발성이 강해서 직접 접촉한 무기 이외에는 그 상태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탄창에 가이아 포스를 담는다 하더라도 쏜 시점에서 열화는 시작된다. 물론 보통 사람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만큼 빠른 속도지만 적성종의 물리 내성까지 생각해 효율을 따지면 총알 한발 쏘는 것보다 주먹이나 검으로 한번 더 베는게 나았다.

"총을 쓰시나봐요?"

"나름 명사수지. 주로 적성종의 눈을 꿰뚫는게 장기다"

"아하"

적성종이라도 대다수가 시각 기관은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인간에게도 눈이 약점이듯 놈들도 당연했다.

포스 유저의 일격보다 총이 빠른게 한가지 있다면 그건 속도였다. 그걸 이용해 적의 시각부터 빼았는다면 상대하기는 수월해진다.

백리는 모르지만 그녀는 요주의 인물이였다.

미국에서 수집한 정보 중에 그녀가 현재 포스 유저 중에서 가장 마스터 유저에 가깝다고 파악한 사람이다. 그만큼 실력은 준 마스터 유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잘 부탁드려요"

"이쪽이야말로"

백리와 아드리아나는 서로 악수를 하며 인사했다.

*

*

*

*

그 시각 화성에서 시온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뭔가 아주 더럽고 짜증나는 느낌이 납니다. 제가 격렬하게 감정 표현을 할 정도로......!!!"

"머임? 대체 머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임?!"

"마치 누군가가 제 물건을 빼앗아가려고 할 때 느껴지는 기분입니다"

"누가 기술 유출이라도 하는거 아니야? 어디서 따로 전송 받은 정보라도 있어?"

"그게 아니라 본능적인 겁니다"

시온의 직감은 별로 믿을게 못되지만 초월종인 하논으로서의 직감은 믿을만 하다. 아무리 시온이 초월자 중에서 약한 편이라도 종특까지 말아먹을만큼 약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커피로도 성이 차지 않아서 찬물을 두어잔 들이키고 나서야 화가 가라앉은 시온은 조용히 생각했다.

"이 더러운 느낌.......마치 울 남편한테 누군가 달라붙어서 후발주자 주제에 선두로 나아가는걸 보는 느낌입니다"

"연적 출현 두둥! 그렇게 구체적인거 보면 대충 그런 상황 아니야? 근데 아저씨한테 아줌마보다 더 우선순위인 사람이 있다고?"

"안타깝지만 저보다 더 먼저 만났던 사람은 다 죽었습니다"

"안타까운 표정이나 지으면서 말하지 그래?"

최악과 시온이 만난건 환생 초기이기는 하지만 그 전에 최악이 결혼한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였다.

두사람이 결혼 하고 나서도 최악은 종종 다른 사람하고 결혼했었다. 물론 최우선 순위는 결국 시온이지만 마음만 맞으면 남자로서든 여자로서든 결혼해서 잘 살았다.

하지만 인간이란 결국은 유한. 천수를 다하던 아니면 타의에 의해서 죽던, 수명이란 개념이 없는 하논 앞에서는 스러진다. 결국 무한히 환생하는 최악 옆에 남는건 무한히 살아갈 시온 밖에 없었다.

"그런 저한테 연적 같은게 생기려면 막 환생 1회차 마누라라도 데려와야 하는거 아닙니까?"

"말이 씨가 된다고 하는데! 그런말을 하면 플래그 박는거야!"

"음......."

물론 그래도 최우선 순위는 시온이다. 여태까지 살아온 시간은 최악이 산 환생 1회차보다 수십배는 길었으니까.

하지만 흔들리지 않은거란 장담은 할 수 없다. 최악도 한편으로는 미련이 있을테니 말이다.

"남자는 첫사랑을 잊지 않는다고 하지. 아무리 상처 입고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라 하더라도 평생 가지고 가는 법이야. 근데 아무리 아저씨라도 첫사랑을 잊을까?"

"가끔 이야기 하기 싫어하는거 보면 절 신경쓰는것 같기는 합니다만......"

"자세하게 이야기는 안했지? 뭐 좋아한다, 같이 뭘 했다. 그런거"

"마누라랑 있는데 다른 여자 이야기 할 만큼 울 남편은 눈치 없는 숙맥이 아닙니다"

연애초보 백리라면 모를까 최악은 남녀간의 연애 문제에 꽤나 밝은 편이다. 다만 그가 상대방의 감정을 무시하는건 눈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일부러 무시하는 쪽이였다.

"그래도 이야기 하기 싫은거야. 그때 그 추억을 꺼내는건 복잡한 감정이 많을테니까"

".......한창 썸이나 타면서 아직 결혼도 못한 주제에 무슨 충고입니까?"

"나에게는 수많은 루리루리들이 전해주는 연애담이 있다! 고마워요 모솔아다루리!"

"하필이면 가장 조언을 받지 말아야 할 루리한테?!?!"

시온에게 있어서 가장 두려운 것이 있다면 그건 최악에게서 버림 받는 것이다.

최악에게 있어서 가장 두려운 것이 있다면 그건 시온에게서 바림 받는 것처럼.

그건 차라리 죽는 것보다 더욱 비참하다. 감정 표현이 드문 하논의 종특으로도 그걸 겪으면 미친년처럼 비명을 지르며 울다 스스로 목숨을 끊겠지.

"........설령 그이의 첫사랑이 다시 환생했어도 전생 각성할 확률은 낮습니다"

"환생 했는지 안했는지부터 확신해야 하는거 아니야? 아니, 애초에 아줌마 능력이면 전산망 뒤져서라도 확인할 수 있잖아.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하는거야?"

"그건......."

"솔직히 무섭지?"

최악이나 시온이나 무서운거다. 차라리 현대에서 다른 인연을 만나는 것이라면 시온도 해프닝으로 여기고 결국에는 받아들일테지만 최악의 첫사랑은 다르다.

'자기가 모르는 최악'이란 과거를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란 메리트는 여태껏 같이 살아온 시온보다 못해도 가장 강력한 라이벌임은 틀림 없으니까.

"무섭지 않습니다. 저는 그를 믿기 때문입니다"

허나 시온은 그 이후의 최악을 알고 언제나 같이 지내온 사람이였다.

상대가 조커를 들고 온들 오로지 그 패 한장 만으로 상황을 모두 역전시킬 수 없는 법이다. 시온은 나머지 카드를 전부 패로 가지고 있으니까.

"으으으으음, 이거슨 슈퍼 정실 대전의 예감!!!"

"누가 월급 주는지 생각해보십시오, 휴먼"

"앗, 아앗, 저는 아무말도 안했습니다. 읍읍!!!"

루리는 장난스럽게 넘어갔지만 곁눈질로 시온의 표정을 읽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하논의 무표정한 얼굴은 읽기 힘들며 특히나 시온의 표정 변화는 최악 밖에 알아볼 수 없었다.

지금 그는 이 자리에 없으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과연 그녀는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일까?[작품후기]지구 최강(주인공 소환 가능).

시온은 주인공의 환생 초창기부터 봐왔고 수명도 없어서 주인공이랑 천생연분이지만 딱 하나 카운터가 있다면 주인공의 첫사랑이죠.

솔직히 남자의 첫사랑은 조강지처 이상의 묘한 힘이 있습니다. 그래도 모쏠에게는 해당 없음.

전생각성 하는 애들 나온게 이거 떡밥이였음ㅇㅇ.

슈퍼 정실 대전! 이거슨 마치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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