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8회
[화성 심시티 빌드잇]창조의 절대자에게는 자식이 5명 있다. 죽은 사람까지 합치면 6명이지만 현재 살아 있는 자식들은 5명이다.
개중에 장남이 심판의 절대자 그레이, 차남이 최강의 대마왕 팬텀이며 셋째가 용제(龍帝) 넷째가 이란성 쌍둥이로 영제(靈帝)와 막내 여자아이까지. 그렇게 다섯명이다.
그런 그들을 합쳐서 최악이 속한 최씨 가문과 비견되는 명문가인 류씨 집안이였다.
"집안 평균 무력 수치가 로드 수준으로 해먹고 있어서 적폐가 아주 그냥 따로 없어요. 어지간한 차원 하나에서 로드 나오면 로또 연속으로 2만번쯤 당첨된 수준이나 다름없는데 그런거 보면 역시 재능빨이다 싶지"
"로드는 재능만으로 오를 수 없잖아요. 애초에 초월자는 다 그렇긴 하지만"
"그런데 그런 로드를 상성 차이가 있었어도 죽인 최악씨는 도대체......."
"대인전 한정 무적. 아저씨는 대충 그런 느낌이지. 아마 로드 이상 초월자들도 아저씨랑 상대하려면 스펙으로 짓누르는 수 밖에 없을껄?"
순수하게 1대1, 근접전으로 갈 경우에는 최악은 경지 이상의 전투력을 발휘한다. 최강의 대마왕이라 불리는 팬텀 마저도 그런 최악과 근접 전투는 피할 정도다.
그걸 본다면 과연 운명의 절대자가 마지막 패로 뽑은 초월자다웠다. 한편으로는 최강의 조커가 될테니까.
더군다나 성장 가능성까지 있다. 그걸 생각하면 얼마나 강해질지 소름이 돋는다.
"대마왕 하나하나 쟁쟁한데 그 중에서 톱3에 드는거 하나만으로도 쩌는거 아니겠어? 물론 그중에 막내는 나랑 같은 단말 출신인 누리지만"
"아, 그녀라면 봤죠. 꽤 많이 닮았던데요?"
"당연히 닮을 수 밖에. 우리들은 죄다 갓-루리루리 태생이라서 외견은 거기서 거기니까. 환경적인 요인이 있어도 크게 다르진 않을껄? 잘해야 다른 지역에서 자란 형제 느낌?"
루리는 자기가 신의 단말이란 것에 딱히 불만이 없었다. 오히려 좋았다.
사랑 받는 환경에서 자란 덕분이 아니라 어지간해서는 그냥 이득이다. 단말로서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였고 자아 또한 보장 받는데다가 오히려 평범한 사람보다 재능과 능력을 보너스로 받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레귤러로 태어난게 바로 자유의 대마왕 누리였다. 그 누구에게도 구속 받지 않는 자유를 찾아 신의 단말이란 천형에서 탈출한 것이다.
"대마왕이란 인간에게 좋던 나쁘던 애정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 그렇지 않는다면 애초에 대마왕으로 선택받지 못하는게 당연한 일이니 그런걸 본다면 누리씨도 한편으로는 인간을 좋아하겠죠"
"그건 그렇지. 애증은 종이 한장 차이고, 유토피아 오빠도 인간에겐 나름 애정이 있으니까"
유토피아의 가장 친했던 친구는 인간이였으나 인간이 일으킨 전쟁에 의해서 죽었다.
당시의 유토피아는 관리자 엘리처럼 효율을 추구하는 하논이였기 때문에 인간의 생사에 신경쓰지 않았으나 그 일로 인하여 감정을 깨우쳤다.
"감정을 깨우친 외계인......코즈믹 호러......블랙홀......앗, 이거 어디선가! 래빗 탱크가 필요하다, 존나 큰 래빗 탱크가......!!!"
"빌드?"
"아니, 오또케 알아찌!!!"
"마스터 그레이부터 가면라이더 매니아니까요"
"하긴, 운송 수단부터 차원을 달리는 열차인 시점에서 뭘 가장 감명깊게 봤는지 대충 나온다"
한창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커피는 다 마셔버렸다.
레이즈도 슬슬 일을 해야 하지만 아직도 약간 시간은 남아 있었다. 일하기 전에 밥을 먹고 열심히 일하는게 낫기 때문에 두사람은 식사까지도 같이 하기로 결정했다.
"최악 아저씨 취미가 요리라서 여기 시설 요리는 퀼리티가 개쩜"
"아, 그건 동감이예요"
호라이즌의 기술력이라면 분자 재구성 기술로 원하는 맛의 요리도 구현이 가능하지만 일부러 재료만 만들어 요리라는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다.
그건 순전히 최악의 의견 때문이였다. 요리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음식은 먹을게 못된다는 근거 없는 논리였다.
하지만 덕분에 맛만 있는 비상식 수준에서 김에 모락모락 올라오는 치즈 돈까스를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했다. 음, 존맛.
"근데 생각해보니까 대마왕은 태초부터 시작된 직위잖아? 그러면 1차 차원 전쟁 이전에도 대마왕들은 있지 않았을까?"
"아, 그거라면 제가 잘 알죠. 원래 1차 차원 전쟁 이전에도 대마왕은 일곱 정도 있었지만 전쟁 때 다 죽거나 행방불명되고 딱 한명, 유토피아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해요"
"일곱이나 있었음? 존나 많았네"
"기이하게도 당시에는 누리씨와 같은 이레귤러 출신의 대마왕들이 꽤 많았어요. 당장에만 하더라도 유토피아가 거기에 속하고요"
신의 단말에서 벗어난 자유의 대마왕 누리, 하논의 돌연변이 최악의 대마왕 유토피아.
그러나 1차 차원 전쟁 이전에는 그런 형태의 대마왕들이 드문게 아니였다. 그리고 유토피아도 그 시절에 멀쩡히 살아 있던 대마왕이다.
"자연, 꿈, 영혼, 법률, 사랑, 이상........거기에 유토피아를 포함해 일곱. 그 시절에는 그런걸 심판했다고 하죠"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상은 누군지 알겠군. 팬텀 아저씨가 조져버린 일루전 로드지?"
현재의 대마왕도 심판하는 것을 본다면 윤리, 기술, 사회, 지배, 자유 등등이다. 과거와 비교해보면 그때 보다 현재가 좀 더 직접적인 것을 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연......은, 좀 애매하지만 꿈과 영혼이라. 거기에 이레귤러라고 하면 딱 보이는군. 4대 차원종이지?"
"4대가 아니라 3대.......아, 염병할 블러디어까지 포함이였죠. 아무튼 맞아요"
이 세상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4대 차원종. 시온의 종족인 하논이 우주의 끝이 도래할 경우 스스로를 희생하여 다시금 새로운 우주를 창조하듯이 다른 종족들도 각자 숙업이 존재한다.
하지만 거기에서 벗어난 이레귤러들이 종종 생기는데 꿈과 영혼을 관리하는 4대 차원종이 대마왕이 된 경우다.
"드림 자이언트랑 아레기쉬. 둘 다 만나본적은 없는, 아니 하나는 만나본적 있나?"
"어느 쪽이요?"
"드림 자이언트 쪽. 걔네는 원래 드림 랜드에서 무의식의 꿈들을 지키는 일을 하는데 가끔 나오는 사람을 한명 알고 있어서"
"원래 창조의 절대자가 창조할 때부터 영혼에 새겨진 이념 같은거예요. 그걸 무시하고 뛰쳐나온 시점에서 충분히 이레귤러죠"
"시온 아줌마도 막 그럼"
"시간이 지나니 그런 이레귤러도 많이 나오는 모양이네요"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는 속담이 있다. 두사람이 처한 상황도 딱 그런 속담과 어울릴 정도로 타이밍이 절묘했다.
시온이 밥을 먹으러 식당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혹여 두사람이 데이트 하는 모습을 보고 끼어들러 온것 같지는 않고 그냥 단순하게 밥 먹으러 온 느낌이다.
"아, 머임? 왜 선장실에서 밥 안먹고 여기까지 내려왔어?"
"혼자 일하다가 너무 적적해서 나왔습니다. 둘이 데이트 하고 있었습니까?"
"알고 온거 아니였어?"
"알았으면 이쪽으로 밥 먹으러 오지 않았습니다. 저도 신혼이라서 커플들의 오붓한 느낌 잘 아는데 그거 망치러 오겠습니까?"
"으음, 거짓말 하는것 같지는 않네. 어차피 온거 그럼 같이 먹을래? 수다나 떨자구!"
"방해되는거 아닙니까? 한창 좋을 때 끼어드는 눈치 없는 아줌마가 되고 싶진 않습니다"
"어차피 좀 있다가 일하러 가야 할텐데 상관없지 뭐"
시온은 기계에 주문을 입력하고 조금 뒤에 음식을 받아 테이블로 가져왔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스테이크. 그것도 손가락 두마디쯤 되는 무식한 크기의 스테이크였다. 넓이도 어른 손바닥 3개쯤 합친 크기라 어디 무식한 아메리칸 스테이크를 보는 느낌이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혈관이 죽여달라고 하는 소리가 들린다!"
"움직였으니 그만큼 보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이거 먹고 도시 건설 시찰 나가봐야 합니다"
"아, 저도 채굴장 쪽으로 나가야 하는데 같이 나가시죠?"
"저는 상관 없습니다"
시온이 스테이크를 썰자 미디엄 레어로 익혀진 스테이크에서 붉은 육즘이 흘러나온다. 큼직하게 잘라다가 호쾌하게 입에 넣는 광경이 꽤나 무섭다.
거기에 몇번 씹지도 않고 그대로 삼킨다. 만약 진짜 시온 같은 외견의 어린애가 그런식으로 밥을 먹는다면 체할게 분명한 상황이였다.
"평소엔 평범하게 먹더니 왜 그럼?!"
"저 원래 평소에도 이렇게 먹습니다"
"아니, 다른 때는 막 먹어도 적당히.......앗, 그런건가?"
루리는 시온이 폭식하는 이유를 눈치 챘다.
전에도 그러긴 했지만 시온은 최악과 떨어져 있으면 식욕이 왕성해진다. 풀지 못하는 성욕을 먹는 것으로 푸는건지, 아니면 그냥 스트레스 해소 하려고 그러는건지 몰라도 아무튼 원인은 최악과 떨어져 있어서 그랬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먹으면 살쪄!"
"저는 살 같은거 안찌는 체질입니다"
"갸아아아악! 여자의 적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나도 어지간해서는 살 안찌지만 그래도 많이 먹으면 찌는데!"
"우월한 신체 조건을 보면서 열폭하십시오 휴먼"
"이 굴욕 잊지 않겠다.....!!"
"아무튼 잘 먹었습니다"
"벌써?! 살 찌는걸 많이, 거기다가 빨리 먹으면 살 찌는 조건 완전 성립인데!!!"
"요즘 일 말고 먹는 것 밖에 낙이 없습니다"
"흐음......신혼 부부가 따로 떨어져 있으면 일일여삼추 같다고 하지"
시온이 더 늦게 왔는데 정작 밥을 덜 먹은건 루리와 레이즈 쪽이였다. 어차피 두사람도 거의 다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터라 마무리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밥도 먹었으니 슬슬 일을 할 시간이다. 소화 시킬 시간 같은건 어차피 걸을테니 겸사겸사 하면 된다.
쩌저적!!!
디멘션 게이트가 열린다. 차원이 갈라지면서 그들의 눈 앞에는 호라이즌의 선내가 아니라 화성의 공사 현장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거대한 형태의 돔, 돔 내부에서는 기압, 기온 등등의 문제가 해결된 테라포밍 지역이며 에너지 역장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화성의 모래폭풍이 덮쳐온다고 하더라도 걱정 없다.
테라포밍 지역이 넓어질 때마다 돔의 크기는 더 넓어질 것이다. 그리고 일정 구역 이상의 화성이 테라포밍 되는 날 에너지 역장 또한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물론 그 때는 지금 당장은 아니다.
"와! 꽤 많이 지었네? 강무혁 아저씨가 열심히 한 모양이다"
"진행 상황은 따로 자료 받았지 않습니까?"
"직접 보는건 또 다르지. 막 가상현실에서 보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렇긴 합니다"
마치 유령도시를 보는 느낌이다. 도로를 비롯한 주변 시설, 건물들은 전부 건설되어 있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다못해 조경을 위한 식물이나 사람들도 말이다.
존재하는건 오로지 한창 작업중인 드론들 뿐. 저 멀리서 빠른 속도로 아파트 하나를 올리고 있었다.
"여기요! 여깁니다!"
"수고하십니다, 강무혁씨"
"아뇨, 오히려 재미있는데요 뭐. 하는 보람도 있고요"
한창 작업하던 강무혁이 이쪽으로 달려왔다. 포스 유저도 아닌데 수백미터를 몇초만에 뛰어오는 모습은 그가 입고 있는 장비가 특수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의 머리 옆에는 한창 작업하고 있던건지 건설 현장 홀로그램이 띄워져 있었다. 단순한 설계도가 아니라 작업 지시를 내릴 수 있는 보다 직접적인 홀로그램이였다.
"지구 현장에 있을 때랑 다르게 여기는 일단 명령하면 곧바로 진행되고, 저 혼자 하니까 얼굴 붉힐 일도 없는데다가 뭔가 오류가 있으면 시스템이 알려주니까 되게 편하네요 이거"
"따로 부족한건 없습니까?"
"다른건 다 괜찮은데 현재 작업 진행속도라면 자재가 부족할것 같아요. 그건 어떻게 안될까요?"
대답은 시온이 아니라 루리가 나서서 했다.
"그거라면 채굴장 쪽에 작업 장비를 좀 더 보냈으니까 금방 보충될거예요. 그동안 작업이 놀지는 않게 작업 속도만 조금 조절해 주세요"
"아, 혹시 몰라서 이미 조절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이런 속도라서 꽤 빨라요. 제가 보기에는 돔이 확장될 것을 생각해도 반년이면 완성될거라고 봅니다"
"반년........"
하지만 과연 그 반년이란 시간을 지구가, 인류가 견딜 수 있을까?
가르-레칼은 미국의 거점에 틀어박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런거 없이 개인의 무력으로도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는데도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놈이 언제 움직일지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호라이즌이 내놓은 대답도 두어달 정도라고 할 뿐이다.
"........강무혁씨, 공사기간을 좀 더 단축 시킬 수는 없습니까?"
"네?"
시온의 물음에 강무혁이 무언가 생각난듯 부들부들 떨었다.
"촉박한 공사기간......부족한 예산......떨어지는 퀼리티.....윽, 머리가!!!"
"저도 나름 건축 쪽에 전문가니까 무리한 부탁이라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필요가 있어서 기간을 단축해야 합니다"
"하지만 빠르다고 중요한게 아니잖아요. 충분한 시간을 들어야 그만한 퀼리티의 물건이 나오기 마련이니까요"
"........."
재촉한다고 해서 다 되는게 아니란 것이 시온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건물부터라도 완성하지 않으면 훗날 더욱 문제가 생긴다.
그것도 사람이 죽어나가는 문제가 말이다.
"강무혁씨, 기록된 인적사항으로는 조부모 두분과 살고 계시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 네. 대공황 시절에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할아버지 댁에서 자랐거든요"
"근시일 내에 이주민 가족분들도 화성으로 초청할 생각인데 완성된 도시 전경을 보여주면서 '이게 손자분이 만든 도시입니다. 자랑스럽지 않습니까?'하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건........"
인간의 3대 욕구는 식욕, 성욕, 수면욕이다. 하지만 사실 그것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고 보다 더 고차원적인 욕구를 가지기 마련이다.
그중 하나는 바로 명예욕. 세상에 이름을 남기고 싶다는 욕구였다. 유명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마냥 기간을 줄이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최대한 지원을 해줄테니 그만큼 퀼리티를 유지하는 선에서 기간을 단축해달라는 뜻입니다"
"그런거라면......알겠습니다. 계획을 좀 수정하고, 장비를 더 지원해주시면 아마 가능할것 같네요. 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시온이 가볍게 고개숙여 인사했다.
조금씩 완성되는 도시를 보면서도 그녀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작품후기]공사기간 단축.....예산 없음....퀼리티 개판.....으아아아아! 그만둬! 새벽까지 돌아다니면서 하자 파악하기 싫다고!!!
물론 여기는 공사기간만 촉박할 뿐이지 다른건 팍팍 지원해주지만요. 해답은 사람을 갈아넣는다....!!
근데 기계가 공사하면 존나 편하긴 할듯, 아빠 뻘인데 부모님 안부 물어볼 정도의 인부 아저씨들은 한번 말해서 들어처먹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많거든요.
그에 비하면 명령만 하면 뚝딱 공사해서 처리하는 기계는 훨씬 낫겠죠.
크으으으, 알파고님 충성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