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뱃돈도 주고 연참도 주고, 머지?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생각나는데?! 머리카락 만큼은 안돼!366회
[화성 심시티 빌드잇]백리가 지금 당장 해야할 일은 다 했다. 남은건 잠깐의 휴식 후에 러시아로 넘어가 그 거점 파괴에 열중하는 것 뿐이였다.
만약 타국에서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면 그 나라 대표 멱살을 잡고 지구에서 살기 팍팍해지는 한이 있더라도 해결할 생각이였다. 지금은 그만큼 인류가 협동하지 않으면 위험한 위기였으니 말이다.
그들은 현실감이 없었다. 타도할 수 있는 위기와 그렇지 않은 위기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오랜 평화로 무뎌져 있었다.
그걸 깨닫게 해주려면 협박 밖에 없었다. 백리는 자기가 해야할 것을 한것 뿐이다.
"고생했어요, 오빠. 그리고 괜찮아요?"
"그럭저럭, 아마 내일이나 모레 중으로 러시아로 떠날것 같아"
"힘들겠네요"
히비키가 죽은 것처럼 누가 죽을지 모르는 일이다. 물론 개중에는 백리가 죽을 가능성 또한 있었다.
예진이가 백리를 만나러 온 것은 그런 이유도 있었다. 설령 백리가 후에 죽더라도 후회는 남기지 않도록, 그것을 위해 온 것이다.
"저기......오빠"
"왜?"
"잠깐 미래라도 한번 볼까요?"
"그건......."
잊고 있었던것 같지만 예진이는 예지 특성 보유자다. 아니, 미국의 앨리사 니어도 결국에는 관리자의 단말인 것을 생각하면 현재 지구 유일의 예지 특성 보유자다.
예진이가 미래를 본다면 꽤나 도움이 될것이 분명하다. 예진이가 보는 미래는 바꿀 수 있는 미래이기 때문이다.
먼 옛날 이야기 같아도 예전에 최악이 예진이가 본 미래를 보고 미국으로 건너가 최악의 결과를 막았던 것처럼 그녀가 보는 미래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그 인과율을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그런거지만 말이다.
인과율은 쉽사리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설령 바꾸더라도 그 역류가 돌아오기 마련이였다.
"괜찮겠어? 듣기로는 아프고 막 그런다던데"
"저도 뭐 막 놀고 그런줄 알아요? 익숙해 졌어요"
미래를 본다는건 그만한 연산 능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그래서 최악도 초월자지만 미래 예지는 기껏해야 초 단위로 밖에 쓰지 못한다.
물론 예진이도 온전히 자신의 능력으로 미래를 보는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능력은 충분히 뛰어나다.
"네가 다치는건 바라지 않아. 지금 아무리 불안정한 상황이여도......"
"그러니까 지금 봐야죠. 일이 터진 뒤에는 늦으니까요"
이미 일어난 뒤에 대비해봤자 늦는다. 마치 후회는 언제 해도 늦는 것과 같았다.
아무튼 예진이의 미래 예지는 이번이 세번째다. 첫번째는 미국의 뉴욕, 그리고 두번째는 영국의 테러를 예지했었다. 하나는 적성종, 하나는 아틀라스와 연관된.......아니, 직간접적으로 전부 본다면 결국 적성종의 근원지인 티브와 연관된 일이였다.
백리가 따로 사람에게 말해서 차원진 감지기를 가지고 왔다. 한편으로 마치 와이파이 공유기 같이 생긴 작은 기계장치는 겉보기에는 아무런 특이한 것이 없었다.
중요한건 그게 아니라 예진이다.
"무슨 일 생기면 바로 형수님 부를께"
"두번째 했을 때도 조절했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잘못되진 않을거예요"
뭐든 처음이 어려울 뿐이지 그 다음은 쉽다. 하면 할수록 경험이 쌓이는건 당연했다.
물론 이번이 겨우 세번째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오히려 저번보다 더욱 정확하고 확실한 정보를 얻는 것 뿐.
"그럼 해볼께요"
예진이는 가이아 포스를 운용하면서 차원진 감지기에 손을 댔다.
그리고 한순간 그녀의 의식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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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육체는 찰나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예진이의 의식은 육체를 떠나 가이아 포스의 바다에서 수많은 정보의 홍수를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조차 하나의 편린에 불과했다. 마치 우주에 비교하여 겨우 지구라는 작디 작은 행성 하나의 무언가와 접촉한 수준이였다.
[이곳은 지구가 쌓아온 정보의 회랑 같은 곳입니다 아는 사람들이 묻는다면 '가이아 레코드'라 불리는 곳이죠]
"누구세요?!"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들린다.
예진이는 겪어본적 없지만 백리라면 아마 그녀가 누구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우주의 관리자이자 전 하논, 시온의 친어머니이며 최악의 장모님인 엘리였다.
[이곳은 한편으로 지구가 쌓아온 기록들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저와 연결되어 제가 가진 연산력의 일부를 사용할 수 있기도 합니다. 아마 당신의 특성이 미래를 볼 수 있는건 거기에서 비롯되었겠지요]
"설마......"
예진이는 상대가 누군지 짐작했다. 시온에게서 들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앨리사 니어, 미국의 유일한 예지 특성 보유자, 하지만 사실 그 정체는 관리자의 단말에 불과했다.
예진이의 능력은 차원진 감지기를 매개로 하여 가이아 레코드에 발을 디뎌서 원하는 결과를 시물레이션 하고 전달 받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예지보다는 맞을 확률이 높은 예측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할머니?"
[.......할머니라 부를만한 그런 느낌은 아니고, 왜 그렇게 부르는건지 이해는 안됩니다만]
"어법이 좀 이상하신데 다짜고짜 할머니라 부른게 실례였을까요?"
사실 항렬로 따지면 할머니가 맞다. 예진이는 일단 시온과 최악의 딸로 되어 있었고 관리자 엘리는 시온의 친어머니니까.
할머니, 그것도 외할머니가 맞다.
혈육인지 아닌지를 따지면 별 의미 없는 호칭이였지만 그래도 맞긴 맞다. 그걸 따지고 들어가면 육체가 아니라 에테르로 이루어져 에너지체를 가진 하논은 혈육이라는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
[아뇨, 됐습니다. 그 문제는 나중으로 미뤄두도록 하죠. 어차피 저는 그 아이에게 부모로 인정 받지도 못했으니까요......]
"........."
아직까지도 관리자 엘리는 시온과 만나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그녀나 시온 두사람 다 알고 있는 것이다. 서로를 만나는 것이 두렵다고.
평생 생각지도 못했던 부모를 만난 자식과 아이에 대한 책임을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에 방조했던 어머니.
서로간의 깊고 짙은 어색함과 골이 있었다. 시온이 최악에게 별로 생각안한다 말했을지라도 본인이 모르는 무의식 중에 있을 감정은 숨길 수 없다.
[아무튼 제가 당신을 만나러 온 것은 한가지 조언을 해주기 위함입니다]
"조언....이요?"
[다른 예지 능력 또한 고도의 연산 능력을 사용하는 일. 자신이 의식하지 않는 무의식의 뇌용량을 사용하는 일이기 때문에 부담이 가는 일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전에 있던 예지계 특성
보유자가 혹사 당하다 죽었던 것이고요]
오래전 일이지만 하나의 병크라고 볼 수 있었다. 단말인 앨리사 니어 외에 순수하게 인간에게서 나온 예지계 특성 보유자가 과도하게 특성을 사용하다가 죽은 일이.
한번 쓰는 것도 많은 부담이 생기는데 그걸 제대로 쉬지도 않고 여러번 사용하니까 그렇게 된 것이다.
[다음부터 예지 특성을 사용할 때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용하는게 좋겠군요. 그러지 않으면 뇌가 망가질테니까요]
"히익"
그런 감각은 처음 특성을 깨우쳤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과도한 양의 정보가 뇌에 억지로 밀려오는 기분은 마치 쇠꼬챙이로 뇌를 쑤시는 느낌과 비슷했다. 그 이후에는 요령에 생겨서 좀 나았지만 크게는 변하지 않았다.
그건 둘째치고 뇌가 망가진다는 소리는 예진이도 흘려들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충분한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몇달 정도로 텀을 두기로 했다.
[특성을 사용했다는 것은 미래를 보고 싶다는 뜻이겠지요. 그렇다면 제가 계산해 두었던 미래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아! 그러면......"
[하지만 볼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겠지만요]
"예?"
[당신이 보려는 미래는 단순한 인간의 문제가 아닙니다. 강대한 초월자들도 몇이나 끼어 있고 거기에는 인과율의 주인마저 있지요]
운명의 절대자.
아니, 설령 절대자가 아니더라도 현재 지구와 관련된 초월자는 못해도 백리와 가르-레칼, 두명이나 있다. 게다가 한쪽은 이 우주에서 나온 태생이 아닌 저쪽 차원의 티브 문명 태생이다.
초월자란 의지를 다루는 존재. 의지만 있다면 자신의 한계 또한 벗어던질 수 있기에 그 한계치를 측정하는게 어렵다.
요컨데 계산하기 힘든 변수가 끼어든 것과 같았다. 물론 관리자 본인이라면 수많은 리소스를 할당해서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그렇지만 초월자도 아닌 예진이가 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본디 초월자의 존재감이란 무겁습니다. 당신의 부모 역할을 해주고 있는 두사람이 허물 없이 대하기 때문에 가볍게 보이지만 인간으로서는 상상도 되지 않는 힘을 품고 있습니다]
하다못해 무림 고수도 자신의 힘을 갈무리 하지 않으면 보통 사람은 기가 죽을 정도의 기세를 풍기고 다닌다.
과연 그 미래 속에서 거대한 존재감의 상대를 예진이가 견뎌낼 수 있을까? 절대자, 다섯명의 대마왕, 하다못해 백리와 가르-레칼의 전투라도 직시할 능력이 그녀에게 있을까?
[물론 저도 당신이 백치가 되거나 미쳐버리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 적당히 끊어서. 이 별의 끝을 보여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당신에게는 부담되는 일이죠. 그런데 할 수 있겠습니까?]
"........."
예진이는 현실주의자다. 현실에 닥친 상황에 순응하여 살아가는 성격이다. 그래서 최악이 대마왕으로서 심판을 내려도 막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아니란걸 알았기 때문이다.
가다가 막히면 다른 길을 찾아보는게 예진이로서는 당연한 행동이다.
"할머니가 본 미래를 알려주는건요?"
[.......왜 또 할머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으니까요]
"자격이요?"
[저 또한 이런 미래를 예측하고 입을 함구했던 사람 중 한명입니다. 이제와서 무슨 말을 한들 신뢰가 없겠죠]
이번 사태가 벌어진 가장 큰 책임자는 물론 백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책임이 없는건 아니였다.
우선적으로 그를 속이고 기만했던 유토피아, 그리고 이런 미래도 보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알려주지 않았던 관리자 엘리.
혹은 그 뒤에서 그 전부를 보고 인과율을 조작하고 있었던 운명의 절대자까지.
쟁쟁한 초월자들이 백리를 속였다. 가장 큰 책임이 백리라고 해서 그 다음의 책임은 누구라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각자가 책임이 있었다.
[저는 관리자로서 옳은 선택을 했을 뿐입니다. 한편으로는 하논이였던 시절의 효율 타령하는 판단일지도 몰라도 적어도 중립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관리자는 중립을 유지해야만 했다. 그녀는 백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 말해주지도 않았지만 오히려 반대로 하지 말라고 은근히 전해주었다.
"왜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데요? 조금만 힘을 쓰면 쉽게 해결할 수 있지 않나요?"
[신의 존재를 확인한 인간이 얼마나 나태해질지 상상이 가십니까?]
"그건......."
종교가 단순한 종교일 때는 괜찮다. 인간의 부족함과 마음을 채워주고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테니까.
하지만 신의 존재를 확인한 종교는 눈치챈 사이에 광신도가 되어 문명을 좀먹어간다. 인간이 아닌 신을 중심으로 한 문명은 발전될수록 그 효율과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잃는다.
마치 가르-레칼이 온 티브 문명처럼 말이다.
[만약 제가 적극적으로 나서려고 했다면 차라리 앨리사 니어란 단말도 단순한 단말이 아니라 그랜드 마스터 같은 무력을 보유하여 인간을 이끄는 단말이 되었겠죠. 그런건 간단하니까요. 하지만 제 손바닥 위에 올려서 이룩한 모형정원에.......가치가 있을가요?]
유토피아는 지나가는 말로 말한적이 있다.
자신이 관리자로 전생한다면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세계는 그저 유토피아의 의지를 기반으로 한 모형정원에 불과할 것이라고. 행복하고 즐거울지도 모르지만 오로지 그 뿐이다.
인간이 자신의 손으로 이룩해내지 못한 문명은 가치가 없었다. 만약 관리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모든것이 만족스러운 문명이 만들어지면 과연 그 문명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렇기 때문에 최악은 신을 싫어한다. 인간의 일은 인간이. 신은 그저 지켜보며 종종 도와주기만 하면 된다. 마치 어린아이가 걸음마를 연습하다 넘어지면 붙잡아주는 정도의 역할을 해주면 충분했다.
[저는 그런 문명을 바라지 않습니다. 설령 멸망하더라도 인간 스스로 저항하고 그 가치를 보여야지면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요. 잔혹하다 말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아뇨......어쩐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것 같아요"
최악과 시온이라는 두사람 사이에서 살면서 종종 들어본 초월자로서의 시야다.
관리자가 직접적으로 손을 쓰면 당장에 좋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보면 치명적이다. 신이 있다면 인간은 나태해지며 신에게 기도하기만 할뿐 발전할 생각이 없을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저는 단순히 지구 인류만이 아니라 이 우주에 있는 다른 행성의 인류까지도 책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중에는 몇년 안에 멸망할 가능성에 눈에 보이는 곳도 있죠. 보다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저는 죄를 지고 가는 한이 있더라도 그런 선택을 할겁니다]
지구는 나은 편이다. 문명이 발전하여 적성종이 나타나도 군대로 어찌어찌 대처가 가능했으니까.
그러면 중세시대 정도의 기술력에 머무르고 있는 행성은?
적성종이 나타나 가이아 포스가 퍼지기 전에는 이능력조차 없어서 순수하게 칼과 창으로 싸우는 곳은 지구보다 피해가 크다. 더군다나 지구와 같이 포스 유저 수송에도 마차가 전부이니 더더욱 그렇다.
만약 지구 하나를 희생시켜서 확실한 안전을 보장 받는다면......그들을 전부 책임지는 관리자로서는 이를 악물고 선택해야 했다.
[다시금 묻겠습니다. 당신이 볼 수 있는 미래는 제가 걸러내고 보여주더라도 제대로 볼 수 있을지 확신이 없을뿐더러 부담이 가는 일입니다. 그 미래를 볼 자신이 있겠습니까?]
"........."
예진이는 현실주의자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손해가 막심한 일이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은 그런 것보다 우선시 되는게 있었다. 사랑은 모든것을 초월하는 법!!!!
"당근 빠따죠!!!"
지금만큼은 시누이에게 빙의되어 소리쳤다.
[작품후기]장모님을 탓할것도 못하는게. 단순히 지구 관리자면 지구를 구하는 선택을 하는건 당연하지만 우주 레벨 관리자면 다른 문명도 생각해야 합니다.
적성종들은 알까는 양계장을 원하는거지 도축장을 원하는거 아니라서 버티고 있던겁니다. 지금이야 양계장 접을 때 됐으니 치킨 만들러고 온거고.
만약 다른 문명 적성종 물량을 지구에 쏟았으면 진작에 지구 멸망했음.
그나저나 이제 설날이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여러분! 세벳돈 많이 받으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