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365화 (365/507)

365회

[화성 심시티 빌드잇]옴뇸뇸뇸뇸뇸!!!

그런 느낌으로 루리가 매섭게 크래커 위에 치즈를 잘라 올린 것을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복스럽게 먹는 모습에 꽤나 귀엽지만 그래도 좀 깨는 부분이 없는건 아니였다.

입만 다물면 미인인데 지금은 입을 다물고 있어도 좀 그렇다.

"근데 달 치즈는 어디서 났음? 정말로 있는건지 몰랐는데"

"우주를 돌아다니다 보면 생각외로 기상천외한 것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금이나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진 소행성은 종종 보이고 수정으로 이루어진 별이나 지금처럼 식재료로 이루어진 별도 있습니다"

"구르메 세포라도 있는 곳인가. 아무튼 생각했던 맛은 아닌데 그래도 존맛이네"

"사실 따로 가공처리 한거라서 맛은 좀 덜할겁니다"

"뭐야 나도 생걸로 줘요!"

시온이 우주를 여행하다가 종종 그런 것들을 보기는 한다. 원래 우주란 상식을 초월한 곳이다.

어떻게 치즈로 이루어진 행성이 있는가 싶냐면 그것은 미스테리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시온이 그곳에 발을 디뎠을 때도 경악을 금치 못했으니까.

"근데 생으로 된거는 우주 방사능 묻어서 보통 사람은 먹으면 피폭으로 죽습니다"

"...........아니, 왜 거기서 현실적이야. 달치즈 자체가 비현실적인데!!"

"그러게 말입니다. 창조의 절대자의 이스터에그 같은거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맛있으면 됐지. 일단 존맛이네"

어딘가의 괴짜 발명가와 천재 강아지가 먹는 조합마냥 크래커 위에 올린 치즈는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너무 짜지도, 그렇다고 너무 달지도 않은 적당한 치즈는 마치 크림치즈와 같은 맛이였다. 하지만 거기에 숨겨져 있는 감칠맛과 고소함은 입안 가득 풍부하게 퍼진다.

"내 평생의 한을 하나 풀었으니 이제 전설의 누룽지탕만 먹으면 되겠네"

"나중에 울 남편 오면 해달라고 하십시오"

"아저씨가 할줄 알아?!"

"가끔 해줍니다"

"쩐다!!"

잠깐의 휴식 시간을 보내면서 커피와 함께 간식을 먹는건 각별하다. 특히나 바깥에는 한창 개발중인 화성의 전경이 보인다면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할거야. 천년만년 여기서 머무를 것도 아닌데 언젠가 떠날 사람이잖아"

"뭘 벌써부터 그런걸 생각합니까?"

"정작 나중에 죽을 나랑 다르게 댁이 더 신경 써야지. 예진이한테 물려줄거야?"

"뭐, 천천히 생각해 봅시다"

하나의 문명을 이룩하고 그걸 운영하는것보다 그 문명이 계속해서 이어나가는게 더 어렵다.

아무리 능력있는 자가 통치해도 그 이후에 권력을 가지는 다음 주인이 적합한 사람일 확률은 낮아지기 때문이다.

"자식 만들 생각은 없어?"

"저는 항상 그럴 생각 만땅인데 그이가 나중으로 미뤄둡니다"

"임신공격을 회피하다니......감이 좋은건지 아니면 그냥 별로인건지"

"정작 애 돌보는건 은근히 좋아하고 육아도 전문가인데 저랑은 애 만들기 싫어하는 바보입니다"

"왜 그런지는 대충 짐작은 하고 있잖아?"

최악이 시온과 아이를 가지는걸 회피하는 이유가 있다면 가장 큰 이유는 요즘 정세다.

현재 최악의 파벌은 운명의 절대자를 뒤로 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뭔가를 계획하여 세력을 모으고 움직일 예정이다.

초월자간의 싸움에서는 영혼조차 남지 않은 전투가 될 가능성이 높고 최악의 경우에 두사람의 자식은 아버지 없는 아이로 길러질 가능성이 있었다.

그가 일이 마무리되면 가지자고 하는건 한편으로는 사실이였다. 다만 그 때가 언제일지 자세하게 모를 뿐이다.

"......뭐, 그런거면 나도 더 할말이 없자. 제 2차 차원 전쟁이라도 일으키려는거 아닌가 모르겠네"

"소름돋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아직 그 전쟁 여파가 회복되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만약 그래도 일어나면 규모는 적겠지만 피해는 장난 아닐걸"

운명의 절대자는 과연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 그건 본인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왜 이야기가 그쪽으로 넘어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다시 본론으로 돌아옵시다. 이 이상 챙겨야 할게 있습니까?"

"아......일단 진행하면서 생기는거 좀 보고 하자. 아직 크게 손댈만한 부분은 없을것 같아. 막 시작한거잖아?"

"흠,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아까 예진이 이야기 나와서 그런건데. 예진이 어디감?"

"당신 오빠 만나러 갔습니다"

"왜 하필 이런 타이밍에 그 웬수를 만나러 갔......앗, 설마"

루리가 뭔가 알아차리고 안색을 굳혔다.

한창 나이대의 남녀 둘이 만나면 할 일은 정해져 있지 않은가?

"썸 타다가 진도를 한번에 너무 나가는거 아니야?"

"그럴 때도 되긴 했습니다. 어차피 막아봤자 청춘남녀의 연애사를 막는건 부부싸움같이 칼로 물베기마냥 부질없는 짓이니 냅두기로 했습니다"

"예진이는 미성년잔데!"

"국가 사회가 붕괴하면 그런 법 따위는 의미 없습니다. 아, 그렇다고 저희 화성에서 소아성범죄를 냅둘거라는건 아닙니다만"

"울 오빠 페도쉑"

"그런데 현재 예진 학생 발육을 보면 페도는 아닙니다만"

루리보다 한살 어려도 이제 슬슬 고3쯤 될 뿐이고 포스 유저라서 육체적 성장은 성인이나 다름없었다. 그걸 알기에 시온도 한편으로는 암묵적으로 승낙한 것이다.

하지만 루리가 걱정하는건 예진이 쪽이 아니였다. 백리 쪽이다.

"아저씨가 돌아온 뒤에는.......!!!"

"저어기 딸가진 아버지들을 위한 샷건을 대기시켜두고 있습니다"

"아, 그러면 괜찮아. 총으로 맞으면 죽지는 않겠지"

루리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

*

*

*

백리가 현자 타임이 지난 후에 생각난건 다름 아닌 자신의 처우에 대해서였다.

".......난 형 돌아오면 이제 죽었다"

"알면서 그랬어요?"

예진이는 싱긋 웃으면서 속옷을 챙겨 입었다.

아직도 겨울은 계속되고 있으나 그 와중의 잠깐의 봄이 찾아왔었다. 청춘남녀간의 정사는 풋풋하고도 쌉싸름한 것이다.

"잠깐 있어. 마실것 좀 가지고 올께"

"아, 부탁해요"

백리는 적어도 최선을 다했다. 최악 만큼은 피하고 차악을 선택했다. 요컨데 피임은 했다는 소리다.

나중에 최악이 돌아오면 백리를 저번 중국 사태처럼 뒤질때까지 팰지도 모른다. 미성년인 애한테 손을 댔으니 그건 감수해야할 부분이였다.

백리는 나온김에 따로 할 일도 하기로 했다. 현재 지구의 유일한 그랜드 마스터로서 러시아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처리하기에는 꽤나 움직여야 하는 일이 많다. 지금도 휴식 시간을 쪼개서 예진이와 같이 있던 것에 불과했다.

류샹 2급 상장과 만난 백리는 그에게 현재 진행 상황을 물었다.

"지금 협조 요청은 어떻게 되고 있어요?"

"그게......."

그는 난색을 표했다. 그의 태도에 의문을 표한 백리는 이윽고 어이없는 대답을 듣게 되었다.

"전부 거절했다고요?!"

".......예, 현재 러시아와 미국에서 발생한 거점은 잘 대처하고 있으니 굳이 자국의 마스터 유저를 파견할 이유가 없다고 합니다"

"잘 대처한다고요? 지금 상황이? 히비키씨가 죽었는데 현실감이 없는거 아니예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러시아나 미국이나 손꼽히는 강대국이며 마스터 유저 보유국이다. 더군다나 히비키가 죽었어도 중국의 거점 하나를 파괴하였으니 처리하는데 힘들어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이라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적성종에 대한 정보는 공유하는 와중에 그러는 것을 보면 눈가리고 아웅이다. 저마다 자기 국가를 지키려는 것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순간 백리의 등 뒤로 혐오감이 타올랐다.

히비키는 그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죽었던건가?

"........."

하지만 그 혐오감 뒤에 남은건 또다른 혐오, 자기 혐오였다. 애초에 이런 사태가 벌어지게 된 이유 중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건 백리였으니까 말이다.

이 사태에 대해 누군가의 책임을 가장 먼저 물어야 한다면 그건 백리였다. 그 다음이 백리에게 입을 다물고 속인 초월자들일테고.

백리는 그런 자기 혐오를 감내했다. 지금은 그런 것보다 차라리 그런데 쓸 힘으로 한명이라도 더 구하는게 시급했다.

"그리고 백리씨의 본국에서 귀환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귀환 명령이요?"

"현재 상황이 좋지 않으니 일단 귀국한 후에 상황을 지켜보고 움직이자고......."

"이것들이 진짜......!!!"

한국 또한 만만치 않았다.

대마왕의 심판에서 살아남았다고 사회적, 경제적으로 부흥하던 와중에 대마왕들이 사라져도 이민한 히비키, 천검 이경진, 그리고 백리까지. 마스터 유저와 그랜다 마스터는 다른 나라와 비교도 안되는 전력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히비키의 강행을 통해서 움직인 결과 히비키는 행방불명 상태, 거의 죽었다고 판단되는 시점이다.

인류의 위기고 나발이고 일단 힘을 비축한 후에 생각해볼 심산이다. 혹은 파견을 하더라도 지금처럼 무보수가 아니라 이득을 노리고 파견을 할 생각이다.

"안갑니다. 다시 한국에서 그런 소식 날아오면 알려주지 말고 그냥 씹어주세요. 무산됐다고 하지만 저는 국가연합 소속으로 일하려고 했고. 인류 전체를 위해 싸울 생각입니다. 어느 한 국가에 얽매일 생각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백리는 잡생각이 많다고, 최악도 히비키도 말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옅은 분노와 자기혐오가 그의 잡념을 불살라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해야할 일을 확실하게 판단했다.

한층 더 성장하거나 경험을 얻었다고 봐도 무방한 일이다. 최악이 보면 장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르나 지금 이곳에 그는 없었다.

"그리고 다시 협조 요청을 보내주세요"

"예? 하지만......."

"이번에는 제 이름으로 보내주세요"

중국의 류샹 2급 상장이 아닌, 현 지구 유일의 그랜드 마스터인 백리의 이름으로.

발신자만 바뀌었을 뿐인데 무게감이 다르다. 중국은 이전에는 강대국이였을지 몰라도 갈려져서 내전을 일으키는 지금이라면 별볼일 없다.

설령 베이징을 차지한 사람이라도 그걸 수복하는데 많은 지원과 돈이 필요하다면 요청 받은 입장에서는 난색을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백리는 이후 장기적으로 봐도 유일한 가치다. 지구가 앞으로.......아니, 과연 그럴 수 있을리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수백년을 이어진다 한들 그랜드 마스터가 얼마나 더 나올지 모른다.

"한명이라도 좋으니까 러시아의 적성종 거점 파괴에 지원할것. 이번에 제 요청을 거절한 국가는 앞으로도 평생 제 도움 하나 받지 못하게 될겁니다. 특히나 마스터 유저 보유국은 더!!!"

백리는 강수를 두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지구 유일의 그랜드 마스터의 파견을 받을 수 없다는 선언은 큰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백리도 그걸 알고 있기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이다. 예전의 성격의 백리라면 그런 선택을 하지 못했을테지만 히비키가 죽은 지금은 그런 단호한 선택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예, 알겠습니다"

백리의 기세에 류샹 2급 상장도 쉽사리 넘어갈 수 없었다. 설렁설렁 하려던 이전과 달리 백리는 지금 매서웠다.

"그리고 상장님. 러시아 쪽에 지원 가능하세요?"

"예? 그건......아직 남은 적성종 잔당이 있기 때문에 힘들것 같......."

"저번에는 잔당도 별거 없다고 한데다 파티까지 할 여력이 있는 주제에 지원이 힘들다고요?"

이미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대충 알고 있었다. 그는 베이징을 탈환하여 손에 넣어 남부러울게 없는 상태였다. 그렇기에 백리에게도 토사구팽식으로 나왔던 것이고.

백리가 남에게 쓴소리 하나 못하고 자기주장도 별로 안하면서 부탁받은건 들어주는 성격이란걸 안 노회한 군인이 그런식으로 나온건 한편으로 당연한 일이였다.

그렇지만 지금의 백리는 아니다. 적어도 히비키가 맡긴 일을 할 때까지는 예의고 나발이고 무시하고 나아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상장님도 이후에 제 도움 하나 받기 싫은 모양이네요. 알겠습니다. 저는 일단 다른 정부를 찾아가서......"

"이, 이런식으로 나오시면 안됩니다. 만약 그러시면!"

"그러면 뭐요? 협박이라도 하게요? 뭘로요? 무력? 군사력? 아니면 예진이로?"

무엇 하나 못한다.

백리는 지구 수준으로는 핵폭탄으로도 죽일 수 없는 상황이다. 초재생 특성은 핵폭탄의 방사능과 열기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최악같이 마구잡이는 불가능해도 마음만 먹으면 국가 하나 무너트리는건 가능했다.

가족을 가지고 인질로 삼아 위협한다 하더라도......지금 백리의 가족은 전부 화성의 호라이즌에 가 있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건 예진이를 붙잡는 것인데. 그랬다간 분명 차원을 넘어서 최악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때는 심판 보류 요청이고 나발이고 지킬 생각 없을테고.

"저도 있는대로 지원하라는 소리는 아니예요. 남는 잉여 병력이 있으면 러시아에 지원해달라는 소리입니다"

".......알겠습니다"

적당한 선에서 백리가 손을 내밀자 그는 잡는 수 밖에 없었다. 류샹 2급 상장은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백리는 일이 마무리 되자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보다 일이 잘 풀려서, 그리고 자신이 했던 일에 실감이 나지 않아서 얼떨떨할 뿐이였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반쯤 협박이였던걸 생각하면 최악과 닮아가는 모양이다.[작품후기]연참한지 얼마나 됐다고 설날 연참도 하게 생겼네요.

으으으으음, 이럴 줄 알았으면 연참 하나 덜할껄!

생각해보니 저도 이제 세뱃돈을 받기 보다는 주는 처지가 되었습니다.....크윽, 여러분들이라도 세뱃돈은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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