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리! 딸 도둑놈! 찢고 죽인다!362회
[화성 심시티 빌드잇]의, 식, 주, 이 세가지 분야에서 가장 우선도가 높은 것을 꼽으라면 당연히 식(食), 먹을 것이다.
그 다음에 주(住), 살 곳이며 마지막이 의(衣), 입을 것이다.
사람은 3일만 굶어도 빈사 상태에 빠질 수 있지만 길바닥에서 잔다 하더라도 날씨가 추운게 아닌 이상 죽지는 않으며 옷도 입지 않는다고 죽지 않는데다 한벌만 있어도 어떻게 생활은 가능하다.
물론 그렇게 최저한의 생활조건을 맞추진 않는다. 시온이 아무리 빠르게 일을 진행하려 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적인 생활을 맞춰주기 위함이다.
"호라이즌의 3D 프린터 기술과 특수 소재를 사용한다면 아파트 하나 짓는데도 하루면 충분할 정도입니다. 심시티 하는 기분으로 대충 구역만 정하고 라이브러리에 기록된 내부 시설을 그
대로 건설한다면 최소한 사람이 생활할 수 있는 건물이 됩니다"
"아니, 그러면 제가 필요 없지 않나요? 심시티 같이 짓기만 하면 그만인데"
"하지만 그건 정말 최소한입니다. 호라이즌의 기술력에 비하면 살 수만 있는 주택이 얼마나 저급한건지 아시지 않습니까?"
"아......그건 그렇긴 하네요"
강무혁이 생각하는 거주의 기능이 평범한 아파트 수준이라면 충분하다고 보지만 시온은 아니다. 시온이 마음만 먹으면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뭐든지 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하는게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거기까지 투자할 시간이 없다. 그래서 일부러 수준을 낮추어 지어서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것이다.
"그리고 건물을 짓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구획을 나누고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민의 동선과 행동, 그리고 주변 시설물도 생각해서 지어야 합니다. 흠.......어떻게 보면 강무혁씨 말처럼 심시티라는 표현이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도 편하긴 편하네요. 아파트 하나 짓는데 하루라니, 하루면 아파트 한층 올려도 콘크리트가 마르지도 않을텐데"
"한가지 더, 주택보다 중요한건 식료품 플랜트 입니다. 내부 시설은 완전 자동화되어 돌아가더라도 주민에게 식료품이 보급되어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구획을 확보한 뒤에 지어야 합니다.
차라리 식료품 플랜트를 중심으로 거주 구역을 정하는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아, 그것도 고려할께요. 확실히 집에서 마트가 멀면 불편하긴 하죠"
차라리 주상복합 아파트를 만들어서 아파트마다 식료품을 보급하게 만드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그렇게 짓는 것보다 하나를 크게 만드는 편이 더 효율이 좋다.
"그런데 마냥 고층 아파트를 지으면 안되나요? 높으면 높을수록 거주 인원도 늘어날텐데"
"3차원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지구에서는 하늘을 나는게 기껏해야 헬기나 비행기 정도지만 여기에서는 드론이나 기타 비행 물체들도 있습니다. 너무 높으면 그런거 운용하는데 효율이 떨어집니다"
"아! 기술력이 다르니까 그런 문제가......"
시온은 몇가지 충고를 해두나가 슬슬 마무리를 짓기로 했다. 다음부터는 강무혁에게 맡길 생각이다.
"땅이 부족해서 여가 시설도 못만드는데.......그건 나중에 생각합시다"
"예, 알겠습니다"
지금 가장 부족한건 땅이다. 설령 도로에 빼곡하게 사람을 채워넣어도 도시에 채울 수 있는 사람은 기껏해야 수천만명 뿐이다.
그런 상황에 여가 시설 같은걸 지으면 그만큼 사람의 목숨이 날아가는 일이다. 설령 도시를 다시 짓는 한이 있어도 그건 피하고 싶었다.
"홀로그램을 이용해서 먼저 3D 설계도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금방 적응하실테니 믿고 있겠습니다"
"일단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강무혁은 밝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문제 하나는 해결되었다.
"먹을 것과 살 곳이 해결되면 남은건 입을 것.......흠, 이거야 그냥 호라이즌 내부 공장에서 찍어내서 같은 옷만 입히면 됩니다"
생존 앞에서 인간은 패션 같은 사치스러운 것을 따질 수 없다. 당장 얼어죽을 상황이라면 남자도 여자 옷을 입을 정도로 말이다.
옷의 디자인은 나중에 사회가 안정되면 차차 바꿔나가면 그만이다. 어차피 화성의 날씨는 따로 조정하여 한동안 따뜻한 날씨를 유지할 예정이니 막말로 청바지에 티셔츠만 생산해서 입혀도 된다.
의, 식, 주, 세가지는 대충 해결되었으니 남은건 그 다음의 문제다.
"얏호! 루리루리 핫지마루요~!!!"
"선내 생활은 편하십니까?"
"응, 응! 반쯤은 내가 억지로 끌고온거긴 해도 좀 지나니까 부모님들은 여행 온것 같아서 즐기고 있기도 하고. 오빠한테는 우리가 여기있는게 마음도 놓이겠지. 그래서 무슨 볼일임?"
백리는 지구에 두고 부모님과 함께 화성 이주를 한 루리가 나타났다!
지인인데다 성격은 좀 이상해도 인성은 나름 합격이고 더불어서 능력까지 좋으니까 시온으로서는 스카웃해야 할 대상이다.
지금같이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판이라면 더욱 그렇다.
"인류가 멸망할거라는 사실, 알고 있습니까?"
"당근 빠따지. 아니였으면 내가 울 부모님 데리고 여기 왔겠어?"
"하긴, 생활 거점 버리고 온다는 결정 자체가 쉬운건 아니니 말입니다"
"일 터지면 여기가 제일 안전하니까. 아, 일은 이미 터졌나. 아무튼 그걸 대놓고 묻는다는건 시킬 일이 있다는거지?"
"전체적인 총 감독일을 해주십시오. 이런저런 분야에 지식이 있는건 루리 학생 뿐입니다"
"루리는 어려운말 모르겠쪄요!"
"루리루리 네트워크를 통해서 지식 주고받는거 다 알고 있습니다. 울 남편 치킨 레시피도 팔아넘긴 주제에 어디서 발뺌입니까"
"아니! 오또케 알아찌!!!"
루리는 완전히 갓-루리루리의 정보 수집 단말로서 각성했다.
그래서 시온의 어머니이자 이 우주의 관리자인 엘리의 허가 없이도 마스터 유저 수준으로 격이 올라갔으며 갓-루리루리를 중심으로 수많은 차원에 흩어져 있는 다른 단말들과 실시간 정도 송수신이 가능했다.
그렇다는 소리는 곧 루리 그 자체가 거대한 데이터 베이스와 같다는 뜻이다. 물론 그걸 이해하는건 별개의 문제지만 지금 필요한건 깊이가 아니라 지식량이다.
"나는 막 기술 개발 부장 같은거 할줄 알았는데, 그런거 시키려고?"
"일이 안정되면 좋아하시는거 골라 잡아서 하면 됩니다. 지금 부족한건 인력이여서 좋은 사람을 아까운데 쓸 여유가 없습니다"
"그르긴 하긋네......근데 레이즈 오빠도 있지 않아?"
"그 사람도 지금 열심히 일하는 중입니다"
"그러면 난 레이즈 오빠보다 높은 권한 주면 승낙함"
"알겠습니다"
"아싸!!!!"
그러다가 문득 시온이 물었다.
"근데 언제 레이즈씨랑 썸타고 있었습니까?"
"이제부터 타려고!"
".........."
"부모님한테는 이미 사위라고 소개 해뒀음"
"............"
떡 줄 사람을 멱살 잡고 협박해서 김칫국 원샷한 느낌이다.
"가장 먼저 필요한게 뭔데? 대충 의견은 알아야 해보지"
"일단 건축 쪽은 따로 말 해둬서 움직이는 사람이 있을겁니다. 거기에 식료품 생산 플랜트도 만들 예정이니 중요한건 얼추 마무리 됩니다"
"인간은 의식주만 보장되면 어지간한건 괜찮으니까. 일 터진 뒤에 몰려올 사람들을 생각하면 당분간 불만은 나오지 않을거야"
시온이 손을 내밀 무렵의 지구는 분명 최악의 상황을 달리고 있을 것이다.
안전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이 위협받고 내일은 커녕 오늘 먹을 식량조차 없을 때 그들에게 내어주는 주거 시설과 식료품은 분명히 값진 것일게 분명했다.
"근데 기술력에 비해서 부족한게 꽤 많은데? 자원 채굴용 장비도 적고, 애초에 테라포밍 장비도 소형이 아니라 중형, 대형으로 사뒀으면 좋았잖아?"
"호라이즌은 행성 개발용이 아닙니다. 이시무라 호도 아닌데 그런걸 갖출 필요가 있습니까? 지금이야 필요하긴 하지만 말입니다"
"아니, 거기서 이시무라 호가! 네크로모프 나오면 내가 빠루로 조지고 다닐듯"
"노루발못뽑이입니다"
"그런 발음하기 힘든 이름 쓰느니 그냥 쇠지렛대로 합의 보자고"
호라이즌이라고 무에서 유를 만들수는 없다.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거기에 준하는 자원이 필요하다.
"그래도 대부분의 시설이 자동화가 되어 있어서 감독할 사람만 있다면 얼추 진행할 수 있겠네. 음.....광산 계통에서 일해본 사람 없나~, 아 있네? 김갑원씨?"
"아, 그 사람도 제가 점 찍어놓은 사람입니다"
"근데 할아버지잖아? 용케 면접 통과했네?"
"사북 사건 피해자입니다. 한국이란 나라 자체가 싫은것 같은데 화성 이주라면 하고 싶었을겁니다"
"나이에 비해면 꽤나 생각이 열리신 분인것 같네. 애초에 그러지 않았으면 이주민 명단에 들어 있지도 않았을테지만"
사북 사건이란 강원도의 한 광산에서 광부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과 저임금, 그리고 회사와 노조의 안일한 태도에서 비롯된 봉기 사건이였다.
1980년에 일어난 일이니 당시에 20대였어도 지금은 60이 넘은 나이일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화성 이주민으로 선발되었다.
시온은 이주민에게 따로 제한을 두지 않았다. 나이 제한또한 두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면접까지 보고 통과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머리가 굳는다. 물리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신적인 의미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적어지고 틀에 벗어난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현재 스마트폰 같은 현대기기는 다루지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아직도 어르신들 중에서는 터치를 잘 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는 것도 그와 비슷하다.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게 쉽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현대사 시간에는 배운적 없는 사건인데.......이때 대통령이 누구야? 27만원짜리 문어대가리? 1980년이면 딱 그놈인데"
"안타깝게도 몇달 차이로 그 전 대통령 사건입니다"
"아무튼 여대생 끼고 양주 마시다 총 맞고 뒤진놈이랑 같은 4공화국 시절이란 소리잖아. 민주주의 이름달고 독재정권 휘두를 때. 사건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안봐도 뻔하네"
사북사건 당시 광부들이 봉기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환경도 열악하고 월급도 적고, 그런데 정작 광부들의 편을 들어줘야 할 노조는 그들을 외면했다. 그렇기에 그들이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수단은 그것 밖에 없었다.
하지만 회사와 협상하여 사건이 끝난 뒤, 봉기의 주도자들은 정부에 의해 경찰에 끌려가고 고문받은데다 이후에 감시까지 받아야 했다. 봉기의 주도자들을 처벌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했는데도 말이다.
전태일 열사가 죽은지 고작 10년이 지난 뒤의 일이다. 민주주의의 이름을 걸고 있는 주제에 참으로 부끄러운 역사가 아닐 수가 없었다.
"할아버지가 한국 싫어해서 화성 이주 했을만도 하네. 게다가 아저씨가 면접 봤으면 더 볼것도 없겠다. 자원 채굴은 이 할아버지한테 맡겨야지"
"나이도 안티 에이징 설비를 쓰면 금방 한창 때로 돌아갈겁니다"
"일단 메세지를 보내고......좋아, 됐다"
다행히도 호라이즌에 남는 것은 에너지였다. 수개의 블랙홀 축퇴로, 거기에 솔리드 리액터까지, 인류가 수십억이 아니라 수십조가 되더라도 충분히 쓸 수 있을만한 수준의 동력원은 터지면 성계를 말아먹을 수 있을만큼 거대했다.
그래서 발전소를 만들 필요는 없기에 공간을 아낄 수 있었다. 고작 행성 한개에 쓰이는 에너지는 호라이즌의 최대 출력과 비교하면 일부에 불과하니까.
"자원 채굴, 도시 건설, 또 뭐가 필요하더라.......아, 법률이네"
".......아, 그건 생각 못했습니다"
"살기만 하면 분명 트러블이 생기고 룰이 없으면 꼭 무법자 같은 놈들이 나온단 말이야. 매드맥스 루리가 그랬음"
"매드맥스 루리는 또 뭡니까?"
"막 아쿠아콜라! 8기통!! 하고 외치는 행성에서 생존경쟁 벌이고 있는 루리야. 언젠가 녹색의 땅을 찾으러 간다고 했어"
"포스트 아포칼립스? 남편이 좋아하겠습니다"
"가고 싶으면 따로 연락은 해둘께"
루리 같은 정보 단말이라고 해서 마냥 좋은 환경에서만 태어나는건 아니다. 지금의 루리처럼 착한 부모님 아래에서 부족할것 없이 자라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극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경우도 있다.
.......같은 단말이였던 자유의 대마왕 누리도 사실 그러다가 탈주하여 대마왕이 된거지만 말이다.
"일이 끝나면 그이랑 같이 잠깐 여행이라도 가야겠습니다. 이번 삶은 일이 생겨서 함께 있던 시간이 너무 적습니다"
"으이구, 누가 신혼부부 아니랄까봐 여행 생각이나 하고 있네. 근데 갈거면 좀 좋은데 가지 왜 그런데 찾아가려고 해?"
"울 남편 취미가 그겁니다"
"요상한 취미 다 보겠네. 성격이 특이해서 그런가?"
"열악하고 생존을 위협받는 환경일수록 인간의 본성이 잘 나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서 만나는 선인(善人)이야 말로 실로 값진 것이라 했습니다"
최악은 성악설을 믿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배움과 경험을 통해 선해질 수 있다는 것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원래 인간 쓰레기들은 수없이 많이 봤으니 별 감흥 없다. 최악이 좋아하는건 그런 심연 속에서도 빛나는 별과 같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환경 같은건 그리 신경쓸게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의 손으로 멸망한 후의 경치는 나름 돌아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꼭 그거 아니야? 막 자기보다 못한 사람 보면서 비웃고 그러는거. 성격 나쁘네"
"그런건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그런 것보다 극도로 발전된 쪽을 더 좋아합니다. 다만 남편이랑 같이 다니다 보니까 좀 물든것 뿐입니다"
"부부는 닮는다더니!"
잡담은 거기까지 해두고 본론으로 넘어가자.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건 의식주지만 사회를 이룩하는데 필요한 것은 법규였다. 그리고 시온이 뽑은 사람 중에서는 법에 대해 잘 알만한 사람도 있었다.
"김 변호사님?"
"아, 그분은 말은 했지만 지구에 남기로 했습니다. 물론 사건 터지면 직접 나가서 데려올 생각이니까 기억은 해두십시오"
"그러면 누군데?"
"전 검사 출신입니다. 내부 고발로 짤렸다가 편의점 장사하면서 근근히 생활하던 사람을 데려왔습니다"
"아, 내부 고발이면 믿을만 하네. 한번 거른 사람 중에서 고르는거라 그런 느낌도 있지만"
전 검사 출신, 변호사 사무소도 차렸으나 잘 되지 않아서 편의점 장사를 운영하다 화성 이주민으로 지원함. 이름은 김영호. 나이는 37세.
"일단 중요한 부분이니 이 사람은 호출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온은 한편으로 낙원을 만들 생각이였지만 책임 없는 낙원은 사양이였다.
처벌은 받는 사람이 두려워 하면 두려워 할수록 좋았다.
솜방망이는 꺼져!!![작품후기]인간이 개돼지도 아닌데 살려면 필요한게 많죠.
그게 최대 1억쯤 되는 생산력 없는 인간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커버 치려면 등골 빠질듯.
법도 중요한 문제죠. 시온은 한국 같이 솜방망이 처벌을 할 생각 없습니다. 대못 박은 야구 방망이면 또 몰라도.
물론 데려온 사람이 1억이면 개중에 반발하는 사람도 있겠죠. 시온은 그런 사람도 존중합니다.
시온 : 우주선 하나 줄테니 테라포밍 없이 인간이 살 수 있는 행성 찾아서 거기서 꼴리는대로 사십시오 휴먼. 대충 3만광년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