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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흉의 대마왕-361화 (361/507)

독자 : 뭐,라고?361회

[화성 심시티 빌드잇]백리가 눈을 떴을 때는 베이징의 적성종 거점이 무너진지 이틀째 되는 날이였다.

상처를 입었던 팔다리는 전부 회복이 되어 있었고 거점은 파괴되고 적성종들은 박멸하여 거의 소강 상태에 들어가고 있었다.

여기서 더 필요한 것은 시간이지 화력이 아닐 만큼 상황은 극적으로 좋아졌다 하더라도 이상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 싸움은 결코 승리라고 할 수 없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마스터 유저인 히비키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건 가장 큰 손실이였다. 여덟밖에 없는 마스터 유저를 잃느니 차라리 다른 수십명의 포스 유저를 잃는게 낫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윽......."

백리의 기억 속에서 히비키의 등이 보인다. 마지막까지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남아 시간을 끌었던 그의 등이.

슬퍼할 겨를은 없었다. 백리는 눈물이 나오려고 했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지금 필요한건 울거나 장례식 같은거 아니였다. 히비키가 맡겼던 다른 일을 실행해야 할 때다.

영웅에게는 잠깐의 슬퍼할 틈도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걸 감내하기 때문에 영웅이라 불리는 법이다.

"일어나셨군요!!!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아, 예......."

"히비키씨의 일은 안됐지만......그래도 덕분이 베이징의 거점은 소멸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제 남은건 별거 없는 잔당들을 처리하는 것 밖에 없지요"

백리가 일어났다는 소식에 중국의 권력자인 류샹 2급 상장이 그를 병문안 왔다.

그의 입장에서는 큰 희생이 있었지만 결국에 베이징을 손에 넣을 수 있어서 다행이기 때문이였다. 내전 중이고 처리할 일이 산더미 같이 많아도 수도인 베이징은 상징적인 의미가 컸으니까 말이다.

"우선 약소하지만 작은 파티를 준비했습니다. 괜찮으시면 참석하셔서......."

"파티요?!"

일이 전부 끝난 뒤라면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산 사람이니까.

하지만 그 파티는 아직 일이 전부 끝나지도 않았고 죽은 사람에 대한 예도 치르지 않았는데 열리는 파티였다. 도저히 백리는 이해할 수 없어서 신경질적으로 되물었다.

"죽은 사람들 조문이라도 했어요? 소식이라도 제대로 전달 했어요? 러시아랑 미국 거점 파괴 했어요? 당장 움직여도 모자랄판에 무슨 피티요?!"

"아, 그게.......죄송합니다"

말로는 죄송하다는 뜻이였지만 속은 그렇지 않아보였다. 백리는 그걸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어차피 상대는 베이징을 손에 넣기 위해서 히비키와 백리를 지원했을 뿐이다. 내전으로 인해 세력 다툼을 하고 대마왕마저 사라진 지금 무력적인 충돌이 가능하다면 이미 그는 새로운 중국의 패권자나 다름없었다.

인간이란 자기가 난감할 때는 도움을 바라지만 정작 남이 도와달라고 할 때는 인색하다. 특히나 가진 것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가진 것보다 남이 가진 것을 더욱 탐한다.

".......됐어요"

백리는 말을 말기로 했다. 한순간 혐오감이 스쳐지나간다.

히비키는 이런 인간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다가 죽은건가? 그런거라면 이런 사람을 지키기 위한 가치는 도대체 뭐지?

물론 류샹 2급 상장만 지키려던 싸움은 아니지만 개중에 포함되어 있다는게 꽤나 백리의 마음에 있어 판단의 가치를 흔들게 만들었다.

그는 아직 인간의 나쁜 면모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선한 면은 소방관인 자신의 아버지를 보고 배웠다 하더라도 덮쳐오는 악의에는 내성이 없었다.

"저는 곧바로 러시아로 갈거예요. 그것만 따로 처리해주세요"

"더 쉬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됐어요. 가면서 나을 정도니까 금방 회복될거예요"

공간 계통의 공격은 초재생 능력도 소용이 없다. 단순히 신체 일부의 소실이 아니라 보다 고차원적인 데미지이기 때문에 재생 능력 또한 듣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을 들이면 충분히 낫는다. 한동안 정신을 잃어서 그동안 몸은 전력으로 회복하여 조금만 지나면 대부분의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국가들에게 협조 요청을 해주세요. 특히나 마스터 유저 보유국 쪽에는"

제대로 확장하지 않은 거점만 하더라도 공략하는데 많은 희생이 있었다. 같은 방법이 통할거라는 보장도 없으며 러시아의 거점은 중국보다 훨씬 규모가 크기에 마찬가지로 이쪽도 병력이 더 필요하다.

히비키가 맡긴 일을 해야한다. 그리고 미국에 있을 가르-레칼 또한 쓰러트려야 했다.

백리와 히비키 둘이서 놈의 아바타를 상대로 고전했는데 본체는 얼마나 강할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 본신의 힘을 제한 없이 사용하는 초월자는......나라 한두대가 아니라 세계와 연합하여 움직여야 했다.

"그리고.......손님분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이요? 됐어요, 누구 만날 상황이 아니니까......."

"만나보셔야 할것 같긴 합니다만"

백리는 그의 태도에 의문을 표했다. 어지간한 손님이 아니고서야 그렇게 나올리는 없었으니까.

이윽고 병실로 들어온건 간만에 외출해 백리를 만나러 온 예진이였다.

"예진아?! 아니, 네가 왜 여기 있어?!"

"놀다가 상황이 좀 나빠지는것 같아서 잠깐 오빠 만나러 왔어요"

류샹 2급 상장은 남녀간의 이야기니까 눈치 빠르게 좀 빠져주었다. 그런 면에서는 칭찬해줄만 하다.

이윽고 병실에는 백리와 예진이만 남게 되었다. 두사람 사이에 어색한 기척이 흐른다.

"어떻게 지냈어? 꽤 많이 변하고 사건도 펑펑 터졌는데......"

"아주머니 우주선에서 댕댕이랑 같이 놀고 있었어요. 대마왕 강림까지는 그래도 좀 괜찮다 싶었는데 이번에는 사안이 달라서요"

".....그래"

예진이가 괜찮다고 판단한 이유는 대마왕이 적성종과 달리 마구잡이로 인류를 멸종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심판을 받더라도 인류는 멸종하지 않는다. 다만 꽤 큰 타격을 입지만 이후에는 오히려 더욱 옳바른 발전을 할 뿐이다.

하지만 적성종은.......지금 상황처럼 인류를 멸망시키기 위해 빠르게 그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길어도 1년, 그 안에 처리하지 못하면 인류는 저항할 수도 없이 멸망한다.

"아주머니는 어때? 따로 손 쓸 생각은 없으셔?"

"오히려 이 이후의 일을 신경쓰고 계세요. 지구가 멸망한 다음이요"

"........"

"하지만 그래도 구할 수 있는 인간의 숫자는 1억에 불과하다고 했어요"

"겨우 1억......"

수십억 인류 중에서 고작해야 1억이다. 그나마도 감지덕지지만 시온이 그걸 준비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미 인간이 멸망할거라 확신을 하고 있는게 분명했다.

심판 보류 요청은 대마왕들의 간섭을 거부한다는 뜻이다. 거기에는 대마왕 뿐만 아니라 그 지인들도 포함되어서 시온은 손댈 수 없다.

평소라면 지금과 같은 화성 이주를 통한 인류 존속 또한 간섭에 속하나 그건 소집 이전에 선언하고 진행된 일이기 때문에 편법을 통해 할 수 있는거지 아니였다면 인류는 정말로 멸종했을 것이다.

"어떻게든 막아야지"

차라리 시온이 준비한게 쓸모없게 만드는게 더 나은 이야기다.

그녀가 하고 있는건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악일 뿐이다. 지구가 멸망해도 인류만큼은 화성에서 살아갈 수 있게 만드려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것보다는 가르-레칼을 쓰러트리고 지구에서 사는게 낫다. 백리는 차악보다 최선을 선택할 것이다.

"여러가지로 바쁘겠네. 그래도 네 얼굴 봐서 힘이 좀 날 것 같아"

"뭐야, 꼬시는거예요? 한동안 얼굴 못봤다고 작업하는거면 평소에도 좀 그러지"

"......그건 좀 미안해. 형이 뒤에서 눈 부릅뜨고 노려보는것 같아서"

"아, 그렇긴 하겠다. 근데 아저씨는 지금 없잖아요?"

최악은 한창 무림에서 깽판치는 중이다. 설령 최악이라 하더라도 직접 통신을 하는게 아닌 이상 다른 차원에서 벌어지는 일을 실시간으로 알아낼 능력은 없었다.

유일한 감시자인 시온은 오히려 방관주의다. 같은 여자인만큼 그런 부분에서 잘 이해해주고 있었다.

그러니까 남녀의 불장난을 치기에는 딱 좋은 시기라는 말이다.

"많이 우울해할줄 알고 위로도 좀 해주려고 왔는데 생각보다 밝아서 좀 그렇네요"

"어? 아니야, 생각할거나 할게 많아서 그럴 시간이 없는것 뿐이야"

"딱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게다가 러시아로 떠나면 시간도 없을거 아니예요?"

"그렇긴 한데......."

슬쩍, 예진이가 백리의 손을 잡았다.

따스한 온기가 느껴진다. 백리에 비해서 작고 부드러운 감촉이다. 손에 굳은살 하나 없어서 딱 그 나이대의 여고생 같은 느낌이다.

"썸만 타는건 좀 질리지 않았어요? 진도 좀 나갔으면 좋겠는데"

"아니, 그렇다고 난데없이?!"

"그러면 오빤 제가 싫어요?"

"그건 아닌데! 엄청 좋아하는데! 사귀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기는 한데!!!"

"대답은 확실하게 들었어요"

"앗!"

요오오오망한 예진이는 여우인 댕댕이에게서 배운건지 백리의 입에서 먼저 좋아한다는 말이 나오게 만들었다.

연인간에 사랑한다는 말은 쉽게 자주 하지만 아직 썸만 타는 사이에서 누가 먼저 고백하느냐는 중대 문제다.

"시간은 빡빡하지만 밤은 길거라고 생각해요"

".......형 돌아오면 난 형한테 죽겠네"

"그때는 같이 혼나면 되겠죠 뭐"

예진이는 슬쩍 웃으면서 마주 잡은 손의 깍지를 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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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은 최악이 아닌 차악을 대비하기 위해 여러가지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차근차근 천천히 준비할 생각이였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다면 시간이 금인 만큼 직접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가장 먼저 중요한 것은 의, 식, 주. 3가지다. 그게 있어야 최소한의 인간다운 일은 할 수 있기 때문이였다.

"어, 음......제가 왜 여기에 있는건가요?"

"현 이주민 중에서 건축 업계 종사자는 강무혁씨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도 찾아보면 있지 않아요? 사람이 수천명이나 되는데 저 혼자 밖에 없을린 없는데"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건축 디자인이나 설계쪽 사람이라서 현장에서 직접 일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딱 한명 뿐입니다"

".......그게 저군요"

화성 이주 프로그램 1차 합격자 중 한명, 그리고 현재 신희영과 썸타는 중이여서 화성 이주민 중에서 최초로 커플이 될 예정인 그는 시온과 독대하고 있었다.

시온의 위치가 위치인 만큼 저번 면접 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긴장된다. 오히려 이번에는 무슨 말을 할지 말라서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했다.

"현재 테라포밍 하고 있는 지역은 시시각각 넓어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곳은 아직 따로 사용이 정해지지 않은 평범한 토지에 불과합니다. 생활에 필요한 거주 시설이나 농업 시설 등을 건설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시온님......"

"님자 붙이면 낯간지럽습니다. 편하게 부르십시오"

".......그러면 시온씨. 건축 계열이면 시온씨도 전문가 아닙니까? 저번에 뉴스에서 자택을 직접 설계했다고 나오던데요"

"그렇긴 합니다"

시온의 전공은 건축이다. 지구에서 쓰던 자택도 직접 설계했을 정도로 나름 자신있어 하는 분야이기도 했다.

강무혁에서 맡길 일은 시온이 대신 해도 나을 정도로......아니, 오히려 더 뛰어나게 진행할 수 있다.

"두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제가 직접 할 만큼 시간이 나지 않을뿐더러, 다른 하나는 제가 아니라 여러분들이 직접 해야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요?"

"제가 쌀을 씻어서 밥까지 해주고 수저까지 줬으면 떠먹는건 자기가 해야 하는거 아닙니까? 그것마저 못한다면 제가 없을 때는 어떻게 살려고 하시는겁니까?"

"아, 그것도 그렇네요......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고 했었죠"

"바로 그렇습니다"

언젠가 시온은 떠나갈 사람이다. 그 시기는 아마 최악이 수명을 다해 죽을 때 쯤이다.

최악에게는 시온이 절대적인 것 처럼 시온에게도 최악은 절대적이다. 화성에 투자한게 아무리 많아도 결국에는 최악을 찾아 떠나갈게 당연했다.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는, 그저 사용법 밖에 모르는 인간이 화성에 남으면 언젠가는 파탄이 날 것이다. 작은 오류 하나도 고치지 못하고 쩔쩔매다가 그게 쌓여서 어느날 훅 하고 멸망한다.

"건설직이라고 해서 도시 설계 같은건 제 전공이 아닌데.......더군다나 그 정도쯤 간다면 생각할 것도 이만저만이 아니예요"

"대부분의 문제는 호라이즌의 설비를 쓰면 그만입니다. 뇌파를 통해 설계도를 구체화 할 수 있는 장비도 있으니 걱정마십시오"

"그건 진짜 쩌는건데!!!!"

사실 그 장비는 그리지 않고 만화나 소설을 쓰는데 쓰려고 만든건 비밀이다.

"앞으로 사람들은 더 많이 몰려들겁니다. 강무혁씨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음......너무 서두르시는거 아닌가요?"

"서둘러야 합니다. 자세하게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서두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직 말할 수는 없다. 말해봤자 더 큰 혼란만 일어날 뿐이다.

비밀로 할 수 있을 때까지는 비밀로 하고 그것 때문에 나중에 원망 받는다면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 그게 책임이라는 것이다.

"현재 화성 이주민들은 차후에 각 분야의 요직에 앉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작정하고 뽑은데다가 검증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

"그럼 부탁드립니다. 화성 도시 개발부장님"

"저 지구에서는 대리였는데요......."

"초고속 승진 좋지 않습니까?"

시온은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 [작품후기]백리 파트를 별로 안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시온의 화성 심시티 파트를 드리겠습니다!

물론 이번 파트에서 떡밥 좀 뿌리고요.

.......그나저나 주인공 돌아오면 딸 가진 아버지들을 위한 샷건이 불을 뿜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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