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회
[천하삼절이 은원을 너무 쌓아서 무림이 리틀 묵시록?!]황제가 우리를 부른건 일이 터진지 3일째의 일이였다.
"환영하오, 흉제여. 불편한건 없었소?"
"거 말을 편하게 하시네. 그리고 어디서 들었다고 그런 호칭으로 부르고"
"천살제의 제자라 하기에는 길지 않소. 얼핏 위명이나 별호로 보이니 그것으로 부르는게 낫다 생각한 것이오"
흉제(凶帝)란 내가 초월자들 사회에서 불리는 이명이다. 왕(王)은 강함의 증거, 제(帝)는 위업의 증거, 황(皇)은 악명의 증거다.
오래전 로드가 아닌 내가 로드인 워 로드를 죽였을 때 주어진 이명으로 초월자들에게도 내가 한 일은 그만한 위업이 있을만큼 대단한 일이라는 소리다. 내 딴에는 그냥 남의 마누라 NTR해가려는 금발 양아치 새끼 뚝배기 깨준 느낌이지만.
"뭐, 마음대로 불러"
아무튼 이미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나도 황제한테 반말 깔 수 있는 위치가 되었다.
꼬우면 지가 어쩔거야? 니도 옥황상제 빽 둬보던가!!!
인간의 황제라고 한들 결국에는 하늘 아래의 왕인 법. 하늘 위의 옥황상제이자 이 세계에서는 전능한 그에게 비할바가 못된다.
"승상의 일은 어떻게 됐어?"
"그건........"
황제는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안색에서 보이는 우울한 기색은 친인을 떠나보낸 자의 그것이다.
3일이면 나름의 조사도 했을터, 그리고 완전히 증거를 모아 정황을 알아낸 기색이 풍긴다.
"승상에게는 늦게나마 얻은 여식이 하나 있소. 그리고 몇년 전부터 중병에 걸려 침상에만 누워 있게 되었지. 짐도 개인적으로 약재나 영단을 내리긴 했으나 별 차도가 없었소"
"........."
"그리고 그런 승상에게 딸의 치료를 인질로 접근한 자들이 있었소. 그리고 그들의 목적은......."
나를 비롯한 천하삼절의 죽음.
황제와 딸의 목숨. 충신이라면 전자를 선택하겠지만 아버지라는 인간이라면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유 승상은 옳지 않은 선택을 하지 않은게 아니다. 그저 인간으로서 옳은 선택을 했을 뿐이지. 나라가 휘청인다 하더라도 딸을 구하고 싶었던거다.
"어떤 자들인지는 용의주도한 자들이라 아직 색출하지 못했소. 그나마도 승상의 자택에 남겨둔 증거를 통해서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지"
"그건........"
"그렇소, 승상도 한편으로는 그들을 신뢰하지 않았으며 최악의 경우도 대비했다는 뜻일거요"
나라를, 황제를 위협하긴 했으나 한편으로는 자신이 잘못될 것을 생각하여 증거와 함께 자결할 준비까지 해두었다.
유 승상이 최후에 자결할 때 쓴 장도는 호신용이라고 하기에는 즉사할만한 맹독까지 발려 있었으니 처음부터 자결용이였을 것이다.
"친한 사람이었나?"
"유 승상은......어릴적 스승으로서 부족할 것이 없는 사람이었소. 백성을 중요시하고 사랑하며 인덕과 자애로 통치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 스승이였지. 하지만........."
황제의 눈에는 분노가 스쳐지나갔다.
유 승상의 딸을 이용하여 그를 움직이고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자들에 대한 분노다.
"감히 황실을 위협한 자들을 확실히 발본색원할 것이오! 놈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소!!!"
"쉽진 않을텐데?"
"알고 있소. 아무리 간이 큰 자라도 황실을 건드린다는건 그만한 힘이 있다는 반증이겠지!"
즉, 그 여파를 감당할 자신이 있으니 건드렸다는 뜻이다. 물론 그러지 않았다면 그냥 정신나간 븅신들이겠지만.
"내부는 어때? 자고로 내환도 다스리지 못한 사람이 외환을 신경써봤자 별 의미 없는 법이야"
"시간은 걸릴 것이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아 1년이면 충분히 정리하고 조사할 수 있소"
"그 1년 사이에 뭔일이 터질지 모르지"
관리자가 직접 흉신의 강림을 경고하고 갔다. 그리고 황실을 건드린 비밀 단체는 나를 건드려 일부러 반역죄에 더해 구족을 멸하려고 했다.
단순한 내 가족만 뜻할지도 모르지만 조금만 이야기를 바꾼다면......천하삼절과 그 스승인 천기자까지 포함된다.
현대의 사제 관계와는 다르게 이 시대의 사제 관계는 거의 가족이나 다름없으니까 말이다.
천기자의 원한이 있는 족속? 거기에 흉신? 그러면 딱 보면 각이 나온다.
암중단체는 흉신과 관련된 녀석들이다. 그리고 흉신, 즉 블러디어를 부활시키려고 하고 있으며 오래전 흉신혈제를 물리친 천기자를 제거하기 위해 황실을 건드린 것이다.
차도 살인지계가 꽤나 장대해졌지만 설득력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중원의 무림문파는 보잘것 없으며 세를 유지하고 있는 마교나 북해빙궁 같은 곳은 천하삼절에게 관심은 있으나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게 분명하고 남은 것 중에 우리들을 죽일 가능성이 있을만한(물론 무림인 기준으로) 단체는 황실이 유일했으니까.
"그놈들은 분명 근시일 내에 모습을 드러낼거야. 1년 안쪽으로.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나선다는게 그 증거지"
오랫동안 잠복해 있던 녀석들이 모습을 드러낸다는건 그만한 시기가 도래했다는 뜻이다.
아무리 천기자와 천하삼절이 나타났어도 정말로 무림 정복을 꾀하는 놈들이라면 불리한 싸움을 피하기 위해 더 숨었을 것이다. 그리고 좀 더 잠잠해진 뒤에 움직였겠지.
"놈들은 날 노렸지. 그렇다는건 실패했지만 내가 목표라는건 언제든지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소리야"
"그렇다면......흠, 예정이 조금 달라지겠지만 이걸 드리겠소"
황제가 나에게 준 것은 하나의 금패였다. 화려한 장식에 용 무늬가 새겨진 것이 범상치가 않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용은 황제를 상징하는 영물이다. 어지간한 직위가 아니고서야 쓰는걸 허락하지 않는다.
"어사대부임을 증명하는 패요. 이게 있다면 중원 어디에서든 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오"
"나중에 그놈들을 발견하거든 관의 도움을 받아서 치라는 뜻이지?"
"신선의 입장에서 인간의 손은 필요 없을지 모르나 그 외에도 여러가지 도움이 될 것이오. 본디 황사로서 초청하려 했으나 일이 좀 틀어졌소"
"이게 더 좋은데 뭐. 아무튼 잘 받아가서 요긴하게 쓸게"
감투는 있으면 좋다. 분명 돌아다니다 보면 사람 손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거고 그때 써먹으면 된다.
아니면 무림인이 아니라 어디 권문세족 같은 애들이 시비 털 때 써먹으면 좋다. 어사부는 지금으로 치면 감찰원 같은 느낌이라서 감찰 나왔습니다~하고 쳐들어가면 긴장 빨아야 하는건 저쪽이다.
자고로 털어서 먼지 하나 나오지 않는 사람은 없다. 비리 싫어하는 울 마누라도 뽀득뽀득 밀면 때 정도는 나올텐데 무슨.
"성화는? 그거 어떻게 할거야?"
"따로 옳길 수도 없고 내궁도 천장이 뜯겨나갔으니 이번 기회에 고쳐야겠지. 아마 그곳은 성화를 보관하는 궁으로 따로 짓게 할 것이오"
"관리 잘해. 보니까 기능이 그것만 있는 것도 아니여 보이는데"
"........?"
약간의 신성이 깃든 불꽃은 한편으로는 유토피아의 순금처럼 권능이 깃든 물건이다. 애초에 장작도, 산소도 필요 없이 연소반응을 일으키며 열 에너지를 방출한다는게 얼마나 이과 애들 훼까닥 하는 소리인지 잘 알겠지.
단순하게만 봐도 영구 동력이다. 증기기관을 만들어서 그 성화를 쓰면 석탄 필요 없이 곧바로 스팀펑크 세계관에 돌입할 정도니까.
"성화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황궁에는 사악하거나 사이한 것들이 접근하지 못해. 그리고 옥황상제가 각 잡고 준거니까 인간이 개지랄을 해도 못끄고 오로지 현 왕조의 태평성대가 끝날 때만 꺼지겠지"
"그건......"
"그렇다고 착각하면 안돼. 성화가 꺼져서 태평성대가 끝나는게 아니라 태평성대가 끝날것 같으니까 성화가 꺼진다는 소리니까"
전륜성왕이라 한들 그 자식까지 그럴거란 가능성은 없는 법이다. 옛날부터 자식 농사가 제일 힘들다고 했다.
왕으로서는 만점일지 몰라도 아버지로서는 최악인 상황도 종종 있다. 그러니 천년만년 태평성대가 이어질 것은 확신 못한다.
"하지만 그 성화가 불타오르는 한 황권은 절대적일거다. 역대 그 어떤 나라의 황제라도 누릴 수 없는 권력을 쥐고 흔들 수 있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체제가 있다면 그것은 완벽초인이 행하는 독재 정치일 것이다.
물론 세상에 전부 잘하는 천재 같은 사람이 통치하는 경우는 얼마 없지만 그래도 덕과 인망으로 다스리는 왕이 권력까지 가지고 있으면 백성이 편하다.
대신 신하들이 고생하겠지만.......음, 세종대왕님? 허나 윤허하지 않았더라!!!!
"그놈들 어떻게 굴릴거야?"
"대신들 말이오? 마음 같아서는 전부 사형시키고 싶으나 현실이 받쳐주지 않는구려"
"하긴, 대규모 인력손실은 뼈아프니까. 일단 과거 시험으로 등용문을 열어서 대체할 인력을 만든 다음에 슬슬 처리해도 늦진 않아. 지들도 지옥행 취소하려고 최대한 열심히 일할테니 단물만 쪽 빼서 버리는거지"
"군자의 복수는 10년이라도 늦진 않을테니......몇년 정도라면 충분할 것이오"
정치인은 잘만 하면 극락이나 천국 가기 딱 좋은 자리다. 사람 한두명 죽여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면 죄가 상당수 상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옥의 유무를 모르는 인간에게 사후를 대비해 착하게 살라고 하는건 야채만 먹고 살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인간은 욕심 많은 종족이니까.
그러나 이제 그들은 평생 야채만 먹고 살아야 한다. 본인의 신념이나 취향이 아니라 억지로 말이다. 호랑이를 강제로 채식하게 만들면 언젠가 굶어 죽는 것처럼 결국에 그들은 죽게 될 것이다.
자살이던 타살이던 천수를 누리고 죽는다는 결과는 없다. 그게 역모에 동조한 그들의 책임이다.
"난 슬슬 떠나야겠다. 여기서 시간을 좀 많이 썼데 일이 생각보다 빠르게 끝나서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지만 그래도 빠르게 움직일수록 낫겠지"
"좀 더 있다 가도 될 터인데......."
"여기 있다면 뭔 소리 들으려고? 흉제란 칭호는 그리 좋은 느낌은 아닌데다가 욕심 많은 놈들이 얼굴 좀 비추려고 오는 꼬라지가 눈에 선하다. 댁도 그러잖아"
"그런것도 참고 할줄 알아야 통치를 할 수 있는 법이지"
"그건 그렇긴 해. 그런거 보면 나한테 역시 국가 운영하고 그런 재능은 없다니까"
애초에 나는 재능 자체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딱 하나, 나에게 있어 최초의 재능은 가능성의 특이점에서 비롯한 확률 조작이다.
그거 덕분에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발전할 수 있었던게 내 강함의 근원이였다. 살아서 어떻게든 이어진다면 강해지는건 당연하니까.
"간만에 좋은 위정자를 만나서 기분 좋았어. .다음에 볼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되도록 나쁜 일로 만나지 않도록 하자고"
"이쪽도 마찬가질세"
위치가 있지만 자존심 굽히고 허물없이 대화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포용력이 넓다는 증거다.
크으으으, 내가 대마왕질 하면서 이런 사람 만나는게 제일 즐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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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잣거리로 나오면 소문은 오로지 옥황상제가 직접 모습을 드러낸 사건 뿐이다. 소문을 그런식으로 퍼트리는건지 내 이야기는 그리 많이 퍼지지 않고 옥황상제, 전륜성왕, 성화, 유 승상의 역모 등등으로 키워드가 정해져서 퍼진다.
오히려 나에게는 좋다. 전체적인 지식 수준이 낮은 이곳에서 소문 제대로 났을 때 내가 지나가면 살아 있는 얼굴에 제삿상 먹게 생겼다.
"황궁을 둘러볼 수 있어서 꽤 좋은 경험이였습니다만, 밥은 평소에 먹던 것보다 좀 덜하더군요"
"그렇긴 하지?"
"솔직히 아저씨가 만든게 더 맛있었어요"
"요리 같은건 밥을 먹는 이상 어느 곳을 가도 유용한 기술이니까. 배워두면 좋단다"
"네!"
자고로 초월자는 어디 가서 밥 벌어먹을 부업 하나 정도는 익히는 법이다. 나는 그게 요리고, 시온은 건축 계통일 뿐이다. 물론 당장 돈 벌 수 있는 수단을 따지면 내쪽이 좋아서 좀 망한 곳에서는 내가 우위다.
인간이 사는데 필요한 의식주, 개중에서 나는 식(食)이고 시온은 주(住)다. 흠, 생각해보니까 옷만 없네.
나중에 우리 자식은 그쪽 분야로 나가면 어디 가서 굶지는 않는 가족 완성 아닌가? 옷 같은건 에덴 동산이 아니고서야 다 입을테니까.
"다음 목적지는 하북으로 가면 되겠습니까 대협?"
"아, 그래, 그래라. 거기로 갔다가 요녕성까지 넘어가면 되겠지. 하북에는 뭐가 있더라?"
"오대세가 중 하나인 하북팽가가 있습니다"
"도 쓰는 애들? 뭐, 그건 둘째치고 크게 신경쓰이는건 없으니까 비교적 조용하게 갈 수 있겠지"
만약 그레이 만날 때까지 별일 없으면 그냥 놈한테 짬때릴거다. 흉신이고 나발이고 똥 싼 놈이 치워야지 딴 사람이 닦아주고 치워주면 그게 무슨 꼴이냐?
그러니까 일단 계속 가보고......중간에 또 시비 털고 그러면 조져버리면 된다. 어차피 놈들에게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설령 최악의 경우라도 이 행성이 작살나는 정도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응? 그거 큰 사안 아니냐고? 옥황상제가 있으면 행성이 날아가도 수복 가능하니까 문제없음!
"근데 선이 너 키 컸니?"
"저번에 영단 먹고 푹 자니까 좀 많이 컷어요"
"이야, 그 정도면 나름 큰 키인데. 유전자가 좋은가보다"
"유전자가 뭐예요?"
"음......부모님한테 물려받는 선천적인 형질? 앗, 그러면 이거 결국엔 자화자찬인가!!!"
선이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움직이고 좋은 것도 먹다보니 키가 무럭무럭 크고 있다. 작달막했던 선이는 어느새 내 가슴께까지 올 정도로 커졌다.
보아하니 대충 160센치 조금 넘게 자랄것 같다. 자고로 무림인은 신체 조건은 컸으면 좋았지 마냥 나쁜건 없다. 팔이 한치라도 더 길면 그만큼 리치가 늘어난다는 증거니까 말이다.
"생각해보니 얼마 남지 않았구만. 대충 몇달인가?"
"아저씨?"
"아니, 나도 여기 평생 있을건 아니니까 말이야"
이곳에 오래 있어도 기껏해야 1년이다. 그 이상 있을 생각은 없다. 일정이 늦어지면 차라리 차원 찢고 가더라도 시간을 단축할거다.
그동안 선이랑 동동이는 충분히 키워줄 생각이다. 흠, 선이는 혼자서도 잘 클텐데 동동이나 좀 더 봐주자.
"아저씨 고향은 어디예요?"
"음......저어기 엄청 먼 곳이야. 걸어서는 갈 수 없는 곳"
"걷다보면 언젠가 갈 수 있지 않아요?"
"바다도 걸을 수 있니?"
"아, 그렇구나"
비유적인 의미지만 비슷한 사실이다. 보통은 차원 이동 같은건 못하니까.
내가 떠나면 선이가 나와 만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래서 그동안 잘 돌봐주려고 하는거고, 여차해도 그냥 아는 사람에게 맡기는 편이 낫다. 다행히도 여기에는 천하삼절이 있으니까.
"나중에 혹시 모르지만 선이 부탁한다?"
"네 녀석도 없는데 왜 돌봐야 하나?"
"애 키워봤음? 예습 안하면 빡세 그거"
".......그렇긴 하군. 알았다"
환생자의 육아 경험치를 무시하지 마라 요년아! 배 아파 낳아본 애들만 수십명이다!!!
[작품후기]다음부터는 지구 파트.
이번에는 시온의 화성 심시티입니다. 떡밥도 좀 뿌리고 할게 많네요.
작가 : 언제부터 연참이 끝났다고 생각하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