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흉의 대마왕 35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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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놈의 별호를 말한건 딱히 그놈의 악명을 알아서가 아니지만 상대는 다르게 생각한건지 다시금 기분 나쁘게 웃으며 꼬아든 참마도를 위협적으로 휘둘렀다.
후우우웅!!!
딱 봐도 수십킬로는 가뿐하게 나갈법한 무게의 창. 말도 단순한 군마가 아니라 좋은거 먹이고 먹이고 키운 준 영물급의 말이였다.
그러지 않았다면 아무리 군마라도 수십킬로의 무기와 사람을 짊어지고 움직일 수 있을리 없다.
"아무래도 내 위명은 천하삼절에게까지 알려진 모양이군!"
"아니, 그건 아닌데......"
혹시 어머니께서 막 입에서 검 뱉고 막 그러지 않으시던?
대놓고 패드립을 날릴수는 없었던 나는 일단 잠자코 있기로 했다. 꽤나 호승심 가득한 태도로 나오기는 하지만 놈들에게 살의는 없다.
아, 마교라고 하니까 종교보다 강자지존 그쪽인가.
"아무튼 무슨 볼일이지? 마교의 이름난 무력 부대가 먼 이곳까지 산책 나왔을리는 없을테고"
"그대가 천살제의 제자요?"
"그래"
"과연, 한눈에 보면 천살성을 타고난 것을 알 수 있는 흉악한 눈매라더니"
".........."
환생을 해도 내 더러운 눈매는 변하지 않는다. 설령 여자가 되어도 삼백안의 미녀가 될 뿐이지 이건 그대로다. 영혼에 각인된 천성 비슷한것 같다. 유전자도 무시해서 좀 그렇긴 하지만.
아무튼 눈매로 소문 났으면 딴 사람 다 알아보겠네. 이걸 좋아해야 하는건지 싫어해야 하는건지 모르겠다.
얼굴이 잘생긴게 아닌건 나쁘지만 그래도 누가 알아보기 쉬운 특징이 있다는거니까. 어차피 평생 외모로 아쉬워본적은 없고.
"그래, 싸우러 왔냐, 뭐 전해주러 왔냐?"
"둘 다요"
"호오"
무림에서 선배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정파에서 대접 받는 상황이지 사파라던가 마교 쪽 인물에게 존대 들을 생각은 안했다. 약간의 무력 시위는 보이더라도 놈은 쉽사리 덤벼들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교주님의 친필 서한을 가져왔소. 부디 만병왕께 전해주시길 바라오. 신교의 정보력으로도 만병왕의 은거지는 찾을 수 없었으나 천하삼절 당사자라면 충분히 전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오"
"응?"
나는 일단 놈이 건낸 서찰을 받았다. 내가 읽어봐도 되나 싶었지만 어차피 읽지 않으면 전해줄 생각도 없으니 그냥 꺼내서 읽어보았다.
이런저런 미사여구나 태극권 같은 돌려말하기가 있지만 일단 기본적인 목적은 과거의 명예회복을 위해 만나보고 싶다는 뜻이다.
"오히려 묘하네. 제일 힘으로 할것 같은 마교에서 예의 바르게 오다니"
"전대 교주님께서 패하신 것은 결국에 만병왕이 강자라는 증거, 정당한 싸움의 승패를 가지고 왈가왈부 할만큼 염치가 없진 않소. 추하게 변명하고 싸움을 건다는 것은 전대 교주님을 모욕한다는 증거지"
"승패에는 승복한다는 소리인가?"
"그렇소"
저번에 만난 남궁세가 놈들이랑 비교하면 정말 천지차이나 다름없었다. 아니 어째 머리가 제일 뇌근일것 같은 마교에서 오히려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게 솔직히 의외의 일이였다.
나는 슬쩍 동동이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야 봐라 동동아. 마교라도 저렇게 딱 잘라서 나누는데 명분이니 체면이니 개지랄 떠는 놈들이 얼마나 추하냐?"
"대협, 그래도 상대는 마교일진데......"
"남궁세가를 봐봐. 정파의 필두라는 놈들도 그 짓을 했는데 마교는 정중하게 오는거 봐라. 으이구 착한 것들, 그래 나도 맘에 들었다"
차라리 정면에서 저렇게 오는 편이 편하다. 그리고 강자지존의 논리는 힘만 있다면 반발을 억누를 수 있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힘이 없으면 반대로 무시받겠지만......꼬우면 무공 배우던가.
"일단 편지는 만병왕에게 전해주마. 그래서 그 다음 볼일은?"
처적!!!
다른 기병들이 무기를 꺼내든다. 지옥참마도인지 하는 녀석의 무기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묵직한 느낌의 창은 성인 장정도 쉽사리 휘두를 수 있을만한 것이 아니여 보였다.
그들에게서 느껴지는건 투기였지 살기가 아니였다. 요컨데 죽이는건 아닌데 한판 싸워보잔 기색을 그렇게 풀풀 풍기고 있었단 소리다.
딴놈들은 몰라도 대놓고 싸워달라고 하면 싸워줘야 예의지!
"전설 속의 고수를 만났다면 이기던 지던 한번쯤 붙어봐야 하는 법! 교의 명령을 수행하였으니 다음은 개인적인 볼일을 해결하겠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이런 쪽이 잘 맞아! 오냐! 좀 상대해줄테니까 와봐라!!!"
훙훙훙훙!!!!
거센 바람이 불 정도로 휘둘러지는 창과 참마도, 그리고 그들의 투기는 묘하게 얽혀 서로 상호보완된다. 그들이 서 있는 것 또한 하나의 진이였다.
인마일체(人馬一體)가 된 그들은 각자의 무기에서 시퍼런 강기를 뿌리며 격돌할 준비를 한다.
"세상에!!!! 탈명수라대 전원이 절정 고수였다니!!!"
"전 왕조의 무림말살정책에도 신교에서는 힘을 비축하고 있었지!! 고작 절정 고수의 숫자는 비교도 안될터!!!"
하기사 절정에 이르렀다고 천하백대고수 어쩌고 하는 중원보다 저 멀리 신강 땅에서 하필이면 성장 속도도 빠른 마공을 익힌 마교 애들이랑 비교하는건 참 애매하다.
그렇지만 거기에도 단점은 있다. 마공은 초반에는 성장이 빠르지만 후반에 경지에 이르는건 느리다는 것. 정종무공이 대기만성이라면 마공은 조숙한 타입이다.
"호랑이가 겨울잠으로 힘을 비축했다고 한들 용을 이길 수 있을까?"
"그거야 한번 해봐야 아는 법이지!"
진형을 맞추어 놈들이 돌진해 온다. 중세 기사의 랜스 차징은 상대 전열을 붕괴시키는 역할을 했듯이 기병도 비슷하다. 돌파력은 가속을 붙인 랜스 차징보다 못할진 몰라도 상황에 따라 휘둘러 상대를 노리는 창술은 더 귀찮다.
다른 목적이나 사욕 없이 순수하게 힘으로 밀어붙여 온다면 오히려 나야 좋다. 저런 타입은 뒤끝이 없어서 한번 상대해주면 나중이 편하니까.
콰콰콰콰!!!!
이윽고 충돌한다. 한 순간에 놈들은 나를 향해 창을 휘두르며 지나쳐 가면서 뒤를 선점해 포위했다. 말을 탔는데도 불구하고 틈이 보이지 않는 상대의 움직임은 오래도록 손발을 맞춰온 티가 난다.
"단단하군! 무슨놈의 반탄지기가......!!!!"
"설마 금강불괴!!!"
"그건 아니야. 아무튼 니들은 맘에 들었으니까 제대로 해주마"
예의 밥말아먹고 저번의 창천신검인지 하는 놈처럼 대해 왔다면 비무고 뭐고 그냥 한방컷으로 날리고 끝냈겠지만 이런 녀석들이라면 좀 놀아줄 가치는 있다.
콰직!!!
"크으윽?!?! 흑철로 만들어진 중갑이!!!"
"갑옷 같은건 쓸모 없는거 알잖아. 설령 기를 불어넣어서 방어력을 증가시켰어도 그런 것보다 경지를 높히는게 더 나았을텐데"
"상관없다! 계속 몰아붙여라! 아무리 절대고수라고 한들 탈명기마진(奪命騎馬陣)을 벗어날 수 없을터!"
"기본적으로 그런 절진은 격차가 크게 나는 상대랑 싸울걸 전제로 만들어지지 않았을텐데? 처음부터 절대고수를 상정하고 진을 짜서 최소한의 수준을 맞췄어야지!!!"
하다못해 내가 아니라 용하연을 상대하더라도 상대는 못해도 초절정 고수로 이루어진 부대였어야 했다. 군대, 절진, 다수, 그런 조건들을 맞춰도 그게 최소 수준이였다.
나는 계속해서 놈들을 박살냈다. 원래 상대를 죽이려는게 아니라 제압하려면 그 3배의 힘이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3배는 커녕 3000배도 넘으니까 괜찮다.
놈들이 내상을 입지 않게, 혹은 내상을 입어도 가벼운 내상만 입히게 해서 신경써서 제압한다. 짜식들, 솔직하게 말하니까 나도 마음에 들었어!
어느새 남은건 대주인 지옥참마도를 비롯한 열명 뿐. 놈들이 탈명수라대 중에서 정예다.
"크으으.....이렇게 압도적으로 당할 줄이야......!! 하다못해 천살진기(天殺眞氣)를 쓰게 만들줄 알았는데!"
"아냐, 니들 연계나 그런건 좋았어. 다만 기준치 미달일 뿐이지. 너희들이 하다못해 전원이 초절정 고수에만 이르렀어도 마룡후 정도는 위협할 수 있었을거다"
"이런 녀석들 가지고 애먹을 내가 아니다만? 초절정에 이르러도 결국에는 내가 이긴다"
"야, 내가 위협한다 그랬지 언제 이길 수 있다고 했어? 널 이기려면 일단 신선이라도 하나 데리고 와야할껄? 너 이길 수 있는 놈이 현 무림에서 은거한 놈들 다 따져도 만병왕 정도 밖에 없는 판에 뭘 그래?"
슬쩍 체면이나 세워주자. 너무 압도적으로 당하긴 했지만 놈들이 약한게 아니다. 절정 고수가 천하 백대고수로 올라가는 판에 전원이 절정 고수인 무력부대라면 문파 수십개를 휘젓고도 남는다.
다만 상대가 나였을 뿐이다. 아무리 절진을 짜도 다 무시하고 한놈한놈 정성들여서 제압할 수 있을 정도의 나니까 이렇게 쉽사리 무너진 것이다.
"너희들이 약한게 아니다. 내가 엄청 쌘거지. 더군다나 천살제의 이름을 안다면 내가 무슨 싸움에 특화된줄 알텐데?"
"다수의 싸움에......그렇군, 처음부터 단도(單挑)를 벌였어야 했나"
지옥참마도가 말한 단도란, 한마디로 일기토다. 참고로 일기토란 단어는 일본에서 유래된거고 원래 중국에서는 단도란 말을 쓴다.
내가 아무리 정식 제자는 아니라도 배운 천살진기에 내 경험을 더해서 오랜 시간이 지나 얻은 대마왕으로서의 권능은 그거다. '나보다 약한 다수를 무조건 죽일 수 있다'라는거.
한 순간에 사회를 죽이기 때문에 내가 최흉의 대마왕이란 이명이 붙은 것이고 그렇기에 내 앞에서 숫자만 믿고 깝치는 놈들은 별 의미 없다.
나를 이기고 싶다면 다수가 아니라 소수로 와야 한다. 근데 난 팬텀도 인정한 대인전 특화라서 말이야.
"니들도 마저 와라. 이번에는 간보지 말고 전력으로"
"그러지!!!!"
콰아아아!!!
남은 열댓명이 뿜어내는 기세는 우리 쪽 마차의 말조차 놀라서 도망치려고 할 정도로 매서웠다. 놈들이 무기에서 뿜어내던 강기 또한 한층 더 진해지고 위력을 뽐낸다.
이윽고 달려오는 말의 가속도에 강기가 어우러져서 그대로 나에게 날아온다. 위에서 아래로 휘둘러지는, 중력에 의한 가속도가 붙어 파괴력이 강해지는 물리법칙의 결과는 참 매서웠다.
콰아아아아앙!!!!
놈들이 휘두른 창이 겹쳐진다. 팔을 올려서 막으니 반대로 내 발 아래가 움푹! 패어들어갈 정도로 묵직한 위력이 전해졌다.
"이번건 괜찮았군"
"그것마저 통하지 않다니......!!!"
"일단 전체적인 스펙......그러니까 능력을 끌어올리는게 좋을거다. 우선 말도 준 영물이 아니라 영물로 만들 정도로 무공 같은거 만들어서 익히게 해보던지. 아니면 저어기 몽골 쪽에 말과 함께 익힐 수 있는 무공을 참고해 보던가 해서 더 연구해 봐라"
이런 조언도 쉽게 안해준다. 우리 애들한테나 해주는걸 그냥 해주는 이유는 솔직하게 싸우고 싶어서 덤볐다고 해서 그런거다.
게다가 줘패도 후환이 남지 않는다면 죽일 필요도 없고, 그러면 좀 가르쳐줘서 은혜를 남겨두는 편이 낫잖아?
"니들이 마음에 들었으니까 나도 기술.....아니 무공 하나쯤은 써줘야지"
나는 약간의 내공을 깃들이고 이내 빠르게 놈들의 창을 튕겨내거나 빼앗아 제압하고 저 멀리 내던졌다.
광룡흉조수(狂龍凶爪手)! 변수라는 광룡의 특성을 이용한 완전 랜덤 금나수다! 솔직히 나도 다음에 어떻게 휘두를지 짐작만 할 뿐이지 확신은 못한다!
"크윽! 무슨 금나수의 변화가.......!!!"
사실은 변화도 아니다. 놈이 말하는 변화란건 무공이 가진 일정한 규칙을 뜻하지만 광룡흉조수는 같은 패턴 따위는 나오지 않는다.
터어엉!
이윽고 놈들을 전부 제압했다. 지옥참마도의 무기마저 빼앗아 놈의 바로 앞에 꽂아주니까 부들부들 떨리는 눈으로 그는 말에서 내려왔다.
"졌습니다"
"말투도 공손해졌구만. 여윽시 강자지존"
"헌데 어째서 죽이지 않으시는겁니까? 이미 죽을 각오도 하고 왔을진데.......!"
"너희들을 무시한다고 생각해서 그럴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정말로 무시해서 그랬다면 나는 애초에 처음부터 천살진기를 써서 싸우지도 못하고 너희를 죽였을테니"
창천신검은 나에게 반말까지 하고 개차반처럼 굴어서 체면도 차리지 못하고 굴욕까지 당하며 돌아갔다.
그런 놈들보다 초반부터 솔직하게 덤벼오는 것들이 낫다. 게다가 사욕 없이 그냥 순수한 호승심이면 나도 좋아하지. 순수한 감정은 사이코패스 쾌락 살인마 새끼의 감정이 아니고서야 괜찮은 법이야.
"너희들이 충분히 상대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상대해 주었다. 남궁세가의 창천신검이나 당문의 독왕조차 내 광룡흉조수 일초식도 보지 못했으니 내가 중원에 들어선 이후로 너희들이 무림 최초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건......그건 나쁘진 않군요. 감사합니다"
내가 확실히 위라는 것을 증명하자 그는 태도가 한결 겸손해졌다.
이윽고 놈들은 다시금 말 위에 올라 탔다. 내상은 입은 녀석은 있어도 죽은 것은 설령 말 한마리도 없다. 그만한 격차를 느꼈다면 다른 무림인이라도 기가 죽을텐데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교주님께는 알아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그들은 인사를 하고 돌아간다. 돌아가는 발걸음.....이라고 해도 말을 탔지만 졌어도 한편으로는 뭔가를 얻어가는 사람의 걸음이다.
"어째 마교 놈들이 더 예의가 바르군"
"강자지존이잖아. 뭐시냐, 무례한 말을 해도 뚝배기가 깨지지 않는 정파보다 주먹이 더 가까운 마교니까 그런거 아니겠어?"
"무림인에게 칼은 누구나 다 가깝습니다만?"
"아, 그래. 그러면 정파에는 다 협객만 있나보지?"
"......그건 아닙니다"
"그러면 마교가 좋아요 아저씨?"
"그건 또 아니지. 힘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단 논리는 힘을 가진 사람이 뭐든 잘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면 유지하기 힘든 체제야. 그래서 조직을 유지시키기 위해 한편으로는 종교적 색체를 띄는 건지도 모르겠고"
아무튼 마교 쪽에서 받은 것도 나중에 만병왕에게 전해주면 된다. 내 스승님인 천살제도 그렇고, 만병왕도 그렇고.......응? 그러면 천하삼절 중에 용무 없는건 용하연만 남았네?
아, 어째 싸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 싸한 느낌은 단순하게 기분의 문제가 아니였다. 정확히 말하면 온도가 몇도 쯤 내려간것 같다.
"네가 조진 문파 중에 뭐뭐 있다고?"
"포달랍궁, 남만독궁, 북해빙궁......."
"마지막이구만"
갸아아아아아악! 오지마! 오지말라고!!!
========== 작품 후기 ==========
의외로 마교도가 정파보다 예의가 바른 이유는 무례한 말을 했을 때 바로 뚝배기가 깨지냐 깨지지 않느냐의 문제입니다.
마교도 나름 정중하게 초대장부터 보내고 보는데 좀 본받아라.....!!
근데 천마도 옛날과 같은 위상은 없더라고요. 찾아보니까 막 별거별거 다 하던데.
빵집도 하고 은거도 하고 대장간도 하고 붕쯔붕쯔도 하고.
마지막이 뭔가 이상하다고요? 아님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