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흉의 대마왕 346편
<-- -->
어차피 내 수준에서 몇마디 조언해주는건 별로 크게 지장 있는 일이 아니다.
게다가 여기 관리자도 좋아라 했으면 했지 싫어하진 않을거다. 걔는 무공의 발전을 환영하니까.
"최 대협께서 해주신 조언,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혹여 저 일수참혼의 힘이 필요하신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찾아주십시오!"
"나도 좋은 인연을 만나서 좋다고 생각하네"
야, 근데 밥 사라고 밥. 밥으로 끝내주는건데 그거 하나 안사주냐!
아무튼 비윤신......아니, 그냥 별호로 부르자. 얘도 이름으로 부르면 난감한 녀석이다.
일수참혼은 깨달음을 얻어 조금 진전이 있고 그대로 감사 인사를 표한 후에 길을 떠났다. 동동이랑 비무한 것 덕분에 만족했는지 나랑은 싸우지 않았다.
솔직히 머리가 있으면 자기도 할거다. 내가 좀 가르친 수준의 동동이도 무시 못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얼마나 강할지 말이다.
"끝까지 밥을 안사다니......!!!!"
"아저씨 왜 그런걸로 삐졌어요?"
"나는 무림인이라기 보다는 요리사라서 입에 바른 말 듣는 것보다 밥 한끼 사는게 낫단다"
"그래요?"
"무림인의 사고 방식은 이해 못할게 많아. 무공은 몰라도 그런건 저어기 용하연한테 물어봐라"
"일단 성교육부터 할까?"
"너 지금 애한테 뭘 먼저 가르치려는거야?!"
아무리 여기에 그런 교보재라고는 춘화 밖에 없지만!! 그래도 아직 애한테 그건 좀 이르거든?
일수참혼 덕분에 소문이 근방까지 퍼졌는지 객잔 안은 바글바글거린다. 대부분은 무림인, 그리고 그 대부분의 대부분은 어중이 떠중이들이였다.
그런 녀석들은 상대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뭐 하나 주워먹을거 없나 싶어서 쫒아오는거니까.
"스승님이라면 성교육 같은건 잘 해줄텐데"
"아, 그놈은 부업이 의사니까. 특히나 외과 전문"
"용 선배....흠흠! 용 소저의 스승님이시라면 그분이시겠군요"
용하연이 눈치를 주자 동동이가 그녀를 부르던 호칭을 황급히 바꾼다. 아니, 그렇게도 어려보이고 싶냐. 솔직히 나잇값 못해 보인다.
나야 호칭 같은건 대부분 다 수용한다. 지구에서는 내가 죽인 중국인이 몇인데 걔들 유가족들이 날 개새끼 소새끼 뭐라 불러도 상관없다. 패드립이랑 시온 욕만 안하면 괜찮아.
"천기자(天技者)......저도 알아요. 엄청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유명하다 수준이 아니지. 우리 스승님이시니까"
"야야야, 그렇게 하다가 말 길어진다. 너 분명히 투 머치 토커가 되어서 하루 종일 그놈 이야기만 할거야"
그레이, 그러니까 이곳에서는 천기자 류천이라는 이름이 더 유명할거다.
천하삼절의 스승이자 장삼봉 진인에게 직접 태극권을 사사받기도 한......솔직히 장삼봉 타령은 본인한테서 징하게 들어서 잘 알고 있다. 물론 지구에서 말하는 장삼봉이랑 여기 장삼봉이랑 다르긴 할텐데 말이다.
뭐? 장삼봉이 누군지 몰라? 그 왜 막 무당파의 개파조사 있잖아. 최근에는 퓨전 사극에도 나왔더만, 그 왜 길태미 나오는거 있잖아.
"천기자께서는 따로 천기자(千技者)라 불릴만큼 여러 분야에 통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무공은 더할나위 없이 천하삼절을 제자로 두어 증명했으며, 의술로는 구음절맥을 고치고 진법으로는 제갈무후와 비견될 정도였다고 하죠"
"솔직히 과장은 없네"
"사실입니까? 천년이 지났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과장으로 여기기도 합니다만......"
"그런 말 하는 놈 있으면 내가 목을 쳐줄거다"
"........"
"지 스승 허풍쟁이로 만드는 이야기라면 어느 집 무림인 제자도 똑같은 반응일껄"
여기 처음 왔었을 시절에도 초월자였던 그레이라면 분명히 다재다능했을거다. 애초에 그 새끼는 엄마 아빠 둘 다 절대자라서 재능이 나랑은 비교 안될 정도로 개쩐다고.
괜히 최초로 후천적 절대자가 된 녀석 아니다. 비록 반쪽짜리가 하더라도 말이다.
"근데 구음절맥을 고쳐? 걔는 외과 전공이였을텐데"
"약을 쓰시더군. 아마 나노머신 쪽을 응용한 기술일거다"
"아, 그렇겠네. 구음절맥이란건 결국에 혈도에 음기가 쌓여 막히다가 훅 가는거니까. 그것만 뚫어주면 낫는 병이니 그게 좋겠지"
초월자 + 기술력이 더해지면 어지간한 일도 다 할 수 있다.
시온의 호라이즌도 주 동력원도 블랙홀 축퇴로다 보통은 순수 과학 문명의 블랙홀 축퇴로는 물리적인 선이 있으니까 함선을 만들어도 위험 부담이 있거나 한계가 있는데 거기에 탑재된 솔리드 리액터가 전부 커버해준다.
아니, 그건 둘째쳐도 시온 혼자서 블랙홀 만들 수 있는 판에 말 다했지. 이능력과 과학이 만나면 급격한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초월자는 더 쩐다.
콜라에 멘토스 넣은 느낌으로 발전하더라.
"아! 또 독공이라 한다면 최악의 마인이라 불리웠던 흉신혈제(凶神血帝)의 끝을 낸 멸신지독(滅神之毒) 또한 있고요"
"흉신혈제? 멸신지독?"
낮선 단어다. 물론 여기서 쓰이는거니까 내가 아는 것인데도 다른 이름으로 불릴지도 모르지만 들어본적 없는 이름이였다.
흉신혈제라면 누구 별호같고, 멸신지독이면......독인가? 물론 그레이 그놈은 부업이 의사니까 반대로 독에도 정통했을지도 모르겠는데.
근데 불살을 모토로 하는 놈이 독을 만들었다고 들으니까 묘하다. 마치 중국집 주방장이 일식을 만들었다는 소리 같다.
"흉신혈제라......그리운 이름이군"
"아, 넌 당사자지. 알고 있는 녀석이냐?"
"놈은 네 녀석 이름 달고 있는 마인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상식을 초월한 녀석이였다. 아, 그래. 러시아에서 나타났던 그것과 닮았더군"
"......?!?!"
블러디어?
아니, 그 시절에 있던 녀석이라면 그냥 블러디어일리 없었다. 킹 블러디어는 커녕 블러디어란 종 자체가 생기기도 전이니까.
그때 있었던 블러디어라면 딱 하나다. 모든 블러디어의 조상, 그놈들이 그레이에게 적대한다는 본능의 근원.
초대 블러디어.
"그놈이 여기 있었다고? 어떻게 이 별이 멀쩡한거지? 아......완전체가 아니였나보구나"
"완전체는 다른가?"
"러시아에서 나타났던 루루랑 비교도 안될만큼 강해. 절대자 클래스니까"
누구에게나 늅뉴비 시절은 있는 법이다. 절대자가 아닌 이상 태어날 때부터 강하지 않다. 그건 초대 블러디어도 마찬가지고.
블러디어와 그레이 간의 악연은 내가 설명하기 기니까 당사자에게 듣던지 아니면 나중으로 미뤄두던지 하자.
아무튼 놈은 훗날 절대자 클래스까지 강해지다 심판의 절대자로 각성한 그레이한테 처발려서 자신의 육체를 쪼개 분열했다. 그리고 씨앗이 되어 전 차원으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그 숫자가 많고 범위도 범위인지라 블러디어는 종(種)이라고 불리고 있는 것이다. 단일개체의 생물을 종으로 부르진 않을테니까.
"그런 놈한테 통한 독이라면.......아, 그거구나. 세포 포식자"
"흉악한 이름이군"
"아마 구음절맥 고친 나노머신의 변형판일거야. 내가 듣기로는 당사자도 몇개 안남기고 폐기 처분 했다고 들었는데"
세포 포식자(Cell Predator)
엄밀히 말하면 그건 독이 아니다. 초월자이자 마법사가 작정하고 만든 나노머신 용액으로 상대를 세포 단위로 쪼개며 고통을 주고 갉아먹는 발명품이다.
신경계를 세포 단위로 아작내는 고통은 그리스 신화 속의 히드라의 맹독과 비견된다. 그 헤라클레스도 자살을 택할 정도의 지독한 고통이다.
"멀리서 봤다. 스승님이 뭔가 하더니 흉신혈제는 지옥에서 들려올법한 괴성을 지르더군.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을 정도로 소름끼치는 비명이였다"
"내가 당해본적은 없는데 아마 내가 아는 고통 중에서 3위권은 될껄?"
참고로 1위가 그레이의 심판의 창, 2위가 팬텀의 심연행, 3위가 방금 말한 세포 포식자다. 피하는 방법도
그나저나 여기에 초대 블러디어가 있었다니, 어째 좀 불길하다.
기본적으로 블러디어는 플래닛 이터다. 개성이 없어도 개인으로 별을 먹을 수 있을만큼 태생이 초월종이라는 소리다.
끈질긴 재생력, 거기에서 비롯되는 의지, 상대를 먹으면 그 특성을 발휘하는 카피 비슷한 능력까지. 초월자가 없으면 상대할 수 없다.
"뭐! 무슨 일 생기면 이번에는 그레이가 조지겠지만!"
"스승님한테 짬 때리는거냐?"
"지가 똥싼건 지가 치우고 닦아야지. 왜 나한테 넘기고 그래? 막 개성 얻어서 진짜 행성 위기 아니면 나설 일 없을거야"
백리에게 말해주지 않아서 사단이 난 사실이지만 대마왕은 인류 문명을 심판하는 것만 하는게 아니다. 혹여 인류의 힘으로 대처할 수 없는 위기가 닥치면 손수 나서서 막아주기도 한다.
러시아에서 제 7군단장인 루루가 나타났을 때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우리가 심판하기도 전에 불합리하게 멸망하면 안되잖아.
막 애가 제대로 크지도 않았는데 어른이 애를 죽이려고 하면 당연히 막아야 하는거지. 그런거 비슷한 이유다.
물론 적성종 같은 경우는 아직 인류가 대처 가능하기 때문에 잠깐 냅둔거였는데......아, 일찍 좀 백리한테 말해줄껄. 그러면 지구가 그 꼴이 되진 않았을텐데.
"그 아이 걱정하나?"
"너도 신경 좀 써라. 명색의 제자잖아"
"자기 앞가림은 자기가 알아서 해야 하는 법이다. 스승이라고 막 편들어주진 않아"
"그레이가 그렇게 가르치던?"
"패드립은 비겁하다!!!"
"패드립이 아니라 팩트겠지 얌마!"
아무리 지낸 시간은 용하연이 더 적다고 하지만 스승보다 친한 형이 더 챙겨주는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분명 백리가 한 선택은 자기가 자초한 것이지만 반대로 초월자들이 그를 속이고 그렇게 만든 것이 있다.
유토피아는 전제 조건을 속였으며 장모님은 미래를 예측했음에도 불구하고 알려주지 않았지. 아마 갓-루리루리나 운명의 절대자도 한패일껄. 아니면 백리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말하지 않았을테니까 말이야.
.......근데 딴 녀석들은 몰라도 운명의 절대자는 어디까지 보고 뭘 하고 싶은거지? 행성 하나 망하는거 인과율 계산하는건 귀찮을텐데.
"저기, 손님이 온 모양인데요"
"응?"
한창 밥 먹으면서 이야기 나누고 있기에 따로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 같은 기색을 풍기고 있는 터라 지금 우리들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런걸 무시하고도 볼일이 있는 놈은 있기 마련이다.
부산스런 소리가 들리면서 객잔 앞에 소란스러워졌다.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들은 규격화된 복장을 갖춘 한 무리의 무인들이였다.
"헛! 창천검대(蒼天劍隊)!"
"제일 앞에 있는 사람은 검란화(劍蘭花) 소저다!!"
"남궁제일미가 어째서 이곳에? 설마......"
이야, 무림인은 이래서 좋아. 그냥 듣고만 있어도 듣고 싶은 정보를 지 입으로 말해주니까 말이야. 마치 추임세 같은건가? 아무튼 편해서 좋네.
다른건 몰라도 남궁이란 단어 하나로 대충 짐작이 간다. 뭐 때문에 온건지도 그렇고.
그들은 우리들을 발견하고 그대로 다가온다. 일행의 리더로 보이는 사람은 의외로 여성이였는데 일류 막바지, 그러니까 나를 만나기 전의 동동이 정도의 실력은 있어 보였다.
약한거 아닌가 싶지만 절정과 초절정의 벽은 크고 높은 법이다. 재능만의 문제가 아니라 운도 따라줘야 하는데 일류면 할 수 있는데까진 다 해봤고 때만 오기를 기다리는 것 뿐이다.
"처음뵙겠습니다. 창천검대주를 맡고 있는 남궁지화라고 합니다"
"어떻게 나인줄 알았냐?"
"대협의 용모파기나 일행에 대한 소문은 이미 안휘까지 퍼져 있습니다. 이미 시중에 떠도는 소문을 접해 온 것이니 노여워하지 말아주십시오"
포권을 쥐며 인사를 건내오는 여성은 한 부대의 대주를 맡고 있는게 이상하지 않게 나름 절도있는 모습이였다.
무가의 여인은 좀 낫더라도 여성인권이 씹창인 시대에서 정략결혼이 아니라 스스로의 실력으로 자리를 쟁취했다는건 칭찬해줘야 할 부분이다. 게다가 지들 할아버지랑 다르게 예의는 바르니까 대우는 해주자.
.......근데 용모파기가 알려졌어도 한눈에 알아보는거 보면 내 눈매를 중점으로 소문난것 같은데. 아니면 어떻게 막 한눈에 알아보고 이렇게 와?
"그래, 남궁세가에서 나한테 무슨 볼일인가? 설마 선조의 복수라도 하러 온건 아니겠지?"
설령 대협께 그런 마음을 품었다면 고작 창천검대만 데리고 오지 않았을 겁니다. 저희 세가의 모든 무력 부대를 이끌고 왔겠지요"
"호오"
무림에서 살아남는데 가장 중요한건 주제 파악이다. 안목이 중요하다고 말했던거랑 비슷한 의미로 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천살제의 제자라고 소문 났지만 일단 제자다.
추정 무력은 초절정 고수 정도지만 세가 하나의 전력을 동원하면 죽일 수 있다......라고 생각해서 덤벼오는 순간 끝장나는건 자신이라고 파악하지 않으면 멸문지화를 당하는 지름길이다.
"천년이 지나고 가문은 이전의 영화를 다시 얻었다. 그런데 천살제의 제자가 나타났으니 그 복수를 대신 하여 치욕을 씻겠다, 뭐, 그런 생각을 안한 녀석이 없는건 아닐테지. 그렇지?"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렇다는 말이네"
무림인의 은원이란 깊고도 질기다. 천년 전의 당사자인 용하연도 어딘가에서 은원이 툭툭 튀어나올지 모르는데 가문이나 문파에서 제자에 제자를 타고 은원이 이어져 내려오는 것도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은혜는 금방 잊는 주제에 원한만 뼈에 새기는 놈들이 많다는거지. 역시 인간은 떡 준놈보다 때린놈을 더 기억하는 족속이다.
"그러면 은원의 문제는 아니라고 보는데. 왜 왔냐?"
"혹시 이곳으로 오시는 도중 저희 가문의 태상가주님을 뵌 적이 있으십니까?"
"초장에 반말 까면서 삿대질 하던 그 꼰대 노친내?"
"................"
"뭐? 나이 처먹고 예의 하나 갖추지 못하면 그게 꼰대에 노친내지 뭐?"
남궁지화의 침묵이 길게 이어졌다. 한순간 객잔의 찬 공기가 흐른다.
"대, 대협, 그래도 창천신검(蒼天神劍)의 체면이 있을진데......"
"아, 그놈 별호가 그거래?"
"저희 태상가주님은......."
"오다가 좆같이 굴길래 좆같이 대해줬다"
"네?"
"면상을 후드려 까서 기절시킨 뒤에 길에다가 던져두고 왔다. 입돌아가던 말던 알게 뭐야"
"네? 네?!"
그녀는 의문을 표하며 고장난 라디오마냥 같은 말만 반복할 뿐이였다.
아니, 사실을 말했는데 왜 믿질 못하니!!!
========== 작품 후기 ==========
날씨가 1월인데도 비가 오네요. 덕분에 제 신발은 축축합니다.
오늘 어머니 깁스 풀러 병원 가야 하는데......하필이면 오늘까지 비가 온다네요.
날씨가 맑아도 가기 힘든 판에!!!
아무튼 잘 다녀 오겠습니다. 깁스 푼 기념으로 초밥 사드려야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