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흉의 대마왕 345편
<-- -->
이번 왕조의 수도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더 전 왕조랑 크게 다르진 않을거라고 본다. 수도를 이전하는 행위는 어느 문명이던 많은 자원과 돈을 소모하는 행위니까 말이다.
아무튼 우리들은 섬서 지방의 어느 도시에 들어서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어차피 할 일은 별로 없고 앞으로 갈 길은 많으니까 말이다.
그러면서 무공에 대한 강습은 해주기로 했다. 다른건 몰라도 최우선은 동동이다. 의외라고 생각할지 몰라고 내가 떠나면 선이를 돌봐줄 사람은 동동이 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우선 무공에 대한 개념의 일부를 정리하는 시간을 갖자. 과연 천하삼절이 지금도 유명한 이유가 뭘까?"
내 질문에 동동이가 슬쩍 용하연을 쳐다보았다.
물론 그녀는 반응하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로 반응할 정도였으면 진작에 깽판쳤겠지, 안그런냐.
"음.....그야 강해서 그런것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그 강하다는 범주의 한도는? 아무리 그래도 천하삼절은 천년 전의 인물이라고. 비록 전 왕조의 무림 말살 전책으로 좀 더디긴 했어도 천년이란 시간이면 무공이 발전하고도 남았을거 아니야. 근데 지금도 그 셋이 강하다고?"
인간은 발전하기 마련. 과장 조금 보태서 현대인이 하루 받아들이는 정보 보다 중세시대 사람이 한달 동안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이 더 적을 것이다.
근데 천년 전의 인물의 무공이 지금의 무공보다 더 발전됐다?
만약에 그렇다면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는게 당연하다.
"과연 천하삼절의 무공과 현대의 무공이 무슨 차이가 있을까? 아, 물론 이건 대다수가 모르는거니까 몰라도 상관없는거고"
"음......."
동동이는 물론 선이도 생각에 빠졌다.
하지만 이윽고 생각을 끝낸 선이가 대답했다.
"정신이요?"
"비슷하지만 틀렸어. 정답은 의지지"
"정신이랑 뭐가 달라요?"
"음, 두부랑 마파두부의 차이일까?"
"아! 고정적인 것과 그것을 변환하여 바꾼 것의 차이구나!!!"
"?!?!?"
동동이는 선이의 대답에 도리어 의문을 표했다. 사실 재능 있는 놈을 따라가려면 얼마간의 격차로도 부족한 법이였다.
"결국 천하삼절의 무공과 현 무공의 차이를 나누는 것은 거기에 담긴 의념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거지. 심생종기(心生從氣)라는 말은 아냐?"
"마음이 일면 기가 따른다는 뜻 아닙니까?"
"그렴 기가 먼저겠냐, 마음이 먼저겠냐?"
"아!!!!!"
거기까지 풀어서 이야기 해주니 동동이도 이해가 된듯 하다.
사실 무공이나 마법은 커리큘럼이 따라서 재능의 상관 없이 일정 경지에 이르는건 단순한 시간 문제다.
당장에 천기자, 그레이가 이끄는 문명인 델타 캐슬에서도 마법사 커리큘럼은 7,8서클 까지는 수십년의 문제일 뿐이지 결국 오를 수 있다. 다른데에서는 재능과 운의 문제인걸 생각하면 엄청 쉬운 부분이다.
아무튼 일정 경지 까지는 내가 올려줄 수 있다. 내가 재능이 없어도 초월자로서의 수준은 엄청 높으니까 말이다.
"결국 경지에 오르면 오를수록 중요한 것은 기나 무공이 아니라 의념인 법이지. 새로운, 그리고 좋은 무공을 탐하는 것은 거기에 담긴 의념의 사용 방법을 파악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고 말이야"
"흠......"
"뭔지 알것 같아요"
"아니?!?!"
동동이는 선이의 대답에 도리어 의문을 표하며 놀랐다. 슬슬 동동이도 선이의 재능에 대해서 알아차릴 때가 온것 같다.
"중요한 것은 기도 무공도 아니라 의념인 법이야. 의념, 그리고 의지는 모든걸 초월한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의지가 부족한건 아닌가 생각해보는거야"
"알겠습니다, 대협"
"음.....!!!!"
선이는 내 강습에 깨달음을 얻은건지 가부좌를 틀며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동동이가 그녀의 호법을 봐준다.
내가 한발 물러나 있자 용하연이 다가와 말했다.
"정말로 저 아이는 재능이 넘치는군"
"하지만 그거 빼면 별볼일 없지. 세상에 장단점 없는 사람이 어디있냐. 저래도 결국 사람 상대하는데는 문제가 많을껄"
누군가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3배의 힘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선이가 누군가를 쓰러트리려면 그에 대해 3배의 힘을 필요할거다.
그게 바로 선이가 가진 재능의 대가다. 발전이 빠른 만큼 상대와 싸우는데 지장이 큰 것이다.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선이가 정신을 차렸다. 한결 밝아진 표정과 눈으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한결 개운해진것 같아요!"
"그야 그렇겠지"
"대협, 선이는 혹시......."
"나중에 네가 어디 자리 잡아도 선이는 돌봐줘야 한다?"
".......걱정 마십시오 대협"
아무튼 우리들은 객잔으로 들어와 밥을 먹기로 했다.
어차피 돈은 넘쳐난다. 철혈 상단에서 판 금 값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아직 남은 금괴는 더 있고 요녕성 까지의 여비는 충분했다.
유토피아 이 새끼 이건 참 좋네. 금은 상당수의 문명에서 화폐로 쓰이는 만큼 이런데는 참 좋단 말이야.
아무튼 객잔에서 밥을 시키고 술도 하나 시켰다. 그냥 물이라도 시킬까 했지만 여기는 현대 중국이 아니라 고대 중국이다.
그냥 물보다 술이 더 위생적일 시대다. 괜히 막 다른 곳에서 맥주나 그런걸 마신줄 아냐?
선이 같은 애들한테 술을 마시게 둘 수는 없으니 따로 마실 것을 시켰다. 하다못해 끓인 물이라도 마시게 해야지.
"시선이 느껴지는군. 이미 여기까지 소문이 다 난 모양이다"
"우리가 바로 온 것도 아니고 며칠 텀 두고 온거니까 그렇지. 여기 사람들 발 빠르고 입소문 나는거 순식간이더만"
관리자의 보정인지 아니면 그냥 입소문이 빠른건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신진고수라던가 그런 일이 있다면 소문은 금방 퍼진다.
저번에 우리 마차 앞을 가로막았던 남궁세가의 예의 밥말아먹은 꼰대놈처럼 이미 퍼졌기 때문에 알아보는 놈들이 있는거겠지.
애초에 남궁세가 까지 닿았으면 섬서는 볼것도 없다. 저어기 호북 넘어가면 바로 남궁세가가 터 잡고 있는 안휘니까.
"흠흠, 실례하겠습니다"
한잔 때리고 있는데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점잖은 느낌의 청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쯤으로 보이는 녀석이다. 느껴지는 기도나 행동이나 나름 합격점이다. 수준을 따지면 대충 절정 정도?
"혹시 천살제 대협의 제자분이신 최 대협 아니십니까?"
예의 바르게 행동하면 나도 나름의 예의 바른 행동으로 답해준다. 그게 바로 강호의 도리라는거다.
아, 도리라고 해서 품번이나 제목 알려주는거 말고!!
"맞소, 최악이라 하오"
"저는 비윤신이라고 합니다. 부족하지만 강호의 동도들은 일수참혼(一手斬魂)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일수참혼 비윤신!!! 천하 백대 고수!!"
동동이가 아는 사람인지 경악하며 소리쳤다.
아니, 겨우 이런 수준으로 천하 백대 고수라고? 거 시발 애들 수준 떨어진거 참......꼰대같은 말을 하는것 같지만 애초에 이 세계는 무공의 발전을 위해 다른 기술의 발전을 억제한 세상이다. 근데 무공 수준도 떨어졌으면 어떻게 하자고?
아무튼 그건 둘째쳐도 사람이 이름이 좀. 옆에는 동군영에 앞에는 비윤신이라. 거 참 만나는 사람 운이 좀 그렇구만. 성격이 괜찮으면 이름이 나쁜게.....혹시 액땜인가?
"산서에서 대협의 소문을 듣고 며칠동안 경공을 펼치며 달려왔습니다. 부디 후배에게 한수 가르침을 주실 수 있는지요?"
"흠"
내가 슬쩍 동동이에게 전음을 날려서 그에게 물었다. 일단 얼마 되지 않았어도 동동이는 절정 고수니까 전음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었다.
[이 녀석 평가는 어떠냐?]
[제가 알기로 일수참혼 대협은 이립(而立)이 되기 전에 절정에 이른 고수로서......]
[그거 말고 인성만]
[무공광으로 여겨지고 있으면서도 협객이라 부를만한 분입니다. 적어도 저는 일수참혼 대협의 추문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
무림인이란 자존심이 하늘을 찌를듯 높은 족속이다. 더군다나 젊은 나이에 천하 백대 고수 어쩌고 하면서 명성을 쌓았다면 더욱 그럴테고.
자고로 무림인 두놈을 싸움 붙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누구누구가 누구누구보다 쌔다! 하고 소문내면 지들이 알아서 싸운다고 하지 않겠냐. 그만큼 무림인은 자존심의 높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겸손하게 굽혀 들어온다는건 나로서는 가산점을 줄만한 부분이다. 게다가 평판도 나쁘지 않다면 더더욱.
"음, 좋소. 하지만 그 전에 내가 가르치는 녀석과 비무를 먼저 해 줄 수 있겠소?"
"가르치고 있다 하시면......"
그의 시선이 선이에게 갔다가 동동이에게 향한다.
물론 그의 예측이 맞다. 선이는 성장이 빨라도 아직 절정 고수는 커녕 일류 수준을 목표로 삼고 있으니까.
둘 다 절정 고수니까 대충 수준도 비슷하고, 동동이는 실력을 가다듬을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친분도 다지고. 일석이조지.
"유, 유백검문에서 온 동군영이라고 합니다. 아직 별호는 없습니다만......"
"음! 소협 같은 고수가 아직 별호가 없다니. 혹시 강호 초출이시오?"
"예, 그리고 얼마 전에 최 대협 덕분에 기연을 얻어 성취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거 기연이로군!!!"
둘이 통성명을 한 뒤에 나는 슬쩍 등을 떠밀었다.
"어떻소? 제자는 아니지만 내가 가르치고 있는 청년이고 수준 또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오. 동 소협과 비무 후에도 원한다면 내가 직접 비무에 응해드리겠소"
"다양한 고수와 실력을 겨뤄보는 것이 성장의 지름길이지요. 오히려 바라던 바입니다"
두사람은 객잔 뒷편에 마련된 공터로 향했다.
자고로 싸움 구경은 좆밥 싸움이랬다!!!
*
*
*
*
나와 용하연, 그리고 선이는 나와서 비윤신과 동군영의 비무를 지켜보았다.
무림인에게 중요한걸 따져보라면 첫째가 무공이고 두번째가 안목이다. 후자의 경우는 무공이 쌔도 뒤지거든.
예쁘다고 용하연 같이 등에 자기 몸뚱이만한 대검 들고 다니는 여고수에게 수작부리면 어떻게 되겠냐? 진작에 눈치 까고 기어야지. 아니면 죽는거고.
아무튼 그런 안목을 기르는건 다른 사람 싸움 지켜보는게 제일이다. 결국 내가 가진 관상 보는 능력도 안목이란게 사람을 대하는 것으로 극대화된 것이나 다름 없으니까.
챙! 챙! 콰가가가가!!!
"물 흐르듯 좋은 검법이군!!!"
일수참혼과 동동이의 비무는 꽤나 접전이였다. 같은 절정이라고 봐준 것도 있지만 일수참혼의 검은 쾌검(快劍)에 속했는데 유검(流劍)에 속한 동동이의 검술은 방어에 적합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아무리 빨라도 방어에 치중한다면 어떻게든 막을 수 있는 법이다. 게다가 이건 비무니까 말이다.
"무림에 기인 기사가 넘쳐난다고 했던가! 그 나이에 절정 고수에 오르다니!"
"과찬이십니다 대협!!"
쩌어어엉!!!
검격이 충돌하자 강렬한 기파가 퍼진다. 구경하는 사람들 중에서 일부는 그 기파에 밀려 작은 내상을 입을 정도로 두사람은 격렬한 비무를 벌이고 있었다.
선이가 걱정되어 살펴보니 별로 큰 이상은 없어 보인다. 애초에 주화입마란 개념을 아예 염두에도 두지 않는 애니까 그럴지도 모르지.
"저 나이에 일수참혼과 이백초 이상 검격을 나눌 수 있다니!!!"
"젊은 신진고수인가? 어떻게 절정 고수가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던거지?"
구경꾼 중에서도 무림인은 있었다. 그들은 두사람의 비무를 지켜보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다.
이런게 무림이지.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유명해지는게 바로 왕도다.
시궁창 같은 것을 자주 봐서 그렇지 무림에는 아직 이런 로망이 남아 있었다. 불의에 맞서며 서로 겨루면서 나이와 배경을 초월해 친구가 되는 것이다.
"우와.....멋지다....!!!"
선이는 눈을 빛내면서 두사람의 비무를 보고 있었다. 선이가 멋있다고 동경하는 무림인이란건 바로 저런 사람들을 말하는 것일테니까.
나도 선이한테는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무림에서 사는 이상 그건 불가능하다.
애초에 무림이란 깊게 보면 그냥 힘 있는 놈들이 더 가지려고 싸우는 더러운 아귀다툼이니까. 그럼에도 무림이 멋진건 그 안에 저런 녀석들이 있어서다.
괜히 노고수들이 무림에 정나미가 떨어져서 은거하는거 아니다. 가장 가까운걸 생각해도 저어기 만병왕이 있고.
그러니까 되도록이면 지금은 좋은걸 보여주자.
아무튼 비무는 마무리가 되었다. 어차피 서로 죽일 생각 아니면 강기를 쓸 일도 없고 순수하게 검술 비무였으니까 말이다.
"한 수 배웠소, 동 소협"
"아닙니다, 대협. 대협께서 봐주신 덕분입니다. 오히려 제가 더 많이 배웠습니다"
다른 일도 이렇게 쉽사리 좋게 끝나면 얼마나 좋을까.
일단 비무 하는건 잘 봤으니까 조언 몇마디만 해주는게 좋겠다. 또 비무 해달라고 하면 귀찮으니까 깨달음 줘서 정리하게 냅두는 것도 나쁘진 않으니까.
"쾌검에는 흔히 무게가 실리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하지. 무게가 실리면 자연적으로 쾌검은 중검이 되고 이도저도 아닌 것이 되니까. 하지만 대협의 쾌검은 충분한 무게가 실려 있구려"
"과찬이십니다, 최 대협"
"쾌검에 무게를 더할 수 있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빠른 것을 추구해도 되는 법이오. 그리고 그 방법은 방금도 보았을테고"
"방금이라 하시면......아!!!"
"유(流)함에는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나아가는 묘리가 있는 법"
검을 빠르게 휘두르는데 중요한건 근력이라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것 외에도 다른 조건은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어서 공기저항을 줄인다거나 하는 것, 그리고 그건 동동이의 검술에서 유의 묘리를 접목시키면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부분이다.
"깨달음에 감사드립니다, 대협!!!!"
"별거 아니오"
진짜 별거 아니다.
그리고 고마우면 밥 사라!
========== 작품 후기 ==========
만나는 애들마다 이름이.....
그나저나 주인공은 걸어다니는 기연 생성기입니다. 문과이기 때문에 꼬고 꼰 구결도 풀어서 해석 가능하기 때문이죠.
이과가 무림에 떨어지면 물리법칙을 기반으로 무공을 창안하지만 문과가 무림에 떨어지면 성장 속도가 남다른 법이죠.
적어도 제 세계관에서는 그래요.
예체능이요? 음악 쪽은 음공을 배운다 쳐도 체육은.......헬창 무림?
3대 1톤쯤 들면 절정 고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