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흉의 대마왕 344편
<-- [천하삼절이 은원을 너무 쌓아서 무림이 리틀 묵시록?!] -->
어딘가의 한 모처, 깊은 동굴 속의 거대한 공동 안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단순한 종교 집회라면 그리 수상쩍어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주변에는 마치 피로 그려낸 듯한 그림이나 문자들이 장식처럼 널려 있었다.
공동 안에서는 눅눅한 공기와 더불어서 느껴지는 짙은 피냄새는 결코 정상적인 종교 집회가 아니란걸 느끼게 해주었다.
"흉신강림(凶神降臨) 혈천도래(血天到來)!"
"흉신강림(凶神降臨) 혈천도래(血天到來)!"
"흉신강림(凶神降臨) 혈천도래(血天到來)!"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주언을 외며 기도를 하고 있다. 그들의 앞에는 제단 대신 깊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구덩이가 불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윽고 제사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옥으로 만든 기이한 지팡이를 휘두르며 주언을 외웠다.
그리고 어느새 의식이 막바지에 이른다.
"제물을 가져와라!!!"
제사장의 말에 사람들이 끌려나온다. 대부분 눈동자가 혼미한 채 누군가에게 끌려 나오는 것으로 보아 약을 먹인 것이 분명해 보였다.
평범한 양민도 있었고 무림에서 꽤나 이름을 날리던 고수 또한 있었다. 하지만 공평하게도 그들은 모두가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의 구덩이 속으로 떨어진다.
우드득!!! 콰직! 콰지직!!! 끄득끄득!!! 우득!!!
사람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 대신에 뭔가가 산채로 잡아먹는 뼈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들은 그런 소리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주언만 외울 뿐이였다.
"다음 제물을 가져와라!!!!"
그리고 제사장의 말에 뒤이어 제물을 가져온다. 하지만 이번에 가져온 제물은 사람 같은 산제물이 아니였다.
야명주, 만년한철, 천년하수오......무림인이라면 눈에 불을 키고 탐할 만큼 귀한 물건들이 그대로 구덩이 아래로 떨어진다.
누군가 본다면 그저 돈낭비에 지나지 않았지만 구덩이 아래에서는 불만스러운 울음소리가 울려퍼져 그들에게 전해진다.
그 울음소리는 보다 더 귀한 것들을 내놓으라는 소리였다.
"흉신께서 더 많은 제물을 원하신다! 제물을 가져와라! 더! 더!!!"
제사장의 외침에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제물을 구덩이 안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누군가 제물을 바칠 무렵, 이변이 일어났다.
그륵!!
"........어어어?!"
제물을 바치던 사람이 갑자기 구덩이 아래에서 채찍처럼 날아온 촉수에 휩쌓여 그대로 구덩이 아래로 사라진다. 그리고 우드득! 하는 뼈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눈 앞에서 괴물에게 사람이 잡아먹히는 모습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는 두려움의 기색은 없었다. 오로지 신을 영접했다는 경외와 기쁨의 감정만 있을 뿐.
제사장은 눈물까지 보이며 감격스러운 감정을 표현했다.
"오오오오오!!!! 흉신께서 모습을 보이셨다!!! 이것은 수십년만에 처음 있는 일!!! 방금 그 자가 바치려고 했던 제물이 무엇이냐?"
"그, 그것은 청두 지방에서 올라온 기물이옵니다. 온기를 품은 황금이라고........"
그들이 흉신이라 부르는 것은 지독한 편식가인지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 드물었다.
하지만 그런 반응을 보이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터. 그저 먹기만 하던 흉신이 자기 의지를 표출해보일 정도로 특출난 것이 분명했다.
"더! 더! 방금 그 제물을 더 가지고 와라! 흉신께서 그것을 바라신다!!!"
"예!!! 알겠습니다!!!!"
"이제 곧 흉신의 강림이 머지 않았다! 흉신께서 강림하시는 날 이 세상의 혈교의 천하가 될 것이다!!!!"
제사장의 외침이 공동을 가득 채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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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두에서의 일을 끝내고 우리들은 본격적으로 이곳에 온 목적을 위해 여정을 떠났다.
목적지는 저어기 지금은 조선일지 아닐지 모르는 한국 땅에 더 가까운 요녕성. 왜 하필 거기를 목적지로 정한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존나 먼데!!!
"아마 거기에 모용세가가 있어서 그럴거다. 사제는 방계라도 모용세가 출신이였으니까"
"그 방계라서 무시받다가 그레이 제자로 들어간거 아니였어?"
"생각외로 잘 아는군?"
"야, 만병왕은 내가 전에 만나본적 있어서 알아"
따로 마차를 구해서 요녕성으로 향하는 여정을 떠나는 길이다. 물론 마부는 동동이.
우리들이 이야기 하고 있으니 선이는 눈을 빛내고 동동이는 흠칫흠칫 놀라는게 꽤나 재미있다. 놀려먹기 좋은 녀석들이구만.
"간만에 나도 스승님 얼굴 좀 보겠네. 뭐! 지금은 내가 더 강하지만!"
"거 참 청출어람도 정도가 있지"
"천살진기의 숙련도는 스승님이 더 높지만 전체적인 무력은 내가 더 강하지. 아무렴"
물론 내 스승인 천살제도 무시할만한 초월자는 아니다. 지금의 만병왕이랑 한수 위일 정도로 강해서 그레이만 빼면 현 천하제일인은 스승님이겠지.
"가는 동안 꽤나 볼만 하겠군. 여러가지 목적을 가진 놈들이 찾아올거다"
"앗, 그거 알아요. 막 무림인의 은원이나 그런거 말하는거죠?"
"그렇지. 무림인이란 족속은 은혜는 잘 잊어버리는 주제에 원한은 대를 이어서 기억하는 녀석들이다. 되도록이면 원한은 지지 마라. 싫은게 아니라 귀찮다"
"네!!!"
어이구, 우리 선이 착하기도 하지. 아, 이러니까 딸 바보가 된 느낌이 또 무럭무럭 올라오는군.
내가 자식 가져본 적이 많은데 기왕이면 딸 가지는게 낫더라. 아, 이건 내가 기본적인 성향이 남자 쪽이라서 여자가 귀여워 보이는 탓인가? 아무튼 딸내미가 귀여움.
"필요하면 경공으로 가도 될텐데"
"동동이 죽이려고? 우리가 맘 먹고 경공으로 뛰어가면 하루에 성 하나는 넘을지도 모르는데 그거 따라오라고 하려면 죽어나갈껄"
"그렇긴 합니다만......"
"봐! 동동이도 동의했음! 크으으, 라임 오졌다!"
"가끔 대협의 말은 이해가 안될 때가 있습니다......"
"말이나 잘 몰아. 내 덕분에 절정 고수가 됐는데 그 값은 해야지"
"아무리 그래도 마부 역할은 좀......"
"내가 여기에 몇달 있을것 같은데 초절정 고수 까지는 키워준다"
"걱정 마십시오 대협!!!!"
"동동이 아저씨 태세 전환이 엄청 빠르네요"
역시 무림인을 꼬시는데 중요한건 다름아니라 무공이다. 영약 같은건 내공 증진에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아무튼 무공이 짜세임.
......요즘도 짜세란 말 쓰긴 쓰나? 생각해보면 꽤 옛날 말 같은데. 가끔 나도 늙었단 생각이 든다니까 말이야.
"그렇지만 대협의 소문은 계속해서 퍼질겁니다. 분명 거기에 은원을 가진 사람들도 모일 것이고요"
"거 시발 스승의 은원을 제자에게 떠미는 것 만큼 무의미한 것도 없는데 말이야"
"그건 체면이란 것이겠죠"
"아무렴"
아무것도 안한 것보다 조금이라도 뭘 한게 낫다. 그런걸 생각하면 은원을 묻혀두는 것보다 갚는게 나은 것이다.
개중에서 제일 신경 쓰이는건 역시 남궁세가다.
스승님께 들은 이야기로는 예전에 서문세가의 사람으로 살다가 장보도인지 기물인지 아무튼 그걸로 남궁세가 때문에 망했는데 그 뒤에 전대 천살제, 그러니까 용하연의 사제를 만나 제자로 들어가서 고수가 되어 복수했다는 이야기다.
당시 남궁 세가는 지금이야 천년이 지났다지만 그때는 멸문할 정도로 조져버렸기에 은원이 있다면 꽤 많을게 분명하다.
근데 솔직히 별로 신경쓰이진 않는다.
"오던 말던 솔직히 대수냐. 그놈들이 잘못한거지 내가 잘못한건 아니잖아?"
"그렇긴 합니다만.....숨기려고 했지만 당시의 남궁세가가 저지른 일은 천살제 대협께서 저지른 일 덕분에 소문이 크게 나서 숨길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분명 그 일에 대한 잘잘못을 따지면 남궁세가에 있을겁니다"
"그러면 오면 조지면 되는거지 뭐"
내가 잘못한거라면 빚진걸 갚으면 되겠지만 상대가 빚진건 언제 받든 내 맘인 법이다.
채무자와 채권자의 관계는 여기서 갈린다. 애초에 내가 빚진것도 아닌데 개기면 어쩔거야. 오면 다 박살내버린다?
물론 어느 정도 예의를 갖추면 나도 나름의 대우는 해준다. 주는 대로 받는다고 좆같이 굴었는데 대우 받을 생각이 아닌 이상 나도 무공 좀 봐주고 그럴 생각은 있다.
결국은 하기 나름이란 소리지. 예의 바르게 행동하면 나도 예의 바르게 행동해줄거고, 반대로 예의 밥 말아먹으면 나도 싸가지 밥 말아먹게 대우해줄거고. 그런 소리다.
"아저씨가 해주는 옛날 이야기는 재미있어요!!!"
"결국 무림인은 다 겉으로는 지들 이익 해먹으려는데 아닌척 하는 등신 새끼들이라는 소리다, 이 말이야"
"대협?!?!"
"왜, 뭐, 왜. 맞는 말이긴 하잖아"
사천에서 요녕으로 가기 위해서는 가장 빠른 길이 섬서로 가는 길이다.
거기에는 화산파와 종남파 같은 정파의 손꼽히는 문파가 존재한다. 솔직히 화산파가 아니라 무당파였으면 좀 나으련만.
"스승님께서는 종종 장삼봉 진인께 태극권을 배웠다고 하셨지"
"아, 그건 나도 들었어. 솔직히 태극권의 묘리를 깨우친거 보면 확실히 그렇게 보이긴 하던데?"
"네가 인정할 정도인가?"
"야, 그레이......그러니까 천기자는 나보다 수준이 위라고. 본인이 말하는건데 아닐리가 없잖아"
"역시 스승님이군!!!"
"거기서 순응하기냐?!"
섬서로 향하는 우리들의 발길은 꽤나 가벼웠다. 적어도 저 멀리서 다가오는 누군가의 기척 전까지는 말이다.
콰아아앙!!!
누군가 쏘아낸 검이 마차 앞에 처박혀서 폭음을 내기 전까지는 우리들도 신경쓰진 않았다. 적어도 초절정 고수가 날린 검격, 그것도 어검술의 묘리가 담긴 검은 마부를 하고 있는 동동이가 절로 멈출 정도였다.
사회가 아니라 인간 개인의 힘으로 그런 소리를 낼 수 있는건 고수인게 당연했다. 그리고 그 검을 날린 장본인은 우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 으르렁 거리며 소리쳤다.
"네놈이 천살제의 제자라는 그놈이더냐!!!!"
"헙?! 창천검?! 대협, 저분은......!!"
"됐다"
뭔가 아는 사람 본것 같은 반응이지만 나는 동동이의 말을 자르면서 마차에서 나왔다.
마차에서 나오니 나에게 손짓하면서 노려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 대충 봐도 여기의 초절정 고수 정도는 되어 보인다만.......그게 나에게 상대된다는 뜻은 아니다.
나랑 싸우고 싶다면 적어도 초월자를 들고 와라. 저어기 천계의 신선이 된 관리자 수하의 인물들을 데리고 와야 싸움이 될텐데 지상의 인간은 별 의미가 없었다.
애초에 이 세상은 이 행성의 관리자가 초월자를 양성하기 위한 곳이다.
제 1차 차원전쟁이라는 거대한 전쟁의 PTSD를 앓는 관리자가 이후에 있을 전쟁에 투입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세계다.
그 정도의 발전이라도 허용하지 않았으면 그레이 휘하의 차원이라도 대마왕이 냅두지 않았을거다. 자고로 인간의 발전은 두고 보기만 해야하기 때문이다.
무공이라는 분야에서 발전하게 두는 거라 보고 있는 것 뿐이지 아니였으면 진작에 멸망시켰다. 그만큼 이 세상은 꽤나 특별한 차원이다.
"거 시발 난데없이 튀어나와서 검 날리는건 어느 나라 예법이야, 그리고 뉘신지?"
"흥!!!!"
마차 앞에 꽂혔던 검이 저절로 그의 손에 들어가 잡힌다. 허공섭물이 아닌 어검술의 묘리가 깃든 검이다.
우리 앞에 나타난 사람의 모습은 꽤나 나이를 먹은 노인의 모습이였다. 무림인이더라도 수십년은 나이를 먹었을 그런 노인이다. 다만 부리부리한 눈매와 거기에 깃든 내공은 나이에 비례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그는 나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소리쳤다.
"그 더러운 눈매, 소문대로 네놈이 천살제의 제자임이 틀림 없구나!!!"
"거 내 눈매가 특징적인건 틀림없지만 그래도 그걸 따지고 들면 당사자인 나도 기분 나쁘거든?"
방금도 말하긴 했지만 나는 예의를 갖추면 그대로 대해주는 사람이다. 아무리 상대가 잘못한 일이여도 당사자가 예의를 갖추며 상대해 온다면 거기에 걸맞는 대접을 해준다.
반대로 좆같이 대하면 좆같이 대해주는 것도 내 성격이고, 내가 왜 일부러 뭐 같은 한국 법으로 응해주는건지 모르냐?
"흥! 나는 남궁 세가의......"
"좆까"
퍼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묵직한 주먹을 날려서 놈의 면상을 후려쳐줬다. 단순한 권격이라면 피하고도 남았겠지만 의지를 담은 일격인 만큼 눈치 챌 수도 없고 깨달았어도 늦었다.
단박에 초절정 고수를 때려눕히다 못해 더 멀리 날려버린다. 적어도 하루 이틀은 정신 차릴 수 없을 정도로 타격을 입었을거다. 내가 장담함.
"대협?! 상대난 남궁 세가의 태상 가주인......"
"야, 남궁 세가던 뭐던 조까라 그래. 기본적인 예의도 갖추지 못하는데 무슨 대접을 해주냐?"
"하지만......"
"선이야, 누가 너 보고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는거랑 새꺄! 니가 그놈이냐! 하고 개소리 하는거랑 어느 쪽이 나을것 같냐?"
"처음거요"
"그치?"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했다. 그러니 나이 처먹었다고 초면부터 반말 까는 놈들은 처음부터 대우해줄 필요는 없었다.
그냥 다 무시하고 날려버리는 편이 편하지. 그러니까 누가 반말 까랬냐?
초면부터 반말 까면서 삿대질 하는 놈들으 꼰대나 다름 없으니 초장에 뭉게버리는게 제일 낫다.
"대협, 괜찮으시겠습니까? 방금 그분은........"
"야, 너 지금 내가 더 쌜것 같냐, 남궁세가 뭐시기가 더 쌜것 같냐?"
"섬서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대협!!!"
동동이는 상황 파악이 빨라서 참 좋다.
========== 작품 후기 ==========
무림 파트 소제목이 왜 그러냐고요?
그냥 옛날부터 이런 느낌으로 지어보고 싶었음.
솔직히 천년 전 인물이고 나발이고 무림인이면 은원 따지러 올것 같은 느낌이 물씬 들죠.
그런데 은원은 둘째 치고 무림이 망하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