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흉의 대마왕 34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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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백리가 야매로 초월자에 올랐다고 하지만 그 경지는 단순하게 볼 것이 아니다.
가르-레칼의 본체도 아니고 고작 일부인 아바타를 상대로 전력을, 그것도 분노에 찬 전력을 때려박는다면 상식을 초월한 위력이 나온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한순간 이명이 울릴 정도로 커다란 굉음이 들린다. 저 돔 바깥의 군대에게까지 전해질 정도로 강렬한 주먹은 가르-레칼의 공간 간섭조차 떨리게 만들 정도로 큰 충격을 만들어냈다.
어떤 개념이던 극에 이르면 상위 개념에 도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블랙홀도 단순하게 뜯어보면 강력한 중력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빛은 물론 시간과 공간까지 비트는 것은 바로 그런 원리에 속한 것이다.
아주 조금이지만 백리도 그것에 도달했다. 분노로 도달한 것은 허탈하고 부질없다고 하는건 개소리에 불과하다. 분노 또한 의지의 일부, 출력으로 오를 수 있는데는 한계가 있어도 지금의 백리는 그것마저도 아쉬운 처지다.
콰아아아아아아!!!!
신전이 울릴 정도의 묵직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진다. 대피해 있던 다른 포스 유저들이 휘청거리면서 중심을 유지하지 못할 정도였다.
물론 그 대가로서 백리의 상처에서 피가 심상치 않게 뿜어져 나왔다. 보통 사람이 봐도 위험할 수준의 출혈이다.
그렇지만 백리는 자신보다 히비키를 보며 소리쳤다.
"히비키씨!!! 일단 피해서 치료 받아요!!!"
"니가 날 걱정해줄 처지냐!!!"
"여긴 저한테 맡기라고요!!!!"
그렇지만 백리와 비슷하게도 히비키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상처를 입어도 포스 유저의 회복력 덕분에 금방 회복이 되는 히비키였지만 놈의 특수한 힘 때문인지, 아니면 공간계통의 특유의 능력인지 몰라도 지혈조차 되지 않는다.
아무리 포스 유저라도 육체의 한계가 있는 이상 출혈은 죽음으로 이르는 길이다. 지혈도 제대로 되지 않는 출혈이라면 더더욱.
간신히 옷을 찢어 묶어서 막았지만 격렬한 전투에 계속해서 흘러내리는 피는 멎지 않았다. 계속해서 싸우면 둘 다 위험해진다.
"새꺄, 어른의 책임이란건 어린애한테 맡기는게 아니야"
한순간.
한순간이지만 히비키의 눈매가 변했다. 마치 비슷하지만 다른 사람이라 생각될 정도로.
후웅!
그리고 남은 한손으로 휘둘러지는 주먹은 거대한 존재감을 담고 있었다. 가이아 포스도 미약했고 순수하게 위력만 따지면 여태까지 날리던 공격과 비교가 안될만큼 약했다.
쿠우우우웅!!!
[.........아니?]
그러나 그 주먹은 확실하게 가르-레칼에게 닿았다.
물론 데미지를 약했다. 기껏해야 보통 사람으로 치더라도 툭, 하고 밀친 정도의 충격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중요한건 백리조차도 하지 못한걸 공간 간섭의 역장을 뚫고 그에게 데미지를 주었다는 것이다.
히비키는 백리보다 약하다. 전체적인 스펙이냐 경지나, 앞서는 것은 경험에 불과했다. 물론 그게 중요하긴 하지만 전부는 아닌 법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히비키는 성공했다.
도저히 납득도, 이해도 되지 않는 상황에 가르-레칼은 처음으로 당황했다.
[신의 은혜도 모르는 것이 어떻게!!!]
"아, 되더라. 그냥 최선을 다해서"
히비키도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의문을 품었다. 어떻게 가능했는지는 본인도 모를 정도로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였다.
방금 그 주먹을 내지르는 순간 자신이 아닌 무언가가 대신 내지른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은 무아지경(無我之境)에 빠진듯한 것과 흡사했기에 자신이 벽을 넘었나 의심했다.
그렇지만 그건 조금 달랐다. 눈 앞의 거대한 벽을 뚫거나 넘은게 아니라 바닥에서 뭔가 솟아나 단숨에 올라간듯한 느낌이였다.
-5분 남았습니다! 이제 대피해야 합니다!!!
"5분이라"
빡빡한 시간이다.
그 5분 동안 놈을 막아야 하고 더불어서 후퇴도 해야했다. 하지만 그 두가지 모두 동시에 할 수는 없었다.
상대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걸 깨달았을 것이다. 공세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더 매섭게 다가올터.
여기에 남아야 하는 사람도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어린애는 빠져야 하는게 당연하다.
"가라"
"억?!"
히비키가 백리를 걷어차서 뒤로 날렸다.
전투중에 명백히 아군인 히비키가 자신을 향해 공격같은걸 할줄 몰랐던 백리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남은건 가르-레칼의 아바타와 히비키 뿐이다.
"너는 후퇴해서 러시아에 있는걸 공략해라. 아무리 생각해도 미국에 있는 이놈은 제일 위험해"
"같이 싸우는게 낫잖아요!!!"
"그래서 같이 죽자고? 자폭 특공 같은 개소리는 2차 대전 시절에 했던걸로 충분하거든?"
만약 여기서 살아남아야 하는 사람을 골라야 한다면 그중 첫번째는 백리여야 했다.
인간형 적성종을 비롯한 여타 적성종들에게 효과적인 태극나선경, 그리고 현재 유일한 지구의 그랜드 마스터이자 초월자까지.
팔의 부상으로 앞으로 싸울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히비키보다 백리가 살아남아야 했다. 이득손실을 따지면 그게 확실하다.
보다 확실한 가능성. 다음으로 이어질 것을 생각하며 스스로 목숨 바쳐 희생하는 것은 인간의 전유물이다.
"이럴 때는 어른이 폼 좀 잡게 해줘라"
[그렇게 두진 않겠다!!!!]
키이이이이이이잉!!!
방대한 파장이 울린다. 신전 내부 전체를 범위 안에 드는 광범위한 공간진의 파장이 울리기 시작한다.
범위 안에 들어간 모든 것은 무엇이던지 소멸한다. 초재생 특성을 가진 백리조차도 지금 놈의 공격에 당해서 팔다리의 일부가 사라진 지금은 제대로 싸우지 못하는데 여기서 더 당하면 의미가 없다.
[한번에 전부 쓸어주마!!!]
"좆까"
히비키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주먹을 쥐었다.
다시 한번 아까처럼 그의 눈매가 매섭게 변했다. 아니, 아까보다 훨씬 더 굳건한 느낌으로 변했다.
쿠우우우웅!!!
묵직한 기세가 그의 몸에서 일어난다. 중력이 몇배라도 된것처럼 농밀한 힘이 주변을 감쌓다. 가이아 포스라기보다는 훨씬 더 순수한 무언가와 같았다.
"얼른 애 데리고 가라. 여기는 내가 커버칠테니까"
"히비키씨!!!!"
백리가 나서려고 했지만 출혈조차 제대로 막지 않은 백리는 오래 싸울 수 없엇다. 더군다나 지금의 히비키는 홀로 싸우게 두는 편이 오히려 더 홀가분할 것이다.
히비키의 기세에 공간진은 물론 다른 포스 유저들을 짓누르던 중압이 사라졌다. 그 틈에 그들은 백리를 데리고 빠르게 후퇴한다.
어차피 닫힌 문은 전투의 여파로 박살나서 빠져나갈 틈은 존재했다. 모자란건 시간 뿐이였다.
자신을 끌고 도망치는 포스 유저들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출혈로 몸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애초에 지금 그 몸으로 싸우려고 했다간 도움은 커녕 방해만 된다.
"이럴 때는 이렇게 폼 잡으며 말해줘야지. 뭐였더라....."
히비키는 백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다음은 너다"
"히비키씨이이이이이이이!!!!"
백리는 그렇게 소리치며 다른 사람들의 손에 이끌려 신전에서 빠져나갔다.
폭약을 터트리기 위한 소수의 인원을 뺀다면 지금 이 자리에 남은건 히비키와 가르-레칼의 아바타 뿐이다.
"치킨 레이스라고 들어봤냐 새꺄?"
신전이 박살나는게 먼저인가, 히비키가 죽는게 먼저인가.
그러나 전혀 전의가 죽지 않은 히비키가 그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
*
*
*
객관적으로 본다면 히비키에게 승산은 없었다.
아무리 아바타에 여러가지 단점을 끌어안고 있는 가르-레칼의 아바타지만 상대는 고작 히비키 하나였다. 더군다나 그는 팔의 부상 때문에 장시간 싸울수도 없었고 격렬하게 싸울수도 없었다.
[......순교인가?]
"그런 거창한거 아니야 사이비 새꺄. 누가 종교쟁이 아니라고 비유도 그딴걸 드냐"
가르-레칼은 한편으로는 이해가 갔지만 한편으로는 납득하지 못했다. 종교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은 티브에서 얼마든지 있던 행위이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목숨을 버린다는건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그것이 티브 문명의 인류와 지구의 인류의 결정적인 차이일지도 모른다. 알리언 박사가 결국에는 인체실험을 통한 수단을 사용했듯이 그들의 윤리관에는 중요한 것이 결여되어 있었다.
"나한테 그런 거창한 대의는 없어. 인류를 위해서 싸우는건 맞지만 가장 큰 동기는 더 작은거지"
마스터 유저가 국가의 위신과 책임, 그리고 권리를 진다 하더라도 지금의 히비키에게서도 현실감은 없다.
단지 그의 눈에 들어오고 보이는 사람들을 책임지기 위해 발버둥 칠 뿐이다. 거기에 추가로 인류가 덤으로 따라오는것 뿐이고.
하지만 거기에서 시작하는거다.
처음부터 큰걸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작은것부터 차근차근.
"어른으로서 그런 작은 것도 해볼 기회를 뺏는건 할 수 없는 노릇이지. 쪽팔리잖냐"
남은 시간은 기껏해야 1,2분. 그렇지만 가르-레칼은 10초만 가만 두어도 3팀을 죽이고 폭탄을 제거할 수 있다.
백리도 없이 홀로 그가 집중하지 못하게 밀어붙일 수 있을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인간이란건 불가능 같은건 엿먹어라! 하면서 박박 기어오르기 좋아하는 종족이지!! 때론 정나미 떨어지게 징그러운 종족이지만 반대로 그 어떤 고난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일어나 싸울 수 있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거다!!!"
[........?]
"이번에 나는 인간으로 태어난걸 감사한다! 나도 똑같은 시야에서 똑같은 것을 볼 수 있으니까! '그놈'과 같이!!!!"
이번에?
그의 말투는 마치 전에 인간이 아닌 것으로 살아본적 있었다는 말투다. 사실 말하는 당사자인 히비키조차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잘 모른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희미한 기억은 그에게 힘을 준다.
그에 몸에 흐르던 기세(氣勢)는 기백(氣魄)이 된다. 보다 유형적이고 단단한 것이 되어 히비키를 감싼다. 마치 최악이 두르던 역장처럼 굳건한 것이 되어 보다 강해진다.
가이아 포스는 그대로였다. 허나 히비키의 내부에서 무언가가 변했다.
[무슨!!! 사도조차 아닌데 어떻게 그런 것이! 마그노 레톤과 같은 순수한 힘이 어찌!!!!]
"자고로 미친놈한텐 매가 약이지"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인지를 초월한 남자의 주먹이 가르-레칼을 향해 뻗어졌다.
고작해야 남은 한팔, 떨어진 체력, 부족한 포스 출력 같은 악조건을 전부 무시하고 오로지 '의지'하나만을 굳건하고 절대적으로 믿으며 내질러진 펀치는 공간 간섭 따위가 막을 수 있는게 아니였다.
보이지 않는 벽에 닿은 주먹이 그대로 박살난다. 압도적, 그런 단어가 어울릴만큼 내던져진 볼링공을 막는 평범한 유리창마냥 와장창! 하고 박살났다.
의지는 공간이던 시간이던 삼라만상이던 전부 뛰어넘는 최상위의 힘이다. 별다른 노하우나 기술이 없어도 그걸 다듬어 후려친다면 같은 것으로 받아치지 않는 이상 상대에게 닿는다!!!!
콰지지지직!!!
[크으으으윽?!?]
놈의 명치에 정확하게 들어간다.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을 뿐 급소까지 같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효과는 충분했다.
처음으로 가르-레칼에게 유효한 타격이 들어갔다. 심지어 그 타격은 그의 아바타조차도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혀서 조금씩 아바타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인디-마그나가 경고하던 이 별의 수호자들......그 중 정점은 바로 너로구나!!!!]
백리조차 상대했던 가르-레칼은 경계와 찬사가 반반씩 섞인 어투로 확정지음과 동시에 소리쳤다.
마그노 레톤이란 순수한 의지의 힘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능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히비키의 일격에 담긴 의지가 얼마나 어마어마했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크고, 거대하고, 굳건하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태산과 같다.
이윽고 시간이 되었다.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없어 남은 3팀의 누군가가 기폭장치를 눌렀다. 신전의 중심부, 생체 컴퓨터가 있는 구역에서 거대한 폭발이 휘몰아친다.
마지막이지만 가르-레칼은 여기에서 끝낼 생각이 없었다.
[이대로 물러서진 않겠다!!!]
"끈질긴 새끼!!! 남자가 그러면 인기 없는거 알고나 있냐!!!"
신전이 무너지면서, 그리고 히비키의 일격이 놈에게 닿으면서 가르-레칼의 아바타는 힘을 거의 잃었다. 현현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해야 몇초.
그러나 그런 몇초도 여력을 남기지 않고 전부 짜낸 히비키를 죽이는데는 충분했다.
콰콰콰콰!!!!
마그노 레톤, 라프 에너지보다 더욱 순수하고 진한 힘이 히비키를 덮쳐왔다.
그리고 뒤이어서 폭발의 후폭풍이 그를 후려쳤다.
신전이 무너지며, 그의 몸뚱이가 깊은 무저갱 아래로 떨어진다.
========== 작품 후기 ==========
아, 진 주인공이 주겄습니다.....
전생각성하면 개인으로서 가장 강한건 히비키입니다. 다섯 사도 다 몰려와도 전생 수준 무력이면 조까! 하고 팰 수 있음.
수적으로 우세고 나발이고 딜이 안들어가는데 어떻게 이깁니까.
다음 화로 이번 파트는 마무리. 나중에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