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흉의 대마왕 34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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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백리였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들을 덮쳐오는 지휘개체의 거대한 라프 에너지가 중력이 몇배가 된것마냥 그들을 덮쳐오자 백리가 나서서 그것을 파훼했다.
키이이이잉!!!!!
태극을 그리며 그 묘리에 섞은 분해의 이치가 펼쳐진다. 단순한 라프 에너지라면 더 이상 백리에게 유효한 효과를 내지 못한다.
"덕분에 살았다!!!! 아무튼 1,2팀은 여기서 놈들을 막고 3팀은 기회를 봐서 빠져서 할 일을 해라!!!"
"알겠습니다!!!"
적은 지휘개체를 포함한 다섯기의 인간형 적성종, 그 중에서 셋은 근접 전투형, 하나는 비행 특화형이다.
바깥에 있던 한놈은 아직 합류하지 못했고 하나는 저 멀리 전선에서 양동 작전에 동원된듯 하다.
어차피 계획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놈들을 잡고 시간을 끄는 사이에 중추에 폭탄을 장치해 터트리면 그만이다.
이 에너지 돔만 지운다면 승기는 인류 쪽으로 기울여진다. 그걸 위해서 그들은 여기에 모였다.
"이 중에서 아가리 털 수 있는 놈은 너 하나냐!! 근데 왜 또 말이 없어?"
"아까 폼 잡더니 할말 다 떨어진 모양인데요! 대본 써두고 온거지!!!!"
[.......!!]
백리는 히비키의 목적을 눈치채고 그와 동조했다. 그러자 말 없는 분노가 전해진다.
지성이 있다는건 자존심이 있다는 것, 그렇다면 도발이 통할 가능성이 높다.
콰앙! 콰아아앙! 터어어엉!!! 콰직!!!
"전열! 밀어붙여어어어어!!!"
"크으윽?!?!"
"빈틈 만들께요!!!!"
인간형 적성종이 자그마치 다섯기. 더군다나 한놈은 명백하게 다른 것보다 강한 녀석이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상대는 고작 다섯기다. 이곳에는 200명에 가까운 포스 유저 정예가 있었다.
물량으로 밀어붙이고 움직이면 시간을 끄는건 가능했다.
쿠우우우우우!!!
신전 내부가 떨리기 시작한다. 그들의 전투의 여파에 무언가 타격이라도 받은듯 꿈틀거린다.
[버러지 같은 놈들이 우리들의 신전을 모욕하는구나!!!!]
"남의 땅에 와서 세금도 안내고 불법점거 하고 있으면 밀어버리는게 당연하지 새꺄!!!!"
"불법 노점상 아웃!!!!"
[죽어라!!!]
키이이잉!!!
사방으로 라프 에너지로 이루어진 광선이 쏘아진다. 전열의 포스 유저들이 방패를 앞세워 막았지만 흘려나는게 고작이였다. 그나마도 백리의 보강 특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였다.
"전열은 2열이랑 교체해! 시간은 우리가 만든다!!!"
"비행형은 저한테 맡겨요!!!"
여기는 실내. 자유롭게 날 수 있는 하늘이 아니라 천장이 있는 곳이다. 아무리 넓어도 비행형 적성종이 자유롭게 움직이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백리의 기감에 닿은 비행형 적성종의 비행 루트를 체크해 그대로 예측해서 놈을 덮친다. 움직이면서 태극나선경을 펼치며 극도로 집중된 태극이 놈에게 적중했다.
"키이이익?!?!"
"한방!!!!"
뻐어어어억!!!!
그대로 놈의 머리를 걷어차자 그대로 찌그러졌다. 사실 머리를 박살내려고 했지만 건물에서 나오는 에너지 파장이 놈들을 보호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니, 느낌이 아니라 확신이다. 똥개도 제 집에서는 한수 먹고 들어간다는데 적성종이라고 다를리 없었으니까.
그리고 놈들이 괜히 그들의 존재를 알아차리고도 건물 내부로 끌어들여 함정을 판 것이 그 이유와 같았다.
"이 새끼들 존나 단단해.......너 그걸로 어떻게 안되냐?"
"할 수는 있는데 잠깐에 불과해요. 그나마도 제대로 안치면 타격이 잘 안들어가요!!!"
바깥에서라면 진작에 놈을 박살냈을 정도의 일격도 좀 우그러트리는 정도에 그쳤다. 돔을 유지하는 건물인 만큼 그 자체의 저항력이 엄청나다.
"키익!!!!"
근접형 하나가 히비키에게 달려들었다. 창을 들고 있는 녀석은 예전에 미국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빠르고 강한, 단순한 맹격이 히비키를 덮친다. 목을 노려 휘둘러지는 창은 히비키가 손등으로 후려쳐 튕겨낸다.
터어엉!!!!
"치고박고하는 막싸움이라면 내 특기지 새끼들아"
뒤이어서 남은 두놈이 더 덮쳐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비키는 전혀 기세가 무너지지 않고 대치상태를 만들어냈다.
쿠웅! 쾅! 터어엉! 콰직!!!
상성에서 밀리지 않으면 4대 1도 가능하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였다. 후방의 지원이 있었지만 그래도 한때 마스터 유저를 상대로 압도했었던 인간형 적성종 넷을 상대로 밀리지 않고 있었다.
[이놈들이!!!!]
"야! 어딜봐!!!!"
분노하며 히비키에게 달려드려는 지휘개체를 백리가 막아섰다. 놈과 방금 전에 떨어트렸던 머리가 찌그러진 비행형 하나가 그의 앞에 선다.
지이잉!!!
지휘개체는 손에서 라프 에너지를 이용한 에너지 블레이드를 뿜어냈다. 고온으로 상대를 베어냄과 동시에 지져버리는 칼날은 닿는 것만으로도 위협적이다.
하지만 그건 백리 앞에서 소용없었다. 결국 그렇다고 한들 그건 라프 에너지였으니까.
[네놈!!! 어떻게 이 힘을!!! 사도께서 내려주신 이 힘을!!!!]
"니들이 병신이라서 그런거야!!!!"
[곱게 죽이진 않겠다!!!!]
군대를 지휘하고 함정을 팔 정도의 지능은 있지만......도발을 당해본 경험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냉철한 지휘관이라면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전선에 직접 나서지는 않는 법이다. 사기를 올리기 위해서라 하더라도 적성종이면 사기 같은건 의미가 없다.
그리고 보다 뛰어나고 확실한 방법이 있을텐데도 불구하고 놈은 일부러 이런 방법을 선택했다. 문외한인 백리가 보아도 어설프다.
-이 새끼들 어설퍼, 애매하게 지능이 있으니까 오히려 기계적인 것보다 못해. 틈 봐서 3팀을 빼서 보내.
순간 히비키에게서 목소리가 전해진다. 텔레파시 같은 특성은 아니지만 가이아 포스에 목소리를 담아서 보내는 기술인, 말하자면 전음과 같은 것이였다.
백리는 눈짓으로 알았다고 화답한 후에 놈들과 대치했다. 지휘개체의 에너지 블레이드는 확실히 위력은 굉장했지만 라프 에너지를 사용하는 이상 백리에게 닿을 수 조차 없었다.
한순간이지만 백리는 최악과 용하연에게 감사했다. 만약 태극나선경이 아니라 다른 무공이였다면 적성종을 상대하는데 이렇게 쉬워지진 않았을테니까.
[티브께서 너를 벌할 것이다!!!!]
"큭?!"
하지만 라프 에너지 이외에도 상대는 만만치 않았다.
에너지 블레이드가 소용없다는걸 깨닫자 놈은 전법을 바꾸었다. 뒤로 물러서 허공을 비행하면서 무차별적으로 빔을 쏘아 눈에 띄는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공격한다.
아까 전 전열을 무너트린 공격이 효과적이였다는걸 깨닫고 먼저 그들을 처리할 생각이다.
콰콰콰콰콰콰!!!!
빔이 비처럼 쏟아지며 신전을 뒤덮는다.
"느그 신전에 발 디뎠다고 죽이려고 드는 주제에 지들은 신전 파괴하는건 모순된 논리 아니냐!!!!"
"애초에 상대한테 뭘 바라는건데요?!"
맹렬한 분투가 이어진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놈들을 밀어내어 3팀이 빠져나갈 틈을 만들었다.
백리의 태극나선경 덕분에 상황은 한결 나아졌다. 그게 아니였다면 지금쯤 밀리는건 오히려 그들이였을지도 모른다.
-3팀에 신경 못쓰게 도발 좀 해봐라!!!
"너네 신은 존나 좆같아서 한달동안 썩힌 우유보다 더 지독한 냄새가 나더라!!!!"
[이노오오오오오오오오옴!!!!!]
"효과 만점이네!!!"
이것으로 확신이 들었다.
놈들을 움직이는 기반은 종교이며 더불어서 수뇌부는 광신도다.
그리고 광신도 놈들에게 논리와 윤리는 통하지 않는다. 당장에 신이란 이름 아래에서 행한 일들을 찾아보면 잔혹한 일들이 너무나 많다.
애초에 필멸자가 초월자인 신을 부르짖으며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는게 이상한 일이다. 대마왕들의 사고조차도 인간들은 이해할 수 없다.
"대충 알겠군! 효율이나 논리 같은건 애초에 놈들 안중에도 없는거야! 지들 신을 위해서 어쩌구라면 다 할수 있는게 놈들이지! 어설픈거랑 비효율적인게 다 이해가 되는데!!!"
지금만 하더라도 바깥의 적성종들을 끌어들여서 인해전술로 밀어붙이면 그들로서도 답이 없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 이유는? 놈들이 말하길 이곳은 신전이라고 했으니 바깥의 다른 적성종들을 들이고 싶지 않은것이다.
효율이나 논리보다 신앙을 우선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설픈 것도, 비효율적인 것도 납득이 갔다.
그렇지만 한가지 의문점은 남았다. 그 정도로 소중히 여기는 신전일텐데 어째서 놈들은 순순히 이곳에 함정을 파고 그들을 기다린 것이지?
그리고 그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쿠구구궁!!
한순간 건물이 떨렸다.
[오오오!!! 사도시여!!! 드디어 완성이......!!!]
지휘개체는 그 진동에 감격해 하며 신전 중앙부를 바라보았다.
전투중에 방심하는 것은 치명적인 실수지만 아무도 놈을 공격할 수 없었다.
"완성해? 뭘? 왜?"
히비키에 물음에 답변한건 놈이 아니였다.
[그것은]
쿠웅!
그 순간 의지가 전해진다.
지휘개체의 의지가 아니다. 그것보다 더욱 크고 무거운 존재감이 전해진다. 지금의 백리나 히비키는 비교도 안될만큼의 존재감이!!!
[내가 너희들을 만나보기 위함이였다]
"크윽?!?!"
"컥?!?!"
우우우우우우우우웅!!!
신전이 공명한다. 거대한 존재감의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에너지가 밀집하여 형상을 이룬다. 조금씩 뭉쳐지다가 이내 인간과 같은 형태를 취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형태 뿐이다. 팔과 다리, 그리고 머리가 있을 뿐이지 빛으로 이루어진 신체는 순수한 의지로 이루어진 의사적인 신체에 불과했다.
거대한 존재감에 히비키와 백리를 포함한 다른 포스 유저들은 그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리고 그건 다른 인간형 적성종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움직이지 않는 이유가 다르다.
인간형 적성종은 그 광인(光人)인지 광인(狂人)인지 모를 것에게 무릎을 꿇고 고개 숙여서 경외를 보이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오오, 사도시여......!!]
행동이 아니더라도 지휘개체의 의지가 전해진다. 그것으로 놈이 녀석보다 상위의 존재라는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어떻게 하는건지 몰라도 미국에서 이곳까지 이상한 수단으로 행동할 수 있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그는 지휘개체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그의 죄를 질책했다.
[나는 너에게 그들을 붙잡으라 명했지 죽이라고 하지 않았다]
[그, 그렇지만 신전을 흙발로 내딪은 자들을 살려둘 수가......]
[그건 네가 판단할 것이 아니다]
우드드드득!!!
그리고 한순간 섬뜩한 소리가 울려펴졌다. 지휘개체를 비롯한 다른 인간형 적성종들의 목이 돌아가 꺽이는 소리였다.
백리에게 속수무책이더라도 그건 백리의 태극나선경이 상성이기 때문에 그런거지 스펙은 마스터 유저를 뛰어넘었던 놈이 한순간에 죽었다. 그리고 어떻게 죽었는지조차 몰랐다.
그걸 상대에게 할 수 있다면 저항할 수 있을까?
짙은 두려움이 백리의 등을 타고 올랐다.
[너희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 이 행성의 수호자들이여]
"그래? 우리는 할 이야기 없는데 바로 퇴거해주면 정말 고맙겠거든? 니들이 점거하고 있는 곳은 우리 땅이라고"
[신 아래에 주인은 없이 공평한 법이다]
"신 타령 하고 앉았네. 뒤질래?"
쓸모없거나 실수를 했다고 아군을 죽이는 타입의 보스는 비효율적이지만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더 없이 좋다.
오히려 까다롭던 지휘개체를 죽여줘서 고마울 지경이다. 적어도 지금 당장은.
단숨에 놈을 죽인 힘을 생각하면 오히려 더한 상대다. 마음속에서 불길한 느낌이 무럭무럭 자라난다.
"당신이 미국에 나타났던 그 사람인가요?"
[너는.......]
광인(光人), 아니, 다섯 사도 중에 하나인 가르-레칼의 아바타는 백리를 주시했다.
눈도 표정도 보이지 않는데 관찰하고 있다는 기색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이다. 문득 백리는 묘한 기척을 느꼈지만 한순간에 사라졌다.
탐색을 한 것인가? 쓸고 지나간듯한 감촉이지만 백리는 불쾌함을 느꼈다. 상대가 자신을 파악하려고 해서 그런게 아니라 놈이 사용하는 힘 자체가 불쾌했다.
[그렇군, 너는 이 별의 신의 사도인가?]
"........?"
[서로 다른 신을 모시는 사도가 만났다면 한가지 밖에 없겠지]
쿠우우웅!!!!
다시금 압력이 강해진다. 건물 전체가 그들을 짓누르는 것만 같은 느낌이였다.
아니, 그 비유는 틀리지 않았다. 이 건물이 지어진 이유는 신전의 역할도 있지만 지금의 가르-레칼처럼 아바타를 현현시키는 목적도 있었으니 지금은 이 건물이 그라고 봐도 무방했다.
[죽고 죽이는 전쟁 뿐!!!!]
"평생 무신론자였는데!!!!"
불합리한 분노가 백리를 덮쳐왔다.
========== 작품 후기 ==========
일단 하나.
음.....시간이 애매한데 다음 연참은 내일 몰아서 2연참 할께요.
그나저나 실수한 부하를 죽이는 보스.....클리셰긴 하지만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개이득이죠.
물론 그 부하가 양산형이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요.